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ll Search Gets Done RAW novel - Chapter 123
124. 시리우스 (2)
약 한 시간 전.
리코시데의 길드장, 레온은 제1 타격대의 헌터들과 함께 목적지에 도착했다.
“여기가 그 고성인가. 정말로 유령이라도 나올 것처럼 생겼군.”
레온은 최근 몇 달간 상대하던 유령 몬스터들을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옆에 있던 길드원이 말했다.
“아마도 이 고성 내부에 던전이 생긴 게 아닐까 추측됩니다.”
“그래. 일단 들어가 보고 정말 유령이 있는지부터 확인해보자고.”
그렇게 레온은 자신의 길드원들과 함께 고성의 내부로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길드장님 저쪽에서 뭔가가 이쪽으로 오고 있습니다!”
“응? 설마 유령인가?”
레온은 미간을 좁힌 채 다가오는 형체를 분간했다.
그리고는 곧장 길드원들을 향해 외쳤다.
“모두 이쪽으로! 몸을 숨긴다!”
“예? 예!”
고성 정원의 가장 구석 수풀에 몸을 숨긴 레온과 일행은 다가온 자를 바라보았다.
“개구리 가면이···… 어째서 여기에?”
“어떻게 할까요?”
“제2타격대, 그놈들은 지금 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개구리 가면이 여기에 있으니 모두 본사로 귀환하라고 해라.”
“알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에서 지켜본다. 놈이 왜 여기에 왔는지, 뭘 하려고 하는 것인지 관찰부터 하는 거야.”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저건 내···… 아니, 우리 길드의 아티팩트?”
개구리 가면은 고성에 화살을 쏘아대기도 했고,
“길드장님, 저놈···… 뭐 하는 걸까요? 어째서 외벽을 저렇게 두드리는 걸까요?”
쿵! 쿵!
“혹시 개구리 가면, 땅 속성 스킬도 구사하는 마법사인가?”
“그렇다는 건, 설마 저 고성을 무너뜨리려고?”
어느순간 고성을 철거해버리기도 했다.
그리고 결국 맞닥뜨리게 된 유령의 실체.
“그동안 유령을 소환했던게 다 저 흑마법사의 짓이라는 건가?”
일반적인 영혼 계열의 흑마법사들이 소환하는 유령과는 차원이 달랐다.
개체 하나하나 낫을 휘두르는 솜씨가 결코 일반적인 유령이라고 볼 수 없었고, 심지어 모든 유령이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도 뭔가 이상했다.
흑마법사들이 소환하는 유령은 모두 묘하게 그 모습이 다르기 마련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정체가 똑같은 각성자의 짓이었다니!
꿀꺽.
레온과 헌터들은 개구리 가면과 흑마법사의 전투를 지켜봤다.
처음에는 둘이 싸우다 서로 공멸하게 되면, 두 마리 토끼를 앉아서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
그러나 전투가 지속될 수록 자신이 생각을 잘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 흑마법사도 흑마법사지만, 개구리 가면의 실력도 엄청 납니다······.”
“크라켄 방어전이나, 몬스터 토벌 의뢰 때 보여주었던 모습은 일부분에 불과했군.”
“길드장님 아무래도 저 개구리 가면···… 처음부터 유령들의 정체를 알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 어쩌면, 우리가 잘못 생각하고 있던걸 지도 모르겠군.”
레온과 헌터들은 목숨을 걸고 싸우는 개구리 가면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개구리 가면을 응원하고 있었다.
어쨌든 도망친 줄 알았던 그는 여전히 호주를 위해 싸워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진심을 다해 우리 호주를 도와주기 위해 왔던 거였어.”
개구리 가면이 개인적인 볼 일이 있어서 호주에 왔다고 했을 때에는 그저 의용 헌터로서 한탕을 노려보려고 왔나 싶었다.
실제로 호주에는 지금도 다수의 의용 헌터들이 와서 몬스터 토벌을 돕거나 방어전을 함께 치러주는 대가로 막대한 금품을 받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헌터들은 사실 이 정도로 자신의 목숨을 걸지도 않을뿐더러 몸을 사리기 마련이었다.
