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31)
9화 구여(犰狳) (2)
하(夏)나라 우왕(禹王) 시절부터 존재해온 삼대 금서(禁書) 중 하나인 산해경(山海經).
가장 오래된 지리서이면서 그 안에는 괴이한 많은 기록들이 적혀 있다.
구여(犰狳)는 그런 산해경에 수록된 이매망량 중의 하나로 흉수(凶獸)라고 표현할 만큼 위험한 존재였다.
-사각! 사각! 사각! 사각! 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스!
몰려든 각종 벌레들은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었다.
목경운은 난처하다는 듯이 턱을 쓰다듬으며 청령에게 말했다.
“이 벌레들이 구여라는 건가요?”
-아니. 벌레들이랑 궁합이 좋은 이매망량이 있지. 아니 친하기 보다는 벌레들을 꼼짝 못하게 한다고 해야 하나.
“많군요.”
정말 많았다.
어느새 바닥이 벌레들로 새까맣게 뒤덮였다.
발 디딜 틈도 없이 가득 메우고 있어서 침상에서 내려가기 꺼려질 정도였다.
비위가 좋지 않은 자들은 쳐다보는 것도 곤욕스러울 지도 몰랐다.
목경운이 여전히 기대고 앉아 있는 마승을 힐끔 쳐다보았다.
-스멀스멀!
마승의 상처 부위들이 서서히 메워져가고 있었다.
목경운이 이를 보고서 청령에게 말했다.
“이 벌레들. 마승이 저리 된 것과 연관이 있는 거겠죠?”
-아마도 그럴 테지.
“청령도 확실히는 모르나보군요.”
-모르긴 뭘 몰라. 역살이 날아온 걸 살려줬더니 뭐가 어째? 감사히 여기거라. 본좌가 없었다면 중생 네놈은 꼼짝없이 죽었을 게다.
“역살?”
역살(逆殺).
음양가본서(陰陽家本書)에서 읽은 기억이 있다.
괴이, 즉 원혼에게 당하는 것을 살(殺)이라고 한다.
그 살(殺)을 높은 존재의 도움을 받아 원혼이나 그 숙주에게로 다시 되돌려 보내는 것을 역살이라 했던 것 같다.
일종의 복수인 셈이다.
‘평범한 사람이 그런 걸 할 줄 알 리가 없을 텐데.’
여기서 목경운의 사고는 굉장히 빠르게 돌아갔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몰려든 벌레들로 사고가 경직되거나 혼란스럽기 그지없었겠지만, 목경운은 냉정하게 이 상황을 통찰했다.
‘방사……그럼 석 부인인가.’
그리고 그 원흉을 단번에 짚어냈다.
이 상황에서 또 다른 방사를 불러내 역살을 의뢰할 자는 대부인인 석 부인뿐이었다.
역시 쉽게 단념하는 성격은 아닌 듯 했는데 예상대로다.
목경운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쩔 테냐?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벌레들의 밥이 될 게다.
청령이 고개 짓을 했다.
벌레들이 닿고 있는 목판 침상의 다리가 사각거리며 낮아져가고 있었다.
-사각사각!
그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벌레가 없는 곳은 침상 위와 약재가 올려진 긴 탁자 위뿐이었다.
아니 하나 더 있긴 했다.
‘등불.’
저긴 다른 곳과 조금 달랐다.
보통 벌레들은 밝은 곳으로 모여드는 습성이 있었다.
저들도 모르게 다가갔다가 뜨거워서 밀려나거나 혹은 타는 바람에 그 주변만 둥그렇게 벌려져 있었다.
“청령. 도와줄 수 있나요?”
-글쎄. 본좌가 왜 그래야 하지?
“………”
목경운이 한 쪽 눈썹을 치켜 올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청령이 코웃음을 치고는 곰방대를 한껏 빨아들이고서 내쉬며 말했다.
-아까는 운기 중이었으니 자비심으로 도와줬다지만 깨어있는 마당에 이 정도도 해결할 자신이 없나?
이런 청령의 말에 목경운이 입맛을 다셨다.
중요한 순간에 삐딱선을 타는 그녀였다.
질문에 곱게 답변해주기에 이제 호의적으로 나오려나 싶었는데 아직 아닌 모양이었다.
“공생 관계나 다름없는데 이러실 건가요?”
-목숨은 부지하게 해주마.
“아아.”
참 다루기 힘든 식신이었다.
그때 청령이 목경운에게 이죽거리며 말했다.
-어이. 중생아. 한 가지 제안을 하마.
“제안요?”
-그래. 네 자력으로 이 위기를 해쳐나가 보거라. 만약 혼자서 이 상황을 타개한다면 앞으로 네 녀석을 도와줄지 말지를 진지하게 고민해보도록 하마.
