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ll Search Gets Done RAW novel - Chapter 170
171. 선전포고 (2)
상자를 열었다.
그 속에는 마치 용암으로 되어있는 듯한 색상의 식물이 작렬하는듯한 붉은 꽃을 피운 채 용암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그것은 이전에 일본에서 잡은 SS급 몬스터, ‘라바 웜’의 뱃속에서 찾아낸 식물, ‘붉은 꿈’.
당시 김정수에게 어떻게 먹을 수 있는 방법으로 가공해달라는 의외를 맡겼었는데, 최근 완전히 가공을 끝마쳤다며 완성품을 전달받았다.
그런데 막상 받아보니, 그것은 가공되어있지 않은 상태. 즉, 생물 그 자체였다.
“뭔가 엑기스라도 뽑아서 보내주지 않을까 했는데.”
나는 집게손가락으로 꽃받침을 조심스럽게 잡은 뒤, 천천히 들어 올렸다.
다만, 처음 봤을 때에는 봉오리 상태로 있었던 것이, 지금은 완전히 만개한 상태.
이전에는 작은 불꽃과 비슷한 모양이었다면, 지금은 완전히 개화하여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과도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설마 가공방법을 모르겠다고, 그냥 키워서 보내줄 줄이야.”
용암 속에서 자라는 식물에게 끓는 물을 줬는지, 용암을 줬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무엇을 주었든 간에, 식물에게 물을 주는 행위는 그의 고유 스킬, ‘잠재력 양조’의 범위에 포함되어있었을 것이다.
김정수가 상자에 함께 동봉해서 보내준 감정 결과서는 이미 읽어보았다.
그 내용에는 섭취 방법에 대해서도 적혀있었는데, 별다른 가공 없이 생으로 씹어 먹으라는 내용이었다.
이것은 귀한 식물. 섭취 전에, 그 내용이 맞는지 한 번 더 확인해보기로 했다.
들고 있던 꽃에 조심스레 마나를 흘려 넣었다.
“감정(Identifi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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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악몽(The Red Nightmare)
설명 :
용암을 먹고사는 생물의 몸속에 피어나는 꽃
완전히 개화함
섭취 시 고유 스킬 습득
섭취 시 하위 스킬에 관계없이 7티어 습득
섭취 시 화염 저항력 다섯 단계 상승
생장환경이 달라질 경우 곧바로 시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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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악몽’이라는 이름의 꽃.
먹으면 화염 저항력이 다섯 단계나 상승하고 고유 스킬과 더불어, 일반 스킬까지 얻을 수 있게 해주는, 그야말로 영양 만점…… 아니, 백만 점짜리 식물이었다.
“현재 나의 고유 스킬은 총 다섯 개.”
‘검토’, ‘마석 흡수’, ‘독 확산’, ‘흑요화’ 그리고 가장 최근에 얻게 된 ‘천둥의 심장’까지.
“거기에 ‘화염의 심장’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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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의 심장(Heart of Fire)
설명 :
화염 스킬의 범위와 위력 100% 증가
화염 스킬의 피해가 저항력의 25%를 관통
화염 스킬에 사용된 마나의 10%가 로 전환.
화염 스킬 사용 시 일정시간 동안 화염 저항력 다섯 단계 상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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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검색’으로 띄워놓은 설명창을 확인했다.
“이건, 로드리고 어르신과 합체하면서 익힌 ‘천둥의 심장’과 상당히 흡사하군.”
화염 스킬을 강화시켜주고, 마나 쉴드 충전에 일시적 저항력 상승 옵션까지.
이런 옵션을 타고난 헌터라면, 설령 본인이 하기 싫다 하더라도 화염의 마법사로 성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7티어의 ‘화염화’.
“화염화,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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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화(Pyrofication) – 7티어
설명 :
화염이 됨
모든 화염 스킬의 위력, 범위 3배 상승
모든 물리 공격을 무시
마법 저항력 상승
화염 속성의 스킬 피격 시 생명력과 마나로 흡수
시전 시 지속적으로 마나 소모
맨손, 완드, 오브, 지팡이로만 사용 가능.
