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ing with 13 hidden characteristic RAW novel - Chapter (453)
히든 특성 13개 들고 시작한다 453화
너희, 건드리면 안 될 걸 건드렸다
“그런데 고개가 좀 빳빳하다?”
사탄이 인상을 굳혔다.
수호기사 안드로의 입장에선 ‘뭐 이런 미친놈이 다있나’ 싶을 정도였다.
세계를 지배하는 왕.
그 왕의 수호기사라는 건, 다시 말해 이 세계에서 가장 강한 부류의 전사라는 뜻이다.
감히 어느 누구도 안드로의 앞에서 침을 튀겨가며 뻔뻔하게 눈을 마주칠 순 없었다.
하물며 전투상황이다.
마력을 전개했음에도 지척까지 다가온 용기는 높이 사지만, 고개가 빳빳하다며 핀잔을 주는 놈은 태어나서 처음 봤다.
‘뭐 하는 놈이지?’
알 수가 없다.
자신의 마력을 견뎌내는 걸 보면 범상치않은 놈일진대.
행동하는 꼬락서니는 영락없는 잡놈이다.
“너희 아빠, 판드로였나? 그놈은 나랑 눈도 못 마주쳤는데. 감히 나랑 눈높이를 맞춰?”
판드로는 안드로의 친부였다.
하지만 그의 친부 역시도 전대 수호기사였다.
친부의 이름을 어떻게 아는지는 모르겠으나.
“눈깔아, 새끼야.”
“······ 가루로 만들어줘야겠군.”선을 넘었다.
살려둘 수 없다.
“허어, 진짜 어이가 없네. 너 그 칼 휘두르면 죽어, 인마. 그래도 너 태어날 때 내가 탯줄도 잘라줬는데, 이 콩알만 한 녀석을 죽일 수도 없고······ 나 원 참.”
“···나의 탯줄은 위대하며 지고하신 룬드말 왕께서 수호검을 사용해 직접 잘라주셨다.”
안드로가 헛소리를 일축했다.
그가 태어났을 때, 친히 룬드말 왕이 방문하여 축하를 건넸다.
뿐만인가.
룬드말 왕은 무려 세계의 수호검으로 직접 안드로의 탯줄을 잘랐다.
당연히 이런 천지 분간도 못 하는 어리석은 놈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위대한 존재들이었고, 평생을 다해도 갚지 못할 은혜로운 일이었다.
“내가 그 수호검이다.”
“······?”
“룬드말 그 녀석이 하도 부탁해서 잘라줬다. 판드로의 룬을 네가 계승할 거라고 해서. 보아하니 계승은 잘 됐나 보군. 고질적인 ‘마력 태움’ 현상은 잘 해결했나?”
“······!”
안드로가 멈칫했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수호기사를 연임할 만큼 강력하기 짝이 없었다.
다음 세대로 ‘룬’을 계승하고 더욱 진보시키기 때문이다.
룬의 계승을 위해 전대 수호기사는 웃으며 죽음을 맞이한다.
그래서 안드로는 ‘룬 숭상’을 하는 것이다.
그의 아버지에게서 룬을 계승 받았기에.
하지만 대대로 계승되는 ‘룬’에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다.
바로 ‘마력 태움’ 현상이다.
안드로의 집안은 일정 나이가 넘어가면 마력이 타오른다.
피의 문제인지, ‘룬 계승’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50살을 기준으로 마력이 끊임없이 타올라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고질적인 문제였고, 그 탓에 끊임없이 룬을 다음 세대로 계승시킬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허나, ‘마력 태움’ 현상에 대해 알고 있는 자는 극소수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약점을 굳이 공개할 필요가 없으니까.
왕과 몇몇 수호기사들만 아는 일.
그것을, 이 허무맹랑한 놈이 어떻게 알고 있는 말인가?
“해결됐겠지. 내가 미리 태워줬으니까.”
“······!!!”
심지어 ‘마력 태움’이 해결 된 것도 알고 있다.
안드로는 현재 50살이 넘었음에도 ‘마력 태움 현상’이 일어나지 않았다.
룬드말 왕의 은혜 덕분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정확한 원인은 탯줄을 직접 자른 ‘수호검’에 있었던 것이다.
“너희 집안은 ‘룬 계승’을 무리하게 진행한 탓에 본질적인 마력이 오염됐다. 본래라면 탯줄에 모인 불순한 마력을 자름으로써 해결될 일이지만, 그러기엔 오염도가 너무 심했지. 룬드말 왕이 내게 부탁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널 오래 보고 싶다더군.”
