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gjuk battlefield's non-mortgage loan specialist RAW novel - Chapter 27
26화
사마세가는 과거 사마의가 났던 하남성(河南省) 온현(溫縣)에 있던 것을 사마염(司馬炎)이 서진(西晉)의 황제가 되며 서경(西京), 낙양(洛陽)으로 옮겼으나, 나라가 반세기 만에 흉노에게 무너지자 가문을 지금의 호북성(湖北省) 무창현(武昌縣)으로 옮기었다.
이는 제갈이 무가를 선언하며 섬서성(陝西省) 기산현(岐山县)에서 같은 성, 융중 자락으로 가문을 옮긴 때보다 한 세대나 후의 일로, 사마와 제갈이 한 성에 자리 잡은 건 사마의 선택 때문이랄 수 있었다.
무창은 장강, 한수(漢水)가 만나는 데 위치해 사통팔달 교통이 발달했고, 드넓은 평야를 끼고 있어 먹을 것이 풍부했다. 이는 지세로 따지자면 남궁에 전혀 밀릴 것이 아니었으나, 사마가 무가로 성장하기엔 가까이 무당과 제갈의 텃세가 만만치 않았고, 얼마 전까진 수로채(水路寨)의 횡포 또한 한몫했다.
사마는 그러나 제갈 못지않은 비상한 머리와 하늘이 보살피는 듯한 대운으로 항상 위기를 잘 모면해 왔으며, 특히 송죽 이후엔 오대세가의 뒤를 바짝 잇는 명망 있는 가문으로 자리 잡게 됐다.
“우승기(優勝旗)를 걸어라.”
사마룡 일행은 송죽에 가기 먼저 가문에 들렸다. 태사를 모시기 위함이었다.
무창에서도 사마가 있는 양수(兩水)에 이르자, 사마길은 사마룡더러 용봉제전의 우승기를 마차에 걸라고 했다. 사마룡이 차마 내색 안 하고 있던 일이었다.
사마룡은 대회에서 우승하고도 온갖 비난을 다 받은 탓에 가문에 오히려 면목 없을 일이라 여겼다. 별호도 복룡 따위, 볼품없었다.
그러나 사마룡은 곧 가문에 이르게 되어 황망한 얼굴로 눈시울을 붉혔다.
“고생했다.”
장주 사마조를 위시하여 사마가의 모든 식솔이 나와 그를 환영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축하한다.”
과거 사마룡을 시기, 질투하던 이들마저 이때만큼은 그의 훌륭한 업적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사마룡은 왈칵 눈물이 터졌고, 사마에선 복룡이 아니라 현룡(泫龍)이 됐다.
가주가 머무는 무양각(舞陽閣).
세가 중역들과 오찬을 마친 사마룡은 따로 무양각서 사마조와 다과를 이어갔다.
“받거라.”
사마룡은 사마조가 건네는 동색 주화(鑄貨)를 받들었다. 겉보기엔 전국시대 때나 쓰였을 법한 오래된 물건이었으나, 자세히 살피면 측면에 눌림쇠가 모종의 작동을 하도록 만들어진 정교한 물건이었다.
“이가 무엇이옵니까?”
사마룡은 고새를 못 참고 이를 눌렀고, 주화는 찰칵, 소리를 내며 얇은 단면을 위로 젖혔다. 안에서 녹색 광물의 단면이 드러났다.
“야명주(夜明珠)를 세공한 거다.”
사마룡은 놀라 이를 두 손으로 받쳤다.
야명주는 어둠 속에서도 스스로 발광하는 신비한 광석으로, 진귀한 만큼 같은 무게의 금보다 훨씬 비싼 값에 거래됐다.
게다가 야명주란 어줍게 손댔다간 본래의 성질을 잃기 쉬운지라, 이런 가공이면 엄청난 값어치가 있을 터였다.
“외가에서 다녀갔느니라.”
사마룡의 외가, 석가장(石家莊)의 방문. 이가 가주가 용봉제전에 불참한 이유였다.
하북성(河北省) 석가장은 중원사 대대로 최고의 명공(名工)을 배출했던 가문으로, 지금은 중원 북부를 아우르는 거대 상단을 이끄는 가문이었다.
석가장은 그 이름이 하북 성도의 이름이 될 만큼 성세를 구가했고, 나라가 여러 번 바뀌어도 한 번의 부침 없이 명맥을 이어갔다.
석가와 사마의 인연은 송죽이 그들의 가전 무공, 천석공(泉石功)을 복원해준 데서 이어졌다. 석가의 도공들이 송죽의 전각을 지어준 일과 근래 사마진과 석가장주의 딸, 석경혜(石敬惠)가 혼인한 일은 중원에 깨나 유명한 일이었다.