요구 제한 :
레벨 85 이상
마력 A+ 이상
화염 저항력 S 이상
마나 친화력 C 이상
선행 스킬 :
[습득하기 : 불가능, 선행 스킬을 만족해야 합니다.]────────────────
이것은 내가 사용하는 7티어 전격 스킬의 ‘전인화’와 매치되는 스킬이었다.
쉽게 말해 ‘전인화’의 화염 버전이라 말할 수 있었다.
현재 내가 익힌 가장 높은 화염 스킬은 6티어의 ‘브레스 오브 파이어’.
“현재의 내 수준에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이긴 한데.”
레벨과 요구제한은 적합했다.
그러나 이 스킬에 요구되는 선행 스킬은 한 개도 습득하지 못한 상태.
“이 중 바로 익힐 수 있는 건…… 6티어 ‘화염의 날개’ 뿐인가.”
나머지 ‘재의 낙인’이나 ‘화염 폭풍’은 조금 더 복잡한 구조의 하위 스킬들이 존재했기에, 이것까지 익히려면 스킬 포인트가 대충 열 몇 개는 더 필요해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 없이도, 7티어의 ‘화염화’를 익히고 사용할 수 있다…….”
이것은 썩 나쁘지 않은 개이득이라고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이 스킬을 사용한다면, ‘빛 제물의 춤’으로 부터 되돌아오는 화염 피해를 상쇄할 수 있었다.
“고유 스킬과 일반 스킬을 동시에 익힐 수 있게 해주는 식료품은, 난생처음이야.”
둘 중 하나를 얻게 해주는 식료품은 아주 가끔 화자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두 개의 스킬을 한 번에 얻을 수 있게 해주는 건 현생에서도, 미래 기억 속에서도 단 한 번도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내 눈앞에 있으니.”
던전이란 현재도, 미래에도 미스터리한 장소였다.
인류는 그 너머의 세상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했다.
그것은 이 식물 또한 마찬가지.
원래는 잡히지 않고 사라져버린 SS급 몬스터, ‘라바 웜’의 뱃속에서 캐온 식물이다.
‘감정’을 해본 것도 내가 최초였고, 먹어보는 것도 내가 최초이리라.
애초에 이런 것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결코 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을 것이다.
문득 덮개에 붙어있던 메모지가 눈에 띄었다.
단약사, 김정수가 직접 휘갈겨 써놓은 글씨였다.
※ 주의사항 : 덮개를 오래 열어두지 마시오. 용암이 식으면 곧바로 꽃이 시들 수 있음.
“이크.”
그 메모를 읽자마자 나는 곧장 상자를 닫으려 했다.
과연 꽃이 시든다고 해서 막대한 영양학적인 효과가 사라지는 것인지는 확인할 방법은 없었지만.
무릇 어떤 음식이든 가장 싱싱할 때 먹어야 하는 법.
특히 이 꽃의 경우, 싱싱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유통기한이 매우 짧았다.
뚜껑을 얼마나 열어두었다고 벌써 용암은 끈적끈적하게 굳어가고 있었고, 이글거리던 꽃잎의 생기가 살짝 약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덮개를 닫지 않았다.
어차피 내가 잠시 상념에 잠겨있는 동안, 상자 내부의 열기가 상당량 빠져나간 상태였다.
이대로 닫더라도 선도가 떨어진 것은 복구되지 않을 터.
“이 정도면 레스팅은 끝난 것 같으니. 슬슬 먹어볼까?”
쫘악! 우지끈!
끈끈해진 용암에 내리고 있던 ‘붉은 악몽’의 뿌리가 통째로 뽑혀 나왔다.
용암을 완전히 털어낸 뒤, 뿌리와 줄기 그리고 꽃잎을 접어서 한입에 넣기 좋은 모양으로 만들었다.
식물 전체에서 모락모락 올라오는 열기가 여전히 뜨거워 보였으나, 타이밍은 지금이었다.
“찍어 먹을 꿀이라도 있으면 좋겠는데.”
문득 용암 상자에 함께 동봉되어있던 숨은 상자 하나를 발견했다.
