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452)
히든 특성 13개 들고 시작한다 452화
창조
깡! 까앙!
망치질 소리가 요란하다.
넓디 넓은 대장간에서, 오직 한 명만이 망치를 두드리고 있었다.
“······.”
그를 바라보며 블랙은 침묵했다.
블랙만이 아닌, 모든 드워프들이 입을 꾹 닫은 채 한 남자를, 팬텀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팬텀은 완전한 몰입(沒入)을 시작했다.
자신만의 세계에 푹 빠져든 것이다.
물론, 블랙 스미스라면 물아일체의 몰입이 어려운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 팬텀이 보이는 몰입은 그 이상이었다.
까앙-!
망치 소리가 울려 퍼질 때마다 대장장이의 영혼이 들썩이는 느낌.
팬텀의 망치질은 드워프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었다.
그들이 지닌 강철의 영혼이, 함께 담금질 되는 기분이었다.
‘완벽한 파장이다.’
이 경지까지 다다르는데 고작 보름밖에 걸리지 않았다.
허나 시간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블랙은 안다.
기적이라 불리는 일조차도 준비된 자에게만 다가오기 마련.
팬텀은 이곳 땅굴에 오기 전부터 이미 준비가 되어있었다.
철을 두드리는 대장장이의 준비를 말하는 게 아니다.
현재, 팬텀이 보이고 있는 기예(技藝)는 그딴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새로운 생명을 만들고 있다-.’
저것이야말로 창조였다.
팬텀은 창조의 영역에 발을 들이고 있었다.
그의 경지가 한 단계 나아가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게다가 팬텀이 담금질을 하는 검은, 마검과 겨울이었다.
이미 완성을 넘어 하늘에 닿은 검들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한 수준의 검들을 그는 계속해서 두드리고 있다.
후우우웅!
“······!”
동시에 팬텀의 전신에 황금빛 물결이 몰아닥쳤다.
보자마자 저 황금빛의 물결이 황금률로 인한 것임을 알아보았다.
‘일반적인 황금률의 빛이 아니야. 저건······!’
······세계수다.
세계수 자체가 뿜어내는 황금률의 선율이라 해도 믿어 의심치 않을 것 같았다.
세계수의 역할은 세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만이 아니다.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고, 생명의 근원을 유지하는 역할도 맡고 있었다.
더불어- 영혼을 순환시키는 가장 중요한 일을 한다.
“그는 세계수의 주인이었구나······.”
그 경건한 모습에 경외감을 느낀 블랙이, 무릎을 꿇고 양손을 들어 올렸다.
장로도, 다른 블랙 스미스들도.
드워프 또한 세계수와 밀접한 관계를 지닌 종족이었기에.
까아앙!
영혼이 울린다. 심장이 저릿할 정도로 빠르게 박동했다.
그러자 검이 녹았다.
그 안에서 영혼이, ‘룬’이 드러났다.
쿠르르르릉!
삐이이이이이이!
그 순간이었다.
땅굴이 흔들리며 경보음이 울린 것은.
―수호기사다!
―수호기사 안드로다!
블랙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가장 위협적인 수호기사들에 대해선 한 명도 빠짐없이 체크하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의 이름이 들려온 것이다.
블랙이 시선을 돌려 팬텀을 바라봤다.
까앙!
허나, 팬텀은 그 와중에도 몰입을 깨지 않았다.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몰입이다. 이 와중에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망치를 두드릴 줄이야. 죽음 따윈 전혀 두렵지 않다는 건지.
아니, 아니다.
아예 외부의 세계와 단절된 것이다.
그는 지금 공격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 터였다.
‘이 완성을 방해할 순 없다.’
예술을 넘어선 무언가다.
블랙은 팬텀의 집중을 깨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언제 저러한 기적이 찾아올지 모르니까.
일종의 기연이고, 깨달음이었다.
그래서다.
그가 창조하고 있는 게 대체 무엇인지 블랙도 궁금해 미칠 것만 같았다.
“···블랙 스미스들은 전부 나를 따르도록.”
하여, 블랙은 최대한 조용히 움직였다.
기간트를 조종할 수 있는 블랙 스미스들과 함께.
수호기사 안드로라면, 수호기사들 중에서도 상위급인 존재.
그들 모두가 목숨을 걸어야할 터이니.
