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th Korea's absolute chaebol! RAW novel - Chapter 42
대한민국 절대 재벌! 42화
“알겠소. 마음 단단히 먹고, 어금니 꽉 깨무시오.”
복면강도가 내게 말했고.
나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단검을 쥔 복면 괴한은 내 허벅지를 뚫어지게 봤다.
‘찌르려면 빨리 찌르지······.’
이렇게 기다리고 있으니 더 무섭다.
그때, 괴한의 눈빛이 서늘하게 변했다.
수욱!
허벅지를 찔렸다.
“으윽······.”
고통에 겨워 어금니가 꽉 깨물어졌다.
“혈관을 피해 찔렀지만 이대로 놔두면 못 쓸지도 모르니 당장 병원에 가서 지혈하시오.”
“으으윽······.”
칼에 찔리면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알아냈다.
내 허벅지를 찌른 칼이 뼈까지 사각사각 잘라내는 기분이다.
“으윽!”
피는 철철 흐르고 피를 보니 현기증도 났다.
‘나, 나는······!’
정말 나는 돈을 입에 문 박쥐다.
일제에 붙었다가 광복군을 돕고 친일파와 교류하면서도 광복군을 숨겨 주고 있으니까.
이솝 우화에 나오는 박쥐의 말로는 비참했다.
하지만 돈을 문 박쥐는 다를 것이다.
모두가 내 앞에 줄을 서려고 할 것이다.
내게 구걸하든 강탈하려고 할 것이다.
‘목숨을 거는 짓이지만······.’
이렇게 해야 내가 사람들에게 할 말이 있고.
광복 후 이승한 정권에 명함을 내밀 수 있다.
그런 후에 대대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것이다.
“으윽……. 이참에 확 각시탈이라도 쓰고 설쳐 봐!”
내 전생에서 봤던 드라마가 떠올랐다.
문제는 내가 쌈질에는 소질이 없다는 것이다.
하여튼 이렇게 대마도를 일본에게서 빼앗을 첫 번째 자금을 오덕수에게 전달했고.
나는 바로 일본군 헌병대에게 사람을 보내 무장 강도를 당했다고 보고할 것이다.
그리고 그놈들이 불령선인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래야 내가 산다.’
그리고 앞으로 일을 추진할 수 있다.
‘그나저나 돈이 부족해지겠어…….’
큰일을 할 때면 많은 돈이 들어간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지만 결국 돈이 하는 일이기도 하니까.
* * *
고급 일본 유곽.
“아키코, 하시모토 상께서 너를 찾으신다. 호호호!”
고급 일본식 유곽에는 기녀가 있고.
그들을 관리하는 마마라는 여자가 존재했다.
쉽게 말해 룸살롱 마담 같은 존재다.
물론 조선 기생으로 친다면 퇴기라 말할 수 있고.
이런 마마라 불리는 늙은 여자들이 할 줄 아는 건.
남자를 상대하는 일이라서, 이런 유곽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세요?”
아키코는 관심 없다는 듯 말했다.
“너를 첩으로 들이려고 매일 출근표를 찍네. 정성과 열정이 대단해. 호호호!”
“호호호, 그런데 어쩌죠? 저는 그런 늙은이는 싫은데.”
“정말 싫어?”
“처도 아닌 첩인데 뭐가 좋겠어요? 제가 첩이나 될 팔자로 보이세요? 어느 신사 스님이 저보고 나중에 아주 크게 된다고 했어요.”
“뭐야? 똑똑한 아키코가 그런 미신을 믿을 줄은 몰랐네. 호호호”
고급 일본식 유곽이라고 해도.
결국, 몸을 파는 창녀다.
그런 창녀가 나중에 크게 된다고 하니.
마마는 실소가 터지는 것을 참지 못했다.
‘네가 네년처럼 젊을 때 첩으로 들어갔으면 이렇게는 안 산다. 멍청한 년!’
마마는 속으로 아키코를 욕했지만.
겉으로는 웃었다.
“아키코, 내 말 잘 들어, 보기 좋은 사쿠라도 한때야. 하시모토 상이 조센징 출신이지만 그래도 알아주는 지주잖아? 이번에도 대일본제국을 위해 헌금을 엄청나게 했다더라.”
