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325)
그렇게, 세계수의 앞에 모두가 모였다.
하지만 정작 모인 이들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 많지 않나?”
“거의 100명은 될 것 같은데······.”
하이 드루이드를 만나게 될 인원은 7명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작 모인 인원은 백여 명에 가까웠다.
“그대들은 모두 13명씩, 일곱팀으로 나누어 세계수의 던전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 모습을 드러낸 즉시, 나는 그들의 의구심을 가볍게 해소해주었다.
더 많은 인원이 모인 이유는 간단하다.
규칙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내가 ‘원탁의 기사단’을 부활시킨 순간.
《‘명예의 성소’에서 ‘원탁의 기사단’이 창설되었습니다.》
《‘명예의 세계수’가 ‘기사단’의 자격을 확인합니다.》
《자격이 증명되었습니다.》
《‘명예로운 자’들이 한데 모여 자격을 증명했습니다.》
《또한 ‘하이 드루이드’에서 ‘황금률의 드루이드’가 되어, ‘잊힌 명예의 던전’의 입장 가능 조건이 바뀝니다.》
《‘황금률의 드루이드’가 선택한 2만 이상의 명예를 지닌 7명의 단장은, 각각 12명의 ‘단원’과 함께 던전에 입장할 수 있습니다.》
《그들과 함께 ‘잊힌 자들의 왕’이 될 자격을 증명하십시오.》
《최대 91명이 입장할 수 있으며, 입장자가 늘어날수록 던전의 보상이 커지고 특별해집니다.》
원탁의 기사단 창설, 그리고 드루이드 특성의 진화!
아마도 그 두 이유가 합쳐져 조건이 변한 것이리라.
뭐가됐든 상관은 없었다.
입장자가, 경쟁대상이 늘어나면 보상도 커진다는 말.
저 문구가 나를 사로잡았다.
태고 등급의 던전에서 보상이 더욱 커진다면,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으므로.
“이곳에 모인 건 ‘명예의 자격’을 증명하여 합격한 상위 91명이다. 그대들은 모두 나와 함께 세계수의 던전에 들어가는 영광을 누리게 될 터인즉.”
“······ 하이 드루이드가 인간?”
그 순간.
엘프여왕이 경악한 채 입을 열었다.
감히 의심하지 말지어다.
세계수는 본래 하나였다.
태초의 숲.
최초로 떠오른 천공의 대지이며, 엘프가 다스리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에 단 한 그루만이 존재했을 뿐이다.
그로 인해 엘프들이 얻은 이점은 셀 수 없이 많았다.
종족을 불문하고 성지로 취급되어 침략받지 아니하며, 굳이 다른 땅을 노릴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자원과 기운이 풍부하고 비옥했다.
또한, 세계수의 비호 아래 엘프는 번성하였다.
······ 불과 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말이다.
세계수는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쇠약해지기 시작했다.
잎이 시들고 가지를 좀처럼 뻗지 못하자, 세계수의 의존하며 살아가던 엘프들도 지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 틈을 다크엘프가 비집고 들어온 것이다.
세계수가 버젓이 존재하는 신성 영역에서 전쟁을 벌인 것도 모자라 납치까지 자행할 줄이야.
다크엘프들은 도를 넘었다.
모두 세계수와 엘프가 약화된 탓이다.
하여, 엘프여왕은 간절하게 ‘하이 드루이드’를 찾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아루웬 장로가 찾았다고 했지.’
··· 아루웬 장로.
그녀는 균열의 탑을 클리어한 인간이자 ‘신록의 주인인 그가 ‘드루이드’라고 말했다.
아우릴의 월계수를 급성장시켰다고 했던가.
틀림없이 드루이드다.
그것도 그냥 드루이드가 아닌, ‘하이 드루이드’일 터였다.
분명히 그의 이름도 들었다.
‘란돌프.’
란돌프!
사막어로 ‘위대한 늑대’라는 뜻이다.
먼 옛날 전승되어온, 하지만 오랜 시간 희석되어 정확한 의미도 모르는 자들이 태반인 그 이름을 어떻게 알고 지었을까.
확실한 건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닌 자라는 것이다.
아우릴에게 전해들은 ‘란돌프’는 실로 기이한 존재였다.
‘신록의 주인이며, 용신 아인하사르가 직접 태우러 올 정도의 거물. 질투의 악마를 죽일 정도로 강하고, 그리하여 투신 카라스에게 인정받은 자. ’
인외(人外)다.
인간의 격을 벗어던진 초월자가 분명했다.
용신 아인하사르가 직접 누군가를 찾아갔다는 이야기는 엘프여왕의 생애에 들어본 적도 없었다.
뿐만인가.
란돌프를 찾은 아인하사르는 용신의 격을 되찾았다.
투신 카라스도 마찬가지다.
그 이름대로 ‘위대한 늑대’처럼.
하지만 엘프여왕은 란돌프를 찾을 수가 없었다.
