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116)
이 정도 거리에서 소리에 진기를 싣게 되면 누가 말을 걸었는지 그 위치를 파악하기 힘들다.
한데 놀랍게도 목경운은 두 번 만에 자신을 찾아냈다.
고작 절정의 경지에 오른 녀석이 이 정도로 기감이 예민하다고?
초음곡주 항여량은 혀를 날름거리며 입맛을 다셨다.
강한 탐욕이 일어났다.
‘이런 걸 어떻게 양보해.’
간부들 대부분이 노린다고 해도 양보할 생각은 일절 없었다.
아니 어차피 그들의 의견따윈 상관없었다.
요는 하나였다.
목경운을 잘만 꼬드기면 되는 일이었다.
항여량이 목경운을 바라보며 소리에 진기를 실어 다시 말을 걸었다.
-후후후. 제법이구나. 단번에 찾아내다니.
이런 그녀의 목소리에 목경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워낙 기운이 퍼지듯이 파동을 일으켜 그 중심부에 있는 자를 바라본 것이었는데, 짐작이 들어맞았다.
한데 대체 어떻게 한 거지?
‘입을 열지 않았는데?’
소리가 귓가를 울리며 들리고 있었다.
그렇게 의아해하는데, 초음곡주 항여량이 목경운에게 말했다.
-왜 신기하니?
신기하다기보다는 흥미로웠다.
기(氣)를 이용해 소리를 이렇게 멀리 전달하는 방식은 상당히 쓸 만해 보이기도 했다.
뭔가 몰래 누군가에게 말을 걸기에 적합해 보인다고 해야 할까.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느냐?
궁금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목경운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따.
그러자,
-가르쳐 줄까?
갑자기 이걸 가르쳐 준다고?
이에 목경운이 의아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목경운은 모든 것에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있다고 생각했기에 저 여자가 순수한 의도로 이런 걸 가르쳐 줄 리가 없다고 여겼다.
‘퍽 흥미롭기는 하지만 모른다고 해서 불편한 건 없다.’
이에 목경운이 피식하고 웃더니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항여량이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녀석에게서 흥미를 이끌어 내려고 했는데, 단번에 이를 거절할 줄은 몰랐다.
‘······재밌는 녀석이네.’
뭔가 대가를 요구한 것도 아니고 그냥 가르쳐 준다고 했는데 이렇게 곧바로 보이던 흥미를 끝내는 녀석은 처음 본다.
그래서인지 더욱 관심이 간다.
이에 그녀는,
-음공의 기본은 소리를 통해 허공에 진동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것도 비슷한 원리라 할 수 있지.
‘!?’
뭐지?
배우겠다고 얘기하지 않았는데 그녀가 원리를 설명하자 목경운의 한쪽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갔다.
그러거나 말거나 항여량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목울대와 혀뿌리 사이에 염천혈(廉泉穴)에 목화솜을 건드린다는 느낌으로 진기를 일으키며 빠르게 진동을 일으켜라. 그리고···.
듣기 싫어도 계속해서 들려오는 소리에 그 방법을 절로 알 수밖에 없게 되었다.
게다가 의외로 그 방법은 상당히 어렵지 않았다.
-너 정도로 영리한 녀석이라면 이 정도 설명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겠지?
이런 그녀의 말에 목경운이 고개를 옆으로 살짝 돌렸다.
그리고 항여량을 쳐다보며 그녀가 가르쳐 준 대로 염천혈에 진기를 보내며 한 번 해보았다.
-이렇게 하는 건가요?
‘옳지.’
들려오는 목소리에 항여량이 입꼬리를 살며시 올렸다.
역시 영리하다.
하는 것이 쉬워 보여도 한 번에 알아듣고서 행하는 것은 사실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원리를 그만큼 쉽게 받아들이는 영특함을 지니고 있음이다.
‘가르치는 맛이 있는 아이로군.’
하는데 목경운이 그녀에게 물었다.
-멋지네요. 이 수법을 뭐라고 하면 되는 거죠?
-소림의 땡중들은 이걸 의합전성(意闔傳聲)이라고 한다만 본 곡주도 그렇고 음공을 공부하는 이들은 이를 전음입밀(傳音入密)이라고 부른다. 뭐 짧게는 전음이라고도 하지.
-전음······ 이건 다른 이들은 들을 수 없는 수법인가요?
-그래. 너와 나처럼 비밀 대화를 하기 참으로 적합한 수법이지. 괜찮지 않느냐?
-네. 그렇네요.
확실히 쓸 만한 수법 같았다.
아주 옅은 기(氣)로 파동을 일으켜 소리를 전달한다라.
딱히 배울 마음은 없었으나 본인이 제멋대로 알려준 거니 요긴하게 쓰일 듯 했다.
그러는데 그녀가 전음을 보내왔다.
-비무를 보았는데 아주 훌륭하더구나.
-감사합니다.
-본 곡주는 본래 여아를 데리러 온 것이었으나, 그 생각을 바꾸게 해준 대결이었다.