호주를 도와주기 위해 온 사람들이기에 겉으로 내색은 하지 못했지만 그러한 그들을 바라보며 내심 불쾌했던 적도 많았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레온은 개구리 가면을 볼 때도 그런 시각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때 이곳 성터를 메운 유령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니, 이미 깔렸었던 유령들이 실체화해서 나타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길드장님! 모습을 드러낸 유령의 수가 엄청납니다!”
“이게 도대체 몇 마리야!”
“만, 아니, 대충 십만 마리도 넘어 보입니다! 지금껏 저희가 상대해왔던 유령의 숫자는 별거 아니었어요!”
수풀 깊숙한 곳에 숨어있던 레온과 헌터들은 모두 제각기 무기를 빼 들었다.
유령들이 줄곧 구경만 하던 그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언제나 상대해왔던 그 유령들이 그저 수가 늘어난 것뿐이다! 겁먹지 마라!”
순식간에 그들을 둘러싼 수만 마리의 유령들이 일제히 떠들었다.
“이런. 쥐새끼들도 숨어있었군.”
개구리 가면의 헌터가 알지 못하는 은밀한 수풀 뒤쪽에서, 레온 일행도 갑작스러운 유령들과의 전투를 시작했다.
“유령의 수가 너무 많습니다!”
레온은 자신의 특기인 부메랑을 던졌다가 받을 수조차 없었다.
너무 빼곡하게 둘러싼 유령들에게 직접 잡고 휘두르기 바빴기 때문이다.
그리고······.
털썩.
레온과 길드원들은 수만의 유령들이 몰아치는 공격을 버텨내지 못했다.
“커허억!”
“크윽!”
“기, 길드장님······.”
낫부터 시작해서 온갖 종류의 농기구, 연장, 날붙이까지.
유령들이 휘두르는 다양한 무기에 찔리고 베여서 몸이 성한 곳이 없었다.
“이런 곳에서… 허무하게… 우리 호주의 운명이 이렇게 끝나는 건가······.”
레온과 헌터들은 피를 흘리며 주저앉아 마지막 순간을 기다렸다.
그런데 그들을 마무리하기 위해 달려오던 유령들이 갑자기 사라졌다.
“뭐지?”
“사, 살았다!”
사라졌다기보다···… 마치 환풍기를 통해 흘러나가는 연기처럼, 무언가에 빨려 들어가듯 사라져버린 수만의 유령들.
그 덕에 살긴 살았는데, 잠시 몸을 추스르는 동안 또다시 무언가가 그들의 앞에 나타났다.
개구리 가면이 싸우고 있던 흑마법사 소녀였다.
“······.”
그리고 그 수는 하나가 아니었다.
아까 그들을 둘러싼 수만의 유령들보다는 적지만··· 레온과 헌터들을 둘러싼 시리우스-분신의 수는 대략 수천은 되어 보였다.
레온과 헌터들은 그래도 아주 잠깐이나마 휴식을 취한 덕에 일어설 수 있었다.
꿀꺽.
레온은 핏물이 뚝뚝 흘러내리는 부메랑을 움켜쥐며 말했다.
“이런 상황은 예상치 못했지만, 모두 마지막까지 이런 모자란 나를 따라줘서 고맙다.”
“아닙니다, 저희야말로 길드장님이 있어서 이렇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녀석들······.”
그의 길드원들도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었다.
“호주를 위하여!”
“호주를 위하여!”
다 같이 영광스러운 구호를 외치며 그들을 덮쳐오는 시리우스-분신들과의 마지막 전투를 시작했다.
***
수만 명의 시리우스-분신 들.
그 중에서, 나는 본체의 등에 검끝을 가져다 댔다.
그것은 시리우스-분신이 아닌, 진짜 시리우스 본인이었다.
“어떻게 안거지?”
날아드는 대낫을 피하고, 분신들이 내 시야를 흩트리는 동안 시리우스의 본체가 어디에 있는지 계속 눈으로 좇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나대신 그녀의 위치를 쫓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나는 ‘전자기 시야’에 잡히는 사라의 실루엣을 바라보았다.
“땡큐, 사라!”
“후후훗.”
