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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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사천당가의 외당주 당철용의 머리가 척추 채로 뜯기는 광경에 일순간 장내가 정적으로 물들었다.
사람이 다치고 죽는 일이 부기지수인 무림이지만 적어도 그 선이라는 게 있었다.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만큼의 잔혹한 일수에 대부분이 충격을 금치 못했고, 그들 중에는 이를 견디지 못해 토악질하는 이들마저 속출했다.
“아······아으으으······.”
“우웩!”
“이, 이 잔인한!”
충격으로 인한 정적은 깨졌지만 사방이 술렁였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목경운이 빙그레 웃으며 척추 채로 뽑힌 당철용의 머리를 장난감처럼 이리저리 휘두르며 말했다.
“비위들이 약한가 보군요. 고작 이 정도로 토악질까지 하는 걸 보면 말이죠.”
감흥도 없다는 듯이 말하는 그 모습에 당가의 무인들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인두겁을 쓰고서 이럴 수 있단 말인가?
그러는데 한 당가의 무인이 참지 못하고 나서며 소리쳤다.
“당장 그만두시오! 본가에 무슨 원한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어찌 사람으로서 이런 짓을 할 수 있단······.”
-슥!
‘······어?’
그 순간 당가의 무인이 말을 끝까지 이을 수가 없었다.
어느새 눈앞에 보이던 목경운이 사라져 있었고 자신의 어깨로 닿는 손길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왜 하던 말을 멈추신 거죠? 계속하세요.”
극도의 긴장에 빠지면 호흡하는 것조차 힘들다고 했던가.
당가의 무인은 숨이 거칠어져서 어떠한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어깨에 있던 손이 장난스럽게 목으로 향하고 있었는데, 머릿속에 외당주 당철용의 목이 뽑혔던 모습이 반복적으로 떠올랐다.
‘주, 죽을 거야.’
죽음에 대한 공포심에 사로잡히자 점차 얼굴이 사색이 되어갔다.
“헉······헉······.”
“기껏 낸 용기를 헛되이 쓰는군요.”
어깨를 으쓱한 목경운의 손이 이내 그의 목으로 향했다.
-팟!
그 순간 누군가 목경운의 뒤로 기습적으로 신형을 날렸다.
그는 당가의 간부 중 한 사람인 당수우라는 자로 당가 내에서도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초절정의 고수였다.
정면 대결로는 어찌해볼 수 없는 괴물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어떻게든 틈이 생겨나기만을 기다렸던 그였었다.
그러다 우연히 목경운이 고작 여덟 보 거리까지 다가왔다.
이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
‘죽어라!’
기척을 최대한 죽이고 있던 당수우가 자신이 가진 최고의 독공(毒功) 절기를 펼쳤다.
‘절독팔장(絶毒八掌) 제 7초식 기패독현(起覇毒泫)!’
사천당가에는 사대독공이라 불리는 독공의 무공이 있다.
그중 하나가 절독팔장으로 후반부 삼 초식은 높은 수준으로 상대를 단숨에 제압하여 절명시키는 수법이었다.
-파파팟!
당수우의 두 손이 잔영과 함께 쾌속하게 목경운 등 뒤의 주요 요혈들을 노렸다.
거의 손이 닿기 일보 직전까지 왔는데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육천(六天)에 견줄 수 있는 대종사급의 절세고수를 자신의 손으로 이렇게 죽일 수 있게 되는 걸까?
-팍!
“켁!”
당수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어느새 목경운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고, 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어, 언제?’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눈앞에서 움직이는 걸 인지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빠르다니.
이게 경신법의 경지에 이른 자만이 가능하다는 초고속 이동의 영역인가.
‘일단 뿌리쳐야 해.’
절초를 펼치던 와중이었기에 목이 잡히는 것과 상관없이 이를 이어나가면 되었지만,
-꽈악!
“컥컥.”
공교롭게도 목이 잡히는 순간 모두가 그랬듯이 외당주 당철용의 죽음이 새겨놓은 각인 덕분에 이를 뿌리치는데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이······이거 놔, 놔!”
그러나,
“거추장스럽군요.”
“뭐······.”
-촥!
“억!”
목경운은 뿌리치려는 그의 오른팔을 예기가 실린 수도로 잘라버렸다.
다른 왼팔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촥!
두 팔이 잘린 당수우가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미친 듯이 비명을 질러댔다.