이런 그녀의 말에 목경운이 속으로 피식하고 웃었다.
대놓고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 그녀였다.
역시 이런 수법을 알려준 데는 다 목적이 있었다.
-아아아.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군요.
-후후후. 아이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마. 본 곡주의 제자가 되거라. 이런 기회는 흔치 않단다.
초음곡주 항여량이 대놓고 제자가 되라고 제안했다.
사실 이런 그녀의 제안은 정말 흔치 않은 일이기는 했다.
아직 마지막 관문이 끝나지도 않았고 종관식도 하지 않았는데 생도에게 접촉하여 제자가 되라고 권하는 것은 어지간히 마음에 들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목경운 본인이 초음곡주의 제자가 될 마음이 조금도 없다는 것이었다.
목경운이 안타깝다는 표정과 함께 전음을 보냈다.
-이거 어쩌지요. 초음곡주님의 제안은 정말 감사드립니다만 좀 더 고민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가르쳐 준 것이 있었기에 완곡하게 이야기했다.
사실상 거절이나 다름없었다.
이에 항여량의 작게 코웃음을 쳤다.
‘본 곡주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더냐.’
이미 자신은 목경운을 제자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그렇기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녀석이 스스로 자신에게 제자로 받아달라고 애원하게 만들 작정이었다.
-혹 두 왕들을 생각하고 있는 거라면 어리석은 선택이라고 해주고 싶구나.
-어리석은 선택이라면?
-명도왕 손윤에게는 이미 제자만 네 명이 있고 후계자로 낙점된 이도 있지. 그 안에 들어가게 된다면 네 재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게 될 것 같으냐?
-아아··· 그런가요?
-후후후. 보아하니 그럼 벽력권왕을 염두하고 있나 보구나. 한데 그것을 알고 있느냐?
-무엇을 말씀하는 거죠?
-벽력권왕의 유일한 제자가 그의 비전절기를 익히다 오른팔이 불구가 된 것을 말이다.
‘흐음.’
이런 그녀의 말에 목경운이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사실 아직까지 누구를 선택하진 않았었다.
애초에 섬독왕 백사하를 노렸었는데 그가 참관하지 않아 원래의 계획이 틀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초음곡주 항여량의 말이 사실이라면 두 왕의 제자가 되는 것은 상당히 귀찮은 일이 될지도 몰랐다.
‘내부 경쟁 혹은 무공의 위험부담인가.’
어느 쪽이 되었든 선택하기 껄끄러워진다.
한데 이 정보는 어디까지나 이 두 사람을 배제시키기 위한 항여량의 정보였다.
그렇기에 목경운은 이를 참고해야 할 정보 그 이상도 그 이하로도 여기지 않았다.
-네. 곡주님의 조언 명심하겠습니다.
-······.
선을 긋는 듯한 목경운의 말에 그녀가 손가락으로 의자를 툭툭 건드렸다.
이 녀석 보기보다 고집이 있는 것 같다.
마지막 관문이나 종관식의 상황만 아니면 당장 강제로 데려가서 자신의 입맛대로 정신 상태도 개조시키고 싶었다.
하나 가장 성가신 인간이 바로 단상 건너편에 있었다.
명도왕 손윤.
자신의 일에 사사건건 나서서 방해하는 인간이다.
하나 이제 그것도 그리 멀지 않았다.
곧 파공음향공(派攻音響功)의 극성인 칠 단계에 이르게 되면, 오왕 중에서 화경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그 둘을 제외하곤 누구도 자신의 상대가 되지 못할 거다.
그것은 명도왕이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에 그녀는 목경운을 이번에는 방법을 바꿔서 목경운을 어르고 달래보기로 했다.
-본 곡주가 여아만 받고 싶다고 한 이유가 무엇인지 아느냐?
-······.
-본 곡은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여아만을 제자로 받아왔단다. 그것은 제자에만 그치지 않지. 본 곡에 있는 이들의 대부분이 여자들이란다.
-······.
-본 곡주의 제자가 된다면 아방궁(阿房宮)의 시황제가 된 기분을 누릴 수 있을 게다. 구미가 당기지 않느냐?
-······송구합니다.
이런 그녀의 유혹에 딱 잘라 거절하는 목경운.
‘이놈 봐라.’
한참 혈기왕성한 나이일 텐데 이런 제안마저 거절한다고?
이 모습에 초음곡주 항여량은 고집이 있다를 넘어서 조금씩 짜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원래 그녀는 워낙 성정이 제멋대로이기에 누군가를 설득하고 이런 짓을 하지 않는다.
마음에 들면 강제로 취할 뿐이었다.
‘계속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인내심에 한계가 다가왔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참아보기로 했다.
-보아하니 검법을 익히는 듯한데 그런 거라면 더더욱 본 곡주의 제자가 되는 게 낫지 않겠느냐?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명도왕과 암종주는 도법의 달인들이고 벽력권왕은 별호에서처럼 적수공권의 달인이다. 하나 대결을 보아하니 네가 주로 연마한 것은 검법인 듯하더구나.
