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21
대한민국 절대 재벌! 21화
“나도 이런 결심을 하기까지 용기가 매우 필요했네. 하지만 나는 자네의 미래에 투자하고 싶네. 가장 큰 이문은 사람을 남기는 일이니까.”
“사, 사장님······.”
“내 딸을 아껴줄 수 있겠나?”
정말 결정의 순간이다.
‘훗날 일본인의 사위라는 것이 밝혀지게 된다면······.’
두고두고 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지, 친일파가 득세하는 미래에 그게 흠이 될까?’
어쩌면 그 친일파 세력들은.
내 가정사를 보고 동질감을 느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는 미래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변화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고 해도.
역사라는 것은 원래 흘러야 하는 대로 흐르고자 하는 성질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나는 미군정 신탁통치를 막지 못할 것이고.
분단된 조국의 상황도 개선하지 못할 것이다.
그게 가능하다면?
아니 그것을 목표로 했다면!
나는 이 경성에 머물지 않고.
대한민국 임시정부로 향했으리라.
그리고 독립운동가로 또 정치인으로 활동했을지도 모른다.
’30대 초반의 김성주가······.’
소련을 등에 업고 북조선의 실권자가 된 것처럼.
내가 이승한 박사를 제치고 미국의 힘을 등에 업은 채.
남조선의 실권자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까.
‘박사의 이름도 이승한이다!’
하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사실 환생을 한 후 그렇게 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어본 적도 없다.
독립운동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을 했었으니까.
‘그래, 나는 정치인이 아니다.’
그렇다면 한국전쟁도 터질 것이고.
이승한 박사가 초대 대통령이 되고 독재도 계속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5.16 군사 쿠데타가 터질 것이다. 아직 나는 내가 아는 그 역사대로 흐른다고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그 모든 것을 내가 무슨 수로 막겠어?’
오로지 대의만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은 없다.
사건이, 역사가 일어나는 이유는 거기에 개입된 개인의 사사로운 욕망 때문에 움직인다.
그때가 되면 일본인 사장의 사위로 호의호식했다는 것이 흠도 되지 않을 것 같다.
나쁜 짓을 같이한 자들은.
동족 의식을 아주 크게 느끼는 법이니까.
‘휴우······. 너무 먼 미래까지 생각했군.’
나도 모르게 인상이 찡그려졌다.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나 혼자 독립해서 사업해도 성공할 확률은 90% 이상이리라.
하지만 자본이 빈약하기에 더 큰 노력과 더 많은 실패를 거듭해야 한다.
미래의 기억이 있다고 해서.
다 성공하는 법은 아니다.
이 세상에서, 아니, 과거에서 영웅은 수도 없이 많이 나왔다.
하지만 그들의 대부분은 역적이 되어 죽었고.
성공한 사람은 왕이나 황제가 됐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나는 수많은 영웅 중의 하나일지 모른다.
실패할 수도 있고, 성공할 수도 있다.
그러니 성공 확률을 더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나카무라 사장님의 자본을 이용해 내 성공 확률을 100%로 만들고 싶다.
그리고 사실 리에 아가씨도 가지고 싶다.
‘이방자 여사도 일본인이었다.’
그녀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인 이은의 아내다.
일본인으로 태어났지만, 조선인으로 사신 분이시다.
‘리에 아가씨도 그분처럼······.’
리에 아가씨에게는 반쪽이라도 조선인의 피가 흐르고 있으니 일이 더 쉬울지도 모른다.
결심이 서는 순간이다.
‘1번!’
[1번을 선택하셨습니다. 조선 독립 후 고난의 길을 걷게 되실 겁니다.]이건 메시지가 내게 알려 주는 예지다.
그리고 나는 1번을 선택했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대비해야 한다.
“왜 말이 없는가?”
“리에 아가씨를 여신처럼 모시겠습니다.”
척!
나카무라 사장이 내 손을 잡았다.
“내 뜻을 따라줘서 고맙네.”
“아닙니다. 제가 감사할 뿐입니다.”
이것은 나카무라 사장님과 나와의 신뢰로 이루어진 관계일 것이다.
‘신뢰를 얻으면 세상을 얻는다.’
이제부터는 내 능력에 나카무라 사장님의 재력으로 날개를 단다면 내가 못 할 일은 없다.
‘내가 가진 기억을 최대한 이용하면······!’
나는 무조건 된다.
그리고 독립된 후를 대비할 것이다.
* * *
1944년 1월 18일.
나카무라 사장님의 결혼 허락이 떨어진 후.
나와 리에 아가씨는 이상하게 서먹서먹해졌다.
‘부끄럼을 타시는구나.’
예쁘고 귀엽다.
가을이 오면 저 아름다운 아가씨가 내 여자가 된다.
나는 그때가 되면 기꺼이 품을 것이고.
나와 그녀를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할 것이다.
‘일본인 여성과의 밤은 어떨까?’
나도 모르게 미래의 기억인 전생에서 봤던 야동이 떠올랐다.
