Skill Search Gets Done RAW novel - Chapter 124
125. 시리우스 (3)
나는 벼락이 모여들고 있는 창끝을 대각선으로 휘둘렀다.
“갈라지는 번개(Forked Lightning)!”
먹구름에서 내려오던 수백 가닥의 벼락이 내 창끝을 중심으로 한 위아래로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내리쳐졌다.
촤자자작─!
아래쪽에서 올라오던 분신들은 그 벼락 줄기에 휩쓸리며 우수수 쓸려나갔다.
그러나 아직 올라오는 분신들은 아직도 끝이 없었다.
치지지지지직!
“라이트닝 스파이어(Lightning Spire)!”
나는 시리우스의 분신들이 우글우글 몰려 올라오는 그 중심에 거대한 벼락의 기둥을 생성했다.
촤아아아아악!
마치 대규모 좀비 영화를 연상시키던 시리우스의 분신들은 중심에 박혀든 벼락의 기둥에 더는 꼼짝도 하지 못한 채 털려나갔다.
심지어 ‘폭풍의 합창’의 영향을 받고 있는지라 벼락 기둥의 생성 방향이나 각도, 그리고 개수의 제한이 없었다.
파지지지지지직!
마치 세스코 포충기에 몰려드는 모기들처럼, 여기저기에 생성된 벼락의 기둥들에 접근하며 갈려나가는 시리우스의 분신들을 바라보며 이번에는 전기 파리채를 휘둘러주기로 했다.
“브레스 오브 라이트닝(Breath of Lightning)!”
치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내 창끝에서 뻗어 나간 게 아닌, 가장 효율적인 각도에서 만들어진 벼락의 숨결이 분신들을 거의 다 뒤덮을 정도로 터져나갔다.
푸확! 푸확! 푸확! 푸확···…!
앞서 ‘독 안개’에 의해 중독에 걸린 개체들이 소멸하며 나의 또다른 고유 스킬 ‘독 확산(Poison Proliferation)’이 터져나갔다.
중독된 채 소멸한 분신들에 의해, 그 주변에 있던 다른 분신들이 한꺼번에 독에 걸렸다.
그리고 그 개체가 소멸하며 주변에 또다시 독을 퍼뜨리고, 끝없는 독의 연쇄작용이 벌어졌다.
수만 명의 시리우스-분신들이 무차별적으로 학살당하는 끔찍한 현장 속에서.
“이 씹어 먹을 놈이!”
내 등 뒤에서 분노한 시리우스가 잿빛 날개를 펼친 채, 잿빛 잔영을 남기며 쏘아져 들어왔다.
‘초월한 영혼’에 의해 강화된 신체 능력을 최대치로 사용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내 몸 상태도 초월한 상태.
꿀릴 이유가 없었다.
“······!”
쇄도하는 대낫을 막아내려던 찰나, 녀석은 갑자기 모습을 감추더니 다시 한번 내 뒤에서 나타났다.
“하, 하핫! 이 자식···… 조금 힘들긴 했지만, 결국 내가 이겼어!”
그것은 ‘고스트 댄스’를 이용해 만들어낸 착시현상이었고, 뒤늦게 상황을 알아차린 나는 곧바로 몸을 돌렸으나.
“이제 죽어버려엇! 사신의 낫(Reaper’s Scythe)!!!!”
서컹─ 우지끈!
‘사신의 낫’은 6티어의 낫 계열 스킬이었다.
거기에 ‘초월의 영혼’의 버프를 받아 SS에 달하는 근력과 민첩성에 의해 보정을 받은, 시리우스의 전력을 다한 낫질은 내 마나쉴드를 부드러운 과자처럼 가볍게 깨뜨려버렸다.
쨍그랑!
‘폭풍의 합창’을 사용하며 화력투사를 해댔기에 마나가 급속히 줄어있었던 이유도 있었고, 시리우스의 낫질이 강력한 탓도 있었다.
“커흑!”