“끄아아아아악!”
-팍!
그러나 그 비명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목경운이 그의 목을 세게 움켜쥐면서 비명도 지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끄으으.”
“보채지 않아도 곧 차례가 올 텐데 뭐하러 만용을 부리셨을까요?”
-뿌지직!
그 순간 목경운의 손에 잡혀 있던 당수우의 목이 뜯기며 그의 머리통이 바닥을 뒹굴었다.
머리가 떨어져 나간 그의 몸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지며 목경운의 머리카락과 얼굴을 흠뻑 적셨다.
이에 목경운이 피로 젖은 머리를 뒤로 쓸어넘기며 입가를 혀로 핥았다.
-할짝!
피 맛이 좋기라도 한 걸까?
목경운이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 모습이 어찌나 섬뜩한지 그나마 용기를 내보려 했던 당가의 무인들이 사색이 되어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심지어 공포심이 얼마나 컸는지 일부는 호흡 조절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런 그들을 차례 훑으며 응시하자, 모두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밑으로 내리기마저 했다.
그만큼 목경운의 위압감은 극에 이르러 있었다.
“더 용기를 내실 분은 없으신가 보군요. 그럼 한 번에 하나씩 하면 날밤을 새야 할 수도 있으니 머릿수를 좀 줄여볼까요.”
-슥!
목경운이 검결지를 쥐고서 팔을 위로 들어 올리자 모두가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고오오오오오!
검결지를 중심으로 흉폭한 기운이 일어나며 흑색 강기가 검의 형태를 이루었다.
검강의 길이가 순식간에 사(四) 장 가까이 치솟는데 이를 본 당가의 무인들의 눈동자가 미친 듯이 떨려왔다.
‘말도 안 돼!’
‘무, 무슨 기운이?’
모두가 무림인이었기에 그들에게도 기감(氣感)이라는 게 있었다.
그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는 것은 저 흑색 검강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가히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만한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이곳에 있는 자 중에 저 검강을 막거나 버틸 자가 몇이나 되겠는가.
저걸 한 번 휘두르는 것만으로 수많은 당가의 무인들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그럼 동쪽 편부터······.”
“그마아아아아안!!!!!!”
목경운이 그렇게 검강을 휘두르려는 순간 당가주 당인해가 목청이 떨어져라 소리쳤다.
그 덕분에 모두의 시선이 일순간 그에게로 향했다.
물론 목경운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만두라고 하셨나요?”
“제발······. 제발 그만해라.”
당인해가 애원하는 목소리로 목경운에게 말했다.
이에 목경운이 비웃으며 답했다.
“부탁이 크게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아실 텐데요. 그만두게 하고 싶으시다면 직접 멈추게 하시죠.”
그 말과 함께 목경운이 다시 동쪽 편을 향해 흑색 검강을 휘두를 시늉을 했다.
“피, 피햇!”
“우와아아앗!”
동쪽 편 범위에 속한 당가의 무인들이 난리가 나서 반경에 벗어나기 위해 신형을 날리며 난리도 아니었다.
그 모습에 당가주 당인해가 다시 소리쳤다.
“이들은······. 이들은 정말로 죄가 없다. 제발 강자라면 넓은 아량으로 이들에게 자비를 베풀어다오. 이 모든 건 나 혼자서 벌인 일이다. 하니 나 하나로 끝내다오.”
두 다리가 잘려서 바닥을 질질 기며 애원하는 가주의 모습이 동기부여가 된 것일까?
겁에 질려 있던 당가의 무인 중 일부가 소리쳤다.
“가주!”
“어찌 적에게 굴복하는 겁니까?”
“무엇을 했든 간에 저흰 가주를 믿습니다!”
“대 당가의 무인들이여! 두려워하지 말고 죽을 각오로······.”
그때였다.
-쾅!
목경운이 느닷없이 진각을 밟았다.
그러자 진각을 중심으로 진동이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쿠르르르르르!
갑자기 뭘 한 거지? 하는 순간이었다.
가주를 위해 사기를 북돋게 하려던 당가의 무인들이 갑자기 공포에 질린 얼굴로 절규하듯이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아악!”
“멈춰! 제발! 제발 멈춰!”
“아악!!!!”
‘뭐, 뭐야?’
‘갑자기 왜들 이러는 거지?’
