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23
대한민국 절대 재벌! 23화
“아무리 막내라지만 저희 아버지의 자식입니다.””그렇지요.”
“어엿한 자식을 데릴사위로 보낼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찢어지게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중견기업 사장쯤 되는 나카무라 사장의 데릴사위로 들어가면 감지덕지할 것인데.
첫째 형은 싫은가 보다.
‘곧 죽어도 자존심인가······.’
자존심이 밥을 먹여 주는 것도 아닌데 저러고 계시다.
‘양반도 아니면서······.’
양반들이야 찬물을 마시고도 이를 쑤신다는 족속들이니까 그럴 수 있지만.
우린 그런 집안이 아니다.
내 알기로는 할아버지가 어릴 적까지만 해도.
우리 집에는 성 씨가 없었다.
일본이 호구조사를 실시하면서 성씨를 쓰게 됐고.
그때 할아버지는 지주였던 양반의 성을 따 강 씨를 썼다.
미래의 대한민국에 김, 이, 박, 최 씨를 쓰는 사람이 많은 것도.
할아버지 같은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양인들은 당장 성을 써야 하니 가장 세도를 떨치던 성씨를 따라 쓴 것.
물론 그 양인들 사이에도 천민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나는 미래에서 산 기억이 있는 만큼.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다.
‘사람 위에 돈 있고, 돈 아래 사람 있다.’
더럽고 천하다는 천민자본주의 의식이 내 뇌리에 박혀 있을지도 모른다.
미래의 대한민국은 그런 세상이니까.
“제가 일자무식이라서 아는 것은 없지만, 소문을 들으니 우리 철이 능력이 대단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녀석이 뭐 하러 데릴사위로 들어가겠습니까?”
첫째 형은 나카무라 사장님께 팩트 폭력을 가했다.
“으음······.”
“이 혼례, 물립니다. 제 아버지는 눈에 흙이 들어가더라도 허락하지 않으실 겁니다.”
첫째 형은 자기 생각이 아니라 아버지의 생각이라고 말하면서 내 결혼을 물리려고 작정한 것 같다.
‘형은?’
어떻든 상관없으리라.
“······못 물립니다.”
두 사람이 혼례를 물린다, 못 물린다로 실랑이를 할 줄은 몰랐다.
그리고 나카무라 사장님께서는 한번 결심하면.
그 결심 그대로 움직이시는 분이시기에.
나와 리에 아가씨의 결혼은 절대 물리지 않을 것이다.
“강수 씨.”
병풍 뒤에서 듣고 있으니.
사장님의 목소리가 변했다.
‘아 정말 궁금하네!’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기에 미치도록 궁금하다.
“······예. 사장님.”
목소리가 달라진 것 때문인지 첫째 형도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제 딸이 강철 주임을 많이 좋아합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때 병풍의 틈으로 장인께서 첫째 형에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는 모습이 보였다.
‘이 정도까지 하신단 말인가?’
사내가.
누군가에게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반드시 무엇인가에 대해 용서를 구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쟁취하기 위함이다.
‘딸을 위해!’
자존심까지 모두 버리셨다.
‘그리고!’
내가 그만큼 간절하게 필요하신 것이다.
격동의 세월!
나만큼 이 격동의 세월을 분석하고.
대처해 나가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리고 그만큼 나카무라 사장님은 자신에게 곧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직감하신 것 같다.
‘조국 광복이!’
모든 조선인에게 기쁘게 춤출 날이지만.
모든 일본인들에게는.
패망의 그 날로 기억이 될 테니까.
“딸 가진 아비의 마음을 조금만 생각해 주십시오. 제 딸이 강철 군이 아니면 안 된답니다.”
리에 아가씨와 나카무라 사장님이 따로 이야기를 나눈 모양이다.
‘일편단심이시네.’
리에 아가씨가 고마울 뿐이다.
그리고 이런 모습까지 보이시는 나카무라 사장께 고마울 뿐이다.
“사, 사장님······.”
첫째 형은 나카무라 사장님이 자신 앞에 무릎을 꿇는 것을 보고 기겁해 말까지 더듬었다.
“부탁드립니다.”
병풍 뒤에서 보니.
나카무라 사장님께서는 첫째 형에게 머리까지 조아렸다.
‘내가 보고 있기에!’
이런 행동까지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고맙다.
나를 이만큼 크게 생각해 주고 있는 것이니까.
“아이고, 이러시면······.”
그리고 형의 목소리를 들으니.
당황한 것 같다.
‘게임 끝났다.’
첫째 형은 사람 좋기로 유명하다.
그리고 모질지도 못하다.
“부탁드립니다.”
아마 나카무라 사장님은 미곡상 배달꾼으로 일하는 첫째 형의 성격을 이미 파악했으리라.
“······그러시면 제 아버지께는 데릴사위라는 소리는 하지 말아 주십시오.”
“예, 그러겠습니다.”
첫째 형은 내 성격을 잘 아니 타협점을 찾은 것이다.
“하여튼 다른 것을 몰라도 저는 상점을 주셔도 할 줄 모르고 그냥 계속 배달꾼이나 하겠습니다.”
이게 바로 첫째 형의 성격이다.
‘아마 셋째 형이라면!’
날름 받아 챙겼으리라.
‘그럼 둘째 형은?’
우리 형제 중에서 제일 파악이 안 되는 사람이 강산 형이다.
‘말 없고!’
우직한데.
뭔가 결심하면 끝을 보는 형이 둘째 형인 강산이다.
-철아, 너는 공산주의를 어떻게 생각해?
둘째 형 강산이 내게 했던 말이 또 떠올랐고.