강제로 마나가 고갈되어버린 충격에, 내가 한 차례 신음하자 내 뒤를 점하고 있던 시리우스는 내 귓가에 천천히 입술을 들이밀었다.
“그래도··· 너 정말 대단하더라, 그분 말고 이렇게까지 날 힘들게 했던 건 아무래도 네가 처음이었을 거야.”
“······.”
“만약 네가 대계(大計)와 관련된 녀석만 아니었다면······.”
‘마나 쉴드’를 깨뜨린 낫의 날 부분이 내 목을 베기 위해 그어져 왔다.
“아무튼! 네 정체는, 일단 죽인 뒤에 확인해줄게. 그다음 네 영혼을 수확해서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눠보는 거야!”
쐐애액!
나는 날아오는 대낫의 날붙이를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메터 오버 마인드(Matter over Mind).”
내 주변에서 일렁이던 연푸른 커튼이 모여들어 피부를 코팅하듯 감싸왔다.
투캉─!
“어? 아직도 수가 남아있었던 거야?”
대낫이 내 목에 박혀 들어갔고, 그 자루를 쥔 시리우스의 손에는 힘줄이 돋아났다.
쩌저적─! 쩌적!
지금껏 한 번도 뚫린 적 없었던 7티어 보호막 스킬, ‘메터 오버 마인드’에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초월한 상태인 걸? 지속시간이 곧 끝나긴 하는데, 아슬아슬했어! 하하핫! 그런데 이 보호막··· 꽤 단단한데?”
시리우스가 한 차례 더 힘을 주자,
쨍그랑!
곧이어 ‘메터 오버 마인드’가 깨져나갔다.
“흑요화(Obsidianize).”
턱─
그러나 시리우스의 대낫은 또다시 무언가에 걸렸다.
“···…정말 지독해, 이건 또 뭐지?”
내 목살에 돋아난 시커먼 흑요석 갑피.
날 끝은 또다시 내 목을 박살 낼 것처럼 쑤셔 들어왔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화르륵─
“응?”
나는 중지손가락을 펴서 뒤쪽에 있는 시리우스에게 보여주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도 농담이 나와?”
“그럴 리가, 지금 다리가 후들거리고, 오줌도 지릴 것 같다.”
“그게 마지막 유언? 하하핫! 묘비명에 그렇게 새겨줄게. 개구리 가면의 헌터, 오줌을 지리면서 가다. 푸하하하핫!”
비틀린 웃음을 내뱉으며 시리우스가 대낫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 순간 중지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쌍 보석 반지에서 붉은빛이 터져 나왔다.
“아니, 불장난을 칠 생각을 하니까… 손발이 떨려오고 오줌을 지릴 것 같다는 말이야.”
“뭐엇?”
처음 써보는 옵션이라 캐스팅에 시간이 조금 걸렸는데, 이제 스킬의 시전 준비가 완료되었다.
나는 시야 한켠에 띄워져 있는 스킬의 설명을 읽어보았다.
────────────────
박멸의 불꽃(Eradicating Flame) – 7티어
설명 :
대상이 완전히 소멸할 때 까지 타오르는 불꽃을 피워냄.
대상에게 전격 속성의 피해를 함께 전달함.
대상에게 감전 상태 이상을 일으킴.
대상의 전기 저항력을 무시함.
대상의 화염 저항력을 무시함.
동일한 티어 혹은 그 이상의 스킬이 아니면 제거 불가능.
맨손, 완드, 오브, 지팡이로만 사용 가능.
요구 제한 :
레벨 80 이상
마력 A+ 이상
화염 저항력 A+ 이상
전기 저항력 A+ 이상
선행 스킬 :
[습득하기 : 불가능, 요구 제한과 선행 스킬을 만족해야 합니다.]────────────────
호주에 와서 리코시데 길드의 길드장, 레온에게 선물 받은 A급 아티팩트, ‘스톰파이어’에 달린 7티어 스킬이었다.