알 수 없는 이상 증상에 주변에 있던 이들이 그들을 붙들고서 만류하려 했는데,
그 순간,
“으아아아아!”
-촥!
갑자기 그들 중 한 명이 병장기를 뽑아 스스로의 목을 베어버렸다.
“이, 이며어어엉!”
옆에서 이상 증세를 보이는 그를 만류하려 했던 당가의 무인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런데 이것은 그만이 그런 게 아니었다.
-푹!
비명을 질러대던 이들 중 한 사람이 스스로의 눈을 손가락으로 찔렀다.
또 다른 누군가는 미치기라도 한 것처럼 눈이 뒤집혀서 바닥을 향해 자신의 머리를 찧어대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핫!”
-쿵! 쿵! 쿵!
몇 명이 달라붙어 만류해도 소용없었다.
어찌나 세게 찧는지 머리가 깨져서 뇌수가 흘러내렸다.
“히익!”
-빡빡!
심지어 자신의 살갗을 손톱으로 파며 피부를 뜯어내는 자도 있었다.
“그만! 그만하라고! 제발 이것들을 떼 줘!”
마치 전신에 무언가가 달라붙은 것처럼 굴었다.
전체에 고작 열 명 정도만 보인 이상 현상이었지만,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스스로를 자해하고 자결하는 그들의 모습에 당가의 무인들은 혼란에 빠져들었다.
독에 중독된 것도 아니고 대체 이게 무슨 괴현상이란 말인가?
당가주 당인해가 떨리는 눈으로 소리쳤다.
“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글쎄요. 제가 볼 때는 스스로 자해하고 자결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너······. 너!”
말이 되는 소리인가?
분명 놈이 진각을 밟고 나서 이들이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변했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그러는데 그의 귓가로 전음성이 울려 퍼졌다.
-아아! 이참에 당가의 사람들끼리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살육전을 벌이게 하는 것도 재미있겠네요. 서로 피가 이어진 혈육들끼리 아주 보기 좋겠군요.
‘!?’
놈의 웃고 있는 얼굴을 보면 진심으로 이걸 즐기고 있었다.
이놈은 정말 지옥에서 올라온 악귀(惡鬼)라도 된단 말인가?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거지?
기껏해야 제 놈을 키워준 그 빌어먹을 노친네 한 놈을 죽였을 뿐인데, 본가 전체를 비참하게 몰살시켜버릴 기세다.
목경운이 그를 향해 미소를 짓더니 이내 발을 슬쩍 들어 올리며 전음을 보냈다.
-그쪽도 한 번 보고 싶으시······.
전음이 미처 끝나기도 전이었다.
“그래! 내가 네놈을 키워준 장문노를 죽였다!”
‘!!!!!!’
당가주 당인해의 외침이 사방으로 울려 퍼지는 순간 당가 전체가 정적으로 물들었다.
당가의 무인들이 놀란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 중에 장문노가 당가의 분파 출신임을 모르는 이들은 없었다.
한데 그를 죽였다니 이게 무슨 소리지?
의아해하는데 당인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특별한 힘을 가진 예송아······. 그 아이를······얻기 위해 배화교의 성화령주, 아니 예가의 그 노파가 황궁에 붙잡히도록 은거한 위치를 발설했고, 장문노 그놈도 무형독으로 죽이고, 네놈도 마찬가지로 죽게 만들려고 했다.”
-웅성웅성!
이내 정적으로 물들었던 장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가, 가주!”
“왜 그러는 겁니까?”
“저희를 살리려고 그런 거짓······.”
일부 충심이 깊은 당가의 간부들과 무인들이 이를 부정했지만,
“······아니. 모두 진실이다. 나는 심지어 놈이 나타나 본가를 수호하는 유가 일족의 고수와 겨룰 때,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여기 있는 가솔들 모두를 버리고 예송아만을 데리고 정의맹으로 도망치려 했다. 밖에 있는 마차가 그 증거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였다.
믿음으로 가득했던 당가 사람들의 눈빛이 점차 싸늘해지기 시작했다.
어찌 한 무가 수장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수 있단 말인가.
-꽉!
이런 그들의 변해가는 시선에 당가주 당인해는 이를 악물고서 주먹을 움켜쥐었다.
이게 정말로 네놈이 원하는 것이 아니더냐?
나 스스로 감췄던 추악한 비밀을 밝히고 나락으로 걸어가는 것.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