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22
대한민국 절대 재벌! 22화
“예, 형수님은 마음 편하신 대로 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제 형님에게는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무리 그래도 내 사위의 형님을 배달꾼으로 그냥 둘 수는 없지 않나? 내 체면이라는 것도 있다네.”
입장이 있고 체면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다.
“아쉽지만 제 형님은 상점을 운영할 깜냥이 안 됩니다.”
“깜냥?”
깜냥의 뜻을 모르시는 나카무라 사장님이시다.
“예, 형님께서는 그런 그릇이 안 됩니다.”
“그건 자네 생각이네. 사내가 어디 태어나서 포부가 없겠나?”
“그러시다면 형님을 부르셔서 물어보십시오.”
“그래야겠네. 자네야 워낙 성격이 조심스러우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자네 형님의 마음은 다를 수 있네. 내 마음도 이해해 주게.”
“예, 주인 나리.”
“이제 장인 사위 사이가 됐는데 아직도 주인 나리인가?”
나카무라 사장님께서는 아직 혼례도 올리지 않았지만.
나를 진짜 사위처럼 대해 주셨다.
그러니 나도 장인처럼 모실 것이다.
“제 마음은 언제나 장인어른이 주군이십니다.”
“자네는 가끔 보면 사무라이 같은 기질이 있어.”
칭찬이다.
사실 나카무라 사장님께서는 내게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분이시다.
내가 그를 만나지 못했다면 오늘의 작은 성공도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여전히 땅에 헤딩하며 종로 바닥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과찬이십니다.”
“밖에 누구 없나?”
장인께서 소리쳤고 서재 밖에 있던 집사가 급히 들어왔다.
“예, 사장님.”
“가서 미곡상 배달꾼 강수 씨를 불러오게.”
집사는 이미 내가 나카무라의 사장님의 사위가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예, 알겠습니다.”
* * *
한 시간쯤 지나자.
첫째 형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헐레벌떡 뛰어왔고.
나는 일부러 병풍 뒤에 숨었다.
‘내 눈치를 보시겠지.’
판이 이렇게 깔린 김에 형님의 속내를 알고 싶다.
장인어른이 되실 나카무라 사장님께서는.
꼭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고 물으셨지만.
이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부, 부르셨습니까? 사장님.”
형의 목소리는 마치 지주에게 불려간 소작농처럼 겁먹었다.
지주에게 불려가 좋은 꼴을 당한 적이 없기에 겁먹은 것이다.
“오셨소?”
“예?”
형은 아직 내가 리에 아가씨와 결혼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그 이유는 내가 입이 싼 놈이 아니라는 것이 첫 번째 이유고.
형들이 아직 혼례를 치르지 않았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다.
그리고 대외적으로도 나카무라 사장님과 내 관계의 변화를 아는 사람은 없다.
혼례를 치르기 전까지 내가 밝히지 말자고 했다.
그래야 일하기 편하고.
미곡상은 내가 직접 운영하지만.
다른 일도 많이 하기에 추진하는 사업에 방해될 수도 있어서 그렇게 말씀드렸다.
“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리다. 강수 씨의 막내인 강철 군과 미력한 내 딸아이가 혼례를 치르기로 약조했소.”
“예, 예에?”
기겁한 목소리다.
“말, 말도 안 됩니다! 어찌 감히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조선의 양반은 상놈과 결혼하지 않는다.
곧 죽어도 양반이라는 것이다.
나카무라 사장님과 나는 고용인과 고용주의 관계지만.
첫째 형은 그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강 주임은 아주 능력 있는 젊은이입니다. 나는 그 능력을 높이 샀습니다.”
“사장님, 정, 정말입니까?”
“그렇소이다. 편히 앉으십시오. 사돈총각.”
“사, 사장님······.”
첫째 형은 그저 멍하니 나카무라 사장님을 바라봤다.
이곳에 불려올 때 이런 이야기를 나눌 줄은 생각도 못 했을 테니까.
“그래서 하는 말씀인데 사돈끼리 어찌 사돈댁이 궁핍하게 사는 것을 그냥 보고 있겠습니까?”
“저희는 궁핍하지 않습니다. 삼시 세끼 잘 먹고 있습니다. 철이 덕분에 잘 먹고 잘삽니다.”
“하하하, 하하하! 딱 그 아우의 그 형이군요. 아니, 그 형에 그 아우라고 해야 옳겠군요.”
“예?”
“아닙니다. 옛날 생각이 나서요. 하여튼 아시다시피 제가 상점을 여러 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를 사돈댁에 내어 드릴까 하는데 어떠십니까?”
내가 나카무라 사장님의 핵심 참모가 되기 전까지는 큰 상점 몇 개를 운영하는 상인이셨다. 하지만 지금은 대지주에 가깝고.
크고 작은 공장의 공장주이시기도 하다.
현대로 따진다면 재벌의 반열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중견기업 사장쯤 되는 위치인 셈.
‘제로센 전투기를 벌써 다섯 대나 헌납하셨으니까.’
그렇기에 내가 징용에 끌려가지 않을 수 있었다.
아니, 사장님의 점포나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징용을 피할 수 있었고.
어떤 면에서는 일제 패망을 늦추는 장본인이기도 하지만.
아랫사람으로서는.
특히 내게는 독일의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와 다를 것 없는 분이시다.
강제로 징용에 끌려가면 대부분 죽는다.
하지만.
