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205
대한민국 절대 재벌! 205화
미군정 만찬장.
“또 하나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하지 군정장관은 충격이 벗어나지 않은 사람들을 보며 다시 말문을 열었다.
“이번에는 또 무엇입니까?”
이승한이 하지 군정관에게 물었다.
“백악관은 조선 반도 이남 지역에서 일어나는 친탁과 반탁 시위의 우려가 아주 큽니다. 그래서 특별 조치를 하달했습니다.”
하지 군정장관은 돌려 말하는 재주가 타고난 것 같다.
“특, 특별 조치라고 하셨습니까?”
여운형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는지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백악관에서는 미군정이 이 조선 반도에 있을지 말지, 그리고 그 기간이 어느 정도면 적당할지 조선 인민들의 투표로 결정하라는 명령을 하달했습니다. 그에 따라 미군정은 7월 17일에 인민투표를 시행할까 합니다. 그때 만약 미군정이 철수하라는 의견이 과반수라면 미군정은 단호하게 철수할 예정입니다.”
여운형과 공산 계열 인사들은.
하지 군정장관의 말에 숨겨진 뜻을 알아내려고 머리가 터질 것 같다는 눈빛을 지었다.
“그, 그게 무슨 말입니까?”
“미국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나라입니다. 그러니 조선 인민들이 그것을 결정해야 옳다는 지시가 하달되었습니다. 그에 따라 5월 1일부로 자치 정부 수립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모두에게는 충격의 연속일 것이다.
“자치 정부라면 남한 지역의 단독정부를 수립한다는 말씀입니까?”
“통치를 위한 예행연습이라고 합시다. 임시적인 자치 정부의 수립을 발표할 것이고, 7월 17일에 자치 정부의 수반을 뽑는 임시 대통령 선거를 시행할 예정입니다. 미국처럼 정·부통령 제로 실시할 예정이니 그리 아시면 됩니다.”
모든 것이 발표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하지 군정장관의 마지막 발언에.
이 자리에 모인 사람 모두 이승한 박사와 김규 선생을 번갈아 봤다.
‘둘의 대결이라 생각하는군.’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상상도 못 하는 반전은 존재하는 법이다.
“그건 그렇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는 어디에 위치합니까?”
나는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며 하지 군정 장관에게 물었다.
나는 물론 어딘지 이미 알고 있다.
“집행위원도 몰랐다는 겁니까?”
여운형이 내게 물었다.
“제가 뭐라고 대의원님들도 모르시는 것을 미리 알겠습니까? 그리고 하지 군정 장관께서 저같이 어린것에게 대의원님보다 먼저 통보하겠습니까?”
“으음······.”
여운형은 불편한 심기를 다시 드러냈다.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가 설치될 곳은 서대문형무소입니다.”
하지 군정장관의 말에 모두가 다시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서대문형무소라고 했소?”
“그렇습니다.”
“수사와 수감 그리고 재판과 처벌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단했기에 서대문형무소가 적임지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역시 반전일 것이다.
하지 군정장관은 체포와 수사.
그리고 처벌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다름없다.
‘독할 때는 독해야 한다.’
아마도 훗날 이 조치는 국민 각자의 이념에 따라.
민족의 정신을 다시 세우는 일로 기억되거나.
공산주의자들을 제거하는 정치 공작으로 불릴 것이다.
“서대문형무소면······.”
민족 계열 인사들이 부르르 온몸을 떨었다.
‘3,000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지.’
이건 다시 말해 최소 3,000명 이상이 동시에 조사받는다는 의미다.
“이 엄청난 것을 왜 이리 철저히 함구했습니까?”
이승한이 쇼를 시작했다.
누군가 강력하게 반발해야 다른 사람들이 말하지 못한다.
“중대 사항이기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비상 국민회의 대의원들입니다. 불쾌합니다.”
이승한이 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는 동의할 수 없으니 가 보겠소.”
“이승한 박사님, 진정하고 앉아주십시오.”
김규 선생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는 이승한을 말렸다.
“놔라! 저들은 우리를 허수아비로 알고 있다!”
