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19
대한민국 절대 재벌! 19화
-좋습니다. 그 약속만 해준다면 내가 기꺼이 독립군에게 군자금을 내겠소.
-고맙소, 강철 동지. 강철 동지의 오늘의 결심을 조국과 민족은 반드시 기억할 것이오.
-하지만 그냥은 들일 수 없습니다.
-그건 무슨 말씀이시오?
그때 오덕수는 인상을 찡그렸었다.
-강탈해 가시오. 나도 살아야 하지 않겠소?
내 말에 그때의 오덕수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었다.
-내 상황도 이해해 주시오.
-알겠소. 무슨 말인지······.
-나는 강탈을 당한 후 바로 헌병대에 고발할 것입니다.
-그래야겠지요.
하여튼 그때부터 어쩌다 보니.
독립자금을 지원하는 사람이 되어버렸고.
내 나름의 독립운동이 시작되었다.
물론 진정한 독립을 위한 노력은 아니었다.
미래를 대비하는 얄팍한 술수에서 시작된 일이니까.
-둘째 형을 통해 임정에 군자금을 보내도록 하겠소. 다행히 만주국에 담비나 가죽을 수입하는 일도 하고 있으니 그쪽에서 준비할 것은······.
이왕 위험천만한 짓을 하기로 했으면.
저들이 둘째 형의 이름을 각인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내 이름은 철저하게 숨겨야 한다.
-만주국 상인으로 가장하라는 소리군요?
-그렇습니다.
-그렇게 하겠소. 그런데 처음에는 강탈해가라 하지 않았소?
-그것도 그리될 겁니다. 그리고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뭡니까?
-누구도 내가 이리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으면 합니다.
내 부탁에 오덕수는 나를 의미심장하게 봤었다.
-위험천만한 줄타기를 하겠다는 겁니까?
-이런 세상이 이리라도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조국 광복을 바라기는 하시오?
오덕수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내게 물었었다.
-나는······.
그때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었다.
사실 내 한 몸 편히 살기 위해선.
조국 광복이 오지 않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는 못된 생각을 그때는 했었다.
하여튼.
그날 이후 광복군 비밀 조직의 조장인 친구가 생겼다.
물론 서로를 의심하고 또 서로를 확인하는 관계에 가깝지만 말이다.
‘저들을 어떻게 이용할까?’
나는 오덕수를 어떻게 이용하면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돈을 줬으니.
이익을 찾을 수 있다면 찾아야 할 테니까.
하여튼 나는 그날 이후로 성심껏 군자금을 보냈다.
그리고 나는 믿을 사람은 형제밖에 없기에.
우직한 둘째 형을 통해서 보냈지만.
발각되면 감옥에 가는 것을 넘어 죽을지도 모른다.
-독립운동은 패가망신인데······.
둘째 형이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니, 이 시대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말한다.
나중에라도 쫄딱 망해서 굶고 살 거란다.
‘혹시 회귀한 사람들이 나 말고도 많나?’
다들 미래를 너무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물론 일본 놈들과 앞잡이들의 세뇌와 구한말 일제에 맞서 의병 활동을 했던 몇 안 되는 진짜 양반들을 보고 느낀 것도 있을 것이다.
-독립운동을 하면 삼대가 굶어 죽는다는데?
-형, 나 강철이야. 내가 잘 알아서 할게.
-알았다. 너는 똑똑하니까 믿으마.
사실 내가 둘째 형을 택한 건.
둘째 형이 다른 가족보다 의리가 있고.
우직하기 때문이다.
내가 동생이지만.
내가 성공한 후에 경성으로 올라오라고 했을 때.
유일하게 나를 믿고 두말없이 올라온 가족이었다.
경성으로 이사하자고 했을 때.
첫째 형은 겁먹었고.
셋째 형은 이런저런 일을 들먹이며 퉁퉁거렸다.
하지만 둘째 형은 묵묵히 듣고만 있다가.
형들이라면 조금이라도 막둥이를 도와야 한다면서 나를 따랐다.
물론 지금은 다른 형들도 모두 경성에 올라왔다.
큰형은 미곡상에서 배달꾼으로 일하고.
셋째 형은 자동차 공업사에서 심부름꾼으로 작은 기술을 배우고 있지만.
옛날부터 왈패 기질이 있어서 나를 곤란하게 할 때가 많았다.
그러고 보니 욱한 성격이 있는 셋째 형이 나보다 앞서서 집을 뛰쳐나가지 않은 게 대단할 뿐인데.
놀랍게도 우리 형제 중에 제일 효심이 깊은 사람은 셋째 형이다.
-조심해서 다녀와! 여행증은 사장님이 준비해 주셨어.
나카무라 사장님은 무역상 일도 하시는데.
그 무역 영업은 주로 만주국에서 담비나 동물들의 모피를 수입했다.
그 모피 수입 자금 중 일부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전달되는 자금으로 쓰였다.
-응, 만약에 발각되면······.
둘째 형의 겁먹은 얼굴이 떠올랐다.
-형은 아무것도 모르고, 내가 시킨 일이라고 해.
모든 것은 내가 책임질 것이다.
내가 우리 집에서 최고 경영자나 다름없으니.
내가 책임져야 한다.
-안 돼, 그럼 부모님은 누가 모시냐? 일이 잘못되면 내가 모두 뒤집어쓸 테니까 넌 누가 오더라도 딱 잡아떼고 모른다고 해.