그녀는 비무에서 목경운의 권법과 검법 중 후자가 더 완성도가 높다고 여겼다.
그런 점에서 목경운은 필시 검법을 주로 익혔으리라 짐작했다.
그때 목경운이 말했다.
-제가 알기로 곡주님은 음공을 주로 익히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후후후. 분명 그렇기는 하나 본 곡주의 음공 못지않게 검(劍)의 달인이기도 하다. 단언컨대 본 곡주의 이절 중 하나인 파공연검(派攻然劍)을 익힌다면 한층 더 높은 검의 경지에 이르게 될 것이다.
‘파공연검?’
그녀는 검법에도 조예가 있던 걸까?
하나 항여량이 한 가지 모르고 있는 사실이 있었다.
목경운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리 말씀해주시니 감사합니다만 저는 꼭 검법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그녀는 몰랐지만 목경운은 검(劍)에 매진하지 않았다.
필요하다 여긴다면 무엇이든 익힐 작정이었다.
한데 이런 목경운의 대답은 결국 항여량을 분노케 만들었다.
-으득!
‘본 곡주가 이렇게까지 제안하는데 건방지게 계속 거절해.’
그렇다면 이제 당근을 주는 것은 끝이다.
당근이 통하지 않는다면 채찍질이 답이었다.
오히려 그게 편하기도 했고 말이다.
-본 곡주가 이리 너를 높게 보아 제자로 받아주려고 하는데, 참으로 도도하기 그지없구나. 하면 좋다. 그렇다면 지금 대결을 벌이고 있는 저 목유천이라는 아이를 산하의 수하로 받아야겠구나.
‘목유천?’
광장의 한가운데 연무장에서 한참 비무를 펼치고 있는 목유천과 주살곡 염가에게 빙의해있는 마승.
두 사람은 거의 호각을 다투고 있었다.
대부분의 간부들도 이들의 대결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다.
-듣자 하니 저 아이가 네 아우라지?
사전에 비무가 있기 전에 두 사람의 성이 같은 목가라는 것을 듣고서 벽력권왕 원병학이 혹시 형제냐고 질문을 했었다.
이에 시혈곡주 이지염이 그 정도는 알려줘도 괜찮다고 여겼는지 그렇다고 대답을 했다.
그래서 그녀는 이를 알고 있었다.
-네. 그렇습니다.
-그래. 저 아이도 참으로 쓸 만해 보이는구나. 안 그렇느냐?
-······.
-저리 쓸 만한 인재라면 수하로 받아 적당히 가지고 놀다가 흥미가 떨어지면 죽여버려야겠구나.
이런 그녀의 말에 목경운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계속 거절 의사를 밝히니 이제 노골적으로 협박을 하는 그녀였다.
돌려서 얘기했지만 네가 제자가 되지 않겠다면 네 동생을 수하로 거둬서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는 것이었다.
‘한 번 이번에도 거절해보거라.’
그녀가 입술을 실룩거리며 악의가 담긴 눈빛으로 목경운을 쳐다보았다.
보아하니 형제 둘 모두가 이 자리에 올라왔다는 것은 서로를 의지하면서 관문을 통과했으리라.
하면 그만큼 우애도 깊다는 것이겠지.
‘아우를 죽게 두고 싶지 않다면 순순히 본 곡주의 제자···.’
-마음대로 하셔도 됩니다.
‘!?’
순간 귓가를 울리는 목경운의 전음에 표독스럽게 입술을 실룩거리던 그녀의 표정이 이내 굳어버리고 말았다.
뭐 마음대로 하라고?
그녀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이에 항여량이 노기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네놈이 본 곡주가 정말 그리하지 못할 거라 여기는가 보구나.
그녀는 한다면 하는 성정의 소유자였다.
감히 생도 따위가 자신이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고 저런 식으로 나온다고?
좋다. 그러면 정말로 그것을 보여줘야겠다.
-전부 네놈이 자초한 것이다. 네 아우를 잃고도 그리 당당하게 나올 수 있는지 보자꾸나.
-네네. 마음대로 하셔도 됩니다.
-하! 네놈···.
-죽이셔도 상관없고 가지고 놀다가 사지를 찢어서 불구로 만들어도 괜찮습니다. 어차피 그건 수하로 거둬들인 곡주님의 마음이니까요.
-뭐?
-제 아우가 그렇게라도 곡주님의 기분을 즐겁게 해드릴 수 있다면 참 다행이네요.
-씨익!
그 말과 함께 미소를 지어 보인다.
-······.
순간 그녀는 노기가 치솟는 게 아니라 어안이 벙벙해지고 말았다.
대체 저놈 뭐지?
거리가 떨어져 있다고 하나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그녀였기에 목경운의 얼굴이 어느 정도는 보였다.
어떻게 웃으면서 제 아우를 죽여도 좋고 불구로 만들어도 좋다고 얘기할 수 있는 거지?
일부러 담담한 척하고서 머리를 굴리는 표정이 아니었다.
정말로 그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얼굴이다.
‘······저놈 정녕 제정신인 건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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