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296
대한민국 절대 재벌! 296화
새벽 2시, 부산항.
삼정 종합상사의 수입품이 실린 대형 선박에서는 한창 하역이 진행되고 있었다.
“얼른얼른 서둘러.”
하역을 감독하는 삼정 종합상사 감독관인 김명희는 하역 인부들을 독려했다.
이 수입품들은 일본에서 수입해 오는 물자들이었다.
그리고 김명희는 삼정 종합상사의 사장인 김병철의 장남이기도 했다.
“예, 알겠습니다.”
“어서, 어서!”
뭔가 다급해 보이는 삼정 종합상사 감독관이었다.
“그런데 이 포대는 뭐래?”
“우리가 알아서 뭐해.”
“그렇기는 하네, 그런데 왜 이 캄캄한 밤에 하역하고 지랄일까?”
“급한 모양이지.”
인부들은 그렇게 대형 선박에서 포대를 내리며 한 마디씩 하고 있을 때 부산항 입구 쪽에서 몇 대의 자동차가 급하게 달려와 멈췄다.
끼이익.
척척척, 척척척!
그리고 권총으로 무장한 경찰들이 차에서 내렸다.
“모두 작업 중지.”
경찰이 소리쳤고. 그 순간 하역 책임자였던 삼정 종합상사 감독관이 기겁한 눈빛으로 표정이 굳어졌다.
“여기 책임자 누굽니까?”
경찰관이 책임자를 찾았고, 삼정 종합상사 감독관이 덜덜 떨면서 앞으로 나왔다.
“저, 저입니다.”
“춥습니까? 왜 떱니까?”
“아, 아닙니다.”
“손 내미세요.”
“예?”
“손!”
경찰관의 말에 삼정 종합상사 감독관이 두 손을 내밀었다.
“당신을 사카린 밀수범으로 체포합니다.”
철컥!
삼정그룹의 흑역사라고 할 수 있는 사카린 밀수 사건이 드디어 터졌다.
* * *
1950년 1월 12일, 대한민국 총리 집무실.
“삼정 종합상사 사카린 밀수 사건?”
비서실장의 보고에 내심 어처구니가 없었다.
‘사소한 일들은 일어난다는 것인가……?’
당황스럽기까지 한 순간이다.
내가 알고 있는 사카린 밀수 사건은 1960년대 중반에 일어나는 사건으로, 울산에 삼정 비료 공장을 건설하던 중 사카린 3,000포대 정도를 건설 자재로 속여 국내로 반입시키다가 부산 세관에 발각된 사건이다. 그런데 그 사건이 15년이나 앞당겨져서 일어난 것이다.
‘그때 장남이 현장 지도를 했었나?’
내가 가진 기억이 모두 완벽할 수는 없다. 그리고 모든 미래를 다 알 수도 없다.
“현장에서 누가 검거됐습니까?”
“삼정 종합상사 사장의 장남이 검거됐습니다. 현재 언론을 통제해 놓았습니다.”
“괜한 일을 했군요.”
“죄송합니다. 내일 정계 인사들과의 협력 회의가 계획되어 있기에 연론 발표를 미루라고 했습니다.”
사실 사카린 밀수야말로 정경 유착의 표본일 것이고, 박정이의 부정부패의 실상이 드러나는 사건이기에 파장이 큰 사건이다.
‘박정이도 없는데…….’
절로 인상이 찡그려진다.
역사적으로 본다면 사카린 밀수 사건이 엄청난 파문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박정이 정부의 모순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삼정 종합상사가 울산에 삼정 비료 공장을 건설하고 있죠?”
이 사건이 역사 그대로 흘러와 현실이 됐다면 나 역시 역사대로 조치하면 될 것이다.
“그렇습니다. 완공 직전이라고 합니다.”
비서실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대한 비료가 되겠군요.”
“예?”
“압수한 사카린은 국고로 환수하시고 언론을 통제하시오.”
“예, 알겠습니다.”
대현 비료는 현재 부분 공기업화를 추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대현 비료 대신에 삼정 비료를 대한 비료로 만들어야겠다.
‘비료 업계의 1위는 대현 비료고, 2위가 대한비료가 되겠군.’
