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329)
세렝게티의 주변을 마구 돌고 있었으니까.
말이 없을 뿐 확실하게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의아했다.
“그건 ‘반얀’이라는 자의 영혼이다.”
“예? ‘반얀’······ 이요?”
“익숙한 이름인가?”
“······ ‘원탁의 기사단’의 단원으로 활동하던 남자의 이름입니다. 그냥 동명이인일 수도 있지만······.”
나는 애써 모르는 척을 했고, 세렝게티도 연기를 하며 받아들였다.
여기서 내가 ‘란돌프’이고 ‘빌헬름’이라는 걸 모두에게 공개할 수는 없었으니.
“그럼 그 영혼은 너에게 부여하도록 하지.”
“··· 아, 알겠습니다.”
세렝게티가 긴장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반얀의 영혼을 손에 쥐며, 그대로 세렝게티를 향해 밀어넣었다.
순간.
《‘잊힌 기사의 영혼(반얀)’으로 기사단을 강화합니다.》
《기사단의 ‘품격’이 5 상승합니다.》
《‘품격’이 높을수록 기사단에 추가효과가 부여됩니다.》
《품격 10 : 기사단원 전원 모든 능력치 + 1》
《품격 20 : 기사단원 전원 모든 능력치 + 2》
《품격 50 : 기사단원 전원 숙련도 효율 + 50%》
《품격 100 : 기사단원 전원 경험치 획득률 + 50%》
《품격 200 : 기사단원 전원 모든 능력치 + 5》
《품격 300 : 기사단원 전원 전체 관통력 + 10%》
《품격 400 : 기사단원 전원 한계 레벨 상승 + 1》
《품격 500 : 기사단원 전원 신성 획득》
······.
《품격의 효과는 던전 밖에서도 지속됩니다.》
《‘가장 찬란한 기사단’은 품격으로 인한 효과가 2배로 적용됩니다.》
《‘반얀의 영혼’이 ‘세렝게티’에게 부여되며, 이름을 되찾습니다.》
《‘세렝게티’가 ‘황금률의 조각’을 사용해 ‘반얀’의 기억과 기술을 일부 가져올 수 있습니다.》
부르르르!
세렝게티의 신형이 잘게 흔들렸다.
그리곤 고개를 털더니.
“아······.”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이후 그녀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반얀······ 만이 아닙니다. 빌헬름 님을 제외한 다른 ‘원탁의 기사단’의 단원들 전부가 이곳에 있습니다.”
미친.
설마가 사람을 잡았다.
그녀의 말 그대로, 나의 예상대로 정말 그들이 이곳에 있는 것이다.
“······ 그들이 왜 이곳에 있는 거지?”
하지만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원탁의 기사들’이 이곳에 있는 건지.
세렝게티가 숨을 크게 몰아쉬며 답했다.
“‘잊힌 신’은 ‘잊힌 자의 영혼’을 불러들입니다. 이곳에 있는 수많은 ‘잊힌 신’들이 ‘잊힌 기사의 영혼’들을 강제로 불러 모은 겁니다.”
“그럼 원탁의 기사단이 단체로 잊혀졌다는 의미인가?”
“······ 잊히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왜?”
“자신들의 정체가······ 빌헬름 님에게 해가 될 거라고······.”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뭐?
그러자 내 눈을 본 세렝게티가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원탁의 기사’들은, 저와 빌헬름 님을 제외하면 모두······.”
세렝게티가 말을 아꼈다.
하지만 뒤에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건지 알 것 같았다.
나는 작게 중얼거렸다.
원탁의 기사들.
그들의 진짜 정체는.
“······ ‘금기’를 어긴 자들이지.”
······ 절대로 존재해서는 안 될 존재들뿐이었으므로.
내가 그리 두지 않을 것이다.
금기(禁忌).
해서는 안 될 일, 결코 위배해서는 안 될 규칙.
원탁의 기사들은 대부분이 그러한 ‘금기’를 어긴 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 것조차도 싫어했기에 넘버링으로 호명되기 일쑤였다.
숫자를 부여하고 매겨지는 기준은 간단했다.
그저 무력이 강한 순서대로 늘어놓으면 그만.
