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266)
“호오?”
목경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그것은 혼혈의 서역인이자 금의위 천호 마라현에게서 일어난 현상 때문이었다.
전신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바로 마기(魔氣)였다.
이는 목경운조차 예상치 못한 현상이었다.
‘마기에 동화되고 있는 건가?’
매우 희귀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니 애초에 누군가에게 마기(魔氣)를 진기처럼 직접 불어넣은 적은 없었다.
죽음의 기운이라 할 수 있는 사기(死氣)에서 비롯되어 음(陰)한 모든 기운을 하나로 모아 이룬 것이 바로 마기였다.
그렇기에 보통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독(毒)이 될 거라 여겼다.
가령 사기처럼 진기를 갉아먹을 거라 예상했다.
한데 그 예상을 뛰어넘고서 마라현은 자신의 마기를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체화하고 있었다.
‘거부감도 없네.’
가지고 있던 기운이 양생의 기운이라 이를 밀어낼 거라 여겼다.
그런데 마라현의 진기는 마기와 하나가 되어 새로운 형태의 마기(魔氣)로 변해가고 있었다.
목경운의 것보다는 순도가 떨어지지만 이 또한 마기가 틀림없었다.
‘재밌게 됐네.’
그저 기존의 영고를 잃고서 술법과 기운적인 령주(令主)가 끊겨서 폭주를 하던 기생형 고독에 자신의 마기를 보내 각인을 시키려 했을 뿐이었다.
사기는 애초에 인지의 영역을 벗어났기에 누군가 간섭하기 힘든 기운은 마기라 여겨서였다.
한데 전혀 다른 결과를 낳았다.
‘흐음.’
이것이 우연으로 벌어진 일일까?
아니면 완전한 중원인이 아닌 혼혈인 마라현에게만 가능한 현상인지는 알 수 없었다.
물론 나중에 다른 이를 통해 확인해보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좀 더 마라현의 백회혈과 복부로 마기를 불어넣던 목경운이 이를 멈췄다.
그의 복부에서 폭주하던 고독도 마기가 각인되어 자신을 새로운 영고(令蠱), 즉 주인으로 받아들였고 체내의 독기가 가라앉았다.
그때 정신을 차린 마라현이 입을 열었다.
“이게 대체……”
그는 변화한 자신의 기운에 적응이 되지 않는지 묘한 표정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진기의 성질 자체가 바뀌었다.
그것도 굉장히 흉폭하면서 어두운 기운을 띠게 말이다.
그래서인지 느껴졌다.
“아아아.”
마라현의 떨리는 눈으로 목경운을 바라보았다.
목경운에게서 느껴지는 거대하면서 순도 높은 마기(魔氣)를 접하니 전율과 함께 경외심이 느껴졌다.
‘뭐, 뭐지?’
마라현은 혼란스러워졌다.
이게 정말로 자신의 의지가 맞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머릿속으로 부정을 하고 있는데, 그의 본능이 목경운에게서 강한 경외심을 느끼고 있었다.
마치 그것은 개미가 본능적으로 여왕개미를 모셔야 한다는 충성심을 가지게 되는 것과 비슷했다.
“너…..너 내게 무슨 짓을 한 거냐?”
“글쎄요. 고독만 해결하려고 했는데, 그쪽이 제 마기를 멋대로 체화했거든요.”
“마기?
“제 기운은 보통 사람들과는 많이 달라서요. 아마 체화했으니 느껴질 걸요. 파괴적이고 흉폭하다는 것을요.”
-파르르르!
마라현이 자신의 손을 쳐다보았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목경운이 말하는 마기와 자신의 기운이 하나가 된 후로 기운이 강해지고 늘어났다.
아니 배로 강해진 것 같다.
지금은 누구와 붙어도 이길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참으로 호전적인 기운이었다.
“내게 어떻게 이런 기운이…….”
“그쪽이 체화한 거니까 제 탓을 하면 섭섭해질 것 같군요. 게다가 기껏 목숨을 구제해줬더니 말이죠.”
“목숨? 아……”
그러고 보니 폭주하던 독 기운도 고독도 움직임을 멈췄다.
그런데,
‘!?’
마라현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그 이유는,
“…….고독이 그대로 있다.”
“네. 당연하죠.”
“그게……”
“고독을 없애 드린다고 한 적은 없었는데요. 목숨에 문제가 없도록 한다고 했지.”
이 말에 마라현의 말문이 막혔다.
부정하기에는 목경운은 자신의 일을 끝낼 때까지는 고독을 제거해주지 않겠다고 확실히 선을 그었었다.