*
영혼과 룬의 사이에서 고민하며 마침내 나는 한 가지 해답에 도달했다.
룬은 어째서 완성될 수 없는지.
불완전한 것인지.
‘답은 황금률에 있다.’
더 나아가, 나는 ‘황금률’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다.
황금률이야말로 세계를 이루는 근간이다.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생명을 잉태하며, 진화의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힘이 있었다.
허나 정작 황금률 자체에 대한 깊은 고민은 해본 적이 없다.
있기에 사용했고, 주어졌기에 휘둘렀을 뿐이었다.
‘모든 것의 시작은 황금률이었을진대.’
게임 판게니아가 만들어진 것도.
플레이어들이 ‘변신’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황금률 덕분이다.
황금률은 세계수에서 흘러나오지만, 정작 그것을 제대로 활용할 줄 아는 사람은 없다.
황금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바로 창조에 있다.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데 있었다.
하지만, 이 세상에 어느 누가 창조자의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세계수의 주인만이, 황금률의 주인만이 그것을 가능케 할 것이다.
《‘온전한 황금률’을 사용합니다.》
《‘온전한 황금률’을 손에 쥐어, 빚어냅니다.》
《‘마검 사탄’이 새로운 형태로 창조되고 있습니다.》
《‘마검 사탄’의 ‘룬’이 ‘온전한 황금률’로 빚어집니다.》
일전, 칼날여왕 하나를 용신으로 만들고자 온전한 황금률을 투입한 적이 있었다.
허나 지금은 직접 황금률을 빚고 있다.
내가 원하는 형태로.
마검 사탄이 원하는 모습으로.
일반적인 룬은 불가능하지만, 확정적인 자아를 가진 이 녀석이라면, 분명히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마검 사탄’이 새롭게 창조됩니다.》
《진화의 규격을 아득하게 뛰어넘은 기적입니다.》
《‘죽어버린 세계의 창조자’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마검 사탄’의 모든 ‘진화계보’가 하나로 정리됩니다.》
《‘마검 사탄’의 등급이 ‘이터널’로 재조정됩니다.》
《영원을 살고,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기에, 사탄이 신격에 다다른 불멸성을 얻습니다.》
《‘사탄’은 스스로 진화하며 격을 쌓아 더 높은 위계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
수호기사 안드로는 인상을 찌푸렸다.
‘벌레같은 놈들.’
드워프는 그에게 벌레와 다름이 없었다.
세계 곳곳에 땅굴을 파고, 숨어들어 땅을 병들게 만드니까.
차라리 벌레는 땅을 이롭게라도하지 저놈들은 어찌보면 벌레보다 못하다.
하물며 땅도 엄청 깊게 판다.
저 안에만 수만의 드워프가 드글드글 거리고 있을 터.
생각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
“전부 매몰되어버려라.”
쿠아아아아앙!
안드로가 날개에서 마력의 입자를 무한하게 퍼부었다.
이 정도 규모의 땅굴이라면 한손가락에 들어가는 규모.
이들을 매몰하여 전멸시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공로로 인정받을 것이다.
“멈춰라, 안드로!”
입구 하나를 완전히 망가트리자, 다른 출입구를 통해 블랙을 비롯한 전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숫자가 대략 50여명.
모두 기간트를 쥐고 있다.
룬을 통해 만들어진 병기.
‘사용자의 생명을 갉아먹는 무기는 무기가 아니다.’
허나, 안드로는 부정했다.
저딴건 무기가 아니다.
드워프들이 사용하는 기간트는, 드워프들을 비약적으로 강하게 만들어주는 대신 마력을 비롯한 생명력을 먹어치운다.
드워프 자체가 룬을 먹어 진화하진 못하기 때문이다.
다른 룬을 빚어 무기로 만들고, 그 무기가 대신 포식을 하도록 만드는 구조.
허나······ 이 세계에서 룬은 단순한 먹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안드로는 룬을 포식할 때도 항상 경건하게 의식을 가진 뒤 흡수했다.
한데, 그것을 고작 무기로 휘두르고 있다니.
‘룬은 마땅히 숭상해야할 것일진대.’
수호기사 안드로는 ‘룬은 룬 자체로 완전무결하다’고 믿는 ‘룬 숭상파’였다. 룬을 변이시켜 무기로 만드는 짓은 불신한 자들이나 할 행위다.