나로서도 그게 편했다.
서로의 이해가 일치한 셈이다.
한데, 죽어서까지 ‘잊히려고’ 했다는 이야기는 다소 충격적이다.
하지만······ 그들이 어긴 ‘금기’라는 것도 본인의 의지에 의한 게 아니었으니.
‘악신교에서 강제로 교잡되어 배양된 실험체들.’
악신교.
가장 강력한 4대 악신을 따르는 종교들을 일컫는 말이다.
발락가스, 앙그라 마이뉴, 가즈, 디아블로.
그들은 어둠 속에 숨어 비밀리에 활동하며 웬만해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악신을 세계로 소환하고자 온갖 파렴치한 실험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탁의 기사들 대부분이 그 목적으로 만들어진 실험체였다.
‘아이작이 눈을 뜬 비밀 광산 도시와 이자벨라가 겪었던 사막도시 크람델에서 자행된 사막여왕의 실험, 기타 수많은 생존런을 통해 알게 된 사실들이 있었지.’
천여 번의 ‘생존런’을 통해 나는 그들에 대해 알게 됐다.
암암리에 실험을 계속하고 있는 악신교의 교도들을.
빌헬름을 플레이하며 나는 그들을 찾아낸 뒤 토벌하고, 수많은 ‘실험실’을 습격했다.
그리하여 11명의 실험체들을 구해냈으니.
그 실험체들이 바로 ‘원탁의 기사’의 토대가 된 것이다.
온갖 금기를 어긴 흑마법과 교잡 실험으로 태어난 금기의 아이들.
‘처음에는 그냥 특수한 NPC인 줄 알았다만······.’
악신의 교단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실험체들은 나를 따르길 자처하며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솔직히 샘이 났다.
성장 속도가 말이 안 되게 빨랐고, 기초능력부터 차이가 심했으니까.
뿐만인가?
위험한 순간에서도 절대로 도망치지 않는다.
명령을 내리면 반드시 수행해낸다.
하여, 나는 기사단으로 묶어 제대로 키우기만 한다면 대륙최강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세렝게티를 13번째로 입단시킨 것은 일종의 가림막이다.
한없이 깨끗하고 올곧은 그녀를, 순백의 세렝게티를 기사단의 얼굴로 내세워 다른 단원들의 정체가 알려지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악신교의 금기로 태어난 기사들이라는 게 알려졌다간 ‘원탁의 기사’는 존재부터가 위험할 터이므로.
······ 하지만, 결국 그들 모두 ‘대원정’에서 죽었다.
‘원시정령을 다루는 삼군주 마몬, 무의 극치 칠군주 바사라. 그 둘을 죽이는데 가장 많은 희생이 필요했지.’
지옥의 군주들.
그들이 자신의 지옥 속에 있을 때, 그 힘은 상상을 초월한다.
일군주 망자왕 아흐람, 이군주 초열지옥의 이세라만 해도 얼마나 까다로웠던가.
하지만 지옥의 삼군주부터는 말도 안 되는 난이도를 자랑했다.
원탁의 기사들이 가장 많이 희생된 건 삼군주와 칠군주를 상대할 때였다.
원시정령을 다루는 마몬의 변칙성 앞에서 일차로 좌절을 겪었고, 칠군주 바사라에 다다랐을 땐 마음 같아선 그냥 포기하고 싶었으니까.
원탁의 희생이 아니었다면, 마왕에게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스스로 잊혀지길 바랐다고?’
마음이 착잡했다.
금기를 어긴 게 자신의 결정이 아니었음에도, 세간의 인식과 편견에 의해 스스로 잊혀지는 길을 택한 기사들.
빌헬름에게 누가 될까 봐 아예 지워지는 길을 택한 이들.
그 결과 망령이 되어 구천을 떠돌다가 ‘잊힌 신’에 의해 이곳으로 흘러들어왔다.
··· 잊힌다는 것은,
이름을 잃고, 떠돌며, 구원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누구도 부르지 않고, 불리지 않으며, 그렇게 지워진다는 의미였다.
한없이 명예로우나, 스스로 명예롭지 않다고 생각하는 기사들.
그런 이들이 이곳에 모인 게다.