괜히 어쭙잖은 실력으로 근접전을 벌이기보다는, 확실한 한방으로 끝내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현재 나는 ‘마나 쉴드’가 유지되지 않을 정도로 마나가 거의 고갈되었던 상황.
이러한 상황에, 내가 사용할 수 있는 숨겨둔 칼날은 바로 이 반지를 통해 사용하는 7티어의 스킬이었다.
아티팩트를 통해 사용하는 스킬도 시전자의 마나를 소모하는 건 맞지만, 일반적으로 직접 익힌 스킬에 비해 최적화가 잘 되어있기에 마나 소모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사실이었다.
게다가 아티팩트에 마나를 충전시켜서 사용하는 보호막, ‘마인드 오버 메터’.
마나 대신, 나의 생명력을 소모해서 사용하는 ‘흑요화’.
두 가지 방어 스킬을 통해 시리우스의 공격을 버텨내는 동안 내 마나통은 지속적인 ‘마석 흡수’를 통해 약간이나마 회복된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 시리우스를 향해 가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공격은 이것뿐이었다.
이렇게 근접한 상황이라면 유령화 같은 상태를 이용해 내 공격을 피할 틈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화르르륵!
“이게 한국의 아름다운 풍습이다.”
반지에서 푸른 불꽃이 피어올라 왔다.
치지지직─!
불꽃은 마치 전기처럼 튀어 오르기도 했다.
일순 시리우스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박멸의 불꽃(Eradicating Flame).”
화아아아아악!
반지를 통해 쏘아진 불꽃이 등 뒤의 시리우스를 덮쳤고, 그녀는 그 푸른 불꽃에 휩싸인 채 떨어졌다.
그녀의 등에 달린 잿빛 날개가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유령 장막(Ghost Shroud)···…!”
시리우스의 몸이 사라졌다.
스륵─
내 예상대로 유령화 상태에 들어가 버린 것.
사실 저 스킬은 나도 사용할 수 있었다.
나는 곧장 품에서 ‘금지된 맛’을 꺼내 들었다.
여차하면 이걸 마시고 유령화로 도망치는 시리우스를 쫓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럴 필요는 없었다.
나대신 이미 유령화 상태에 들어가 있던 사라가 있었기에.
“커허억······.”
잠시 기다리자, ‘유령 장막’을 해제하고 실체화한 시리우스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녀는 ‘박멸의 불꽃’에 의한 꺼지지 않는 푸른 화염이 붙어있었고, 온몸에는 십여 개의 검상을 입은 상태였다.
마치 유령화를 시도한 짧은 순간 사라에 의해 갑작스러운 기습의 난도질을 받은 모양.
그렇게 온몸에 피칠갑을 한 그녀는 힘없이 지상을 향해 추락해나갔다.
***
“······.”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힘든 전투가 지나갔다.
나는 주저앉아있는 시리우스를 바라봤다.
그녀의 꼴은 정말 말이 아니었다.
수십만의 영혼을 압축해 불태우는 버프 스킬, ‘초월의 영혼’도 풀리고, 생명력도 바닥났고.
온몸에 피칠갑을 한 채 시커멓게 그을려있는 잿빛 원피스까지.
“이제 그만 죽어라.”
나는 그런 시리우스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그리고 ‘황혼의 끝자락’의 검 끝을 녀석의 목에 가져다 댔다.
“흐흐흣.”
그때 시리우스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역시··· 칼라미티의 녀석들답게 죽는 순간까지 광소를 짓는 건가?
어쩌면 어금니에 숨겨진 독을 삼키고 죽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나는 그러기 전에, 최대한 차분함을 유지하며 웃는 이유를 되물어 보았다.
“뭐지?”
“애초에, 너. 호주를 구하러 온 거잖아?”
시리우스는 자신의 초췌한 몰골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작게 조소했다.
“그런데, 어쩌지?”
나는 성터 구석 쪽을 바라보았다.
그쪽에서는 스무 명 정도의 헌터들이···… 수풀에서 나오고 있었다.