내가 허공에 대고 인사를 하자,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처음부터 ‘윈드 워크’를 사용한 채로 기회만 엿보고 있던 사라는 어느 순간부터 본체의 위치를 계속 추적했다.
마침내 결정적인 순간.
사라는 사막 부족의 고유 스킬, ‘고요한 바람’으로 조종하는 기류를 통해 나에게 본체의 위치를 안내했다.
그리고.
푸슛!
“크흣······.”
시리우스의 오른쪽 어깨 부근을 뚫고 지나간 시커먼 검이 그대로 뽑혀 나왔다.
급소가 아닌 것이 아쉬웠지만, 이 정도면 치명타였다.
검을 뽑아낸 상처에서는 선혈이 튀어나왔고, 나는 곧장 녀석과의 거리를 벌려야만 했다.
스스스─
“에이션트 스피릿 노바(Ancient Spirit Nova)!”
투화아아아악─!
폭발하는 잿빛 마나가 시리우스의 주변을 초토화시키며 터져나갔다.
스스스─
근처에 있던 시리우스-분신들 또한 함께 휩쓸리며 소멸했지만 개의치 않는 듯 위력을 발산했다.
“과연 알데바란을 이긴 게 헛소문이 아니었어, 개구리가면! 하지만···… 나한테는 안 돼엣!”
동시에 일대에 있는 수만 마리의 분신이 일제히 나를 향해 쇄도했다.
정말로 끝장을 볼 심산인 듯 보였다.
나는 분신들의 공격을 회피하며 ‘플레임 대쉬’와 ‘라이트닝 워프’를 번갈아 사용하며 요리조리 빠져나갔다.
그러던 중, 어느새 내 주위를 포위한 여러 마리의 영혼을 바라봤다.
비통하고 절규하는, 얼굴밖에 존재하지 않는 잿빛 영혼 수십 마리.
《흐어어어어어어어어어엉!》
《허어어어어어억!》
······.
그것들은 나를 바라보자마자 비명을 질렀고.
곧이어 잿빛에서 핑크빛으로 변하더니 삽시간에 시뻘게진 채로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이건 영혼 계열의 고티어 폭발마법.
고대의 영혼을 매개체로 심대한 폭발을 일으키는 스킬이었다.
“이런 씁······.”
그러나 당장 저 폭발의 범위에서 벗어날 여력이 없었다.
이동 스킬 ‘라이트닝 워프’나 ‘플레임 데쉬’는 길지 않은 재사용 대기 시간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찰나의 순간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미 켜져 있는 다양한 종류의 보호막들이 든든하게 나를 지켜주고 있었다.
현재 내게 둘려있는 건 ‘마나 쉴드’와 ‘디바인 쉴드’, 그리고 ‘마인드 오버 메터’.
약지에 끼워져 있는 ‘마음의 지성소’ 반지를 매만졌다.
이 반지의 효과로 항시 내 주변에 머물고 있는 희미한 푸른 커튼.
저 영혼 폭발의 피해는 100% 마법 피해이기에, 보호막을 물리 효과로 전환할 필요는 없었다.
대신, 추가적인 보호막을 펼쳤다.
“몰튼 쉘(Molten Shell)!”
꿀렁─ 꿀렁─
지속시간이 길어질수록 마나 소모량이 증가하는, 화염과 용암을 막아주는 보호막이었지만 어느 정도의 마법 피해 또한 막아준다.
“디바인 쉴드(Divine Shield)!”
피이잉!
깨져나갔던 ‘디바인 쉴드’를 재시전했다.
영혼 스킬의 상성인 신성 보호막만큼 효과적인 건 없기에.
그리고, 한 가지 보호막을 더 펼쳤다.
“스피릿 베리어(Spirit Barrier)!”
그것은 3티어의 영혼 계열 보호막.
불은 불에, 물은 물에 효과가 없듯이.
영혼은 영혼에 효과가 없는 법.
동시에, 사방에서 시리우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이션트 스피릿 디토네이트(Ancient Spirit Detonate)!”
8티어 영혼 스킬, ‘에이션트 스피릿 디토네이트’가 내 주변에서 작렬했다.
쿠화하아아아아아아아아앙···…!
