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 Farmer RAW novel - Chapter (128)
소아의 손에서 떨어져 내린 빛 가루가 은빛송송이꽃 위로 살포시 내려앉았다. 그것들은 은빛송송이꽃에 앉는 족족 흡수되었다.
“아.”
건우가 그 신비로운 광경을 보고, 가볍게 감탄사를 터뜨렸다.
잠시 후, 빛 가루를 뿌리던 소아가 손을 거뒀다.
“됐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소아.
건우가 그런 소아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다 했어? 뭘 한 거야?”
그 질문에 소아가 건우를 돌아보면서 대답했다.
“뿌리를 재생시켰어.”
건우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그가 놀라서 재빨리 되물었다.
“뿌리를 재생시켰다고? 정말이야?”
“응. 확인해 봐.”
“어떻게?”
건우의 물음에, 소아가 갑자기 은빛송송이꽃 하나를 잡고 뽑았다.
후두둑.
쏙 뽑히지 않고, 흙까지 끌어 올리면서 뽑히는 은빛송송이꽃.
잘 보니, 잘려 있던 줄기 아래로 가는 뿌리가 자라 있었다.
그것을 본 건우의 눈이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대박.”
건우는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뿌리가 생겼다는 건, 은빛송송이꽃을 키울 수 있다는 건가?’
건우는 지금까지 은빛송송이꽃을 키우지 못해서 무척이나 아쉬웠다.
지속적인 섭취로 마력을 한계까지 끌어 올릴 수 있는 놀라운 꽃.
그런 꽃을 키우지 못하는데, 아쉽지 않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기회가 생기니, 들뜨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때였다.
소아가 한껏 들뜬 건우와 눈을 맞추면서 물었다.
“나 잘했어?”
“어? 으응. 잘했어.”
건우는 그러면서 소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소아가 반짝 웃으면서 귀를 쫑긋쫑긋했다.
건우가 그런 소아를 보면서 생각했다.
‘아무래도 소아의 능력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겠다.’
그는 그러면서 소아가 가진 능력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 결과, 건우는 어째서 첸밍이 소아를 데리고 다녔는지 알 수 있었다.
‘식물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능력이라니…… 이건 생각보다 더 사긴데?’
소아는 식물에 관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잘렸던 은빛송송이꽃의 뿌리를 재생시켰던 것처럼 식물을 재생시키거나 회복시키는 능력, 식물의 성장 속도를 가속시키는 능력, 더 나아가서 식물을 자신의 마음대로 조종하는 능력까지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건우는 눈앞에 연신 군무를 추고 있는 독피시를 보면서, 자기가 동화 속에 들어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었다.
그때였다.
소아가 상당히 지친 표정으로 건우에게 물었다.
“더 해야 돼?”
그 물음에 건우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힘들면 안 해도 돼. 그냥 소아가 어떤 능력을 지닌 건지 확인만 해 본 거니까. 고생했어, 소아야.”
건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소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에 소아가 배시시 웃어 보였다.
“건우는 착해. 첸밍은…… 이렇게 안 해 줬어.”
그렇게 말하는 소아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하지만 금세 밝아지면서 말을 이었다.
“나, 머리 많이 쓰다듬어 줘.”
그 말에 건우가 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이내 방긋 미소 지었다.
“물론이지. 그게 뭐 어렵다고…….”
건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소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때였다.
“하왕!”
소아가 춤추게 한 독피시들이 멈추자, 하와가 아쉬움이 가득한 탄성을 내뱉었다. 그와 동시에 다른 던전 농지 식구들도 아쉬워했다.
수많은 정령들과 뿔토끼들이 소아가 만들어 낸 독피시의 군무를 구경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엘이 던전 농지 식구들 앞으로 나서면서 소매를 걷어붙였다.
“제가 한번 소아 님 대신에 해 볼게요!”
엘은 그렇게 말하면서 반짝이를 뿌리기 시작했다. 소아가 빛 가루를 뿌리던 것을 따라서 한 것이다.
하지만 독피시들은 묵묵부답, 조금도 움직이질 않았다.
엘이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것은 금방이었다.
“저도 독피시를 춤추게 하고 싶은데, 안 된답니다.”
그러면서 어깨를 힘없이 늘어뜨리는 엘.
옆에 있던 하와가 엘을 가볍게 위로해 주었다.
“하와.”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할 수 있을 거라는 위로였다.
그 말에 약간의 희망을 품은 엘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정말로 그럴까요?”
“하와!”
당연하다고 힘을 북돋아 주는 하와.
엘이 눈을 반짝이면서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럼 오늘부터 특훈에 들어가겠답니다!”