원탁의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잊힌 기사의 영혼’이란 아무래도 악신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이냐?”
세렝게티의 첨언에 내가 다시 묻자.
그녀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아득히 먼 옛날부터 악신을 상대하다가 죽은 기사단과 기사들. 그들이 강제로 ‘잊혀진’ 것입니다. 그리고 이곳으로 향한 듯합니다.”
“‘잊힌 신’들은 그런 영혼을 끌어들여 뭘 하려는 거지?”
불가사의 업적을 해결할 때마다 얻게 되는 한 개의 영혼들.
370개의 불가사의 업적이 존재한다는 건, 다시 말해 370개의 영혼이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방금 전 ‘잊힌 신’은 다음 층계로 나아가는 대신 얻은 영혼들을 전부 내놓으라고 언질했다.
그 이유가 무척이나 궁금했는데.
“죄송합니다. 거기까진 모르겠습니다.”
세렝게티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옆에서 세아 성녀가 입을 열었다.
“······ 잊히고 잊혀진 위대한 기사들의 영혼. 그들의 영혼을 모아 ‘부활’하려는 게 아닐까요?”
“부활이라. 이름을 되찾는다는 건가?”
알비노가 되물었다.
그러자 세아 성녀가 다시금 고개를 저었다.
“아예 다른 신으로 새롭게 부활하려는 것 같아요. 새로운 이름, 새로운 자격, 새로운 권능으로 새롭게 출발을 하려는 의지가 느껴집니다.”
“그래서 그렇게 삐뚤어져 있었나 보군.”
“아마도······ 영혼을 모으면 모을수록, 잊힌 신들은 저희를 노려 올 거예요.”
아예 새롭게 태어나려 한다.
잊힌 신들이.
그들 또한 ‘악신’을 상대하다 잊혀진 신들일는지.
던전을 더 나아가야 알겠지만, 확실한 건 이곳에는 악신을 상대하던 위대한 370여 명의 영혼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원탁의 기사들도 마찬가지로 ‘악신’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존재들이었으므로.
그리고 불가사의 업적을 깨어 나가며 영혼을 많이 모을수록, 잊힌 신들의 견제 또한 심해질 거라는 사실은 틀림없는 것 같았다.
‘일곱 기사단의 출현이 방아쇠가 된 거로군.’
업적을 깨며 영혼을 모아줄 일곱 기사단들의 출현.
던전에 입장한 91명의 도전자들이 ‘잊힌 신’의 잠들어있던 의지를 깨운 것이다.
어쩌면 이건 단순히 기사단끼리의 경쟁만이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만약, 다수의 영혼을 모은 기사단이 ‘잊힌 신’에게 패배한다면?
혹은 영혼을 ‘잊힌 신’에게 넘긴다면?
‘우리는 부활한 잊힌 신을 상대해야 하는 건가?’
······ 아직은 추측일 뿐이다.
하여 굳이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구태여 불안을 조장할 필요는 없으니까.
“슬슬 움직이도록 하지.”
허나, 그렇다고 멈춰 있을 수도 없었다.
도리어 더 빠르게 업적을 깨어 나가면 될 일.
무엇보다도······ 원탁의 기사들이 이곳에 방치되어 있는 걸 나는 바라지 않는다.
그들의 영혼 전부를 구원하고 싶다.
12번, 반얀.
녀석의 영혼이 이곳에 있다면 다른 녀석들도 전부 있을 테니까.
그들에게 나는 말하고 싶었다.
‘너희들은 절대로 잊혀져선 안 된다. 내가 그리 두지 않을 것이다.’
··· 그러니, 기다려 달라고.
이로써 확실해졌다.
박현명과 란돌프의 구분.
선과 악의 성향이 확실히 나뉜 이유를.
그 뒤 내가 이곳, 명예의 세계수에서 ‘태고의 던전’을 열게 된 연결고리를 알 것 같았다.
이 모든 게 빌헬름을 플레이한 내게 남겨진 숙명이라는 것도 말이다.
앞으로 내가 해야할 일들이 무엇인지도 확실히 숙지했다.
잊힌 신들?
막는다면 모조리 부숴버릴 테다.