고대의 영혼을 매개로 하여 폭발하는 저 스킬은 흑마법 계열의 그 어떤 스킬보다도 가장 강력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쉬이이이─!
가장 먼저 내 주변에 둘러져있는 ‘마인드 오버 매터’가 가장 먼저 폭발에 의한 피해를 흡수해나갔다.
그러나 직접적인 보호막이 아니라 항시 펼쳐져 있는 오오라 형태의 마법 피해 감소 스킬.
분명히 조금 약해지긴 했지만 ‘스피릿 디토네이트’의 초기 폭발력이 워낙 거대했기에, 거의 대부분의 데미지는 내게 그대로 쏟아져 들어왔다.
‘버텨라, 스피릿 베리어!’
나는 최근에 익힌 보호막 스킬인 ‘스피릿 베리어’를 바라봤다.
강대한 폭발력이 영혼의 보호막을 강타했다.
마치 한증막 사우나의 증기처럼, 영혼 스킬과 영혼 스킬이 만나 상쇄되며 생기는 잿빛 마나의 잔연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후우욱─!
실제로 ‘스피릿 베리어’는 동일 속성의 ‘스피릿 디토네이트’를 어느 정도 막아내고 있었다.
스스스─
그러나 7티어와 3티어라는 압도적인 격의 차이에 의해 그대로 소멸해버리고 말았다.
다음 보호막은 ‘몰튼 쉘’.
꿀렁─!
용암 보호막의 표면이 일그러지다 폭발하듯 터져나갔다.
퐈아악!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조금은 위력을 줄여주었을 것이리라.
다음 타자, ‘디바인 쉴드’가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부탁한다, ‘디바인 쉴드’. 응원할게!
‘기도(Pray)!’
피이이잉!
역상성의 보호막 스킬, ‘디바인 쉴드’가 나의 ‘기도’에 부응하여 강렬한 황금색 빛을 내뿜었다.
‘스피릿 베리어’와 마찬가지로 3티어의 신성 스킬, ‘디바인 쉴드’.
이것은 내가 ‘기도’를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에 따라서 손상된 보호막이 수복되는 효과를 지닌 보호막이었다.
핑핑핑!
‘디바인 쉴드’가 고통스러운 듯 울부짖었으나, ‘기도’에 의해 계속해서 복구되며 은근히 오랫동안 버텨주었다.
핑···…!
‘수고했다, 이제 쉬어라.’
산산이 깨져나가는 황금빛 조각들을 바라보며, 나는 다음 주자인 ‘마나 쉴드’를 바라보았다.
비록 2티어의 저티어 보호막이지만 이 보호막은 시전자의 마나통에 비례한 탱킹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언제나 국밥처럼 든든하게 나를 지켜주었던 ‘마나 쉴드’.
잿빛 폭발의 남은 위력이 결국 ‘마나 쉴드’와 충돌했다.
스확─!
여차하면 마나가 뭉텅 깎여나갈 것을 우려해 ‘마나 쉴드’를 해제하여 ‘흑요화’를 사용하며 몸으로 받아낼 준비를 하였지만 그럴 것 까지도 없었다.
‘디바인 쉴드’ 필터까지 지나치며 갈려져버린 녀석의 스킬은 이미 너덜너덜 걸레짝이 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스스스스스스스─
내 주위는 완전히 초토화가 되어있었고, 엄청난 잿빛 폭연에 의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내 주위에 몰려있던 수백, 수천의 시리우스-분신들도 폭발에 휘말려 사라져버린 듯, 그저 고요하기만 할 뿐이었다.
나는 고유 스킬 ‘고요한 바람’을 통해 기류를 조작하며 뿌연 연기를 조금씩 걷어냈다.
“불쌍하네, 개구리 가면의 헌터.”
그때 연기 너머에서부터 시리우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위기에 빠진 호주를 구하기 위해 구원자를 자처하였으나. 도리어 호주의 적이 되어버렸지.”
아직도 연무의 바깥에는 수만 명의 시리우스-분신이 있는 모양인지 그 목소리는 사방에서 정신없이 울려댔다.
“진짜 호주의 적은 바로 여기에 있는데 말이야. 하하핫!”
