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342)
그러니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사기이고, 기만이며, 드루이드의 신비성에 금이 가는 행위다.
모든 신성족들이 등을 돌리리라.
별 수호자들도, 엘프들도, 어쩌면 같은 드루이드마저도.
‘불길함의 상징과도 같은 놈이 황금률의 드루이드일 리가 없으나······.’
정상적인 사고라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오주력, 그 까마귀의 ‘비정상적’인 작태에 있었다.
‘오주력은 평범함을 거부하는, 상식을 깨트리는, 뿌리와 잎사귀가 바뀌어있는 것만 같은 위반 그 자체의 존재였으니.’
오주력. 놈은 결코 정상적이지 않았다.
처음 신비의 탑에서 등장했을 때부터 그랬다.
절대로 깨지 못할 기록을 깨고, 개념을 파괴했다.
뿐만인가.
이후로도 놈이 행한 것들은 하나같이 정상적인 게 없었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어금니’를 되찾아주었으나, 도무지 상식 밖에 있었기에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혼’을 부딪혀보면 확실해지겠지.”
몬스터 혼.
그 혼은 소환자의 영혼에 빗대어 진화토록 설계된 매개체다.
그런고로, ‘혼’의 대결을 펼친다는 건 서로의 영혼을 부딪힌다는 말과 같다.
부딪히다 보면 땀이 나듯 영혼의 냄새도 더욱 강렬해질 것이고, 보다 확실하게 정체를 파악할 수 있으리라.
물론.
‘나의 영혼이 최강임을 증명하마.’
······ 그가 진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그는 북부를 다스리는 군주.
신들도 두려워해야 할 절대자였기에.
*
나는 백왕의 말을 듣고 내심 철렁할 수밖에 없었다.
‘오주력의 냄새를 맡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모든 ‘악성향’은 란돌프에게로 넘어갔다.
지금 내겐 찬란한 빛의 성향뿐이 남아있지 않다.
그럼에도 백왕은 정확히 ‘오주력’을 짚어서 말했다.
냄새가 난다고.
하지만 진짜로 냄새가 날 리 만무하다.
‘내 존재를 읽었다?’
아무도 읽지 못한, 양면으로 나뉜 존재의 일면을 읽어냈다고 해야 할는지.
아니면 백왕이 지닌 능력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미래시라 불릴 정도로 감이 좋았으니까.
‘······ 감. 느끼는 거다. 본능적으로.’
그래.
결국 ‘감(感)’이다.
떠본 것에 불과하다.
내가 당황하지만 않는다면 걸리지도 않을 터.
‘이전보다 더 감이 좋아졌나 보군.’
의외였다.
백왕 역시 성장한 모양이다.
어금니를 되찾아 힘을 회복하고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간 듯싶었다.
나는 다시 백왕을 바라보았다.
비로소 진짜 왕의 권좌에 오른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 상당히, 기세가 달라졌다.
【황금률의 드루이드(십일성천) VS 백왕(멸왕 모크)】
하지만 더 이상 대화를 나눌 시간 따윈 주어지지 않았다.
5강의 대결이 시작된 탓이다.
“어디 한 번 놀아보자꾸나.”
자신감 넘치는 백왕.
그 태도만큼이나 멸왕 모크의 기세도 일기당천이었다.
꽈릉!
대결이 시작된 즉시 발을 박차고 십일성천에게 뛰어든 멸왕 모크.
엄청난 속도다.
가아아악-!
순식간에 십일성천의 목을 조여왔다.
손이 거대하게 늘어나더니 훨씬 커다란 용의 목을 부러트릴 듯이 비틀어댔다.
휘이익!
그 순간 염원구슬이 빛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륵?
멸왕 모크의 행동이 다시 역재생되기 시작했다.
목을 풀고, 뛰어들기 전의 자리로 되돌아간 것이다.
‘신체의 시간을 움직이는 힘.’
십일성천은 시간을 다룬다.
세계의 시간이 아닌, 생체의 시간을.
앞으로 감거나, 뒤로 되돌릴 수 있다.
그롸아아아악!
멸왕 모크가 비명을 내질렀다.
몸에서 비늘이 떨어지고, 몸이 굽으며, 급속도로 노화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침범불가.”
채챙!
마치 균열이 가듯 모든 게 깨지면서.
동시에 멸왕 모크의 신체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백왕이 시동어를 걸자 벌어진 일이다.
“멸왕 모크에게 이능은 통하지 않는다.”
이능이라 칭해지는 능력들.
