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248)
“나도 끼워주지 않을래. 얘들아.”
‘!?’
갑자기 나타난 적금색의 화려한 옷을 입은 절세미녀의 등장에 일순간 목경운과 경친왕의 육신에 빙의한 청령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보는 이 여인의 손에 서창의 태감 호 공공의 뜯겨진 머리통이 들려있었다.
‘뭐지?’
굳어진 목경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사기(死氣)를 방안에 둘러서 소리를 완전히 차단했기 때문에 밖에서 다가오는 소리를 정확히 느낄 수 없기는 했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온 이 여인에게서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기감으로도 그렇고 육안으로도 기운의 색이 보이지 않는다.
‘…….정체가 뭐지?’
이런 경우와 비슷했던 적이 한 번 있었다.
그 대나무 낚시대를 가지고 있던 노인과 만났을 때였다.
너무도 압도적인 격으로 인해 기운을 느끼는 것조차 힘들었고, 삼안(三眼)의 요력을 개방했음에도 오히려 기운의 압력으로 눈이 견디질 못했었다.
그때 경친왕에게 빙의해 있는 청령이 입을 열었다.
“호 귀비?”
빙의를 하게 되면 동화가 어느 정도 되냐에 따라서 기억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완전한 동화가 아니더라도 경친왕에게 안면이 있는 자라면 청령 또한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호 귀비?’
청령의 그 말에 목경운이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호 귀비라고 한다면 황제가 총애한다는 두 여인 중 한 사람이 아니던가.
그런 그녀가 어떻게 밖으로 도움을 청하러 나갔던 서창의 태감 호 공공의 머리통을 들고 나타난 거지?
의아해하고 있는데 청령이 당혹스러운 기색을 보이며 입을 열었다.
“호 귀비 대체 이게 무슨 짓이오? 손에 그것은 호 공공의 머리가 아니오?”
마치 진짜 경친왕이 된 듯한 말투를 하고 있었다.
이것으로 목경운은 청령의 의도를 단번에 파악했다.
아무래도 상대의 진짜 정체를 알 수 없기에 일단은 경친왕을 연기하려는 모양이었다.
이에 목경운도 장단에 맞추기 위해 두 손을 모아 고개를 숙이려 했다.
그런데,
“풋.”
호 귀비라 불린 여인이 비웃음을 흘렸다.
그러더니 이내 들고 있던 호 공공을 머리통을 휙하고 던졌다.
-쿵! 데구르르르르!
호 귀비가 처소 안으로 걸어 들어오며 입을 열었다.
“연기는 적당히 하지. 원혼.”
‘!?’
그 말에 경친왕에게 빙의해 있는 청령의 눈동자가 작게 흔들렸다.
이 여자 정말 정체가 뭐지?
남령(藍靈) 급의 격에 올랐기에 어지간한 방사들조차도 자신이 빙의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단번에 이를 알아차렸다.
뭔가 시치미를 떼고 발뺌을 하기에는 확신에 찬 말투다.
이에 청령이 날카로워진 눈빛으로 말했다.
“너 뭐야?”
“너?”
“그래. 너 대체…..”
-팍!
그 순간이었다.
순식간에 경친왕에게 빙의해 있는 청령의 앞으로 나타난 호 귀비가 그녀의 목을 움켜쥐려고 했다.
그러나 그 찰나에,
-팍!
붙잡히려 했던 청령이 옆으로 밀려나며 누군가가 호 귀비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그는 바로 목경운이었다.
붙잡힌 손목을 보며 호 귀비가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늙은이 얼굴을 한 것치고 꽤 빠르네?”
“………”
목경운이 그녀의 말에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니 못하고 있다는 게 옳았다.
-파르르르르!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있기는 한데, 가녀린 것과 별개로 말도 안 될 정도의 힘에 이를 버티는 게 힘들 지경이었다.
이에 손을 떼야겠다고 여기던 찰나였다.
-퍽! 콰앙!
그 순간 호 귀비의 손목을 붙잡고 있던 목경운의 몸이 처소 벽에 부딪치며 뚫고 들어갔다.
목경운을 가볍게 뿌리쳐낸 호 귀비가 이내 청령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제법 격이 높은 건 알겠는데 주제 파악이 안 되는 것 같네. 원혼.”
“너 대체…..”
-쾅!