“이건?”
그곳에는 몇 가지 일회용 소스가 별첨되어있었는데, 캐찹, 허니머스타드 그리고 꿀이었다.
단약사, 김정수의 세심함에 살짝 감동을 받고는, 나는 ‘붉은 악몽’을 통째로 입에 털어 넣었다.
순간 배에서 엄청난 열기가 느껴졌고…….
“우읍!”
이건 마치, 언젠가 ‘흑요어’의 심장을 생으로 섭취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크윽!”
제자리에 서있을 수 없었던 나는 그 자리에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콰아아아앙!
내가 서 있던 헌터협회 본사의 최상층 한 구석이 폭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경계해라!”
“괴한의 습격을 대비해라!”
“적은 궁수라고 알려졌다, 탱커들은 미리 방어 스킬을 시전한다!”
빨리도 왔군.
이제 이곳에는 아티팩트도, 카펠라도 남지 않았다.
대신 죽은 칼라미티의 요원들과 아티팩트를 옮기기 위해 가지고 왔던 박살 난 토템들.
그리고 기절한 염제만이 존재했다.
나의 경우는…….
“윈드 워크(Wind Walk).”
스르륵─
복통이 너무 심해서, 바로는 움직이기가 어려웠기에.
일단 몸을 숨긴 채로 백악관 쪽을 바라봤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나중에 먹을 걸…….”
지면 아래로 나와 같이 ‘윈드 워크’를 사용한 채 백악관을 향해 달려가는 사라와 열 명의 암살자들이 보였다.
고통이 진정 되는대로, 나 또한 곧장 저곳을 향해 날아갈 것이다.
그 순간, 메시지 창 하나가 떠올랐다.
[레벨이 올랐습니다.]“응?”
SS급 힐러이자 궁수, 카펠라와의 격한 전투로 인해 경험치가 상당히 올라와 있던 상황이긴 했다.
그런데 지금 섭취한 이 식물을 소화시키는 것도 경험치로 간주되었던 걸까?
해당 메시지창을 내리자, 또다시 세 개의 메시지창이 연달아 떠올랐다.
[화염 저항력 스탯이 상승하셨습니다. A] [을 습득하셨습니다.] [을 습득하셨습니다.]***
백악관 서쪽 별관을 지칭하는 별칭인 웨스트 윙.
그 입구의 바깥쪽에는 수많은 헌터들이 뒤엉켜 전쟁을 방불케 하는 전투를 이어가고 있었고,
반면 입구의 안쪽은 고요했다.
그리고, 1층의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한 대통령 집무실, 오벌 오피스.
평상시에도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장소였기에, 수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모습은 그리 이상하게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평상시와 같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오랫동안 백악관의 경호를 담당해왔던 헤게모니 길드의 헌터들이었다.
오늘부로 자신들이 해오던 임무를 버리기로 한 그들은 대신 칼라미티의 임무를 수행하기로 했다.
“이걸…… 나보고, 읽으라는 건가?”
미합중국의 대통령은 결단의 책상 앞에 앉아, 침통한 얼굴을 했다.
그의 목에 들어와 있는 것은 자신의 전담 경호원이 겨눈 칼날이었다.
“왜요? 못 읽겠나요?”
대통령의 두 손은 강제로 쥐어진 연설문을 붙잡은 채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괜히 시간 끌지 말고 서둘러 낭독 하시는 게 어때요?”
“오늘부터 미국은 칼라미티에게 복속되며 칼라미티의 명령을 따른다. 국제 헌터 협회 또한 해체될 것이며, 삼십 분 내로 이에 동의하지 않는 국가들은 이 자리에서 사라질 것이다. 별 내용 없잖아요?”
그의 책상의 앞으로 또각또각 걸어온 카펠라는 부드럽게 상체를 숙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나는 우리의 헌법을 준수하고 보전하며 수호하는 미합중국의 대통령이다. 그런 내가 어찌 전 세계인의 앞에서 이러한 내용의 글을 읽을 수 있겠는가.”
“그래요?”
그때 집무실의 동쪽 문을 통해 아이를 안은 여성이 끌려들어 왔다.