무언가를 축복하고, 저주하는 기타 모든 능력이 멸왕 모크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모크는 자신에게 해당되는 모든 능력을 취소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으므로.
《‘멸왕 모크’가 ‘이능 침범불가(40Lv)’의 속성을 지닙니다.》
저 또한 ‘불가’의 영역이다.
심지어 내 숙련도 레벨을 넘어섰다.
아직은 무신의 심검으로도 베어낼 수 없다는 뜻.
아무래도 녀석은 단 한 가지에만 특화된 개체인 듯싶었다.
바로 육탄전.
다만, 그렇다고 무적은 아니었다.
‘눈 하나가 감겼다.’
멸왕 모크의 신체 위에 떠 있는 수많은 눈들.
그중 하나가 ‘침범불가’를 말하자 감겼다.
저 ‘눈’들이 이능을 억제하는 권능을 지닌 것이다.
즉, 저 눈을 모두 감게 하면 ‘이능 침범불가’도 해제된다는 의미.
‘시간의 감속과 가속도 결국 이능의 결이니.’
이제야 왜 멸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지 알겠다.
어째서 백왕이 자신하는지도 확실하게 알 것 같았다.
그도 그럴게.
꽝! 꽝!
꽈아아아앙!
······ 이능을 사용할 틈을, 주지 않는다.
눈을 감게 하여 결계를 해제해야 하나, 모크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거대하게 늘어나는 양손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십일성천을 타격했다.
단순 육탄전으로는 따라잡을 수가 없다.
남은 수는 하나.
“더 진화할 구석이 남아있던 거냐?”
백왕이 웃었다.
모크의 움직임도 멎었다.
진화하는 걸 기다려주겠다는 듯.
그는 강자의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십이천자’의 형태로 변신합니다.】
꼬리에 저장된 마지막 형태.
신령하며 거대한.
“······ 까마귀?”
흰 까마귀가 모습을 드러냈다.
십이천자를 본 백왕은 인상을 찌푸리곤 고개를 갸웃했다.
“오주력······ 은 아닌데.”
까마귀는 까마귀다.
게다가 오주력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신성하다.
머리 위에서 이글대는 작은 태양과 붉게 빛나는 꼬리들은 아름답기까지했다.
저걸 과연 까마귀라고 할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그렇게 완성된 형태를 보곤.
“그럼, 다시 놀아보자꾸나.”
백왕이 재차 웃어 보였다.
*
-······.
‘잊힌 신’은 가만히 황금률의 드루이드를 눈여겨보았다.
십이천자.
저 신령한 까마귀 역시 진리 바깥의 존재였으니.
한때 신으로 떠받들어지던 짐승이다.
생명을 주고, 잇는, 신화 속의 주인이었다.
그 힘이 너무나도 강해 진리 바깥으로 추방되어 지워진 것.
‘처음부터 십이천자의 기능이었구나!’
잊힌 신은 보자마자 깨달았다.
다이아낙스도, 엔젤 베헤모스도, 십미호도, 열 한 개의 성천도.
결국 모두 십이천자가 연결하여 변형한 형태였던 것이라는 사실을.
진화가 아닌, 변신이다.
그렇다면 저 모습이 완전한 끝이라는 뜻인데.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저게 끝이라면 이길 수 없다.
십이천자는 결국 자신이 변신한 형태의 힘을 증가시키는 데 특화된 개체.
허나 멸왕 모크는 진정으로 강하다.
시간을 다루고, 생명을 잇는 능력은 없으나, 그 모든 걸 넘어설 만큼 강력했다.
생각보다 더, 상상 이상으로.
‘저것은 종의 최종형태라 봐야 할 테지.’
종의 시초가 잊힌 신이 만들어낸 인간의 형태라면.
저것은 ‘종의 최종 진화 형태’라 봐도 무방했다.
설마 이 정도로 강할 줄은 몰랐으나, 아마도 그것은 소환자의 역량 때문일 것이다.
백왕.
저놈은······.
‘백호제(白虎帝)의 피를 이었다.’
다스리는 모든 것을 진화시키는 백호족의 제왕.
한때 가장 찬란했던 문명의 세계에서조차 넘볼 수 없는 두각을 나타내었던 자.
그 피를 이은 듯싶었다.
까아아악!
십이천자가 비명을 내질렀다.
멸왕 모크의 타격을 용케 버텨내고 있으나, 그 또한 시간문제.
잊힌 신은 고개를 저었다.
‘나를 받아들였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을.’
모든 것을 주려 했건만.