“끄으으······.”
“커허흐윽······.”
아니, 시리우스의 분신들에게 양손에 하나씩 잡힌 채 끌려나왔다.
털썩.
“저 녀석들은···…?”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혹시 저 녀석들···… 처음부터 나와 시리우스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던 건가?
“누군지 잘 알지? 바로 네가 구하려고 했던 호주의 헌터들이야. 이들이 만약 여기서 죽는다면, 어떻게 될까?”
훗날 호주의 영웅이라 불리며 최후까지 도시를 지켰던 헌터들.
그들은 어째서인지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고, 각자의 목에는 시리우스가 조종하는 분신들의 서슬 퍼런 대낫이 걸려있었다.
지금··· 이건 아마도······.
나와 인질극이라도 벌이겠다는 건가?
시리우스는 자신의 목에 겨누어져 있는 내 검 끝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개구리 가면, 네가 지금 나를 죽일 수는 있겠지만, 네가 도우려고 했던 호주의 헌터들 또한 죽게 될 거야. 어때?”
“글쎄······.”
“너도 알다시피 이 헌터들은 호주에서 가장 큰 길드의 핵심 전력들이야. 아마 이들이 죽으면 몬스터를 막을 수 없겠지.”
“······.”
“많이 당황한 듯 보이네?”
조금 당황한 건 사실이었다.
너무 어이가 없는 말이라 그랬다.
지금 저 호주 놈들이 어떤 놈들인데 나에게 인질로 데리고 와서 협박하고 있는 것인지···… 시리우스는 잘 모르는 듯 보였다.
“한 가지 방법을 제안해도 될까?”
이윽고 시리우스는 내 검을 잡고는 살살 치우기 시작했다.
“······?”
“지금이라도 잘못했다고 싹싹 비는 거야. 멋모르고 나서서 죄송하다고 말이지. 그리고.”
스윽─
시리우스는 내 가면에 손을 올리고는 부드럽게 매만졌다.
“이 가면을 벗어서 정체를 보여 봐. 그러면, 호주를 살려줄지 말지 조금 생각해보도록······.”
더는 들어줄 수가 없었다고 생각될 즈음.
탁─
“응?”
투명한 손이 나타나서 시리우스의 손목을 붙잡았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나의 ‘전자기적 시야’에는 그 실루엣이 보였다.
“너는··· 아까 그 유령화상태였던 여자···… 아닛!”
우드득─
시리우스의 손목이 회전이 불가능한 각도로 비틀렸다.
“끄아아앗!”
“이 유령년, 어딜 인도자님께 그 더러운 손을 대려고?”
마나가 거의 고갈되고, ‘초월의 영혼’까지 끝난 데다 온몸에 화상과 검상 그리고 출혈로 가득한 시리우스의 몸 상태는 매우 처참한 상태.
그에 반해 사라의 상태는 온전했다.
“크윽! 이거 놔! 저 호주놈들, 진짜로 죽일 거니까!”
붙잡혀 꺾여버린 손목을 빼내기 위해 악을 쓰는 시리우스와 어떻게 할지 나의 결정을 기다리는 사라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내가 뭐라 입을 떼려는 순간,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흑마법사여······.”
그것은 목에 날카로운 낫을 걸치고 있던 레온이었다.
“우리 용맹한 호주인들을 인질로 삼으려 하다니, 뭔가 잘못 생각했구나. 흐흐.”
레온은 초췌한 몰골로 자신의 목에 걸쳐진 대낫을 맨손으로 붙잡았다.
뚝뚝─
그의 손에서 핏물이 흘러내렸지만, 천천히 대낫을 밀어냈고, 시리우스의 분신과 팽팽한 힘겨루기를 했다.
아마도 시리우스와 레온, 양쪽 다 지친 상태였기 때문에 힘의 균형이 어느 정도 맞춰진 모양이었다.
“우리는 신경 쓰지 마시오. 개구리 가면. 어서 그 흑마법사를 마무리 지으시오.”
