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407)
407화. 생존 퀘스트.
궁극에 이르면 모든 길은 하나로 통한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흑왕은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확인했다.
‘흑호족의 비원을 마침내 풀 때가 되었다.’
흑호족에겐 오랜 비원(悲願)이 있었다.
바로 궁극의 생명체를 완성하는 것이다.
궁극의 생명체란 ‘멸망’을 뛰어넘는 절대적인 무력을 지닌 존재의 출현을 말하는 것이었다.
멸망······!
천상이 완성한 그 병기는 흑호족의 인식을 뒤바꿀 만큼 충격적이었으므로.
문헌에 따르면 ‘멸망’이 출현하기 전, 백호족과 흑호족은 서로 사이가 좋았다고 한다.
하지만 멸망의 출현한 뒤 두 종족은 크게 부딪혔고 결국 넘을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백호족과 우리 흑호족은 추구하는 진화의 방식이 너무 달랐지.’
백호족은 영혼의 고결함을 진화의 중점으로 보았다.
그들은 자체적으로 ‘신’이 되고 싶어 했다.
영혼의 격을 쌓아 올려 신격을 취하는 게 진화의 궁극이라고 생각한 게다.
하지만 흑호족은 육체에 중안점을 두었다.
강인한 육체와 강대한 마력만이 궁극적인 진화를 일으킨다고 믿었다.
두 종족은 처음부터 추구하는 방식이 달랐지만, 그래도 멸망이 출현하기 전 평화의 시대에선 서로 의견을 교류하며 나름대로 발전해나갔다.
허나, 멸망의 출현 이후 두 종족은 완전히 갈라설 수밖에 없었다.
‘척박하기 짝이 없는 남부에 흑호족은 몸을 숨겼다. 멸망을 뛰어넘을 궁극의 완성을 위하여······.’
스스로를 가두고, 채찍질하며, 오로지 궁극의 완성에만 몰두했다.
멸망 역시 처음부터 완성되어 나타난 존재가 아니라는 걸 그들은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여, 비원을 이루고자 흑호족은 수많은 종족을 분석하고 해부했으며, 그 과정에서 ‘히든 특성’이라 불리는 열쇠를 찾아낼 수 있었다.
흑왕이 다수의 ‘히든 특성’을 갖고, 다른 괴물에게 부여할 수 있는 권능을 지닌 이유는 이러한 맥락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300년 전, 악신이 출현하자 백호족은 ‘멸왕 모크’를 만들어내어 흑호족을 공격했으며, 그 결과 흑호족은 전멸했고 흑왕만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흑호족. 네놈들은 악신과 손을 잡고 다수 종족의 아이들을 납치하여 제물로 바친다지?
-생체실험이라니. 어디까지 추락한 것이냐?
-더러운 흑호족놈들. 다 죽어버려라!
빌어먹을 일이었다.
백호족은 흑호족을 악신과 결탁한 악의 집단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당시 새끼였던 흑왕은 그 광경을 똑똑히 기억한다.
피와 살점으로 가득했던 그 추악한 전쟁을.
백호족에겐 그저 흑호족을 공격할 명분이 필요했던 것뿐이다.
다만, 아이러니한 것은 백호족도 ‘멸왕 모크’에 의해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300년.
‘300년이다. 300년간 나는 이 날만을 기다려왔다.’
흑왕은 300년간 흑호족의 정수를 갈고닦았다.
흑호족이 남긴 지식과 보물, ‘열쇠’에 대한 단초들을 모두 익혀냈다.
흥미로운 건 흑호족이 이미 ‘생체복제’에 관한 지식을 아르혼 제국과 교류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오직 황제를 일깨우고자 그 지식을 사용했으나.
흑호족은 심연에 가라앉은 ‘히든 특성’의 종주들, 그 종족들의 육체를 연성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것들을 하나로 합치면 멸망을 뛰어넘는 ‘궁극’으로 완성된다고 철썩같이 믿었다.
하여, 흑왕은 스스로의 육체로 그 모든 열쇠를 받아들이는 실험을 진행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종의 세포를 내 몸에 직접 받아들였다. 반면에 백왕 놈의 행태는······.’
그리하여 발화된 다수의 히든 특성.
그것을 ‘은혜’라는 이름으로 괴물들에게 주입할 수 있었고, 개미왕 페르몬과 저 ‘검은 짐승’들을 탄생시켰다.
백왕 따윈 애당초 그의 상대가 아니었다.
그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놈이 자식을 낳고 어금니를 잃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실망을 너머 우스울 지경이었다.
흑왕이 적극적으로 북부를 침략하지 않은 이유다.
복수 따위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할 수 있다고 확신했으니까.
‘하지만 부족했다. 궁극의 완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내가 가진 열쇠만으로는 멸망에 닿을 수 없던 것이다.’
그는 시선을 돌려 남은 ‘사흉’을 찾기 시작했다.
