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ll Search Gets Done RAW novel - Chapter 207
208. 탐색자 (3)
미래 기억 상, 안인식은 ‘탐색가’라는 이명으로 불리웠다.
그도 그럴 것이 그에게는 ‘감시자의 눈’이라는 고유 스킬이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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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자의 눈(Watcher’s Eye)
보이지 않는 제 3의 눈을 가짐.
탐지 계열 스킬을 이용한 기본적인 인식 범위와 정확성이 증가함
탐지 계열 스킬의 사용을 지속할 시 범위와 정확성이 계속해서 증가함
탐지 계열 스킬의 사용을 지속할 시 마나가 지속적으로 소모됨
요구 제한 :
레벨 1 이상
마력 F 이상
선행 스킬 :
–
[습득하기]────────────────
이것은 그가 탐지 계열 헌터의 길을 걷게 해주었고, 그가 던전 탐지 레이더를 만들어 그 이름을 세계에 알리게 만들어준. 그 밑바탕이 된 고유 스킬이었다.
독특하게도 탐지 계열의 스킬을 대폭 강화시켜주는, 그의 스킬은 특별했고 한때 학회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설마 봉인이 풀린 탐색자가 이쪽 세계로 건너올 거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어.’
그는 봉인자가 죽으면서 그가 봉인해놓았던 위압자가 자신에게 걸린 영겁의 속박으로부터 해방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저 너머 세계의 탑 꼭대기에 묶여있던 탐색자 또한 마찬가지였을 터.
‘자신과 상성이 맞는 인간은 분명히 나밖에 없다고 했었지만…….’
아마도 그것이 아주 정확한 말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생각해보면 안인식 또한 탐색자가 기생하기에 나쁘지 않을 인간이었다.
애초에 탐지 계열의 스킬 자체의 기본적인 의의는 무언가를 알아내고자 함에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탐색자의 힘의 근원이 된다고 하는 전지력. 즉, 모든 것을 아는 힘과, 사실상 일맥상통한다고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대속자여. 너는 어깨에 지어진 무거운 속죄의 의무를 훌륭하게 완수하였다.”
안인식에게 완전히 기생한 탐색자의 목소리는, 더 이상 갈라지는 듣기 싫은 목소리가 아니라, 안인식의 것과 완전히 동기화가 된 듯한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다만 안인식의 눈이 일전의 동공 없는 탐색자의 눈과 거의 흡사한 상태가 되었다.
“도대체 뭔 속죄인지는 아직도 이해도, 납득도 잘 가지는 않지만…… 아무튼, 그쪽이 이양해주신 힘 덕분에 무사히 끝낼 수 있었습니다.”
탐색자는 내가 지닌 힘의 근원이 되는 자이며, 동시에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전능한 존재이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그에게 별다른 악의가 보이지 않아서, 그다지 적대할 이유가 없었는데…….
지금은 그 분위기가 조금은 다르다는 것을 나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조금은 아쉽구나.”
“뭐가 말씀이시죠?”
“마침내 영겁의 봉인에서 풀려났고, 낡은 육신에서 벗어나 새로운 육신을 얻었다. 하지만 이 육신은 내가 머물기에는 완전히 적합한 성질을 지니고 있지 않다.”
“그 사람은 당신의 새로운 육신이 아니라, 제 지인입니다만?”
“이 육신에는 오래 머물 생각이 없다.”
“그럼 도로 나가시죠. 제 친한 지인에게 그렇게 기생 되어있으신 모습이, 조금 불쾌합니다.”
“금방 나갈 것이다. 그저 잠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 육신을 빌린 것뿐이니.”
그런 거라면 다행이었다.
잠시 말 좀 하려고 머무는 거라면, 그때까지 안인식의 몸을 빌려줘도 큰 상관은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안인식의 몸을 빌리면서까지 이 세계에 나타난 것일까?
오랜만에 자유를 얻은 김에 여기저기 쏘다니다가 잠시 들린 것뿐이면 좋을 텐데.
왠지 모르게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등골을 타고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나는 그것을 간신히 숨기며, 태연히 그에게 되물었다.