리코시데 길드의 나머지 헌터들 또한 길드장의 행동을 따라 했다.
“다시는 호주를 무시하지 마라!”
“저희는 괜찮으니 어서 그 흑마법사를!”
“우리 호주를 위해서라면 죽음은 두렵지 않다!”
“······.”
이 녀석들······.
간신히 다 잡아 족쳐놨더니 고작 인질로 잡혀서 유난은······.
시리우스를 완전히 조져놓게 되면, 너희는 따로 볼 일이 있으니 나 좀 따라와야 할 거다.
“이, 이것들이!”
시리우스는 인질이라고 생각했던 헌터들이 발악을 하기 시작하자 적잖이 당황한 듯싶었다.
“개, 개구리 가면, 그래. 정체는 당장 드러내지 않아도 돼. 그러나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싹싹 빈다면······.”
나는 거기까지 하기로 했다.
“사라, 꿇려요.”
“아아앗?”
턱!
시리우스가 강제로 무릎을 꿇었고, 그녀의 머리 위 허공에서 작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힘의 차이가 느껴지십니까?”
“이, 이런···…!”
강제로 무릎이 꿇린 시리우스는 레온을 비롯한 헌터들에게 대낫을 겨누고 있던 분신들에게 마나를 보내려 했다.
정말로 죽일 셈인 듯 보였기 때문이다.
나를 엿 먹였던 놈들이었기 때문에 사실 죽든 말든 별 상관은 없었지만, 굳이 귀찮은 일은 만들지 않기로 했다.
나는 ‘마석 흡수’에 의해 어느 정도 회복된 마나 상태를 바라보며, ‘신실한 자의 묵주’를 든 한쪽 손을 치켜들었다.
그 손에는 새하얀 신성력이 깃들어있었다.
“잠깐만······!”
사라에게 억눌려있던 시리우스가 내 의도를 깨닫고는 뒤늦게 소리쳤다.
나는 레온의 헌터들을 향해 신성력이 가득한 빛줄기를 쏘아냈다.
“힐링 웨이브(Healing Wave)!”
피이잉!
곧게 날아간 빛줄기에 휩쓸린 레온과 헌터들은 몸에 활력이 돌아오기 시작했는지 힘껏 분신들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죽어라! 흑마법사!”
레온의 부메랑이 가장 먼저 분신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고, 나머지 분신들도 모조리 제거되었다.
이제 이곳에 남아있는 건 무릎 꿇은 시리우스 하나뿐.
“흐흐흐흐흣.”
“이번엔 또 뭔데?”
“그래. 사실 저 헌터들이 중요한 건 아니야.”
“음?”
사라에 의해 강제로 무릎이 꿇려진 시리우스는 또다시 음흉하게 웃었다.
“지금, 시드니를 향해 몬스터 군단이 몰려오고 있어.”
“도시 주변의 몬스터라면···… 내가 어젯밤에 다 정리했는데?”
“그것들 말고, 더 바깥쪽 말이야.”
“설명해.”
“큿.”
내가 검을 조금 더 찔러 넣자, 시리우스의 목에서 핏물이 주륵 흘러나왔다.
“며칠 동안, 내 유령 분신들이 호주 중앙의 사막을 여기저기 돌아다녔어. 그리고 곳곳에 군락을 형성하고 있던 몬스터들, 그중에서 가능하면 S급인 것들로만 고르고 골라서 어그로를 쓸어주었지.”
그때 누군가와 연락을 주고받는 레온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니까 서쪽에서 몬스터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뭐? 대부분 S급? 지금 본사로 귀환하라는 말인가?”
“······.”
그 모습을 바라보던 시리우스가 광소를 지어 보였다.
“아무리 네놈이라도, 한 번에 몰려오는 그 모든 몬스터들을 아무런 피해 없이 막아내는 건 불가능할 거라고. 흐흣, 흐흐흣!”
“······.”