나는 ‘전자기적 시야’를 통해 엄청난 수의 분신들이 대낫을 들고 쇄도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그러나 폭발의 범위가 워낙 넓어서, 분신들이 나에게 달려드는 데에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촤자작!
“전자기 비행(Electromagnetic Flight)!”
나는 뿌연 연무를 놔두고는 그대로 하늘로 치솟아 올라갔다.
‘이곳에서 처음 나를 마주했을 때 시리우스가 만들어낸 유령 분신은 수십만 마리.’
그러나 지금은 고작해야 몇 만이다.
아까 전에 시리우스의 본체를 찔렀을 때 알 수 있었다.
‘초월한 영혼’의 지속시간은 아직 남아있었지만, 그 와중에 녀석의 생명력은 이제 한계에 달한 듯 보였다.
녀석의 눈코입, 그리고 나에게 찔린 상처에서 흐르는 핏물이 멈추지 않고 있었던 것.
그것은 바로 썩 좋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분명 제대로 지혈을 하고 쉬어주지 않으면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일 터.
그래서일까? 녀석은 더 이상의 분신을 늘리지 않고 있었다.
녀석의 고유 스킬, ‘영혼 분리’는 사용할 때마다 작지만, 일정량의 생명력을 소모하기 때문이다.
‘이대로 마무리를 짓는다.’
반면 아끼고 아낀 나의 마나통은 아직도 넉넉한 상태.
게다가 바지 뒷주머니에 꽂혀있는 마석을 통해 ‘마석 흡수’를 지속적으로 사용해주고 있었다.
이제 본격적인 화력투사를 시작할 시간이었다.
푸확!
짙은 연무를 뚫고 상공으로 올라오자, 성터 곳곳에 있던 수만 명의 시리우스-분신이 폭발로 인한 잿빛 연무 속으로 개미떼처럼 몰려드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를 발견한 모든 시리우스의 분신들이 일제히 놀란 듯 외쳤다.
“설마, 그걸 버텨냈다고?”
동시에 모든 분신들의 방향이 하늘로 솟구친 나에게로 향했다.
나는 그것들에게 왼쪽 손바닥을 쫙 펼쳤다.
스스스─
손바닥 중앙에는 진녹색 독기가 모여들고 있었다.
“독 안개(Poison Fog)!”
솨아아─
나를 향해 쇄도하는 분신들을 향해 진녹색 맹독성 안개가 한차례 휩쓸고 지나갔다.
“역시 몰이사냥에는 독이지.”
시리우스가 유령 분신을 사용할 때에는 독이 통하지 않기에 봉인해두었으나, 지금 녀석이 사용하고 있는 건 그냥 분신이었다.
내가 ‘영혼 강탈자’로 유령들을 빨아먹자 사용한 보통 분신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유령이 아니기에 독 공격에 영향을 받게 된다.
독에 휩쓸리는 분신들이 일제히 내 욕을 시작했다.
“비열하게··· 독까지 사용하다니···…!”
기본적으로 본체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분신은 내구성이 약하다.
그런 것들을 쓸어버릴 때에는 역시 독만 한 것이 없었다.
아쉬운 점은 내 독 스킬의 경지가 아직 꽤 낮다는 것.
하지만 독은 거들 뿐. 메인이 아니었다.
“극찬 고맙다, 시리우스.”
나는 곧이어 ‘벼락의 지휘자’를 아래로 내리꽂았다.
쿵!
허공이었지만, 마치 바닥이 있는 것처럼 소리가 났다.
반듯하게 세워진 창대의 아랫부분을 중심으로 마법적인 문양이 나타났다.
치직─
“폭풍의 합창(Choir of the Storm)!”
투확!
문양의 크기는 순식간에 커지며 이곳 성터 전체를 커버할 정도로 커졌다.
쿠릉─
범위의 상공에는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검은 먹구름이 생겨났고,
치지지지지직─
내가 들어 올린 ‘벼락의 지휘자’의 창끝에 먹구름으로부터 수백 줄기의 벼락이 모여들었다.
흡사 피라미드를 쌓아 올리는 모양새로 나를 향해 솟구쳐 올라오는 수많은 시리우스의 분신들.
나는 끝없이 올라오는 분신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걸로 끝이다, 시리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