이런 그녀의 말에 목경운이 혀를 찼다.
어차피 그녀는 자신의 식신이었기에 목숨에 위협을 당하면 도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런 제안을 한다는 게 우스운 일이었다.
마승과 달리 격이 높아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정말 고집도 세고 자아가 강했다.
“뭐 별 수 없군요. 아쉬운 쪽이 맞추는 수밖에요. 일단 쉬운 방법부터 취해보죠.”
-쉬운 방법?
청령의 반문에 목경운이 목청을 높여 소리쳤다.
“누구 없나요?”
약당의 바깥에는 외당의 무사들이 있다.
직접 해결하는 것보다 그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무사님들?”
한데 아무런 대답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분명 문풍지의 그림자로는 서있는 모습이…….
‘음.’
보였는데 고개가 살짝 옆으로들 기울어져 있었다.
정신을 잃은 듯 했다.
아무래도 저들에게 뭔가를 한 모양이었다.
-뭘 기대한 거냐?
“……..그렇네요.”
목경운이 어깨를 으쓱했다.
-저벅저벅!
그때 약당의 문쪽 문풍지 앞으로 그림자 하나가 다가왔다.
그림자의 모양을 보면 여인인 듯 한데, 여인의 우측 어깨 위에는 조대가 있었고 그 위로 기괴한 형태를 한 그림자가 보였다.
새의 부리에 뱀의 꼬리를 하고 있는 특이한 그림자였다.
-직접 오다니 자신감이 넘치는군.
“저건가요?”
-후우. 그래. 저게 구여다.
어깨 위의 저 괴이한 그림자가 구여인 모양이었다.
곰방대를 빨며 연기를 내뿜던 청령이 코웃음을 치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투로 중얼거렸다.
-이젠 하다하다 못해 저 망할 새 새끼를 식신으로 데리고 다니는 종자도 있군.
“싫어하나보군요.”
-벌레는 딱 질색이다.
청령은 정말로 벌레가 싫은지 괜히 몸서리를 쳤다.
벌레를 싫어하는 모습은 의외였다.
설마 고작 이것 때문에 괜히 내색하지 않고서 돕지 않는 건 아니겠지?
아닐 거라 믿는다.
-사각사각!
어느새 벌레들로 인해 침상이 절반 가까이 내려앉았다.
이것은 그뿐만이 아니라 고찬이 있는 침상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목경운이 손등 아래 손목 부근을 깨물었다.
-우득!
-뭐 하는 거냐?
“임시방편이랄까요.”
-임시방편?
-주르륵!
깨물린 손목에서 피가 흘러나오자 목경운이 이를 사방으로 흩뿌렸다.
-투투투투툭!
그러자 신기한 광경이 벌어졌다.
목경운의 피가 닿자 벌레들이 기괴한 소리를 내며 경기를 일으키더니, 이내 피가 흩날린 지점들을 중심으로 마구 피해댔다.
청령이 이를 보며 의아해하며 물었다.
-왜 저것들이 왜 저러는 거지?
“어렸을 때부터 독초를 많이 먹었더니 제 피에는 독성이 있거든요.”
-피에 독성이 있다고?
이 말에 청령이 기가 차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피에 독성을 품고 있다는 것은 거의 독인(毒人)이나 다름없었다.
이놈 정말 알면 알수록 기괴한 인간이다.
-투투투투툭!
목경운은 침상 아래 쪽부터 주변으로 계속 피를 흩뿌렸다.
벌레들이 기겁을 하고서 피를 피하는 걸 보면 얼마나 독성이 강한지를 짐작하게 만들었다.
어느새 목경운의 주변으로는 벌레들이 다가오지 못했다.
반면 고찬이 누워있는 침상은 위태로웠다.
-사각사각!
목경운이 피를 흩뿌려 최대한 못다가오게 해주려고 했지만 그 주변이 아니었기에 벌레들이 사각지대를 통해 밀려들고 있었다.
이에 목경운이 침상에 있는 목침을 호위 고찬에게 던졌다.
-빡!
“흐헉!”
머리에 목침을 맞은 고찬이 놀라서 깼다.
깨어난 고찬은 무심결에 주변을 살폈다 기겁을 하고 말았다.
“이, 이게 뭐야?”
엄청난 수의 벌레들.
그 벌레들이 주변 바닥을 뒤덮고 있었고 심지어 침상으로 기어 올라오고 있었다.
놀란 고찬이 이불을 들어 벌레들을 마구 털어냈다.
그런 고찬에게 목경운이 말했다.
“위험하니까 계속 벌레들을 잡고 있어요.”
“고, 공자? 이게 대체…..”
“저도 몰라요. 한데 침상 아래로는 내려오지 않는 걸 권할게요.”
‘미치겠네.’