고작 ‘절망’ 하나를 깨웠을 뿐임에도 그 힘은 전율스러웠으므로.
열쇠로 말미암아 ‘사흉’을 전부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면.
··· 비로소 멸망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한데, 이 미궁에서 사흉 바알을 찾아냈고, 먹어치웠다.
이로써 사흉 중 둘의 힘을 거둬들였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현재 그의 앞에 서있는 존재.
“‘황금 가면’이여······ 복제품 따위가 ‘멸망’의 힘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겠느냐?”
흑왕은 비웃었다.
그는 ‘황금 가면’이 누군가의 복제라는 걸 단번에 알아보았다.
아니, 이미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네놈의 설계에는 처음부터 큰 결함이 있었다. 도플갱어 로드의 인자가 강하게 결합되어 있다는 것. 그래서 정체성의 혼란이 크다는 것.”
흑왕은 ‘황금 가면’의 탄생비화를 전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애당초 제국의 ‘인간 복제’는 흑호족의 지식에서 시작됐다.
마찬가지로, 급박한 상황에서 그들이 흑왕에게 의견을 묻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들은 강인한 후계자를 원했기에, 그 소원대로 조언해줬을 따름이다.
도플갱어 로드.
다른 이를 복제하며 살아가는 심연의 괴물이자 가장 꼭대기의 존재.
그 세포를, 넣어보라고.
선물도 해줬다.
흑호족은 이미 ‘도플갱어 로드’의 세포로 말미암아 사라진 종족들을 복원해 실험한 뒤다.
더 이상의 실험이 의미가 없을 정도였기에 미련없이 나눠준 것이다.
“사신교를 만들고, ‘원본사냥’을 한 것도 그 특유의 증오심 때문일 테지. 이제야 비로소 진정한 자신이 된 것 같나?”
흑왕의 미소가 짙어졌다.
도플갱어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복제한 대상에 대해 증오심을 갖는다.
하물며 심연왕이자 ‘심연 그 자체’라 불리는 ‘도플갱어 로드’의 세포가 결합되었으니 그 증오심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테다.
한데······ 설마 복제품 따위가 ‘멸망’의 힘을 불러들일 줄은.
솔직히 상상도 못했다.
아르혼 제국이 완성하고자 하는 게 ‘멸망’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알고서 진행한 건지,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정도 완성에 우연이 있을 리가 없지.’
······ 아니다.
흑왕은 내심 부정했다.
멸망의 힘을 불러들이는 일에 우연 따윈 있을 수 없노라고.
처음부터 계획된 일이다.
누군가가, 이 가짜가 멸망의 힘을 불러들일 수 있게끔 개입한 것이다.
“그래봤자 너는 가짜일 뿐이다.”
후우웅!
흑왕의 등 뒤로 수많은 ‘절망의 손’이 마치 날개처럼 돋아났다.
순간, 그에게 지배당한 ‘검은 짐승’들이 물밀 듯이 황금 가면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개중에는 ‘멸왕 모크’도 포함되어 있었다.
‘백호족보다, 흑호족이 뛰어나다.’
여기서 증명해내리라.
백왕이 다루던 ‘멸왕 모크’는 300년 전 흑호족을 몰살시킨 ‘멸왕 모크’보다 약했다.
하지만, 지금 흑왕이 지배한 ‘멸왕 모크’는 더욱 진화한 상태였다.
구아아아아아!
거친 포효를 내지르며 멸왕 모크가 도약했다.
천지를 가르듯 주먹을 내뻗자, 팔의 두께가 순식간에 백배에 달할만큼 거대해졌다.
이어 거대한 파공음과 함께 황금 가면을 공격하자.
찌르르르르!
황금 가면의 바로 위에 투명한 벽이 나타났다.
강화된 멸왕 모크의 공격조차 막아낼 정도로 견고한 벽이.
꿀렁!
꿀렁!
찰나, ‘검은 짐승’들이 ‘멸왕 모크’와 연결되고, 이내 흡수되기 시작했다.
멸왕 모크의 육체는 조금씩 비대해져갔으며.
쩌적!
단단하기 짝이없던 투명한 벽에도 이내 금이 갔다.
제아무리 멸망의 힘을 불러왔다지만, 놈은 멸망이 아니다.
결국 멸왕 모크에 의해 먼지로 변할 것이다.
“이것이 궁극의 진화다.”
진화란 고독을 만드는 일과 같다.
수많은 벌레를 항아리에 넣어두고, 경쟁시켜 한 마리만 남기는 것.
마찬가지로 저 ‘검은 짐승’들과 ‘멸왕 모크’는 합체하는 게 아니라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강자가 계속해서 약자를 잡아먹으며, 완성되는 게 바로 흑호족이 말하는 ‘궁극’이다.
끊임없는 경쟁.
약자의 도태와 최강자의 생존!
백왕이 흑왕을 이기지 못한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미 흑왕은 수도 없이 자신의 몸을 통해 증명해냈으니까.