그리고 그 약속을 확실히 지켰다.
이 기운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고독이 더 이상 폭주하지 않았다.
이에 마라현이 물었다.
“고독은 더 이상 폭주하지 않는다. 한데 상익서와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한 거냐?”
목경운 이 자의 성격상 정말로 이야기만 했을 리가 없었다.
이런 그의 물음에 목경운이 웃으며 답했다.
“고독을 넘겨받았다고 해야 할까요?”
“뭐?”
그 말에 마라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고독을 넘겨받았다니 무슨 소리지?
“그게 대체 무슨?”
“말 그대로인데요. 지휘첨사 분이 가지고 있던 영고를 제가 가지고 있다 정도로 아시면 될 것 같네요.”
‘!?’
이 말에 마라현의 표정이 또 다시 굳어졌다.
말 그대로라고 한다면 정말로 지휘첨사 상익서에게서 암컷 고독인 영고를 빼앗았단 말인가?
그 말은 결국 약점을 쥔 주체가 바뀌었음을 의미했다.
한데 대체 무슨 수로 빼앗은 거지?
생각해보니 그 자의 곁에는 자신을 고작 몇 초식만에 제압한 엄청난 고수가 있었다.
그 자의 무위는 목경운이라고 해도……
‘…….뭐지?’
마라현이 순간 마른 침을 삼켰다.
마기라는 것이 체회되기 전까지는 미처 몰랐었다.
그런데 목경운의 마기를 느낄 수 있게 되자 도저히 그 기운이 어느 정도까지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이 정도 기운이라면 어쩌면,
“상익서를 호위하고 있는 자를 제압한 것이냐?”
“호위라면 아. 그 겸창이라는 백호 분을 얘기하는 거로군요.”
“그래. 그렇지 않아도 그 자가 보통 실력이 아니라고 이야기해주려고 했는데…..”
“죽었어요.”
“뭐?”
“죽었다고요.”
‘!!!!’
그 말에 마라현이 어처구니가 없어했다.
그 겸창이라는 백호는 말이 금의위 백호였지 사실상 진무사 급의 무위를 지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남진무사 구성백과 은사인 육천호 소예린이 아니면 상대할 수 없을 거라 여겼는데, 그런 초고수를 죽였다니 할 말이 없어졌다.
‘잠깐.’
그럼 겸창이라는 호위를 죽였다면 설마…..
“지휘첨사도 죽인 거냐?”
“그럴 리가요. 아무렴 무작정 죽이고 볼까요?”
“………”
목경운이 그 말에 마라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디로 튈지 모를 자가 걱정하지 말라는 투로 말하니 그저 기가 찼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하면 그 자는 어떻게 했지?”
그 자를 그냥 죽여선 안 됐다.
그간은 체내의 고독 때문에 건드리지 못했으나, 그가 저지르려고 했던 일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가 있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그 윗선까지 노려볼 수 있었다.
“멀쩡히 잘 살아있답니다.”
“아아……”
그 말에 마라현이 다행이라 여겼다.
그냥 죽였다면 괜히 분란만 일어나고 그 윗선에 경각심만 주는 꼴이었다.
하나 살아만 있다면 아직 수사를 해볼 여지가 있었다.
마라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집무실 책상에 올려져 있는 증거품이 챙기려고 했다.
그런 그에게 목경운이 말했다.
“그걸로 뭘 하려고 하는가 본데 아직은 하지 마시죠.”
“뭐?”
“지금은 황궁 내에서 주목 받을 만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거든요. 왜 그런지는 잘 아실 테죠?”
그 말에 마라현이 멈칫했다.
목경운이 무슨 의도로 이런 말을 했는지 바로 알아들었다.
황궁 지하 금옥에 들어가 죄수를 탈취하려고 하는데, 그 전에 금의위 내부적으로 사건이 터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그 자를 그냥 내버려두면 분명 윗선에 보고하고 꼬리 자르기를 당할지도 몰랐다.
그렇게 된다면 증거품이고 뭐고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네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한다면 괜찮지 않느냐?”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요.”
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라현이 이내 인피면구 목함을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무의식적으로 답했다.
“알겠다.”
그렇게 답하고는 이내 마라현의 미간을 찡그렸다.
이게 무슨 현상이지?
그도 그럴 것이 목경운이 하는 말에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였다.
그가 자신의 주인인 것 마냥 말이다.
‘어째서?’
당혹스러워하는 그의 반응에 목경운이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이거 저만 그런 게 아닌가 보네요.”
“대체 내게……내게 무슨 짓을 한 거지?”