고찬은 이 상황이 정말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하나 일단은 목경운의 말대로 벌레들을 털어내며 견제해야만 했다.
그렇게 그들이 벌레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을 때였다.
-쿵!
약당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왔다.
이를 본 고찬이 놀라서 소리쳤다.
“거기 소저! 위험하니 들어오면 안 됩니다!”
안으로 들어온 것은 한 쪽 눈이 백안(白眼)인 여인이었다.
그녀는 방사 삭(朔)이었다.
“위험……헛?”
고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삭이 한 발자국 들어서자 벌레들이 좌우로 갈라지며 길을 만들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그녀의 식신이 이 벌레들을 조종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스멀스멀!
안으로 들어온 그녀의 색이 다른 두 눈에 이채가 띠었다.
서서히 압박을 가해서 두려움을 주려고 했는데,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벌레들이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뭘 한 거지?
의아해하는데 목경운이 그녀에게 말했다.
“방사이신가요?”
이 물음에 삭이 미간을 찡그렸다.
침상 위에 서있는 저 17세의 미소년을 보면 아무리 봐도 괴이에게 씌인 것 같지는 않았다.
녹령 급의 원혼에 씌인다면 저런 모습을 하고 있을 리도 없었다.
‘저건가?’
삭의 눈이 목경운의 뒤쪽 벽면에 기대고 앉아 있는 거구의 마승으로 향했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나 또 다른 눈동자인 백안에는 보인다.
원혼이 말이다.
‘……황령?’
그녀의 백안이 가늘어졌다.
백안을 통해서 보면 어느 정도 괴이나 원혼의 격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저 부상 당한 원혼을 보면 아무리 봐도 황령 급이다.
‘그럴 리가?’
황령 급은 역살을 튕겨낼 수가 없었다.
그렇다는 건 황령이 아니라 저 숙주라 짐작되는 목경운이라는 자가 그랬다는 건데, 아무리 봐도 그는 방술에 능한 자가 아니었다.
그럼 대체 누가 역살을……
-어린 것 같은데 제법 실력이 있나보구나.
귓가를 울리는 목소리.
이에 삭이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욱씬!
흐릿한 경계 속에서 보이는 핏빛 무언가에 삭의 백안에 실핏줄이 마구 터져나갔다.
“헉!”
강한 통증에 놀란 그녀가 백안을 질끈 감았다.
방금 뭐지?
이면의 세계를 볼 수 있는 백안(白眼)이 그 존재를 담지 못했다.
아니 백안이 아니라 정확하게는 그녀 자신이 백안을 통해 투시되어 오는 그 존재를 받아들이질 못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우여우여어어어어어어!!!!
갑자기 어깨에서 얌전히 있던 구여가 괴성을 질러댔다.
“구여! 진정…..”
-우여어어어어어어어!!!!
찢어질 듯한 괴성에 삭이 결국 참지 못하고 귀를 틀어막았다.
그녀는 당혹스러운 눈으로 구여를 바라보았다.
구여가 경계심이 넘치는 눈빛으로 무언가를 쳐다보고 있는데, 어찌나 공포에 질렸는지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었다.
‘구여가 이 정도로 겁을 먹다니? 대체 뭐가……’
-우여어어어어어어!!!!!
-파스스스스스!
구여의 괴성과 함께 바닥에 있던 벌레들이 마구 위로 솟구쳤다.
질서정연하던 모습은 사라졌다.
날개가 있는 벌레들이 날아올라 목경운과 고찬을 향해 미친 듯이 쇄도해왔다.
“고, 공자!”
당황한 고찬이 어쩔 줄 몰라했다.
그때 목경운이 가장 가까이에 있는 등불이 있는 곳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구결을 외우며 착(着)의 식(式)을 펼쳤다.
‘아슬아슬한 거리.’
1장(丈) 거리 내로 집중하면 떨어져 있는 물건을 착의 식으로 잡아당길 수 있었다.
등불이 있는 위치가 딱 아슬아슬한 경계에 있었다.
-파르르르!
등불의 받침대가 흔들거렸다.
그러더니 이내 목경운의 손으로 빨려 들어왔다.
-팍!
이를 본 고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단전도 아직 형성하지 못한 목경운이 이런 신기를 보이다니 너무도 놀라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팟!
목경운이 고찬이 있는 침상으로 단숨에 뛰어넘어왔다.
그러더니 날아드는 벌레들을 향해 등불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화르륵! 화륵!
등불에 폭주하던 벌레들도 뜨거웠는지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그러나 계속되는 구여의 괴성에 영향을 받는지 미친 듯이 틈을 찾아서 날아 들어오려 했다.
“고찬 호위 단검!”
“네?”
“단검!”
목경운의 외침에 고찬이 허리춤을 뒤졌다.