여신을 버리고, 자신을 맞이한다면, 이곳에서의 승리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악신들 중에서도 최강의 반열에 올랐을 터인데.
-······ ?
그 순간이었다.
십이천자가 끝이라 생각했건만.
-저건······?
잊힌 신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십이천자가 다시 한 번 모습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그것’을 본 잊힌 신의 두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럴, 리가······!
회색의 왕.
세계수.
세계를 지탱하고 균형을 유지하는 나무.
모든 세계의 생명은 세계수로부터 비롯되었으며, 그렇기에 최초의 세계수는 세상의 어머니라 불리어도 무방했다.
하지만 ‘시초의 세계수’는 너무나도 강력한 생명의 힘을 품고 있는 탓에 오랜 시간을 살지 못한다.
다른 세계수의 씨앗을 뿌린 뒤 말라 죽는 것이다.
그러니- 가장 큰 문제는 ‘시초의 세계수’가 잉태한 씨앗을 뿌리는 일이었다.
시초의 세계수가 가진 힘이 너무나도 강력해 감히 그 어떤 생명체도 쉽게 다가갈 수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신위를 얻은 신들조차 엄두도 못 냈으니.
‘시초의 세계수에 다가가는 게 허락된 유일한 짐승이 있다고 했다.’
······ 하지만 단 한 마리.
세계수의 위에 자리를 잡은 새가 있었다.
지금은 비록 잊혀졌으나.
세계수의 던전에서 함께 잊힌 그녀이기에 알고 있었다.
‘그 이름은 이름 없는 수리이며, 창공의 제왕이니라.’
이름이 없다.
아무도 그 새의 이름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거대한 수리는 시초의 세계수에서 씨앗을 옮겨, 수많은 세계수를 탄생시켰다.
창공을 누비는 그 거대한 수리를 막아서는 건 존재하지 않았다.
비록 지금은 잊히고, 사라졌지만.
‘······ 그 새는 분명 드루이드의 기원일 테지.’
자연을 만드는 종족, 드루이드.
이름 없는 수리의 역할은 그대로 드루이드에게 전해졌다.
드루이드 역시 ‘이름 없는 수리’가 만들어낸 종족 중 하나일 터이니.
그래, 이름 없는 수리가 잊히고 지워진 이유는 바로 저것이다.
진리의 눈 밖에 나서 없어질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종의 창조!’
새로운 종을 만들어내는 것.
이름 없는 수리는 ‘기원자’였으므로.
단순히 세계수의 씨앗만을 옮긴 게 아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종을 만들고, 그들의 기원자가 되었다.
하지만 정작 창조된 종들은 이름 없는 수리를 모른다.
‘진리’에 의해 그들의 머릿속에서 전부 지워졌기 때문이다.
-어······ 떻게······.
잊힌 신의 눈이 불신으로 가득 찼다.
분명 저것은 가장 신령한 짐승이다.
감히 빗댈 수 있는 짐승은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우월한 존재다.
그러나.
‘몬스터 혼’으로 빚어낼 수 있는 형태에는 한계가 있다.
제아무리 ‘진리 바깥’에 있는 존재를 다시금 불러올 수 있다 한들, ‘이름 없는 수리’는 그 한계영역마저 넘어서 있었다.
-어떻게 ‘올드 원’을······!
······ 올드 원.
그것은 초고대문명에서 ‘짐승의 신’을 뜻하는 언어다.
태초의 짐승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강력했으며, 수많은 종이 난립하여 하루하루가 전쟁과 같았다.
그중에서도 초월적인 힘을 지녀 ‘신격’을 가진 극소수의 짐승이 있었고, 그들을 일컬어 짐승들은 ‘올드 원’이라고 칭하며 떠받들었다.
그리고 저것은 틀림없이 ‘올드 원’이라 불리었던 수리다.
감히 혼으로는 빚어낼 수 없는 지고의 형태라는 의미.
한데, 놈은 빚어냈다.
자신을 거절한 황금률의 드루이드는 ‘이름 없는 수리’를 불러내고 더 나아가.
-······먹어치웠단 말이냐.
······ 또 다른 형태로 만들었다.
먹어치운 것이다.
무언가가.
더없이 불길하고 더없이 멸망적인······.
저주를 흩뿌리는 악신인 그녀조차 전율이 이는 존재에 의해!
분명히 ‘이름 없는 수리’였을 그것은, 새하얗고 찬란하게 빛나야만 하는 수리는 회색의 깃털을 가진 또 다른 것으로 진화했다.
‘잊힌 신’은 눈을 떼지 못한 채 ‘그것’을 계속해서 바라만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