헌납을 받을 것이다.
* * *
1950년 1월 13일, 대한민국 총리 집무실.
올해 겨울은 유난히 춥지만 극동아시아는 전쟁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물론 중국 내전을 통해 전쟁 특수를 톡톡히 누렸기에 국가 성장률은 보고를 받고 있는 내가 봐도 미쳤다고 할 정도로 상승했다.
‘일본 내전이라…….’
미국이 비공식적으로 통보해 왔다. 이런 특급 기밀을 제공해 준다는 것은 미국의 입장에서 나와 대한민국은 여전히 자신들의 이익에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증거였다.
‘방위산업 분야가 더욱 성장하겠군.’
이제 남은 것은 일본의 결정이다.
‘기회주의적인 놈들이니…….’
일본 정부 역시 어떻게든 중국 내전을 이용하려 들 것이다.
“총리 각하.”
그때 비서실장이 나를 불렀다.
“예.”
“재계 인사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재계 인사 초청 만찬은 취소했었다. 그리고 오늘이 취소했던 만찬 대신에 협력 회의를 진행하는 날이다.
“시간이 벌써 그렇게 됐습니까?”
이 순간 떠오르는 것은 삼정 종합상사다.
‘삼정 비료를 헌납하려고 왔군.’
사실 이 회의는 재벌로 발전할 기업인들에게 그 재벌화를 가속시켜 주기 위한 지원 회의의 성격이 강했지만 삼정 종합상사에게는 참담한 날로 기억될 것이다.
“예, 총리 각하.”
“안으로 모시세요.”
* * *
대한민국 주요 재계 인사들이 총리실에 모두 모였다.
‘나와 대현 그룹 혼자서 대한민국 경제를 성장시킬 수는 없다.’
각 경제 분야의 1등 그룹은 대현기업이 되어야 할 것이고, 자원 개발 분야에서는 골드세븐이 담당하겠지만 1등이 존재한다면 2~3등도 존재해야 하는 법이다.
그래서 나는 이제야 구멍가게 형태를 벗어나는 재계 인사들을 만난 것이다. 그리고 지금 저들 중에 김병철 사장만이 벙어리 속병을 앓듯 내 눈치를 보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정 사장은 중동에 가 있지.’
중립지대 건설 개발 사업에 투입되었고 그 건설 사업을 통해 정 사장의 건설 회사는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였다. 이것이야말로 경제 식민지의 핵심일 것이다.
‘독립을 제공하는 대신에 이익은 나와 대한민국이 가진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쿠르드족 지도자들도 암묵적인 합의가 끝났다. 사실 그들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내 절대적인 지원을 받아 독립을 위한 과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공업과 경공업이 골고루 발달해야 합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내 말에 재계 인사들이 모두 옳은 말이라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더 많은 공장이 돌아가고, 더 많은 공산품이 생산되어야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수익이 늘어납니다. 또한 생산된 공산품을 수출해서 외화를 벌어들인다면 국가 발전에 막대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나는 이제 대한민국 자치 정부를 국가라고 말하고 있다.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각 회사가 제출한 보고서를 살피고 있습니다. 합당한 사업 계획서에는 충분한 지원이 있을 것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회사를 지원해 줄 것이다. 이것을 훗날에는 재벌들을 위한 특혜라고 말할 것이고, 후손들은 내가 실행한 정책 중 잘못된 정책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강소기업을 키워 나가기에는 극동아시아의 상황이 극변하고 있기에 빠르게 성과를 내려면 재벌들에게 특혜를 제공해 국가 성장률을 상승시키는 방법밖에 없다.
‘지금은 필요악이다.’
저들이 딱 그런 존재들인 것이다.
“감사합니다.”
정부 지원과 자금을 받아 공장을 세우고 공산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와 다름없으니 모두가 흥분한 눈빛을 지었다.
“내가 여기서 하나만 말씀드리겠소.”
당근을 줬으니 채찍을 꺼내야 한다.
“예, 경청하겠습니다.”
대부분이 5~60대다. 그런데 모두 어린 내 말을 경청하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여러분에게 지원하는 정부 자금은 특혜하면 특혜입니다.”
“…….”