“그런가요?”
마마의 말에 찰나지만 아키코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너도 알겠지만 사쿠라도 한때고, 이번 기회를 놓치면 너도 나처럼 된다. 그러니 늙은 거 하나 잡아서 조센징 말로 팔자라는 것을 고쳐보는 게 어떠니? 원래 조센징들이 일본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잖아.”
“그렇기는 하죠.”
“따지고 보면 벗겨놓으면 다를 것이 없는데 말이야, 호호호, 사내라는 것들은 본토 놈이나 반도 새끼나 다 똑같은 것처럼 말이야.”
“호호호, 맞아요, 발정 난 개잖아요. 그런데 헌금을 얼마나 했데요?”
“왜 이제 관심이 생겨?”
“돈이 얼마나 많은지 궁금해서요.”
“풍문으로 들었는데, 헌금으로 제로센 전투기 한 대 값을 바쳤대. 그럼 20만 원이야! 소문에는 곧 귀족 작위가 내려질 거라는 소리도 있어. 아마 이 경성에서 나카무라라는 기업가 다음으로 헌금을 많이 하고 있다네.”
“나카무라라고요?”
“그렇다더라고, 사위가 조센징인데, 돈 버는 재주가 그렇게 출중하다네. 그자가 번 돈을 대부분 헌금으로 냈대.”
“혹시 그 사위라는 자의 이름을 아시나요?”
“왜, 늙은 것보다 젊은 것에 더 구미가 당겨?”
“이왕이면 어린 것이 좋죠. 호호호.”
“강철이라고 했던가? 그러고 보니 아직 창씨개명도 안한 불령선인이네? 호호호!”
유곽에서도 강철의 이름이 거론될 정도로 강철은 유명인사였다.
“아, 그렇군요.”
“그리고 나도 들은 이야기인데 그 집 안방 계집이 골골하잖아. 네가 첩으로 들어간다면 그년이 화병으로 죽으면 네가 본처야, 그럼 너도 팔자를 제대로 고쳐서 귀족 마님이 되는 거지, 어때?”
“왜 하시모토 상이 그렇게 말해 달라고 했나요?”
“나도 좀 먹고살아야지. 호호호!”
“생각해볼게요.”
“그래, 그래.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하는 거야. 잘 준비해서 오늘 아예 녹여버려.”
“예, 마마.”
“준비하고 나와.”
마마가 웃으며 아키코의 방에서 나갔고, 아키코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오늘 아예 죽여 버려야겠다.’
살기가 번뜩이는 아키코였다.
“밖에 히모토 있어?”
스르륵, 문이 열렸고 남자 하나가 들어섰다.
“예, 아키코 님.”
명자, 아키코, 소냐, 이런 이름은 각 나라를 대표하는 여자들의 이름이다.
“나 오늘 밖으로 나갈 거야.”
“준비하겠습니다.”
“밖에서 이야기 들었지?”
“예.”
“강철이 어떤 자인지 좀 알아봐.”
* * *
1944년 6월 13일.
병원으로 급히 옮겨진 나는 바로 사람을 시켜 일본 헌병대에 강도가 들었다고 보고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일본 헌병대에서 출두하라는 통보를 받았고.
다리를 절며, 한 번 들어가면 병신이 되거나 죽어서 나온다는 일본 육군 헌병대로 걸어 들어갔다.
‘졸라 무섭네······.’
백열등 하나가 깜빡이고 있다.
이런저런 섬뜩한 생각이 자꾸 들었다.
‘아마 이곳에서······.’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고문을 당했을 것이고, 처참하게 죽었을 것이다.
‘고문······.’
그 단어를 떠올리니 소름이 돋고.
내가 괜히 내 발로 들어왔다는 생각까지 든다.
‘여기는 호랑이 굴이다.’
그러니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호랑이에게 물려 갔을 때 정신을 바짝 차려도 결국 잡아먹힌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그만큼 나는 지금 상황이 두려웠다.
끼이익, 철컥!
녹슨 철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나도 모르게 부르르 온몸을 떨었고.
일본 헌병대 중위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보며 들어왔다.
“강철, 아직도 창씨개명을 안 했군.”
헌병대 중위는 창씨개명을 안 한 것부터 트집을 잡았다.