한데 치료를 한다고 늘 들고 다니던 단검이 침상 아래쪽에 포개진 상의 위에 올려져있었다.
이에 고찬이 몸을 숙여서 얼른 밑으로 손을 뻗었다.
-사각사각!
“흐힉!”
바닥에서 밀려오는 벌레들이 옷자락과 단검에도 달라붙어 있었다.
순간 망설였다가 고찬은 이를 참고서 단검을 붙잡았다.
덕분에 달라붙은 벌레들이 고찬의 손을 마구 깨물어댔다.
벌레들이 깨물어봐야 얼마나 아플까 싶지만 수십 마리가 들러붙어서 깨물면 사정이 달라진다.
“으아악!”
고찬이 단검을 잡은 손을 마구 흔들며 들어올렸다.
그런 그의 손으로 목경운이 등불을 휘둘렀다.
-화르르륵!
등불에 남아서 붙어있던 벌레들이 혼비백산 떨어져나갔다.
“여, 여깄습니다!”
이틈에 고찬이 단검을 넘겼다.
단검을 받은 목경운이 등불을 주고서 말했다.
“계속 휘두르세요.”
“네넵!”
고찬이 날아드는 벌레들을 향해 등불을 휘둘렀다.
그 틈에 목경운이 단검을 빼들고는,
-촥!
‘!?’
자신의 이마 쪽으로 단검을 그었다.
깊숙이는 아니었지만 피부가 베여서 피가 흘러나올 정도는 되었다.
‘이, 이게 무슨?’
고찬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왜 느닷없이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낸단 말인가?
그런데 그것은 하나가 아니었다.
목경운은 자신의 여기저기를 단검으로 베면서 상처를 만들어냈다.
-촥! 촥!
“공자 뭐하시는 겁니까!”
그런 그의 외침에도 목경운은 상처내기를 멈추지 않았다.
‘…….미치기라도 한 거야?’
구여를 어떻게든 통제하려 하고 있던 방사 삭조차 순간 목경운의 행동에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갑자기 자해를 하다니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
어처구니가 없어하던 찰나였다.
몸의 여기저기를 상처내서 피투성이가 된 목경운이 그녀를 바라보며 입 꼬리를 씨익하고 올렸다.
-오싹!
그 모습이 어찌나 섬뜩한지 삭은 눈살을 찌푸렸다.
방사로 일하면서 이보다 무서운 것들을 얼마나 많이 보았던가.
한데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팍!
목경운이 발을 박차며 그녀가 있는 곳을 향해 달렸다.
‘뭐 하는 거야?’
이건 정말 자살 행위였다.
벌레들이 날뛰면서 달려드는데 그곳을 향해 마구 자해하고서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한 건가?
라고 여기던 참이었다.
그런데,
-파파파파파팍!
그 순간 믿기지 않는 광경이 벌어졌다.
목경운에게 닿았던 벌레들이 경기를 일으키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근접한 벌레들 대부분도 목경운에게 닿지 않으려는 것처럼 어떻게든 피해 다녔다.
그러다 보니 저절로 길이 만들어졌다.
‘벌레들이 어째서?’
그녀는 도저히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저렇게 상처를 내면 오히려 피 특유의 냄새 때문에 더 달려들 텐데 이상했다.
한데 지금 놀랄 틈이 없었다.
목경운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다.
“구여! 막아!”
삭이 그리 외치며 뒤로 몸을 날리고서 품속에서 부적을 빼내려 했다.
그러자 목경운이 들고 있던 단검을 그녀에게 던졌다.
‘이런!’
그녀가 놀라서 몸을 틀어서 피하려 했다.
그때 공포로 통제가 되지 못하던 구여가 그녀의 위기를 감지했는지 조대 위에서 날아올라, 발톱으로 단검을 쳐냈다.
-팍! 챙그랑!
그리고는 자신의 주인을 위협하는 적을 향해 고막이 찢어질 듯한 괴성을 질러댔다.
-우여어어어어어어!
괴성과 함께 벌레들이 요동을 치며 바닥에서부터 소용돌이를 쳤다.
뭔가가 큰 사달이 일어날 기세다.
바로 그때였다.
-솨아아아아아!
-우여어어어어?
괴성을 질러대던 구여가 앞으로 몸이 쏠리더니 이내 목경운의 손으로 빨려 들어왔다.
착(着)의 식이었다.
-어어어어칵칵!
목이 붙잡힌 구여가 켁켁거리며 괴로워했다.
“후우. 이제 조용하네요.”
목경운이 흡족하다는 얼굴로 붙잡은 구여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본 삭의 두 눈이 커졌다.
‘……말도 안 돼.’
자신의 식신도 아닌 이매망량을 어떻게 맨손으로 잡을 수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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