“그런데, 저쪽 세계의 그 무너져가던 첨탑이 집 아니신지? 아니면 굳이 이쪽 세계에 오셔서 하시고 싶은 말씀이라도 있으신 것인지?”
“그렇다. 너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어서, 잠시 이 자의 육신을 빌린 것이다.”
“어떤 말을……?”
탐색자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어서 말을 내뱉었다.
“내게서 이양 받은 40%의 힘.”
꿀꺽.
나는 긴장을 유지하며 그가 뱉어내는 나머지 말을 마저 들었다.
“도로 가져가도록 하겠다.”
들려서는 안 되는 말이, 그러나 내심 예상하고 있던 말이 탐색자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이 힘을…… 다시 가져가신다고? 그냥 가만히 있으면 이양해주신 힘을 알아서 뺏어갈 수 있으신지요?”
“그렇다.”
“아아, 그렇군요.”
진작에 혹시 모를 경우의 수는 이미 모두 생각해놓고 있었다.
‘언젠간 이렇게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본래의 내 모습은 일개 F급 사무직 헌터였으며, 미래 기억 상 사무직 계열 헌터로써 올라갈 수 있는 최고직인 사무장까지 올라가 보았던 것이 나의 전부이자 진짜 모습이었다.
그러한 나에게 ‘스킬 검색’이라는 힘은 과분했다.
원래 내 것이 아니었던 힘은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그 덕분에 많은 것을 얻었어.’
엄청난 부를 손에 쥐어보기도 했고, 분에 차는 명예. 그리고 나 같은 것과는 어울리지 않을, 수많은 영웅적인 헌터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래.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아니한가.
이제 와서 이러한 힘이 사라진다고 해도, 아쉬울 것은 없었다.
세상을 위협하던 칼라미티도 사라졌고, 비로소 평화의 시대가 찾아왔다.
남은 여생은 예전처럼 접수원으로 돌아가도 좋고, 벌어놓은 돈으로 살아도 나쁘지 않을 듯 싶기도 했으며 친해진 여러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도, 충분히 즐거운 삶이 되지 않을까?
“우선, 네가 입고 있는 ‘덧없는 자의 의복’을 벗도록 하여라.”
“이 옷을 말입니까?”
“그래야, 내가 너의 몸에 들어갈 수 있으니.”
“혹시, 힘을 도로 가져가시려면…… 제 몸에 들어오셔야 하는 겁니까?”
“그렇다.”
“…….”
가능하면 좋게 생각하려 했다.
– 주인님, 아무래도 이건 이상해요. 저자가 굳이 주인님의 몸에 들어와야 할 이유가 없지 않아요?
그러나 본능이 시끄럽게 울려대는 경종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고, 이윽고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로 바뀌어있었다.
‘시리.’
– 네!
‘김정수 어르신이 가져간 정수 봉다리. 당장 그거 빼앗고, 유령화해서 숨겨놔.’
– 알겠어요, 그런데 그건 왜요?
그때 탐색자에게 기생한 안인식이 내 코앞까지 다가왔다.
“일족의 권능이 담긴 정수를 아스트랄 차원에 숨겨놓으려는 것인가. 무의미하다.”
“아스트랄 차원?”
“유계. 미물을 위해 더욱더 쉽게 말하자면 죽은 자들이 머무르는 기저 차원을 의미하는바.”
탐색자가 일족의 권능이 담긴 정수라고 표현한 것은 역시 열아홉의 덧없는 자를 조지고 얻어낸 정수를 의미하는 것일 터.
놈은 그것을 내가 유령화시켜서 숨겨놓으려는 것까지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다는 말은 놈은 그 정수들을 원하고 있다는 말이 되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시리우스에게 말했다.
‘저 새끼, 나를 잡아먹은 다음, 그것들까지 다 처먹으려는 생각이야.’
– 그럴 수가……!
그때였다.
펄럭!
놈은 곧 내가 입고 있는 ‘덧없는 자의 의복’의 옷깃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나직이 말을 뱉었다.
“벗어라.”
탁.
나는 곧장 안인식의 손을 붙잡아서 뿌리쳤다.
“지금 이게 무슨 짓이신지?”