나카무라 사장님의 입장에서도 나쁠 것이 없는 헌납이다.
자발적으로 내놓지 않으면 빼앗길 수밖에 없고.
자신이 부리는 점원과 직공이 징용에 끌려가는 것보다.
자기 밑에서 일하는 것이 더 이익이니까.
“왜요?”
“예?”
“우리 집 막둥이 철이가 벌어서 제게 주는 것도 아니고, 아니, 그렇다고 해도 형인 제가 받으면 안 되는데 왜 사장님께서 주시는 상점을 받습니까?”
역시 형이시다.
사실 첫째 형은 욕심이 없다.
그리고 둘째 형은 우직하고.
셋째 형은 건달기가 다분하다.
‘셋째 형이면 또 달랐겠지.’
아무리 우리 형제 중에서 효심이 깊다 해도.
건달기가 있는 만큼.
아마 고작 이것만 주냐고 따지면서 더 달라고 깽판을 쳤을지도 모른다.
‘내가 재벌이 되면······.?’
나도 모르게 미래에 대한 상상을 시작했다.
욕심 없는 큰 형에게는 아주 큰 대농장을 맡기면 될 것 같고.
우직한 둘째 형에게는 공업의 기본인 중공업을.
그리고 셋째 형에게는 그 성격에 맞게 무역이나 건설을 맡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믿을 것은 형제밖에 없으니까.’
“그래도 제 체면이 있는데······.”
“제가 배달꾼인 게 창피하시면 고향으로 돌아가서 땅 파먹고 살겠습니다. 그런 거 안 주셔도 됩니다. 혹시 철이를 데릴사위라도 데려가시려는 겁니까?”
형이 데릴사위를 떠올리며 인상을 찡그렸다.
욕심은 없지만.
나름대로 자존심이 있는 형.
물론 그 자존심이라는 것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못 들으셨습니까?”
“철이, 이놈의 새끼를 그냥!”
첫 형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나카무라 사장님은 당황하셨을 것 같다.
“왜 그렇게······.”
“이런 말씀을 드리면 우습겠지만, 우리 집이 양반집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놈 집안은 아닙니다.”
양반 아니면 상놈인데 형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
“예?”
“조선말에 겉보리 서 말만 있으면 처가살이 안 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첫째 형은 잔뜩 흥분했고.
나카무라 사장님은 애써 담담 하시고자 노력하셨다.
“예, 그렇습니다. 그러니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일본의 데릴사위와 조선의 데릴사위는 비슷하면서도 다릅니다. 일본은 다 물려주지요. 단지 손자의 성만 저를 따를 겁니다.”
나카무라 사장님은 형님을 설득하느라 애쓰셨다.
“네? 씨를 바꿉니까? 이게 말이 됩니까?”
더 화를 내는 형이다.
‘형은 꽉 막혔다.’
그래도 욕심 없는 사람이라 앞으로 내가 이룬 것을 탐내지 않을 테니 다행이다.
되는 집은 형제들끼리 분란이 없어야 한다.
물론 아버지가 이루신 것이 없어서 다툴 것도 없다.
형이 저리 화를 내는 것은 나를 위해서였다.
형은 욕심 없는 사람이니까.
“생각하기 나름이지 않겠습니까? 강수 씨 아버님께 아들을 잃는다고 생각하지 마시라고 전해 주십시오.”
“이건 생각하고 뭐도 없는 일입니다. 이 혼례, 물려야겠습니다.”
“혼례를 물리겠다고 말씀하셨습니까?”
나카무라 사장님께서 당황하셨다.
사실 우리 집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억지다.
감지덕지라 해도 모자랄 판이다.
“당연히 물려야죠.”
형이 이렇게 나올 줄 몰랐다.
“저희가 없이 살아도 경우 없이 살지는 않았습니다.”
데릴사위가 되는 것이 경우 없는 짓이 되어 버리는 순간이다.
하여튼 형이 내 혼례의 초를 칠 줄은 몰랐다.
“죄송합니다만 물릴 수는 없습니다.”
나카무라 사장님의 목소리가 떨렸다.
“물립니다. 제 아버님께 말씀드리면 절대 허락하지 않으실 겁니다······.”
첫째 형이 말꼬리를 흐리는 건.
아버지가 허락하지 않아도.
내가 혼례를 치를 것을 짐작했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내 의지대로 살았으니까!’
우리 형제 중 항상 나만이 아버지의 뜻을 꺾는 독한 놈이었으니까.
“못 물립니다. 사돈총각······.”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하여튼 데릴사위는 절대 안 됩니다.”
“집안에 아들이 넷이나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대를 잇는 장손도 아니고 막내로 알고 있습니다.”
의외의 상황이 펼쳐졌다.
뭐냐 싶은 상황이다.
따지고 보면 중견기업의 사장이 쥐뿔도 없는 집안의 막내를 능력만 보고 사위로 삼겠다는데.
쥐뿔도 없는 집안에서 ‘이 결혼 반대일세!’라고 나오는 꼴이다.
“손가락 깨물어 보십시오.”
내 결혼을 물리려고 첫째 형은 엉뚱한 소리까지 하고 있다.”예?”
나카무라 사장님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되물었다.
‘조선어가 유창하시지만!’
아직도 말에 담겨 있는 뼈 같은 뜻은 잘 이해하지 못하실 때가 꽤 있다.”안 아픈 손가락이 있겠습니까?”형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