“글쎄요. 아까 말씀드린 그대로인걸요. 한데 제 기운과 동화해서 그런가 저도 마라 천호가 더욱 친밀하게 느껴지는군요.”
“나……나는…….”
“이런 상태라면 절 더욱 잘 도와주실 수 있을 것 같군요.”
목경운의 그 말에 마라현은 기분이 이상해졌다.
분명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한 것 같아 반감이 생겨야 하는데, 오히려 목경운이 뭔가를 말 할 때마다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역설적인 감정이 생겨났다.
그가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 해줘야 할 것만 같았다.
강한 의지로 이런 자신의 알 수 없는 심경 변화를 부정하고 누르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혼란스러워하는 그에게 목경운이 웃으며 말했다.
“안 그래도 이제 때가 된 것 같아서 마라 천호의 도움이 더욱 필요해졌거든요. 그 일이 끝난다면 하고 싶은 데로 하게 해드리죠.”
이런 목경운의 말에 마라현이 고민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알겠다.”
“흔쾌해서 좋군요. 그럼 이렇게 해주시죠.”
목경운이 그런 그에게 계획하고 있던 바를 이야기 했다.
이를 듣고 있던 마라현의 표정이 조금씩 미묘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지하 금옥 탈취 계획에는 자신의 역할이 꽤나 중요했기 때문이었다.
* * *
생도 배지석.
그는 이번 시위부 무시에 참여하는 생도였다.
정확하게 중간 성적으로 합격하여 사조로 배정받은 그는 드디어 내일 있을 금의위 견습을 생각하며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비록 첫 견습이 금옥을 관리하는 사선부라고는 하나 그게 어디인가?
최대한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작정이었다.
그런데 다짐을 하면서 잠이 들려고 하는데, 얼마 있지 않아 금의위 육선부로 호출을 받았다.
생도 목경운의 죽음과 관련해서 조사 중인데 참고인을 불렀다고 한다.
‘나를 왜 참고인으로 부르지?’
자신은 목경운에 대해 잘 모른다.
아니 여기 있는 생도들 중에 천지회 출신들에 대해 아는 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왜 자신을 부르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의아한 마음이 들었지만 간단한 조사라고 해서 일단 육선부 취조실로 가기는 했다.
-쿵쿵!
배지석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생도 배지석입니다. 참고 조사를 한다고 하여 왔습니다.”
“들어와라.”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배지석이 이내 문을 열었다.
어두운 취조실 안.
문을 열자 안에는 등잔 하나와 탁자, 그리고 서로를 마주볼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의자 두 개가 놓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안에는 가면을 쓴 금의위 천호가 서있었다.
배지석이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가 그에게 두 손을 모아 예를 갖췄다.
“부르셨습니까?”
“……..”
그 물음에 가면의 금의위 천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수사부처라 들은 육선부의 천호가 저렇게 말을 하지 않자 뭔가 불안해진 생도 배지석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해서 저를 부르신 겁니까?”
그 물음에 가면의 금의위 천호가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
“네?”
“내가 부른 게 아니다.”
“그게 무슨?”
그때 바로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불렀답니다.”
-흠칫!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는데,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놀란 생도 배지석이 황급히 몸을 돌렸다.
‘엇!?’
몸을 돌린 배지석의 두 눈이 커졌다.
그도 그럴 것이 며칠 전에 금의위 의원에서 살해당했다고 한 목경운이 있었다.
“너……너 분명히 죽었다고…..”
“네. 살아 있어서 반가우시죠?”
어째서 죽었다고 알고 있는 녀석이 이곳에 있는 거지?
반갑다기보다는 더욱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이에,
“너가 불렀다니 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처, 천호님?”
배지석이 조금씩 뒷걸음을 치며 가면의 천호를 불렀다.
그러나 가면의 천호는 팔짱을 낀 채 아무런 답이 없었다.
오히려 목경운이 가까이 다가오며 입 꼬리를 비릿하게 올리며 말했다.
“천호님이 부른 게 아니랍니다.”
“대체 무슨…..”
“듣자하니 고아 출신이고 주변에 친한 사람도 없다죠?”
“그, 그걸 대체 왜 묻는 거야?”
불안해진 생도 배지석이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등잔 불빛에 음영이 진 목경운의 입 꼬리가 섬뜩하게 올라갔다.
그 모습에 더욱 당황한 그가 뒷걸음을 치며 거리를 벌리려는데, 목경운이 천천히 거리를 좁혀오며 말했다.
“별 건 아니고 그쪽 얼굴을 좀 빌릴까 해서요.”
‘!?’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