열쇠를 만들고 사라진 종주들.
그들의 종족과 세포를 ‘도플갱어 로드’의 증식한 세포로 복제시켜, 자신의 몸에 이식하는 짓을 수도없이 반복해왔다.
300년 동안 계속해서.
그 결과 증명한 것이다.
“나야말로······ 최강이다.”
꽈아아아아아앙!
*
미궁이 흔들린다.
미궁 전체에 흐르는 마력은 이미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다.
하지만, 미궁의 중심부에선 그러한 전투도 신경쓸 틈이 없었다.
“······.”
“······.”
모두가, 눈을 감고 있다.
팬텀의 아바타들.
‘이건, 꿈······.’
‘천둥 사자’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음을 자각했다.
바로 ‘팬텀’의 꿈이다.
팬텀이 그들의 ‘생존’을 보다 완벽히하며 미련을 없애주고 있을 때.
그들 역시 ‘팬텀’의 ‘생존’과 관련된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 것이다.
꿈의 신 히프노스.
그가 사력을 다해 그들을 팬텀의 꿈 속으로 인도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꿈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우리는 ‘마계’로 떠난다!”
“판게니아의 평화를 위해!”
“인류의 번성을 위하여!”
“와아아아아-!”
뜨거운 함성소리.
바로, 대원정이었다.
팬텀의 아바타들은 모두 ‘대원정’과 관련된 꿈을 꾸기 시작했다.
팬텀의 생존과 관계된······ 아니, ‘팬텀’의 가장 큰 미련이 담긴 일이 바로 ‘대원정’이기 때문이다.
“빌헬름님! 피하십시오!”
“끄아아악!”
“마, 망령들이 바닥에서 끝도없이 솟아납니다!”
“살려줘!”
마계의 일군주, 망자왕 아흐람.
놈은 끝도없이 망자들을 소환했다.
바닥에서 솟아난 망자들은 병사와 기사들을 농락했고.
그리고 천둥 사자는 어느덧······.
‘이 몸은, 빌헬름의 몸.’
빌헬름이 되어있었다.
강력하기 짝이 없는 기사왕이 되었으나.
-Game Over.
일군주 망자왕 아흐람조차 어찌하지 못한 채 죽었다.
망자왕 아흐람이 너무 강해서?
그것도 맞지만, 그러한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시작부터 절반은 도망갔다.’
미친.
호기롭게 시작한 대원정이다.
이만한 숫자와 규모면 성공을 논할 수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마계에 입장한 즉시, 병사의 절반이 도망쳤다.
······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우리는 ‘마계’로 떠난다!”
“판게니아의 평화를 위해!”
“인류의 번성을 위하여!”
“와아아아아-!”
꿈은 재차 반복되었다.
‘천둥 사자’는 이버에야말로 망자왕 아흐람을 공략해나갔다.
정면으로 밀어붙이며 승기를 조금씩 잡아가고 있을 때.
푹!
“커헉!”
-Game Over.
누군가의 기습에 의해 등이 찔렸고, 당황한 사이 죽어버렸다.
게임 오버 직전 급히 눈을 돌리자.
‘뭐냐, 이건······.’
확인 된 건 다름아닌 아군 기사의 얼굴이다.
그것도 아군이라 철썩같이 믿었던 기사의 얼굴이었다.
‘재도전.’
‘천둥 사자’는 끊임없이 재도전을 진행했다.
장장 100여번을 도전한 끝에, 겨우 ‘망자왕 아흐람’을 죽일 수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끊임없는 배신.
누구를 믿어야할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것.
······ 소름이 돋았다.
이 상황에서, 팬텀은 단번에 마계 전부를 돌파한건가?
그것도 단 한 번의 기회로?
‘이군주 이세라. 돌연변이 용신.’
약점을 찾아야한다.
하지만 그의 지식을 총동원해도 이세라의 약점을 찾기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보다 어려웠다.
그야말로 미쳐버린 난이도다.
게다가 잊을만하면 등 뒤를 노려오는 배신자들이 있었다.
아군인 척 방해했고, 마계의 마족들도 왜인지 기사왕에 대해서 숙지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재도전.’
‘재도전.’
‘재도전······!’
천둥 사자는 계속해서 도전했다.
백번으로 부족하면 천 번을, 천 번으로도 부족하면 만 번을.
그리고 결론을 냈다.
‘······ 불가능하다.’
마왕에게 다가가는 건 불가능하다.
자시의 실력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리고 이걸 한 번에 성공하는 건, 도저히 상상조차 안간다.
아무리 그들의 숫자가 많고, 도전 횟수도 무한하다고 하지만.
‘이걸······ 깨야 한다는 말인가. 그래야만 팬텀이 깨어난단 건가······?’
천둥 사자는 도저히 엄두가 안났다.
팬텀의 ‘생존’ 퀘스트를 완성시키는 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