그 순간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청령의 몸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호 귀비가 머리를 움켜쥐고서 짓누르고 있었는데, 원래라면 아무리 인간의 육신에 빙의해 있어도 통증을 느낄 수 없어야 하는데,
“끄으으.”
머리를 관통할 것 같은 강한 통증에 신음성이 터져나왔다.
청령이 당혹스러운지 커진 두 눈으로 호 귀비를 쳐다보았다.
히죽거리며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이 마치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에 청령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여자……인간이 아니야.’
그것은 성격에서 비롯된 말이 아니었다.
정말로 인간이 아니었다.
기운이 드러나지 않아서 알아차리지 못했었는데, 자신의 머리를 짓누르는 이 힘은 틀림없는 요력(妖力)이었다.
그것도 가늠하기 힘들 만큼 거대하면서도 순도 깊은 요력이었다.
고작 편린만으로 이 정도라면 대체 이 존재의 정체가 뭐지?
‘마수?’
아니다.
그 이상일 수도 있었다.
마수(魔獸)가 아무리 격이 높은 이매망량이라고 해도 원혼으로서 남령의 급에 이른 자신도 영력(靈力)이 그에 못지않았다.
적어도 이렇게 압도적으로 눌릴 수가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설마,
‘영수(靈獸)?’
이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여인이 영수라고?
영수는 이매망량에 있어서 최고의 격이라 불리우는 등급이었다.
그런 존재가 어떻게 황궁에 그것도 황제의 총애를 받는 여인으로 있을 수 있는 거지?
당혹스러워 하고 있는데 호 귀비가 말했다.
“재미있는 아이네. 어지간한 원혼이나 요괴들은 감히 내 영역에 들어올 생각을 하질 못할 텐데, 이렇게 겁도 없이 들어온 걸 보면 말이야.”
-꾸우욱!
“아악!”
호 귀비가 머리를 더욱 세게 짓누르자 청령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나왔다.
청령은 영체 자체에 부서질 것만 같은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고오오오오오오!
처소 전체로 퍼져나가는 방대한 주력(呪力).
그와 함께 호 귀비의 주변으로 네 개의 기둥이 솟구쳤다.
그렇게 솟구친 네 개의 기둥에 호 귀비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이게 뭘까나.”
호 귀비가 기둥을 바라보다 이내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 한 손으로 수인을 맺고 있고, 다른 한 손으로 검결지를 움켜쥔 채 목경운이 부서진 벽 너머에서 걸어나왔다.
“주력이 느껴진다 했더니 방술도 할 줄 알았네.”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목경운이 호 귀비를 향해 검결지를 뻗었다.
“사봉연쇄술(四峰聯鎖術).”
-촤아아아아아아!
이와 함께 기둥들에서 주력의 벽이 생겨나며 연결이 되었다.
그러더니 이내 호 귀비를 가두려고 했다.
“축(縮)!”
목경운이 손바닥을 움켜쥐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사봉연쇄술의 벽의 크기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는 교묘하게 주력 벽을 줄여 청령을 머리를 짓누르고 있는 호 귀비의 손목까지만을 잘라 갇히게 만들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재주가 많긴 한데 어쩌나.”
호 귀비가 피식하고 웃더니 이내 이어지려하던 주력의 벽에 손가락을 튕겼다.
-태애애애애애애앵!
-촥!
그 순간 반동과 함께 목경운의 손바닥이 찢겨지며 강제로 펴졌다.
그것도 모자라 호 귀비를 가두려던 주력의 벽이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면서 사방으로 주력이 흩어져버렸다.
“잔재주가 통하지 않아서 어떡…..”
-스륵!
그때 목경운의 신형이 그녀의 앞으로 나타났다.
그러더니 이내 호 귀비의 눈을 향해 날카로운 예기가 실린 검결지를 찔러왔다.
방술이 통하지 않는 상대임을 깨달은 목경운은 단번에 무공으로 전환하여 그녀를 직접 공격하는 것을 택했다.
그런데,
-팍!
그런 목경운의 검결지를 호 귀비가 전혀 피하지 않고서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검결지를 찌르던 목경운의 신형이 잔상이 되어 흩어졌다.
그와 동시에,
-퍽! 쾅!
목경운의 신형이 그녀의 바로 뒤에서 무언가를 맞고서 바닥에 내려찍히고 말았다.