“국민들의 혈세요. 지원된 자금을 엉뚱하게 사용하지 마십시오.”
“물론입니다.”
김병철 사장이 내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김병철 사장님.”
“예, 그렇습니다.”
“제 생각에 동참해 주신다면 감사할 뿐입니다. 계속 말씀드린다면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이익을 착취하지 마십시오. 나는 노동자 파업에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입니다.”
알 만한 사람들은 모두 내 첩이었던 고영희가 공산주의자로 노동자 총파업에 핵심이었다가 검거되어 총살되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 사실을 누구도 말하고 다니지 못했다.
이것이 권력의 힘이었다.
“노동자들이 분노하면 정부의 근간이 흔들립니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70% 이상이 노동자와 그의 가족들입니다. 아시겠습니까?”
“명심하겠습니다.”
“특혜라면 특혜입니다. 그러니 정부에서 받은 특혜를 이용해 이익을 극대화하십시오. 하지만 그 이익의 극대화에 노동자들에게 돌아갈 몫까지 갈취한다면 국가보위부가 가만있지 않을 것입니다.”
국가보위부는 국외 사업에 몰두하고 있지만 국내 부정부패 척결 권한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었다.
‘사카린 밀수 사건도…….’
국가보위부가 파악해서 경찰에게 정보를 제공했기에 검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말을 하는 과정에서 김병철 사장은 여전히 내 눈치만 보았다.
‘장남이 남산에 잡혀갔으니 저럴 수밖에 없지.’
이 시대에도 남산 국가보위부 조사실은 공포 그 자체다.
“그리고 하나 더! 탈세하는 자들은 반역자나 다름없습니다. 특혜를 지원하는 것은 이익을 극대화해서 국가에 충실히 세금을 납부하라는 의미라는 것을 모두 잘 아실 겁니다.”
지시 형태다.
하지만 이 지시에 반감을 가질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물론입니다. 암요, 그래야죠! 기업이 이익을 창출하고 창출된 이익을 국민들과 나누고 국가에 헌납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김병철 사장이 오늘 따라 말이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어떻게든 내 분노를 희석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 같다.
‘사업 계획서는 혁신적인데…….’
나는 삼정 종합상사가 전자 분야에 투자하겠다는 보고서를 보았다. 그리고 내 미래의 기억과 마주서야 했다.
그런데 사카린 밀수 사건이 터진 것이다.
“그것만 지켜주신다면 각 기업들의 무궁한 발전이 있을 겁니다.”
사실 현재까지 국가 주도 기업 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지시하는 형태다. 또한 각 기업들이 과도한 경쟁을 하지 않도록 분야를 분배해 주는 형태이기도 했다. 대현 그룹이 모든 경제 분야에 뛰어들어 사업을 추진할 수는 없다. 그리고 튼튼한 중견 그룹들도 만들어야 했다.
‘자유경쟁 체제는 아직 시기상조다.’
나는 기업인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아시고 노력해 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김병철 사장님은 저랑 따로 좀 봅시다.”
내 말에 삼정 종합상사 사장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눈빛을 지었다.
“……예.”
그런데 이 순간 다른 기업인들은 삼정 종합상사 사장을 보며 한없이 부럽다는 눈빛을 지었다.
저들이 모두 내 집무실을 나갈 때, 비서실장이 다급한 표정으로 집무실에 들어와 내게 묵례했다.
“무슨 일입니까?”
내 물음에 비서실장이 삼정 종합상사 사장을 봤다.
“잠시 나가 있겠습니다.”
삼정 종합상사 사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됐습니다, 보고하세요.”
내 말에 삼정 종합상사 사장이 놀란 눈빛을 지었다.
“총리 각하, 미국이 극동방위선을 조정하는 발표를 했습니다! 일명 애치슨 선언이라고 합니다. 전문 내용에 포함되어 있는 새로운 극동방위선입니다.”
전문내용을 요약한 보고서를 내게 내미는 비서실장이었다.
‘역시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건가…….’
나는 비서실장에게 전문 내용 보고서를 받아서 확인했고.
이 순간 삼정 종합상사 사장은 기겁한 눈빛을 지었지만 동시에 탐욕이 깃든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빠르게 머리를 굴리고 있는 것 같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