마음에 걸린다.
‘형이. 공산주의자가 되면!’
광복 후 미군과 소련군에 의해 분단된 조국 현실이 만들어질 것이 분명하니.
우리는 어쩌면 이산가족이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국전쟁!
그 전쟁 때에 공산주의자의 가족은 위태롭고 위험하다.
또 전쟁이 끝난 후에는.
연좌제를 통해서.
손발이 묶이게 된다.
‘내게는 이롭지 않다.’
그래서 나는 형이 절대 공산주의자가 되지 못하게 만들 생각이다.
하지만 고집을 한 번 부리면 절대 꺾지 않는 둘째 형이기에 걱정이 태산이다.
“정말 그러고 싶으십니까?”
첫째 형의 말에 나카무라 사장님께서는 의외라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세상에 돈 싫어하는 사람 없으니까.’
이래서 우리 집이 가난할 수밖에 없다.
사람만 좋고.
욕심이 이렇게 없으니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군.’
나는 나도 모르게 병풍 뒤에서 인상을 찡그릴 수밖에 없었다.
“사장님, 제가 가게라도 하나 말아 먹어보십시오.””강철 군이 잘 살필 것이니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철이가 워낙 바쁘지 않습니까. 하여튼요. 그렇게 되면 그게 다 철이한테 손해가 될 거 아닙니까? 그렇게 알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사장님.”
첫째 형은 형 나름의 머리를 쓰고 있는 것이다.
‘자기 깜냥을 아는 첫째 형이지.’
소박한 형.
그래서 어떨 때는 또 듬직하다.
“역시 형만 한 아우가 없군요.””저는 무식해서 우리 철이 발끝에도 못 미칩니다.””아닙니다. 대단하십니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말입니다.”
“전 무식해서 힘쓰는 일이 좋습니다.”
하여튼 그렇게 유혹에서 벗어났다.
‘이것도 시험이면 시험일까?’
문득 나카무라 사장님이 우리 집안이 어떤 집안인지 알아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 그럼 돌아가 보겠습니다.”
형이 사장님께 넙죽 절을 하고 돌아갔다. 나는 병풍 뒤에서 나왔다.
“자네 집안은 진짜 조선 양반의 집안일세.”
이것은 우리 집에 대한 나카무라 사장님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격찬일 것이다.
“저희는 상놈 집안입니다.”
좋게 말하면 양인이었고.
나쁘게 말하면 상놈 집이다.
“뭐, 뭐라고?”
나카무라 사장님께서 이렇게 당황하는 모습을 또 처음 본다.
“그래도 노비는 아니었습니다.”
나카무라 사장님을 보며 미소를 보였다.
이건 내 농담이다.
“허허허, 강 주임이 농담을 다 할 때가 다 있군.”
사실 지금까지 나는 누구에게도 실없는 소리를 해 본 적이 없다.
‘없어 보이니까.’
항상 담백하게 이야기했고.
최대한 말을 아꼈다.
‘세 치의 혀에서!’
모든 재앙이 만들어지니까.
그리고 이 참혹한 일제강점기는?
무엇보다 혀를 조심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허튼소리를 하면!
악랄한 고등계 형사 놈들에게 잡혀가서.
없는 죄도 뒤집어쓰고.
안 했던 독립운동도 한 것이 되어.
졸지에 독립운동가가 되어 버리니까.
“형님이 혼례를 치를 동안 당분간 저와 리에 아가씨의 혼례는 미뤄 주십시오. 그리고 비밀로 해 주십시오.”
찬 물에도 위아래가 있는 법이다.
그리고 우리 집은 이런 면에서 꽤 고지식하다.
“형 셋 모두다?”
나카무라 사장님께서 인상을 찡그렸다.
마치 자기 딸이 그때까지 기다리면 늙어 죽을 수도 있겠다는 표정이다.
‘정말 꽤 친해졌군.’
나카무라 사장님께서 저런 표정을 내 앞에 보이는 것도 또 처음.
“첫째 형님이 결혼하신 후에 혼례를 치르겠습니다.”
나머지 형들이 장가를 갈 때까지 기다리면.
리에 아가씨가 늙어 죽을지도 모른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 것처럼 첫째 형도.
내가 공작 아닌 공작을 펼쳐서 장가를 보낸 것이다.
그리고 나도 셋째 형까지 모두 장가갈 때까지 못 기다리겠다.
밤마다 리에 아가씨가 내 꿈에 나타나 아침마다 남모르게 몰래 속옷을 빨아야 할 정도니까.
물론 젊다는 증거다.
“그렇게 하세.”
다행이라는 눈빛을 보이시는 나카무라 사장님이시다.
“감사합니다. 주인 나리.”
나는 여전히 나카무라 사장을 주인 나리라고 불렀다.
물론!나카무라 사장이 내가 자신을 어떻게 불러줬으면 하는지는 이미 짐작하고 있다.
“장인어른이라고 불러주게.”
역시다.
“예, 항상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자네 때문에 내 재산이 4년 만에 10배는 불어났네. 특히 땅을 사고팔면서 대지주가 됐어.”
맞다.
나는 이상할 정도로 땅을 사고 파면서 수익을 내는 일을 잘했다.
그리고 내 덕에 나카무라 사장님은.
10배가 넘는 부자가 됐다고 아는 사람들은 아는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한다.
‘조선이 광복되면!’
나카무라 사장은 일본인이기에 어쩔 수 없이.
일본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그걸 내가 물려받을 수 있겠지.’
이제 꿈이 커지고 있다.
‘그것도 아니면!’
적산이 된다.
그리고 적산은 헐값이다.
그러니 내가 매입하면 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