‘나도 어쩔 수 없는 남자군.’
나도 모르게 미소가 머금어졌다.
“아버님을 뵈러 오셨나요?”
리에 아가씨가 수줍은 듯 내게 물었고.
야릇한 상상 중이었기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진 채 리에 아가씨를 봤다.
“예, 그렇습니다. 리에 아가씨.”
“예, 그러시군요.”
살짝 실망한 눈빛이 말로라도 리에 아가씨를 보러 왔다고 말해 주면 좋을 뻔했다.
‘귀여우시네.’
참 예쁘시다.
“사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나카무라 사장님 집의 일을 해주는 집사가 내게 다가와 말했다.
“예.”
이 순간 나도 아쉽고 리에 아가씨도 아쉬운 순간이다.
* * *
나카무라 사장님의 서재.
“혼례는 언제가 좋겠나? 조선 속담에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소리가 있지 않나?”
나카무라 사장님은 결심한 후.
리에 아가씨와 나의 결혼을 서두르셨다.
나카무라 사장님은 돌아오는 봄을 생각하시는 것이다.
사실 리에 아가씨는 나보다 3살 연상이다.
이 시대의 결혼 적령기는 지났고.
마음이 급한 쪽은 나카무라 사장님일 수밖에 없었다.
“제게 형이 셋이 있습니다. 아직 형들이 혼례를 치르지 않았습니다.”
옛말에 똥물에도 파도가 있다는 말이 있다.
똥차가 지나가야 내 차례가 온다.
하지만 단기간에 형 셋이 모두 장가를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
“예, 첫째 형이 올봄에 삼순 씨와 결혼합니다. 적어도 그때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내 말에 나카무라 사장님이 놀랐는지 눈빛이 변했다.
“삼순 씨는 혹시 우리 집 식모인 삼순을 말하는 건가?”
“예, 그렇습니다. 알고 계시겠지만, 형님께서는 미곡상 배달꾼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당황스러운 눈빛이다.
첫째 형이나 내 소개로 배달꾼이 된 것을 사장님이 아시지만.
삼순 씨의 일은 처음 들으니 저러시는 것 같다.
“이것 참 난처하겠군.”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지 짐작된다.
“리에 아가씨로서는 그럴 것도 같습니다.”
형수가 될 삼순 씨는 리에 아가씨의 몸종 비슷한 존재다.
그런데 형님과 결혼하면 서열이 역전된다.
리에 아가씨가 손아랫동서가 되는 셈이니.
시쳇말로 족보 꼬이는 상황이다.
몸종이라면 종과 거의 다름없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꼬박꼬박 삼순 씨에게 존댓말을 써야 하는 리에 아가씨다.
“조선의 가정 법도는 엄하다고 들었는데······.”
“가풍이 그리 엄한 집은 아닙니다. 그러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실 가풍 같은 것이 있는 집안도 아니다.
가풍이라는 것은 양반 가문에서나 존재하는 것이고.
이제 조선에 진짜 존경받아 마땅한 양반은 단언컨대 없다.
그리고 진짜 양반은 조선에 없고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하신다.
‘이시영 같은 분의 가문이지······.’
요즘 자꾸 독립운동가가 머릿속에 맴돈다.
이시영은 안창호, 전덕기, 이동녕, 이회영 등과 함께 비밀결사 조직인 신민회를 조직하여 독립운동을 하셨다.
‘물론 그분들의 이름도 한 자씩 변해 있었다.
하여튼 국외 독립운동기지 건설 계획에 따라 6형제가 재산을 모두 털어.
간도에 전 가족이 망명하여 신흥무관학교의 초석을 다지셨다.
그때 쓴 자산은 현대의 가치로 환산하면 600억이 넘는다는 소리가 있다.
그분이 세운 신흥무관학교는 1910년대 서간도 지역 독립군 양성의 총본산이 되었다.
특히 신흥무관학교는 독립군 핵심 간부 양성에 열성을 다했으며.
그 학교 졸업생들은 청산리대첩의 주역으로 활동해.
국외 독립 전쟁의 근간이라 할만 했다.
그런 분들이 진정한 조선의 양반이시다.
하지만 내가 살던 시대에 그들의 후손들은 남아 있지 않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한다.
그것을 넘어 멸문까지 이른 가문이지만.
그것을 기억하는 대한민국의 후손들은 몇 되지 않는다.
“그래도 신경 쓰일 수밖에 없네. 우선 자네 형님……. 아니, 사돈……. 그래, 조선에서는 사돈총각이라고 불러야겠지. 자네 형님에게 점포를 하나 내어 드려야겠네.”
“네? 점포를요?”
“그렇다네. 그리고 삼순이, 아니, 사돈댁에게도 식모 일을 그만두게 하고, 잠시라도 내 딸처럼 가르쳐야겠어. 그래도 천만다행으로 삼순, 아니, 사돈댁을 홀대하지 않아서 다행이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이럴 때는 단호해야 한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