“네가 그 사실을 어떻게······.”
“대대로 수호기사를 연임한 격조 높은 집안. 그러나 고작 50살에 모두 타죽는다. 수천, 수만 년을 그렇게 반복했으니, 룬드말 녀석도 아쉬웠을 거야.”
“······.”
“불순한 마력은 전부 태워줬는데, 네가 나한테 오줌을 갈겼거든. 이 오줌싸개 자식아.”
“그, 그 사실을 아는 분은 룬드말 폐하와 아버지 뿐일텐데······!”
“하나 더 있잖아. 수호검.”
“······!!!”
“그니까 눈 깔라고, 새끼야.”
안드로가 저도 모르게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어느덧 세상을 파괴할 것처럼 모여든 마력도 잠잠해졌다.
왜냐하면, 이 모든 사실을 아는 존재는 딱 둘 뿐이기 때문이다.
룬드말 왕과 그의 아버지 판드로말이다.
예외적으로 한 명을 더하자면······ 수호검까지, 셋이었다.
‘진짜다.’
자신의 마력을 뚫고 다가오는 대범함.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알고 있는 것까지.
“저, 정말 수호 검 님이십니까?”
“그래, 나다.”
“최근에 사라지셨다고······ 게다가 그 모습은······.”
“내 새로운 몸이다. 어떠냐? 좀 괜찮나?”
“······.”
“괜찮냐고.”
“괘, 괜찮습니다.”
“역시. 내가 생각해도 좀 괜찮거든.”
사탄이 뿌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다가 안드로에게 재차 물었다.
“그런데 여긴 왜 공격하는 거냐? 전쟁은 끝나지 않았나? 땅굴 찾기도 멈춘 거로 아는데?”
“······드워프들이 ‘외부의 신’을 들여왔다고 해서, 잡은 뒤에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외부의 신? 아, 저 밑에 있는 징그러운 놈을 말하는 거냐?”
“예? 밑에 또 누가 있습니까?”
“······?”
“······?”
둘 다 눈을 마주하곤 고개를 갸웃했다.
서로가 말하는 대상이 다름을 깨달은 탓이다.
“저 밑에 놈이 아니면 누굴 잡아갔다는 거냐?”
“외부의 신을······.”
“신이라고 부를 만한 놈은 저 밑에 있는 놈뿐인데?”
“예?”
“드워프의 신도 저 밑에 놈에 비하면 어린애지. 룬드말도 혼자선 안 될걸?”
“······예?”
“한데, 대체 누굴 잡아갔다는 거야? 아, 설마 그 두 꼬맹이는 아니겠지? 응?”
“······.”
안드로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곧이어 안색이 푸르죽죽하게 죽어갔다.
‘처음부터 이상했지.’
너무 약했다.
외부의 신이라고 칭하기엔, 둘 다 손쉽게 제압할 수 있었다.
지금 보니 잘못 잡아간 모양이다.
진짜는 이 밑에 있다.
땅굴의 안에.
안드로가 대답이 없자, 무언의 긍정임을 깨달은 사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아······ 난 이번 일에서 손 떼련다. 보아하니 자기들 마음대로 평화 협정도 깬 것 같은데.”
“···평화의 시기는 끝났습니다.”
“그래. 나한테 아무런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깨버렸다는 거지. 룬드말이냐? 아니면 레메게톤이냐? 아, 설마 둘 다냐? 압셀론의 룬을 먹은 게.”
“······.”
“압셀론은 나름 평화주의자였는데 말이야. 룬드말도, 레메게톤도 드워프의 신을 납치하고 그 육체를 먹더니 정신을 놔버린 건가? 아니면 노망이 났나? 이래서 나이 먹으면 적당히 계승하고 죽어야 한다니까. 어쨌든.”
사탄은 어깨를 으쓱했다.
이 모든 상황은 이미 자신의 손을 떠났다.
그가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원래 이 세계의 평화는 세 왕과 사탄이 유지해왔다.
특히 사탄의 역할이 지대했다.
사탄은 평화의 검으로서, 세계를 수호하는 수호검으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언반구 말도 없이 평화를 깨버렸다.
세 왕은 두 왕이 되었고, 압셀과 디트리히는 납치되어버렸다.
사탄은 땅굴을 바라봤다.