“그래도 집행 주체가 비상 국민회의라고 하지 않습니까?”
“미군 100명이 같이 조사한다잖아! 그게 무슨 주체야? 개소리하고 자빠져 있어!”
“허허허, 형님도 그런 막말을 하실 줄 아십니까? 일단 진정하시고 앉으십시오. 끝까지 말을 듣고 판단해 봅시다.”
이래서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는 소리가 있는 것이다.
“으음······.”
“앉으세요. 우리가 여기서 자리를 박차고 나가면 코쟁이들 뜻대로 하게 두는 겁니다.”
“아이고······.”
이승한이 마지못해 자리에 앉았고.
김규 선생도 자리에 앉는 순간 나를 보며 찰나 미소를 지었다.
* * *
강산이 입원한 평양 병원 특실.
김일성이 혼자 강산의 병실로 들어서며 경호하는 군관들을 봤다.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통제해.”
“예, 알겠습니다. 위원장 동지.”
김일성이 들어오는 모습을 본 강산은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찮아요. 앉아 있으세요.”
김일성은 인자한 표정으로 강산에게 말했다.
“민족의 영도자께서 오셨는데 제가 어찌 앉아 있습니까?”
이미 김일성은 민족의 영도자로 포장된 상태였다.
“허허허, 민족의 영도자라······.”
아부는 항상 상대를 즐겁게 하는 법이다. 그리고 그것을 즐기는 김일성이였다.
“내가 그리될 능력이 있을지 걱정입니다.”
“그런데 바쁘실 텐데 어찌······.”
“내 강산 동지와 신중하게 논의할 것이 있어서 왔소이다.”
“······예.”
이 순간 강산은 싸한 느낌이 들었다.
“강산 동지.”
“예, 위원장 동지.”
“조민식을 어떻게 생각합니까?”
김일성은 단도직입적으로 조민식에 관해서 물었다.
사실.
김일성 자신의 행보를 막고 있는 존재는.
누가 뭐라고 해도 조민식 선생이었다.
“고집쟁이 사이비 교주입니다.”
강산의 특징 중 하나가 본 그대로 믿는 성격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조민식 선생은 강산의 눈에 그렇게 보였다.
“그렇게 생각하시오?”
“그렇습니다. 조선 인민들은 그에게 속고 있습니다.”
“그렇소. 그는 여전히 옛것을 하나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혁명 완수에 막대한 걸림돌로 자리 잡았소.”
김일성이 의미심장한 눈빛을 지었다.
“그래서 말이오······.”
“예, 말씀하십시오.”
“강산 동지께서는 조선 인민의 밝은 내일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했지요?”
“그렇습니다.”
“나는 당신의 마음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강산은 김일성이 무슨 말을 하려고 이렇게 뜸 들이는지 고민했다.
“정말 조민식은 혁명 완수에 걸림돌이오.”
이제야 본심을 드러내는 김일성.
“그러시다면 처벌하시면 그만이지 않습니까?”
“나도 그러고 싶으나 사정이 그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강산 동지나 보려고 온 것이오.”
“아, 그러시군요.”
“그래도 강산 동지를 보내 마음이 한결 편해졌소. 몸은 어떠시오?”
“경과가 좋다고 합니다.”
그 순간 강산의 눈빛이 서늘하게 변했다.
“이 몸만 회복되면 반동 자본가들을 제 손으로 죽일 것입니다.”
“그런 하찮은 일에 강산 동지의 손을 더럽힐 필요는 없소. 강산 동지야말로 백지처럼 깨끗한 사람이니 그 백지에 위대한 혁명 서시를 써야 할 것이오.”
“…….”
“하여튼 조민식이 문제입니다. 그를 어떻게든 처리해야 할 것 같은데······.”
김일성이 말꼬리를 흐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바로 품에서 권총 한 자루를 꺼내 강철의 침대 옆에 놨다.
“어떤 혁명 서시를 쓸지 곰곰이 생각해 보시오.”
김일성의 말에 강산의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
‘이, 이 말은······.’
김일성은 지금 강산에게 조민식을 죽이라고 간접적으로 지시한 것이다.