“대속자여. 너의 의무는 끝났다. 그리고 지금 이것은 너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주려는 것이다.”
“새로운 삶의 기회?”
“나는 이제 신이 될 것이다.”
“허허. 이놈이고 저놈이고.”
지금까지 만났던 적들은 하나같이 신이 어쩌고, 주절주절 대는 게 특기였는데.
엄청난 권능을 지닌 탐색자 또한 비슷한 소리를 지껄이고 있었다.
하긴…… 그래도 이 새끼야말로 진짜로 ‘신’이라는 말에 가장 근접해있을지 모르는, 어쩌면 정말로 진짜 신이 아닐까 싶을 존재가 아닐까 싶긴 했다.
그런 그가 계속해서 뇌까렸다.
“차원을 떠돌며 의미 없이 문명과 세상을 파괴하고 잡아먹을 뿐인 저급한 존재에서 벗어나, 나는 창조와 형성 그리고 조율을 수행하는 이 세계의 진정한 신이 될 것이니.”
안인식의 몸에서 다시금 새하얀 광채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탐색자가 처음 그에게 빙의할 때 내뿜었던, 강렬한 빛이었다.
“그러한 나의 일부분이 되는 것을 허하도록 하겠다. 거부하지 마라. 이것은 일개 미물이 좋고 싫음이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니!”
투화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나는 곧바로 탐색자에게서 떨어져 모두에게 외쳤다.
“모두 도망쳐어!!”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엄청난 위력의 충격파가 주변으로 번져나가며 일대를 휩쓸었다.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탐색자는 지금까지의 덧없는 자들이 했던 것과 같이 지구를 농장화한다느니, 그러한 것에는 별다른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다.
지금 놈의 관심사는 오직…….
《무의미한 도주를 멈춰라 대속자여.》
나는 빛의 속도로 지구의 대기권 밖으로 치솟아 올라갔다.
그리고 안인식에게 빙의한 탐색자 또한 뒤처지지 않고 바짝 쫓아왔다.
《무의미하고 또 무의미하다. 거부하지 말고 순순히 받아들여라. 그 부질없는 미물인 너에게 있어서 내가 제안하는 기회는 천금과도 같은 것이니.》
저 멀리 아름답고 푸르며 한편으로는 창백하기도 한 지구가 선명하게 보였다.
아마도 이 정도면, 저곳의 사람들에게 이 싸움의 여파가 전해지지는 않을 것이리라.
‘나에게 있는 40%의 힘으로 60%의 힘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탐색자의 모습을 노려봤다.
그의 모습은, 원래 안인식이 가지고 있었던 육신의 형상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마치 다른 덧없는 자들이 본체의 모습을 드러냈을 때처럼.
탐색자는 안인식의 몸으로는 여전히 뭔가 부족하다는 듯, 본체의 일부를 바깥으로 빼놓고 있었다.
이건 흡사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고 있는 모습과도 비슷하게 보였다.
– 주인님, 탐색자가 했던 말을 다시 한 번 되짚어봤어요. 그는 아마도 주인님께 40%의 힘을 이양해주는 과정에서, 많은 힘을 소모했을 거예요.
‘역시 그렇겠지?’
– 확실해요. 아까부터 탐색자의 태도가 미적지근한 것도 그렇구요!
그랬다.
시리우스의 말은 일리가 있었고, 나 또한 그 사실에 동의했다.
어쩌면, 해볼 만 할지도 모른다.
지구가 보이는 시커먼 우주의 한복판에서, 나는 탐색자를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후달리냐?”
만약 진짜로 나를 압도할 수 있는 자였다면, 마치 어린애 손목 비틀듯, 닭 모가지를 잡아 꺾어버리듯. 한 번에 제압해버리고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을 진행해나갔을 것이다.
하지만 놈은 여전히 덤벼들지 않은 채, 마치 시합 전에 신경전을 펼치는 격투기 선수마냥 그저 나를 살펴보고 있었다.
《어쭙잖은 도발이로다.》
“후달리니까 그러고 있는 거지.”
《미물이여. 어떻게 하면 나의 새로운 육신에 손상이 가지 않게 제압할 수 있을지 탐색하는 중이었다.》
“너 솔직히 말해봐라. 지금 60%의 힘없지?”