지금 저 안에 있는 존재를 상기하며.
장난기가 지워진, 여태껏 지은 적 없는 표정을 짓고서.
진중하고, 무겁게, 말했다.
“너희, 건드리면 안 될 걸 건드렸다.”
*
왕이 기거하는 장소.
왕궁이라 표현하나, 그 실체는 하늘까지 닿을 것만 같은 탑이었다.
그리고 탑의 지하.
가장 깊은 곳에, 디트리히와 압셀은 갇혀있었다.
“괘, 괜찮나?”
디트리히가 핼쑥한 표정으로 압셀을 바라보며 말했다.
압셀은 깊은 상처를 입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아무리 압셀이 강하다고 해도, 수호기사 셋을 함께 상대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이봐! 하다못해 치료라도 해줄 순 없는 건가!”
창살 바깥으로 크게 외쳐봤지만 간수들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압셀은 피를 흘리며 죽어가고 있었다.
지금 당장 숨을 멈춰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빌어먹을······!”
디트리히가 입술을 깨물었다.
나약하기 짝이 없는 탓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간.
그게 디트리히 자신이었다.
―끝내······ 잡혀 왔구나······.
그때였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
이에 디트리히가 주변을 둘러보려 하자.
―반응하지 마라. 저들에겐 들리지 않을 테니.
디트리히는 압셀을 품에 안고 벽에 기댔다.
그러자 계속해서 중성적인 목소리가 귓가에 박혔다.
‘옆에 있는 건가?’
모르겠다.
창살 바깥의 상황은 좀처럼 확인할 수가 없다.
다만, 들려오는 목소리는 왠지 바로 옆 방인 듯싶었다.
―압셀······을 살리고 싶나?
하마터면 디트리히는 반응할 뻔했다.
상대가 압셀의 이름을 알고 있다.
―압셀은 오랜 시간 동안 ‘룬’을 먹지 않아 약해진 상태야. 본능적으로 끌렸으나, 이성적으로 계속해서 거부하고 있었겠지.
압셀은 드워프 아닌가?
이상한 일이다.
디트리히가 겪어본 드워프는 ‘룬’을 먹지 않았다.
그들은 ‘룬’을 무기로 활용할 뿐이었다.
―압셀은 드워프가 아니란다. 이 세계를 다스리던 세 왕 중 하나, ‘압셀론’이었지. 룬드말과 레메게톤에게 배신당해 죽어가고 있었으나, 내 심장을 먹고 살아났다.
―블랙에게 맡겼거늘. 왜 다시 잡혀 왔을꼬. 하지만, 이건 기회란다.
―룬드말과 레메게톤은 꿈에도 꾸지 못할 거야. 지금 이곳에 가둬둔 걸 보면, 아직도 압셀이 압셀론인 줄 모르는 것이겠지.
―그럼에도 들키는 건 시간문제란다. 그리되면 너희 둘 다 절대로 살아남지 못할 거야.
―‘룬’을 먹이렴. 그럼 왕의 세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 테니.
룬?
하지만 이 주변엔 룬이 없다.
누군가를 죽여서 얻어야 하는데, 마땅한 수단도 없었다.
―너의 육체를 먹여도 괜찮단다. 본능에 눈을 뜨게 하는 게 중요하니까.
“······.”
디트리히의 눈이 잘게 떨렸다.
팔이나 다리를 먹여서 압셀이 눈뜨게 하라는 것이다.
그게 아니면 죽어서 룬을 먹이던가.
무엇이 되었든, 권장할만한 방법은 아니었다.
―너와 압셀은 영원히 이곳에 갇혀 나처럼 먹힐 거야. 팔을, 다리를, 귀를, 코를, 눈을, 심장을, 내장을······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단다. 제발, 제발 우리를 이곳에서 꺼내······.
“‘포식’ 시간이다!”
“와, 벌써 재생했어?”
“오늘은 더 빠른데?”
“히히! 나는 이 시간이 제일 기대되더라!”
“위대한 룬드말 폐하에게 무한한 영광과 충성을 바치나이다!”
그때였다.
계단에서 내려온 기사들.
그들이 옆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쫘아악!
어그적! 어그적!
쩝! 쩝!
―아아아악!
“······!”
비명소리가 들렸다.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처절한 목소리였다.
아아.
너무나도 징그러운 소리에, 디트리히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귀를 막고 눈을 감아버렸다.
그제야 깨달았다.
···이곳은 지옥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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