역시 믿을 것은 피를 나눈 형제뿐이다.
하여튼 나는 위험한 짓을 하고 있다.
물론 이 사실은 나카무라 사장님도 모른다.
내가 처음으로 나카무라 사장님을 속이는 일이기도 했다.
‘만약 발각된다면······.’
내 능력을 떠나 나는 쫓길 것이고, 체포될 것이다.
모진 고문에 만신창이가 되어 징용되어 전쟁터에 끌려갈 것이다.
훗날 허울뿐인 독립운동가가 되어.
훈장 하나 정도 받고 골방에서 골골대다 죽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게만 되어도 대단한 것이지, 현실은······.’
“뭘 그렇게 골똘히 생각하세요?”
내 회상을 깬 것은 삼순이었다.
“삼순 씨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생각하고 있어요.”
“그게······.”
“근로정신대에는 절대 가면 안 돼요.”
“왜요?”
“배신이잖아요.”
“무슨 배신을 내가 한다고…….”
“좋은 자리 있다고 리에 아가씨를 떠나면 지금까지 먹여 주고 입혀 주신 것을 보답할 수 없잖아요. 리에 아가씨가 삼순 씨를 얼마나 아끼는데요.”
“그렇기는 하죠.”
“나카무라 주인 나리께서 곧 삼순 씨 시집도 보내 주신다고 하셨잖아요. 그냥 돈을 더 준다고 지금까지 돌봐 주신 것들을 보답도 없이 떠나면 배은망덕이잖아요.”
사실 나는 첫째 형의 신붓감으로 삼순 씨를 생각하고 있었다.
착하고 순진하고 부모에 대한 효심도 깊다.
우리 집안 맏며느리로 딱 좋았다.
“그러기는 해도······.”
“왜, 돈이 필요해요? 무슨 일 있습니까?”
돈이 궁한 모양이다.
“지금까지 저를 많이 도와주셨는데 제가 도와드릴 수 있다면 도와드리겠습니다. 말씀해 보세요.”
내 말에 삼순이 나를 물끄러미 봤다.
“사실······. 엄마가 몹시 아프세요.”
돈이 필요한 이유가 있는 거다. 역시 효심이 깊은 삼순이다.
“병원비가 얼마나 필요한데요?”
“50원도 더 필요해요. 의사 선생님께서 더 들어갈 수도 있다고 하셨어요. 돈만 있으면 고칠 수 있는 병인데······.”
삼순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가난이 제일 지랄 같을 때는.
아플 때, 배고플 때, 자식 등록금 못 줄 때다.
전생에서 나는 그것을 다 경험해 봤다.
그래서 환생하자마자 이번 생의 목표를 재벌로 정한 것이다.
그리고 50원이라면 적은 돈이 아니다.
“제가 내일 빌려 드릴게요.”
장사에서 가장 큰 이문은 사람을 남기는 일이다.
나는 상여금으로 돈도 꽤 모았다.
그리고 내가 장가를 가려면 형들이라는 똥차를 치워야 한다.
“네? 강 주임님께서요?”
삼순이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큰돈을 왜 선뜻 빌려주느냐는 눈빛이다.
“그 대신에······.”
“예?”
“이 집에서 일어나는 일을 저한테만 알려 주세요. 요즘 주인 나리의 안색이 항상 어두우시거든요.”
이 집은 내 본진이나 마찬가지다.
본진에서 일어나는 일을 내가 알아두는 것이 좋다.
신뢰와 신용으로 쌓은 관계지만 주인의 의중을 파악하는 건.
아랫사람이 항상 해야 할 덕목이기도 하다.
“예, 그럴게요.”
“그런데 삼순 씨, 우리 큰형 어때요?”
원래 집안에서 한 사람이 성공하면.
성공한 사람이 형제들과 친척들을 모두 돌보는 것이 기본이다.
“강수 씨요?”
살짝 얼굴이 빨개지는 삼순이었다.
“저는 삼순 씨가 제 형수님이 되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첫째 형이 삼순이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것을 이미 파악했다.
물론 삼순은 나를 연모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왜냐고?
내가 능력 있고 잘났으니까.
“저, 저는······.”
너무 갑작스러운 질문이었는지 삼순이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혹시 싫으세요?”
“그, 그게, 싫은 건 아닌데······.”
사실 소작농이었을 때 첫째 형의 가치는 형편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아주 큰 미곡상의 배달꾼이고, 형의 뒤에는 내가 있다.
사실 고향에서 김포로 이주한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세 형의 중매가 꽤 들어오고 있었다.
물론 대부분의 중매는 나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내 위로 똥차가 셋이나 있기에.
나는 장가갈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그럼 됐네요. 싫지 않으면 좋은 겁니다. 하하하!”
밀어붙일 때는 밀어붙여야 한다.
그리고 지금 삼순의 마음은 꿩 대신 닭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꿩이겠지.’
이제 똥차 하나를 치울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저절로 실소가 흘러나왔다.
“······예.”
삼순이는 마지못해 대답하는 척했다.
하여튼 승낙을 받았다.
이제 삼순이는 내 형수가 된다.
“참, 깜빡했어요. 그리고 이것도 드리려고······.”
삼순이는 주변을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편지 한 장을 내밀었다.
“뭐죠?”
“리에 아가씨가······.”
연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