다크엘프들이 본격적인 공격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물며 란돌프에 대해 알아온 아루웬 장로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
그 순간 두 번째 세계수가 나타났다.
드루이드를 찾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일.
엘프여왕이 직접 행차한 이유다.
한데, 이곳에 하이 드루이드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숨죽이며 기다렸다.
그녀만이 아닌, 이곳에 모인 모두가.
-우리 모두를 모아놓을 정도로 대단한 녀석인가?
-모든 신성(新星)이 한데 모였다. 보잘것없는 자라면 단번에 부숴버리리.
-과연 얼마나 명예로운 자이길래?
초유의 관심을 담아 지켜보고 있었다.
‘어머니별’을 수호하는 ‘멸악의 거인’부터, ‘불의 어머니’라 칭해지는 에이션트 피닉스, 세상을 등지고 은거하던 ‘빛의 수호자’ 로열 가디언까지.
백왕은 어떤가.
그간 모습을 숨기고 있던 자들이 대거 출현했다.
제아무리 엘프여왕이라 할지라도 쉽사리 움직일 수 없는 신성한 거물들이!
어둠과 심연이 아닌, 오직 신성 영역의 주인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 건 역사적으로도 처음이었다.
‘두 번째 세계수의 주인이 인간이라니?’
······ 그럴진대.
마침내 나타난 하이 드루이드는 또다시 인간이었다.
저자가 란돌프는 아닐진대.
어찌하여 ‘하이 드루이드’가 모두 인간일 수 있다는 말인가?
“‘하이 드루이드’가 아니다, 엘프여왕이여. 그분께선 ‘황금률의 드루이드’시다. 가장 위대한 드루이드이며 세계수의 주인 되는 분이시지.”
드루이드의 대족장 알비노가 정정했다.
드루이드도, 하이 드루이드도 아닌, 황금률의 드루이드라고.
“‘황금률의 드루이드’······? 하이 드루이드와 다른 건가?”
하지만 ‘황금률의 드루이드’는 엘프여왕도 금시초문이었다.
그런 드루이드가 있다는 것도 지금 처음 알았으니까.
그러자 알비노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하이 드루이드’는 드루이드의 왕을 의미한다.”
“황금률의 드루이드는 그럼 무엇이냐?”
“신.”
“······ 신?”
“드루이드의 신.”
알비노도, 다른 드루이드들도 한껏 상기된 채 인간을 바라보았다.
그 말인 즉.
······ 지금 그들의 신이 이곳에 강림했다는 의미다.
인간의 외형을 하고 있으나 ‘신’이라면 껍데기는 아무 상관 없다.
그저 무릎을 꿇고, 경외하며 찬양하는 것 외엔.
또한, ‘드루이드’는 자연을 이루는 종족.
자연의 신이라면 마땅히 엘프의 신이기도 했다.
일반 엘프나, 하이 엘프는 물론 엘프여왕이라 할지라도 감히 자연의 신 앞에서 함부로 고개를 들 수는 없는 법.
대족장 알비노가 그리 말한다면 거짓은 아니리라.
하지만······.
좀처럼, 인정할 수가 없었다.
‘욕망의 크기가······.’
······ 너무 컸으니까.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엘프는 존재의 ‘욕망’을 볼 수 있는 눈을 지녔다.
자연만큼이나 탐욕적이고 욕심많은 것은 없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그, 럴 리가······.”
그 순간, 아우릴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지금은 하이엘프와 비등할만큼 강해진 아우릴.
그녀를 이곳에 대동한 건 오로지 그녀의 실력 때문이었다.
한데, 아우릴은 황금률의 드루이드를 바라보며 두 눈을 잘게 떨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요, 아우릴?”
엘프여왕이 묻자, 아우릴이 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니요. 아무런 일도 아닙니다. 여왕님.”
“그래요······?”
“예. 개의치 마십시오.”
정색하며 답하자, 엘프여왕도 더 묻지 않았다.
지금은 아우릴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 있었으니까.
“우리의 신을 의심하는 자는, 우리 드루이드를 의심한다고 생각하마.”
알비노가 굳은 얼굴로 선포했다.
아무런 의심도 하지 말라고.
동시에.
“······.”
“······.”
모두 입을 닫았다.
드루이드는 자연의 초석을 다지는 종족이기에, 그들을 적대하고싶은 종족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생명체는 자연 없이 존재할 수 없으므로.
게다가 대족장 알비노는 ‘전설의 드루이드’다.
이곳에 모인 자들 전부와 비교해도 감히 손색이 없는 괴물!
멸망 이전의 시기부터 생존해온 그는 마땅히 존경받을만한 이였으니.
“세계수에 던전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보오. 설명이 필요할 듯한데.”
정적 끝에.
멸악의 거인이 적당히 예의를 차리며 말했다.
어쨌든 타종족의 신이니, 무례를 범하지 않는 선에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리라.