그러면서 다시 반짝이를 뿌리기를 시작하는 엘.
건우가 그 모습을 보면서, 피식 웃어 버렸다.
‘무슨 청춘 드라마 같네.’
그는 그러면서 엘에게 작은 성과라도 있기를 빌어 주었다.
* * *
소아의 능력을 확인한 건우는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평소 일과를 마치는 시간보다 상당히 이른 시간이었다. 이는 농사를 짓기 시작한 첫날부터 무리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집에서 마냥 쉬고만 있을 생각은 아니었다. 지금까지 작성해 둔 일지를 둘러보면서, 앞으로의 농사 계획을 점검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계획을 점검하던 건우가 일지를 덮으면서 묘한 표정을 지었다.
‘농사는 기존 계획대로 진행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긴 한데…… 최근에 너무 가물은 게 조금 걸리네.’
우려했던 대로 비가 너무 오지 않아서 땅이 급격하게 마르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건우에게 가무는 것 정도는 큰 문제가 되지 못했다. 물의 정령들을 이용해서 지속적으로 물을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다른 부분이 마음에 걸렸다.
‘마을 어르신들이 꽤 고생을 하겠어.’
더 정확히 말하면서, 지하수나 다른 곳에서 물을 끌어 쓰지 못하고 있는 어르신들을 뜻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보통 가뭄이 오면 직접 물을 뿌려 주어야 했는데, 워낙 연로한 사람들이 많아서 물을 뿌려 주기보다는 손을 놓는 경우가 많았다.
젊은 사람들도 하기 힘든 일을 노인들이 쉽게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정부나 초인 협회에서 지원을 좀 나와 줬으면 좋겠는데…… 상황에 따라서는 내가 좀 도와줘야겠다.’
건우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하와!”
갸웅!
하와와 가온이 건우의 스마트폰을 보면서 신난 표정을 지었다.
건우는 뭔가 싶어서, 하와와 가온의 머리 위로 슬쩍 스마트폰 화면을 확인해 보았다.
-갸웅!
-뺙!
-냥냥!
-뀨우웅!
둘이 보고 있던 것은 여름휴가 동안 화진포 해수욕장에서 놀던 가온, 빙닭, 돌쇠, 뀨뀽이의 동영상이었다.
건우가 그것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생각해 보니까, 찍어만 놓고 다시 보질 않았었네.’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하와와 가온의 사이에 껴서 같이 동영상을 시청했다. 그러던 중에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이건 내가 찍은 게 아닌 것 같은데?’
건우가 촬영했던 구도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잠시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하와!”
갸옹!
그에, 동영상을 보던 하와와 가온이 칭얼거렸다.
건우가 미안한 표정으로 둘을 다독였다.
“잠깐만, 뭐 하나만 확인하고 줄게.”
그는 그러면서 동영상을 확인해 봤다. 그 동영상은 건우의 개인 동영상이 아니라, 미튜브 동영상이었다.
건우의 두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뭐야? 누가 이걸 찍어서 마음대로 올린 거야?”
심지어 뀽튜브를 통해 엘이 올린 동영상도 아니었다. 즉, 누군가가 무단으로 동영상을 찍어서 올린 것이다. 당사자한테는 허락도 안 받은 상태로 말이다.
건우는 기분이 살짝 나빠졌지만, 이내 잘 모르고 그랬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일단은 댓글만 남기기로 했다.
[뀽튜브: 동영상에 나오는 아이들 보호자입니다. 동영상 내려 주세요.]심지어 부계정이 아니라 뀽튜브 계정으로 남겼다.
‘이 정도 했으면 알아서 내리겠지. 내일까지 안 내리면 신고하면 되고…….’
건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다시 하와와 가온에게 스마트폰을 돌려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타이밍 좋게 스마트폰으로 전화가 걸려 왔기 때문이다.
‘윤아네.’
건우는 발신인을 확인하고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조윤아예요.
“안녕? 무슨 일이야?”
-잠깐 댁에 들려도 될까요?
건우는 그 말에 고개를 주억였다.
“물론이지. 언제든지 와도 돼.”
-그럼, 바로 갈게요.
신비술사 조윤아와 건우는 그렇게 통화를 마쳤다.
통화를 마친 건우가 하와와 가온에게 스마트폰을 돌려주려고 할 때였다.
똑똑똑.
누군가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통화를 마친 지 5초도 지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설마 벌써 왔나?’
건우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하와와 가온에게 스마트폰을 넘겨주고 현관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이건우 님.”
“안녕하십니까, 이건우 님.”