‘······무섭다.’
저 일본군 헌병은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고문했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러면서도 그의 눈빛이 뭔가 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탐욕스러운 눈빛······.’
상인은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다.
그래서 사람의 됨됨이를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저 탐욕스러운 눈빛 속에······.’
명예심도 가득해 보인다.
그러니 이중적인 놈이다.
‘저자를······.’
정말 잘하면 내 도구로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자초한 이번 위기를 잘 넘겨야 한다.
속이려 하지 말고 이실직고하자.
100% 거짓을 말하는 것보다.
20%의 진실을 숨기고 말하는 것이 숨기고 싶은 진실을 숨길 수 있는 법이니까.
“해야죠, 하, 할 겁니다.”
나도 모르게 내 목소리가 떨렸다.
“겁먹지 말고, 여기가 사람 잡아 죽이는 사형장은 아니잖아?”
저 말이 더 무섭다.
“예, 맞습니다. 하여튼 먹고사느라 하도 바빠서 불충하게 창씨개명을 못 했습니다. 신민으로 저는 불령선인입니다. 정말 잘못했습니다.”
“너의 장인이 나카무라 사장이더군.”
장인어른의 명성이 내 방패막이 되어 줄 것이다.
엄청난 양의 재화를 군대에 헌납했고.
아마 지금도 돈다발을 들고 헌병대 고위직 군인을 찾아갔을 것이다.
“예, 그렇습니다. 장인어른께서는 제게 빨리 창씨개명을 하라고 하셨지만, 제가 장사하느라 너무 바빠서……. 죄송합니다.”
죽을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벌벌 떨면서 계속 헌병 중위에게 사죄했다.
“바쁜 것은 이해한다. 그런데 강도가 들었다고?”
헌병 중위는 강도라고 했지만.
나는 강도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강도로 판단했다면 일본 헌병이 나를 부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경찰이 아니라 헌병을 택한 건.
고등계 형사들을 피하기 위해서다.
따지고 보면 일본 헌병대보다 더 악질이 고등계 형사들이다.
놈들이 조선인들에게 더 악질일 수밖에 없는 건.
태생이 조선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많은 성과를 올려야 하고.
그런 과정에 없는 죄도 만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지금은 늑대를 피하려고 범의 굴로 들어선 꼴이다.
“강도라니요, 놈들은 강도가 아닙니다. 망할 놈의 불령선인입니다! 빌어먹을 독립군이라고 말하는 놈들입니다. 그놈들이 강도가 되어 저를 이렇게 만들고, 금화를 훔쳐 갔습니다.”
독립군 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친일파나 지주 그리고 부호들의 집을 터는 독립군 조직이 있다.
그것에 대해 이미 헌병들이 파악했기에 나를 이런 곳에 부른 것이다.
“그, 그 금화는 사실……. 제로센 전투기를 헌납하려고 먹을 것 덜 먹고, 입을 것 안 입어서 모은 건데, 흑흑흑!”
눈물을 흘려야 할 타이밍에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일본군 헌병대 중위가 나를 보며 피식 웃었다.
“불령선인?”
“그렇습니다. 그 금화는 꺼어억, 흑흑흑, 어어억!”
이제는 제대로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려주기만 하면 된다.
“놈들 얼굴은 봤나?”
“복면에 두건을 쓰고 있어 눈밖에는 못 봤습니다. 어젯밤이니까 아마 아직 경성을 벗어나지 못했을 겁니다.”
“빠가야로! 놈들이 굼벵인 줄 아나? 아마 지금쯤이면 신의주까지 갔을 거다!”
“그, 그럴까요?”
한없이 안타깝다는 눈빛을 지었다.
“모두 몇 놈이었나?”
“총 세 놈이었습니다. 한 놈은 경성 말씨를 썼고, 다른 한 놈은 평안도 말투였습니다.”
내 말에 헌병대 중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네, 협조 고맙군. 자네처럼 이렇게 신고하는 사람도 처음이야.”
위험한 한고비를 넘긴 것 같다.
‘여길 나갈 때까지······.’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똑똑!
그때 헌병대 취조실을 누군가 두드렸다.
‘혹시······.’
내 사건에 대한 다른 제보가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