······ 궁금해하는 것도 당연하다.
갑자기 던전에 입장하라는 것도 이상한 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태고 등급의 던전이다.”
“음······?”
“태고?!”
“태고가 뭐지?”
알고 있는 자와 모르고 있는 자의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하지만 알고있는 자들은 전율하며, 경악한 채로 나를 바라봤다.
“‘태고’란 최초의 이름이다.”
“그럼 ‘태고 등급의 던전’이라는 말은, ‘최초의 던전’이라는 말인가?”
“‘최초’의 정의는 각기 다르니 굳이 ‘최초의 던전’이라고 하지는 않겠다. 허나, 세계수의 기원과 함께 태동한 던전임에는 분명하다.”
“세계수의 기원과 함께······!”
그제야 이해한 전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세계수와 함께 출현한 던전.
세계수는 세계의 탄생과 함께 나타났으니, 그 기원을 말하자면 입 아플 수준이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던전의 보상은 모든 던전을 통틀어서도 전례가 없으리라. 어쩌면 이 세계수의 주인이 될 수도 있겠지.”
“······!!!”
“······?!”
모두가 있는 힘껏 놀랐다.
드루이드의 신이, 다른 종족에게 세계수의 주인될 권한을 넘길 수도 있다고 직접 언급한 것이다.
당연하게도 알비노와 드루이드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허나 저들의 욕망을 끌어올리기 위함이다.
잊힌 명예의 던전.
오직 명예로운 자들만이 입장할 수 있다는 건 ‘명예를 건 싸움’을 하라는 뜻일 터.
하지만 그렇다고 ‘동등하게’ 경쟁할 생각은 없었다.
“입장 조건은 내가 인정하며, 오롯이 명예로운 자다. 이곳에 모인 자들 중 내가 호명하는 여섯은 수장, 혹은 대장의 자격으로 다른 12명과 함께 팀을 이루게 될 것이다.”
나는 첨언했다.
보다 확실하게 저들의 머릿속에 박아넣었다.
이중 오직 6인만을 나는 인정하겠다고 말이다.
내 인정을 받지 않은 자는 나와 경쟁할 가치도 없다는 뜻이었다.
“그 여섯이 누구인가요?”
하여 엘프여왕이 물었다.
당연히 모두가 대장의 자격을 원하겠으나.
“우선······ 멸악의 거인.”
나는 작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 인정해줘서 고맙소.”
그러자 멸악의 거인이 고개를 숙였다.
란돌프로 만났을 땐 거만하기 짝이 없었건만.
란돌프로 내가 인정했다면 코웃음을 쳤을 놈이다.
역시 자격만큼 중요한 건 없는 모양이다.
“······.”
모두의 시선이 몰린다.
아무렴.
지금 내가 호명한다는 건, 멸악의 거인과 같은 급이라는 것.
그야 궁금할 수밖에 없을 테지.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백왕.”
“··· 황금률의 드루이드께선 꽤 보는 안목이 있군.”
백왕이 거만하게 나섰다.
역시 변함없이 재수없는 놈이었다.
크람델에서 망자왕을 사냥할 때 멸악의 거인과 한차례 부딪힐뻔한 적이 있으니, 호명하지 않았다면 자존심깨나 상했을 것이다.
이로써 둘.
남은 건 넷이다.
“에이션트 피닉스. 그대는 이름이 뭐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괴물.
또한 등장한 적도 없는, 심해의 존재.
허나 모든 피닉스들이 추앙하는 자였다.
문제는 이름을 알아낼 수가 없었다는 것.
알비노도 모른다.
다른 드루이드도, 심지어 세계수도 알려주지 못했다.
그 정도로 신성한 존재라는 의미다.
스스로 밝히지 않으면 절대로 알아낼 수 없을만큼.
-‘알 라움’. 황금률의 드루이드여, 내 이름을 다른 이들에게 말하지 않으면 좋겠소.
머릿속에 울려퍼지는 목소리.
알 라움이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제외하면 자신의 이름이 다른 이에게 밝혀지는 걸 원치 않는 듯했으니.
“넘어가지.”
-고맙소.
“다음은······ 광휘의 초인 카심.”
광휘의 초인 카심은 인간이었다.
세계수에게 자격을 확인받은 인간 중, 세렝게티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명예의 소유자.
그는 전설적인 초인이었다.
홀로 악의 제국을 소멸시킨 자.
대륙이 천공으로 떠오른 초창기.
혼세한 시대의 일인자이자 최강자로 이름을 드날렸다.
하지만 ‘악의 제국’이 멸망한 뒤 사라졌다는 전설이 있다.
‘간혹 퀘스트에서 그 이름을 보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살아있을 줄은.’
카심의 이름은 플레이어들 사이에도 상당히 유명하다.
그 정도로 전설적인 인물인 것이다.
멸악의 거인, 백왕, 에인션트 피닉스 알 라움, 광휘의 초인 카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