촤악!
안드로가 스스로 날개를 뽑았다.
그러자 날개가 거대한 대검과 같이 변하며 검은 기운을 마구잡이로 뿜어댔다.
“너희가 모시는 신의 오른팔을 벤 게 나다.”
이 검으로, 너희의 신을 베었다.
안드로는 ‘드워프의 신’을 납치할 때 함께했던 자.
그 무력의 수위는 당연히 일개 드워프들 따위가 따라올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때의 비명이 아직도 귀에 선하군. 제발 살려달라고 내게 빌었지.”
“닥쳐라! 우리의 신을 모욕할 생각이라면 도륙을 내 버릴 테니!”
“지금 너희의 신은 사지가 잘린 채 이지를 상실하고 갇혀있다. 너희가 발악해봤자, 어차피 알아보지도 못할 것이다.”
쿠릉!
블랙의 할버드가 허공을 찢어발겼다.
천둥 소리와 함께 벼락이 솟구치며 안드로가 있는 자리를 훑었다.
허나, 안드로에게 닿지는 못했다.
대신 먹구름 사이로 50m는 되어보일법한 구멍이 뚫렸다.
안드로가 비웃었다.
“재생이 되면 먹히고, 재생이 되면 또 먹히지. 너희의 신은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새로운 형태의 진화라고 봐도 무방할만큼. 아주 강렬한 맛이었다.”
“······!”
“그래서 이번에 너희들이 부른 ‘판게니아의 신’이라는 녀석도 꽤 기대했다만, 너희들의 신만 못하더군.”
“···디트리히와 압셀을 어떻게 한 거냐?”
“아, 그게 놈들의 이름인가? 글쎄. 지금쯤이면 우리의 왕을 알현하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미 먹히고 있을지도 모르지.”
“······!!!”
블랙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니, 다른 블랙 스미스들도 믿지 못하겠단 눈빛이었다.
디트리히와 압셀이 납치당했다니?
게다가 이미 먹히고 있을지도 모른다니.
“구하고 싶은가? 되찾고 싶은가?”
후웅!
안드로가 검을 휘두르며 마저 말했다.
“그럼 나를 꺾어보거라. 필사적으로 발버둥쳐보도록.”
벌레들이 발악할 수 있게끔 판을 깔아주었다.
*
신을 납치한 세 수호기사 중 한 명 답게, 안드로의 힘은 파멸적이었다.
지금 이곳에 모여있는 전력만으로는 상대할 수 없다.
하물며, 압셀조차 없지 않은가.
‘압셀이 있었어도 힘들었을 것이다.’
블랙은 이를 악물었다.
시간을 끌고는 있지만, 승리할 수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다.
상급기사 정도라면 몇 명이 쳐들어와도 자신있으나, 저건 규격이 다른 괴물이다.
왕의 최측근이며 동시에 이 세계를 다스리는 지배자 격의 기사였다.
“이게 전부인가? 슬슬 재미도 없군.”
안드로는 혀를 찼다.
벌레들의 발악을 지켜보는 재미도 슬슬 다해가는 시점.
이제는 진심으로 저들을 죽여야겠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쿠아아아아아아앙!
이전과는 비할 데 없는 순수 마력의 입자들이 그의 날개에 모여든다.
그 광경을 블랙과 전사들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저게 땅에 떨어지는 순간, 땅굴은 끝장이었다.
그때였다.
“뭐야, 너 안드로냐? 그 오줌싸개 안드로?”
땅굴의 입구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왔다.
인간이었다.
그는 나온 즉시, 안드로의 앞에 섰다.
검은 머리칼과 선명한 검은색 눈동자.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개구쟁이 같은 얼굴.
그가 날아, 겁도 없이 안드로의 눈앞에서 손뼉을 쳤다.
“이 새끼. 많이 컸네!”
“······뭐냐, 네놈은. 어떻게 다가온 거지?”
순도 높은 마력을 사방에 전개했다.
가까이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몸이 폭사해버려야 정상이거늘.
예외는 없다.
아무리 강력한 전사라도, 지금 이 상태의 안드로의 옆으로는 다가올 수 없었다.
그럴진대.
근접한 남자가 안드로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나다, 임마. 사탄!”
“······?”
오피러브
늑대훈련소
TXT viewer control
히든 특성 13개 들고 시작한다-45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