《……?》
“나한테 40% 넘겨주면서, 꽤 손실 난 거 아니냐?”
《너의 말이 맞다. 현재 나에게 남아있는 힘은 42%. 너에게 힘을 이양해주기 위해 봉인자의 봉인을 뚫고 나가는데 19%의 힘을 소모한 상태로다. 그러나 이 2%의 차이만 있어도, 네놈을 제압하고 힘을 도로 빼앗아오는 데에 있어서는 차고도 넘치는 것이니.》
쿠웅─
어디선가 묵직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세상과 세상이 충돌하기라도 하는듯한, 괴기스러운 파열음이 시끄럽게 울렸다.
그 소리의 끝을 장식한 것은, 탐색자의 외침이었다.
《디멘션 커밋 스트라이크(Dimension Comet Strike).》
일순 공간에 생긴 균열이 점점 번져나갔다.
쨍그랑!
유리창이 박살나듯, 일대의 공간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그 너머에서부터 날아오는 것은…….
“허허, 이런 미친!”
화아아아아악!!
일렬로 선 거대한 혜성의 무리가 새하얀 빛에 휘감긴 채, 긴 꼬리를 휘날리며 나를 향해 쏘아져 왔다.
그 속도는 빛의 속도에 근접해있었고, 나 또한 빛의 속도로 움직이지 않으면 피할 수 없는 공격이었다.
《안전을 찾는 것이냐? 그럼 그 길은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놈이 설마 이 정도 스케일의 스킬을 남발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문득 이 새끼를 우주로 끌고 오지 않았으면 정말로 좆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시뮬라크럼(Simulacrum).》
쩌적. 쨍그랑! 와장창!!
그와 동시에, 여기저기서 공간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화아아아아악!
새롭게 생겨난 무수히 많은 통로를 통해서도, 새하얀 꼬리를 흘리는 혜성의 무리가 나를 죽이기 위해 쇄도해왔다.
“……토폴로지컬 퀀텀 쉴드(Topological Quantum Shield), 스칼라 키럴리티 쉴드(Scalar Chirality Shield), 쿼틱 인터랙션 쉴드(Quartic Interaction Shield)!”
나는 곧장 수천 개의 보호막 스킬을 떠올렸고, 가장 효율이 높은 것 순서대로 연쇄적인 캐스팅을 이어갔다.
멀티 캐스팅과 관련된 수많은 고유 스킬 덕분에, 한 번에 수십 개의 스킬을 동시에 시전할 수 있었다.
《희망의 빛은 한순간뿐이었으니. 너의 모든 노력은 허무의 물거품이 되어 스러져갈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 또한 한 가지 즐거움…….》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아스트랄 애벌랜치(Astral Avalanche).》
온 곳에 샐 수 없는 우주의 파편들이 생겨나 산사태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고,
《데릴리움 마그네타(Delirium Magnetar).》
나를 중심으로 대우주의 압력이 밀려왔다. 나는 그 위치에서 단 한 걸음도 벗어날 수 없었다.
콰아아아아앙!!
섬뜩한 진동과 폭발 그리고 섬광이 나를 끊임없이 뒤흔들었다.
내가 펼쳐놓은 수천 개의 보호막이 한 꺼풀 한 꺼풀 벗겨져 나갔고, 상황을 진정시킬 수 있는 각종 범위 스킬의 효과가 점차 약해져 갔다.
반격을 해야 하는데, 그 틈을 찾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
쿠구구구구궁!!
그리고 그때.
느린듯하면서도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새하얀 빛에 휩싸인 두 개의 천체가 보였다.
“저건……?”
그것은 차원을 넘어서 오는 혜성들이 아니었다.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너무 커다란 천체였고,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모습이었기에, 다가오는 속도를 제대로 가늠하지 못했다.
“이런, 씁!”
두 개의 천체는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우주를 울리는 듯한, 탐색자의 목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라스트 배니셔(Last Banisher).》
육중한 몸체의 달과 화성.
두 천체는 그 사이에 낀 나를 갈아버리기 위해 각자의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가가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