현관문 앞에는 건우가 혹시나 했던 조윤아와 집사 나이트가 서 있었다. 그런데 조금 의외의 인물이 한 명 더 껴 있었다. 항상 검은 선글라스와 검은 정장을 입고 다니는 집사 룩도 같이 있었던 것이다.
그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이건우 님.”
건우는 그런 세 사람의 인사에, 반가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서들 오세요.”
그는 그러면서 세 사람을 집으로 들였다.
“하왓!”
갸웅!
그와 동시에 세 사람을 보고서 반갑게 인사하는 하와와 가온.
조윤아의 표정이 완전 무장 해제가 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하와, 오늘도 귀엽네.”
“하와!”
하와가 조윤아의 칭찬에 방긋방긋 웃었다. 평소였다면 조윤아가 하와에게 대뜸 달려들었겠지만, 오늘의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대신에 건우를 바라보면서, 오늘 이곳에 온 본론을 바로 꺼내 들었다.
“오늘은 사과드리고 싶어서 찾아왔어요.”
“사과?”
“네. 저희 쪽에서 최대한 신상을 막아 드리기로 했는데, 너무 어설프게 대비한 것 같아요. 죄송해요. 저희 쪽의 불찰이에요.”
조윤아는 아까 던전 농지에서 건우와 나이트가 통화로 해결했던 것을, 직접 사과하러 온 것이다.
건우는 그녀가 고개를 숙이자, 깜짝 놀라서 손사래를 쳤다.
“그러지 마. 부담스러워. 그건 나이트 씨하고 말 끝냈어.”
그 말에 조윤아가 숙였던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래도 그렇게 대충 넘어가기에는 책임을 회피하는 것 같아서요. 신화농장 운영을 제안한 것도, 이건우 님께 신화농장 대표 자리를 권했던 것도 전부 저희니까요.”
조윤아의 말에 건우가 난처한 표정으로 볼을 긁적였다.
그러다가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그거야 나도 수락한 일이었잖아. 부담가지지 마. 내 정보 좀 누가 알게 되면 어때? 누가 나를 죽이려고 찾아올 것도 아닌데…… 그리고 나이트 씨에게도 말했다시피, 어느 정도는 각오하고 있던 일이기도 했고…….”
건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이 크게 신경 쓰고 있지 않다는 것을 최대한 어필했다. 그에 조윤아가 살짝 편안해진 얼굴을 보였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해요. 그래도 최소한의 대비는 하게 해 주세요. 혹시 정신 나간 사람이 이건우 님을 찾아와서 해코지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 말에 건우는 잠시 침음을 흘렸다. 그러면서 조심히 물었다.
“최소한의 대비가 뭔데?”
“룩을 경호원으로 배치해 드리고 싶어요.”
건우는 조윤아의 말에 놀라서 룩을 바라보았다.
룩은 여전히 무표정하게 서 있었다.
건우가 다시 조윤아를 바라보면서 되물었다.
“룩 씨를 경호원으로?”
“네.”
“내가 알기로, 룩 씨는 꽤 중요한 일을 하시는 분일 텐데…… 내 경호원으로 있어도 돼?”
그 말에 조윤아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당연히 되죠. 이건우 님을 경호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얼마 없으니까요.”
“어, 그래? 하하.”
건우는 조윤아의 말을 듣고서 괜히 기분이 간질간질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리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누군가를 자신을 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기분 좋은 일이었다.
조윤아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건우 님도 아시다시피, 룩의 능력은 분신을 만드는 거예요. 건우 님의 경호를 수행하면서 다른 일도 잘 수행하고 있으니, 부담가지지 않으셔도 돼요.”
거기까지 말을 들은 건우는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룩을 경호원으로 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룩을 경호원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심적으로 걸리는 부분이 많았다.
평범하게 살아온 건우가 누군가의 경호를 받는다는 것은 꽤나 어색하고 부담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건우는 룩의 경호원을 거절하기로 했다.
“윤아가 어떤 생각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건지는 알겠어. 하지만 누군가의 경호를 받은 적이 없어서 좀 부담스러워.”
“하지만 만의 하나의 가정을 생각해서라도…….”
조윤아는 건우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계속해서 룩의 경호를 받는 것이 어떠냐고 설득했다.
조윤아는 설득하고, 건우는 거절하고.
그렇게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가만히 지켜보던 나이트가 한 가지 제안을 꺼내 들었다.
“이건우 님. 이런 방식은 어떻습니까? 룩이 멀리서 이건우 님과 가족들을 경호하는 겁니다.”
“멀리서요?”
“네. 일종의 원거리 경호입니다.”
나이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경호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했다.
그 설명을 들은 건우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주억였다.
“그런 거라면 괜찮을 것 같네요.”
그렇게 건우는 룩의 경호를 받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