어찌나 세게 강타했는지 처소 바닥을 뚫고서 주변이 움푹 패일 정도였다.
“중생!”
청령이 놀라서 목경운을 불렀다.
그러다 이내 목경운이 쓰러진 곳 위로 살랑거리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금빛 털을 가진 꼬리였다.
‘꼬리?’
꼬리가 연결되어 나온 곳은 다름 아닌 호 귀비의 치마 밑이었다.
호 귀비가 입가를 가리더니 웃으며 말했다.
“호호호호홋, 그깟 분신술 같은 수법은 내게 통하지 않아. 아니 적어도 분신을 열 개 정도는 만들어줘야 그나마 빈틈을 노려볼 수 있을 걸.”
-스멀스멀!
그와 함께 호 귀비의 치마 속에서 금빛 꼬리들이 올라왔다.
그 꼬리의 개수가 꽤 많았다.
꼬리를 본 청령의 동공이 격하게 흔들렸다.
‘금빛 꼬리?’
하는 순간이었다.
움푹 파여 들어간 바닥에서 갑자기 흉악하면서도 어두운 기운이 솟구쳤다.
그것은 바로 마기(魔氣)였다.
흘러나오는 마기를 바라보는 호 귀비의 눈빛에 흥미가 감돌았다.
이런 기운은 처음 느껴보기 때문이었다.
‘인간도 아니고 원혼도 아니고 요괴들에게서도 느껴본 적이 없는 기운이라…..’
바로 그때였다.
-솨아아아아아!
솟구치던 마기가 이내 한순간 몇 배나 폭증했다.
그러더니 이내 움푹 패인 구덩이 속에서 기운이 한 점으로 모이며 그것이 찰나의 순간에 호 귀비를 스치고 지나갔다.
-촥!
허공으로 검은 선이 생겨났다.
그와 함께 목경운이 호 귀비의 바로 뒤에 서서 거칠어진 호흡을 내뱉었다.
“하아….하아….”
지금으로서 자신이 펼칠 수 있는 최대의 수법이 바로 이 검의와 모든 역량을 한 점으로 모으는 수법이었다.
-우득! 우득!
온몸의 근육이 곤두서서 아우성을 쳤다.
전처럼 쓰러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여전히 깨달음 이상의 엄청난 수법이었기에 지금으로서는 한 번 이상 연달아 쓸 수가 없었다.
목경운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
고개를 돌린 목경운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도 그럴 것이 전력을 다한 최고의 일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호 귀비는 아무렇지 않았다.
아니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주르륵!
그녀의 아름다운 뺨 위로 생채기 하나가 나있었고 거기서 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이를 호 귀비가 소매로 닦아내더니 이내 한 쪽 눈썹을 치켜 올렸다.
“피…….”
고작 한 방울에 불과했지만 이게 과연 얼마만의 일이던가.
아니 사실상 전무했다.
한낱 인간 따위가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것은 탄생한 이래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호 귀비의 눈빛이 싸늘해지더니 이내 눈동자와 머리카락의 색이 변하기 시작했다.
-스르르르르!
그것은 고결하면서도 화사하게 느껴질 만큼의 금빛을 띠고 있었다.
그녀의 이러한 변화에 목경운의 마른 침을 삼켰다.
굳이 삼안의 요력을 개방하지 않아도 변화한 호 귀비에게서 풍겨지는 기운은 너무도 아득하여 등골이 오싹해질 지경이었다.
-스멀스멀!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금빛으로 변한 그녀의 뒤로 꼬리 아홉 개가 산봉우리처럼 솟구쳐 있었다.
‘아홉 꼬리?’
이를 본 목경운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스쳐지나갔다.
[육마 중에 가장 오래되었다고 알려진 대력왕보다도 더 최악이라 불리는 존재가 있다. 그 존재는 악의(惡意) 그 자체이면서 모든 것을 멸망으로 이끈다.] […….멸망으로 이끈다고?] [그 존재로 인해 상고시대부터 은, 주 등 여러 나라들이 멸망했지.] [은, 주? 설마 눈깔 네가 얘기하는 그 영수…..] [그래. 그것은 백 개의 얼굴을 지녀 백면인(百面人)이라고도 불리며 불길한 요력으로 가득한 아홉 개의 금빛 꼬리를 가진 대여우 이매망량 금모구미(金毛九尾)다.]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