한편, 사마룡은 외가란 말이 나오자 들고 있던 주화가 천근만근 무거워지는 걸 느꼈는데, 그가 외가를 멀리한 일은 늘 본인 탓에 어미가 죽었단 생각 때문이었다.
“네가 우승했단 소식을 듣고 그분들도 무척이나 좋아하고 계실 게다. 그만 네 마음의 짐을 덜고 시일 내 찾아뵙도록 해라.”
사마룡은 재차 마음이 먹먹해졌다. 그는 곧 가주께 크게 읍하고 자리를 물렀다.
“친구를 소개해 주마.”
송죽에 도착하고 기분이 다시 아주 좋아진 사마룡이었다. 그는 오랜 여정에도 피곤한 줄을 몰랐고, 귀염을 데리고 곧장 한유아가 머물던 평석장 별채로 향했다.
“유아 있느냐.”
그는 사마길을 통해 아직 유아가 여기 있단 걸 들은바, 무심코 별채로 들어서선 깜짝 놀라고 말았다.
“미, 미안하오.”
첨보는 소녀가 연못 가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새 손님이 왔던가.
“저예요.”
그러나 곧 익숙한 목소리가 소녀에게서 흘러나왔다. 사마룡은 어리둥절했고, 한유아는 정교한 가짜 피부를 주욱 당기며 말했다.
“인피면구(人皮面具)?”
“맞아요.”
인피면구란 인간 또는 동물의 피부를 사용해 다른 얼굴을 만든 가면으로, 만드는 기술에 따라 기능과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본래 한유아는 표정이 많지 않았지만, 가만 보면 미세한 움직임까지 담아내는 만큼 예사 물건이 아닌 듯했다. 사마길이 자부할 만했다.
“훨씬 낫구나.”
“훨씬 불편해요.”
“괜한 일에 말리는 것보다 낫다.”
그녀는 인피면구가 얼굴에 큰 변화를 주는 것이 아닌 양 여전히 예쁜 얼굴이었지만, 코와 광대, 턱을 과장하여 전보단 훨씬 못한 얼굴이 됐다. 덕분에 간간이 별채를 나가 바깥 활동도 했으며, 의외로 산술에 밝아 전장의 전표(傳票)를 정리하는 일도 한다고 했다.
“그건?”
한유아가 귀염을 보며 물었다.
“귀염이란 아이다.”
사마룡은 열심히 꼬릴 흔드는 녀석을 한유아의 발밑에다 내려놓았다.
귀염은 언제나처럼 한유아의 냄새를 유심히 맡더니, 평소완 다르게 왕왕 짖었다. 사마룡이 의외라 여길 때, 한유아는 그런 녀석을 무심히 바라만 봤고, 찰나 귀염에게 한차례 귀기가 일더니 녀석은 눈에 띄게 하얘진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무슨…….”
게다가 녀석은 몸집도 조금 커진 듯하니, 기사는 분명 백호의 영성과 연관이 있을 터였다.
“아.”
한유아에게서 외마디 신음이 나왔다.
“괜찮으냐?”
사마룡은 한유아의 작은 반응에도 걱정이 되어 물었고, 그녀는 답답이도 한참을 가만히 서 있었다. 그가 육안으로나마 열심히 살폈지만, 그녀는 별다른 이상이 없어 보였다.
잠시 후, 한유아는 쭈그려 앉아 귀염과 눈을 마주쳤다. 귀염도 가만 앉은 게 다른 때랑은 분명 달랐지만, 꼬리를 계속 흔드는 모양이 싫은 일은 아닌가 보다 했다. 사마룡만 어쩔 줄을 몰랐다.
그리 반 각을 더 있었지만, 둘은 여전히 돌이라도 된 양 그대로 있었다.
“괜찮으냐?”
사마룡은 다시 물었고, 한유아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했다. 속이 터질 뻔했다. 사마룡은 괜한 일이 생길까 싶어 귀염을 한 손으로 안아 들었다. 녀석은 곧장 사마룡의 손을 핥기 시작했다.
한유아의 눈이 묘하게 바뀌었다. 분명 기분 나쁘다고 흘겨보는 것인가.
“혹, 금정문에 대해 들은 바가 있더냐.”
“없어요.”
대답이 저 치곤 쌀쌀맞다.
“귀염은 내일 다시 데리고 오마.”
사마룡은 적어도 삼 일은 쉬고 전장에 복귀할 생각이었다.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사마룡은 별채를 나서며 혹시나 뒤를 돌아보았다. 한유아는 어느덧 다시 연못을 보고 앉았다. 연못 안의 잉어를 보고 있는 거였다.
“요놈, 무슨 짓을 한 게냐.”
사마룡은 더욱 하얗게 된 귀염의 머릴 쓰다듬었다. 이젠 어디 가면 백구(白狗)라고 해도 될 터였다. 심란했다. 그러나 귀염은 그러건 말건, 저는 기분 좋다는 듯 바둥거릴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