나는 시리우스의 목을 베어버리기 위해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손등에 돋아나는 힘줄을 본 건지, 녀석은 황급히 말을 이었다.
“기다려, 나는 네게 제안을 하고 싶어. 아직 몬스터들이 도시에 도착한 건 아니야. 지금 어그로를 끄는 유령들을 이용해 놈들의 방향을 다른 곳으로 돌려줄 수도 있다고. 그러니까 지금 그 검을 내려놓고, 내게 머리를 숙이면······.”
시리우스는 내 눈을 잠시 바라보다가 급하게 말을 바꾸었다.
“아니, 아니야. 오늘 일은 내가 너그럽게 용서해줄 테니··· 이제 그냥, 나를 보내줘. 그렇게만 해준다면······.”
시리우스가 하는 말은 무슨 말인지 충분히 이해했다.
호주의 헌터들뿐만 아니라, 그냥 호주 그 자체를 인질로 삼겠다는 의미였다.
즉, 여기서 시리우스를 헤치면 호주 또한 끝이 나고 만다.
시리우스는 내가 머뭇거리고 있다는 걸 눈치챘는지, 또다시 입꼬리를 가늘게 말아 올렸다..
“잘 생각해야 할 거야. 네가 지키고 싶은 호주가 네 결정에 달려있다고.”
시리우스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나는 확실히 무고한 호주의 시민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녀의 말에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내가 호주를 도와줄 의리는 이제 남아있지 않았다.
마침 기회가 닿아서 도와줬던 것뿐, 사실 이곳이 망하든 말든 나와 크게 관련이 없었던 것.
게다가 그 호주의 길드는 내 심기를 상당히 건드려놓기까지 한 상황.
“어차피 내가 아니었더라도 진행시킬 일이었잖아?”
“응?”
“원래 하려고 했던 일인데 이제 와서 인질인척 해봐야 뭐가 달라질까.”
“그건···…!”
시리우스는 전략적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근방의 몬스터들을 이끌고 와서 유령 군단과 함께 호주를 덮쳐왔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정말로 끝장낼 심산으로 S급 몬스터들을 위주로 몰이해온 것.
호주는 그렇게 멸망했고, 이는 미래 기억에도 있는 역사이기도 했다.
즉, 시리우스는 어차피 진행하려 했던 일과, 당장 벼랑 끝에 내몰린 자신의 알량한 목숨을 교환하려 하고 있었다.
“오로지 죽음이 목표인 자와는 평화를 이룩할 방도가 없는 법이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그러나 다음 몬스터가 쳐들어오더라도, 지금의 호주 사람들은 잘 막아낼 것이다.
왜냐하면, 역사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나는 시리우스의 눈을 보고 말했다.
“테러범과의 협상은 없다.”
시리우스를 죽이고, 다 함께 몬스터를 막아낸다.
설령 커다란 피해를 볼지라도, 호주는 망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멸망시키지 못한 재앙은 시민들과 헌터들을 더욱 질기고 강하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시리우스가 사라진 호주는 이제 호주 사람들 스스로의 손으로 구원될 것이다.
이제 슬슬 시리우스의 죽음을 확인한 뒤, 나는 퇴장할 시간이었다.
시리우스는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이를 악물고 내게 되물었다.
“정말, 정말로 망하게 한다?”
“원래 너네가 하던 일이잖아. 신경 쓰지 않겠다.
“그게 무슨······.”
“뭐가 됐든, 넌 죽어.”
나는 시리우스의 목에 살짝 들어가 있던 황혼의 끝자락에 천천히 마나를 흘려 넣었다.
“······!”
깔끔하고 매끈하게, 목을 베어서 마무리를 지을 것이다.
“이제 그만 죽어라, 시리우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고··· 아, 참, 네가 좋아하는 묘비도 세워주지.”
“죄송해요······.”
“……?”
시리우스는 눈을 감고 펑펑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두 손을 모은 채 내게 싹싹 빌기 시작했다.
“제가 잘못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