“미안해요, 여보!”
“꺄아아악!”
오금을 걷어차여 강제로 무릎 꿇고 주저앉은 아녀자에게 한 명의 헌터가 다가갔다.
“내 아내와 딸에게는 손대지 마시오!”
카펠라는 책상에서 멀어지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별거 아닌 일로 가족을 잃고 싶나요?”
스컹!
그 순간 아이를 안고 있던 대통령 아내의 등에서 피 분수가 터져 나왔다.
기절하듯 쓰러져버린 아내를 바라보며, 대통령이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이곳에 대통령을 도와줄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대통령에게 생긴 변고를 해결하기 위해 몰려온 외부 세력들은 모두 웨스트 윙의 바깥에서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있었지만, 이곳 내부에는 모두 칼라미티라는 미증유의 집단에 소속된 헌터들밖에 없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힐러랍니다?”
카펠라가 부드럽게 손짓을 하자, 대통령 아내의 등에 패인 깊은 상처가 천천히 아물어갔다.
“으읏, 윽…….”
“어째서 이런 짓을!”
신음을 하며 깨어나는 대통령 아내는 울다가 탈진한 딸의 손을 잡으며 간신히 일어났다.
“그래서 한 사람을, 계속해서 죽이는 일 또한 가능하답니다.”
스컹!
또다시 한가득 튀어 오른 핏물은 새하얀 벽면에 붉게 흩뿌려졌다.
“그만둬!”
살리고 죽이고, 살리고 죽이고.
대통령의 아내는 깨어났다가 기절했다가를 계속해서 반복했다.
“읽을게. 읽을 테니, 제발 내 아내를……!”
“슬슬 그냥 다 죽이고 직접 연설문을 읽어야 하나 고민하던 참이었는데. 그래도 대통령 본인이 읽어주는 편이 더 좋겠죠.”
“…….”
“자, 해봐요.”
그 말과 함께 피가 낭자하던 살육이 멈췄고, 대통령은 연설문을 들고 입을 열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우리 선조들의 희생을 기리는 마음으로, 여러분들이 제게 보내주신 신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우리 앞에 놓여진 책무를 겸허히 생각하는 마음으로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습니다…….”
대통령은 그렇게 칼라미티에서 준비한 연설문을 읽어나가기 시작했고, 20억 명을 돌파했던 이 방송의 실시간 시청자수는 어느새 30만 명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실상 전 인류가 바라보고 있는 방송이나 마찬가지인 셈이었다.
“오늘로 하여금, 저를 포함한 우리 미국 전체는 신인류를 위한 새로운 단일국가를 건설하기 위해 모인 조직, 칼라미티의 의지를 이어나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금 이 시간 부로 미국은 헌터협회와 미국 모든 길드의 폐쇄를 결정했고, 신인류의 앞길을 밝혀나갈 칼라미티의 신세계 건국에 적극 협조하겠다. 그리고 구인류는 도태된 존재로서 진보된 인간인 신인류를 위해서 살아갈 것을…….”
연설을 이어가던 미국 대통령은, 문득 하던 말을 멈췄다.
“……?”
카메라가 아닌, 카메라의 너머를 노려봤다.
그곳에 흐릿한 여성의 인영(人影)이 잠깐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리고 방금 그녀가 보낸 것은, 윙크가 분명했다.
순간 카펠라의 눈초리가 가늘어짐을 눈치챈 대통령은 갑자기 사례가 들린 사람처럼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콜록! 콜록!”
“뭐하시는 거죠?”
“지금까지 했던 연설 중 가장 힘든 연설이라, 조금 이해해주시오. 잠깐 물 좀 마시고 계속 이어갈 테니…….”
“쓸데없는 수작은 부리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아무런 의미가 없을 테니까요.”
카펠라는 마치 뭔가가 이 상황을 방해하러 올 수도 있다는 것처럼, 창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 창문에 비치는 건, 백악관 웨스트 윙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에 위치한 헌터 협회 본사였다.
“그리고 지금 보는 페이지까지만 읽고 끝내세요. 슬슬 시간이 부족할 듯 보이니까.”