이제 남은 건 오직, 행동뿐.
‘모두 나를 기다리고 있도록.’
나는 지체 없이 문을 넘었다.
그러자.
【‘세계수의 뿌리’로 향하는 길의 선택지 3개가 주어집니다.】
【셋 중 한 가지 길을 택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1. 일반룸】
【2. 물음표(???)룸】
【3. 보스룸】
【‘일반룸’은 쉬운 난이도에 속하며, ‘물음표’룸은 난이도가 무작위입니다. ‘보스룸’의 경우 가장 어렵지만 공략하기에 따라 제일 많은 ‘불가사의 업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보스룸에선 간혹 ‘잊힌 신’이 등장해 대결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대결에서 승리할 경우 ‘상징물’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뿌리 지도’가 주어집니다.】
【‘뿌리 지도’를 보고, 시련을 깨어나가며 뿌리까지 도달하십시오.】
【‘물음표’ 난이도에선 이따금 보너스 스테이지가 진행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5개의 길을 택하면 ‘상징물’을 통해 들어갈 수 있는 ‘히든룸’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히든룸’의 경우 ‘잊힌 신의 상징물’을 보유해야만 열 수 있습니다. ‘히든룸’을 여는데 필요한 상징물의 종류, 숫자는 모두 다릅니다.】
세 갈래의 길이 떠올랐다.
물론,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보스룸’에 입장합니다.】
*
【‘황금률의 기사단’이 보스룸에 입장했습니다.】
【다른 기사단의 입장을 대기중입니다.】
【다른 기사단의 입장을 대기중입니다.】
【다른 기사단의 입장을 대기중입니다.】
······.
【‘멸악의 기사단’이 보스룸에 입장했습니다.】
【지금부터 두 기사단의 대결이 시작됩니다.】
【기사단은 힘을 합쳐, 상대 기사단의 단장을 쓰러트리십시오.】
【승리한 기사단은 패배한 기사단의 무작위 ‘잊힌 기사의 영혼’을 하나 빼앗고, 상대 기사단이 이곳 보스룸에서 달성하며 획득한 ‘불가사의 업적’과 ‘잊힌 기사의 영혼’을 모두 강탈합니다.】
【주의. 잊힌 기사의 영혼을 모두 잃으면 길을 잃게 됩니다. 이후 영원토록 잊혀진 채 던전에 갇히게 됩니다.】
【두 기사단이 대결할 전장이 ‘별의 대지’로 선정되었습니다.】
【‘별’마다 괴물이 존재하며, 괴물을 퇴치하여 ‘별’의 주인이 되면 특수 효과를 획득합니다.】
【대결 방식은 ‘난투’입니다.】
【제한시간은 1시간입니다.】
【제한시간 내로 결판이 나지 않으면 두 기사단 모두 ‘잊힌 기사의 영혼’을 하나 잃습니다.】
······ 보스룸이라 해서 진짜 ‘보스’가 나올 줄 알았건만.
설마 다른 기사단과 대결을 펼치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상대 역시 ‘보스룸’을 택했다는 의미이며,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무력에 자신이 있다는 뜻.
그리고 나타난 상대는 다름 아닌 멸악의 거인과 별 수호자들이었다.
“별 수호자 그룹이라······.”
“멸악의 거인만 쓰러트리면 되는 건가?”
“반대로 우리는 단장님만 지키면 된다는 소리로군.”
모두가 떠오른 글귀가 규칙을 보며 중얼거렸다.
멸악의 거인.
그리고 별 수호자들.
그들의 힘은 결코 무시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으니.
특히 멸악의 거인은 혼자서 망자왕 아흐람을 두드려 팬 괴물 중의 괴물이었다.
“제가 지켜드리겠습니다.”
“저만 믿으십시오!”
허드슨과 세렝게티.
순간 둘이 내게 바짝 밀착했다.
‘······ 뭐지?’
착각일까?
아기새를 보호하는 어미새가 이러할까.
뭔가 내 안전을 과도할 정도로 걱정하고 있는 눈빛들이다.
‘제한시간 1시간. 그 안에 결판을 내야만 한다.’
어깨를 으쓱하며 시련에 대해 고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