‘어떻게 나오는지 보자.’
김일성은 담담한 눈빛으로 강산을 봤다.
“위원장 동지.”
“왜요?”
“제가 무엇을 하든지 위원장 동지는 모르시는 일입니다.”
“무슨 말입니까?”
“제가 독단적으로 어떤 일을 자행해도 그 일을 모르셔야 합니다. 그래야 조선 인민들을 계속 이끌 영도자의 길을 가시지 않겠습니까?”
강산의 말에 김일성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혹시 강산 동지를 쏜 반동 자본가의 하수인이 또다시 노릴지 모르니 호신용으로 지니고 있으시오.”
“이렇게까지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이만 가 보겠소.”
“예, 위원장 동지.”
강산의 말에 김일성이 돌아섰고.
그제야 씩 웃는 김일성이였다.
‘죽이면 너는 군단장이다.’
이제 남은 것은 강산의 결정이었다.
‘아······.’
강산이 특실 문을 열고 나가는 김일성의 뒤통수를 보며.
침대에 놓인 권총을 만지작거렸다.
‘저놈을 지금 쏠까?’
그 생각과 함께 살며시 권총을 잡았다가 놨다.
-권총은 실탄이 든 것과 빈총은 무게가 다릅니다.
강산은 임정 시절에 광복군이 자신에게 해 준말이 떠올랐다.
“김일성 위원장 동지.”
그때 강산이 밖으로 나가려는 김일성을 불렀다.
“왜 그러시오?”
김일성은 강산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알겠소. 허허허!”
* * *
미군정 만찬장.
“그런데 하지 군정장관.”
이제는 김규가 분위기를 잡을 때다.
“예, 말씀하십시오.”
“소문은 들으셨습니까?”
“무슨 소문 말입니까?”
“서울 지역에 위조지폐가 대량으로 돌고 있다는 소문 말입니다.”
-김규 선생님께서 해주실 일입니다.
김규는 하지 군정 장관에게 말하고는 눈동자만 돌려 힐끗 강철을 봤다.
“무슨 말씀입니까?”
“위조지폐가 돌고 있답니다.”
“뭐라? 그게 사실이면 이남 지역의 경제를 혼란에 빠트리려는 누군가의 책동이겠지.”
이승한도 거들듯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건 무슨 말씀입니까? 말에 뼈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여운형이 이승한의 말에 말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왜 그러시오? 이남 지역 경제가 혼란에 빠지면 이득을 보는 사람들을 아는 듯 묻는 것 같소이다?”
“뭐라고요?”
“내 하나만 물읍시다. 남조선노동당은 누구 아래에 있는 정당이오?”
“무슨 소리를 하십니까!”
“왜 이렇게 흥분하십니까?”
“지금 하신 말씀은 우리가 위조지폐를 제작해서 유통한다는 뉘앙스를 담지 않았습니까!”
“두 분 모두 고정하십시오.”
하지 군정장관이 이승한과 여운형의 격론을 말렸다.
“으음······.”
“이승한 박사님, 남조선노동당은 미군정이 승인한 합법적으로 정치 활동을 하는 단체입니다. 또한, 남조선노동장의 당수인 저는 비상 국민회의의 대의원이기도 합니다. 이것은 다시 말해 비상 국민회의가 인정한 정당한 단체라는 겁니다. 우리는 절대 불법적인 행위를 하지 않았소.”
“누가 뭐라고 했습니까?”
“두 분 모두 고정하십시오. 제가 분명하게 밝히겠습니다. 위조지폐를 제작해서 유통하는 것은 경제를 붕괴시키는 일이고, 그것은 조선 인민들을 고통에 빠트리는 일입니다. 그러니 그 역시 반민족 행위에 걸맞은 행위고, 반민족 행위로 처벌하겠소.”
하지 군정장관의 말에 모두 동의했다.
“옳은 말씀이오.”
“우선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하라고 헌병에게 수사를 지시하겠습니다.”
하여튼 이렇게 세 차례의 폭탄선언이 끝났고.
미군정이 주최한 만찬도 끝났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