“알겠네…….”
그리고 그때였다.
와장창! 콰콰콰쾅!
“……?”
갑자기 위쪽에서부터 들려온 요란한 소음에 카펠라는 천장을 노려봤다.
“끈질기네요.”
웨스트 윙 입구 앞의 너른 광장에는 그녀의 수하들이 미국 대통령을 구하러 온 수많은 길드의 헌터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곳 건물의 주변에도 그녀의 수하들이 쫘악 깔려서 경계하고 있었을 터.
지금 이 소음은…… 한세훈, 그자가 스스로를 얼린 얼음덩어리에서 빠져나온 뒤, 자신을 방해하러 날아왔다는 의미.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 격의 차이를 모르는 걸까요?”
펄럭─
카펠라의 등 뒤에 새하얀 신성력의 날개가 솟아났다.
동시에 그녀가 쥔 활, ‘아우룸보락스’가 금빛 광채를 내뿜었다.
그리고 그녀는 이전에 한세훈을 마음껏 농락했던, 그녀의 고유 스킬을 다시 한 번 사용하려 마나와 신성력을 최대한 끌어올렸다.
재사용 대기시간은 끝났다.
칼라미티의 선전포고가 담긴 연설문의 낭독은 원래 예정되어있던 일이긴 했지만, 사실 큰 관심이 없었다.
카펠라에게 있어서는 그저, 한세훈. 그 자가 이 자리에 다시 나타나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자라면 분명히 끝까지 자신을 방해하기 위해 쫓아올 테니.
“컨시크레이티드 렐름(Consecrated Realm)!”
그녀의 몸에서 신성력이 폭발하며, 주위의 모습이 황금빛 광채에 휩싸여가기 시작할 때 즈음이었다.
쐐애애액!
“……!”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에, 카펠라는 황급히 몸을 틀수밖에 없었다.
콰아아앙!
한 발의 화살과, 그 뒤를 따르는 두 발의 고농도 마력 화살. 저건…… ‘아케인 애로우’.
그건 그렇고, 어떻게 그 활이 벽 너머에서 갑자기, 설마?
쐐애액! 쐐애액! 쐐애액!
“감히!”
계속해서 날아드는 연이은 화살에, 그녀는 자신의 고유 스킬, ‘컨시크레이티드 렐름’의 캐스팅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스컹─ 서컹!
“꺼흐윽!”
“억!”
“끄윽!”
그녀가 황급히 주변을 돌아보자 오벌 오피스에 서있던 요원들이 연이어 쓰러져나갔다.
그리고…….
결단의 책상에는 대통령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책상 위에 놓여있던 붉은 버튼, 핵무기를 발사하기 위한 스위치 또한 사라져있었다.
콰아아아아아앙!
천장에서 들려오던 요란한 소음은 더욱 커져갔고.
스스스스스─
오벌 오피스의 천장에 매달린 황금빛 샹들리에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녹아?”
와장창!!
카펠라의 정수리 바로 위쪽의 천장이 박살나며 그녀가 기다렸던 사람이 떨어져 내렸다.
“나 많이 기다렸지?”
그의 등에는 거대한 화염의 날개가 펄럭였고, 그의 몸은 화염으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주변으로는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화염과 전류의 파장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뻗어 나오고 있었다.
카펠라는 반사적으로 그녀의 티아라에 달려있는 이동 스킬을 펼치기 위해 마나를 끌어 올렸다.
“빛의 길(Light Path)…… 읏!”
그러나 그녀의 캐스팅은 이어질 수 없었다.
치지직! 화르르륵!
그녀를 덮쳐온 화염과 전격 속성의 파동에, 차마 몸을 가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잠, 깐만, 크흣…….”
카펠라는 자신을 향해 주먹을 내뻗으며 떨어져 내리는 한세훈의 이글거리는 눈빛을, 황망한 시선으로 올려다보았다.
“카펠라. 이제 죽을 시간이다.”
그리고 백악관의 서쪽 별관, 웨스트 윙에서 전기와 화염으로 이루어진 파멸의 대폭발이 터져 나왔다.
콰아아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