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344)
-웅성웅성!
사천당가의 장내가 술렁였다.
느닷없이 갑작스럽게 밝혀진 당가주 당인해의 추악한 비밀 때문이었다.
스스로의 입으로 밝힌 이 진실은 단일 혈족으로 이루어져 누구보다도 신뢰가 두터운 당가인들을 충격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배화교에 대한 탄압과 중원인들의 안 좋은 시선 때문에 당가의 모두가 함구하고 있었지만 예가는 그들의 분가였다.
그렇기에 대놓고 지켜주진 못하더라도 일족의 분파를 위해 비밀을 지키는 것으로 대신해왔던 그들이었다.
‘한데 가주가 이를 밀고 했다고?’
살아남은 예가 일족에게 은신처를 마련해준 것이 당가였다.
그 은신처는 당가에서 은밀히 활용하는 비밀 안가(安家)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런 예가 일족이 발각되어 황군에 붙잡혔다는 소식을 듣고서, 이를 의아해했던 그들이었다.
게다가,
‘······장문노를 죽이다니.’
해영약선 장문노.
분가 출신 중에 가장 크나큰 명성을 얻게 된 이였다.
중원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독술에 대한 재능도 굉장했기에 전전대 가주인 화천독수(花千毒手) 당연종의 가르침을 받기도 했다.
[아쉽구나. 아쉬워. 분가가 아니라 본가였다면 좋았을련만.]전전대 가주 당연종은 장문노의 뛰어난 독재(毒才) 때문에 그가 본가가 아니라 분가 출신임을 안타까워하는 말을 종종 남겼다.
이로 인해 전대 가주와 후계 자격이 있는 본가인들의 시기로 인해 당연종의 사후 얼마 있지 않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당가에서 제명되어 쫓겨났다.
이 사실을 알기에,
‘기어이 일을 벌였구나.’
당가의 사람들은 장문노의 죽음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보다 그들을 가장 실망시킨 것은,
“가주가 우릴 버리려 했다고?”
“어떻게 가주가 그럴 수 있는 거지?”
“수장이라는 자가 어찌······.”
당가의 모든 가솔들을 버리고 혼자서 도망치려 했다는 사실이었다.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면 모르겠지만 본인의 입으로 이실직고한 것이었기에 그 실망감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인지 가주 당인해를 바라보는 당가인들의 눈빛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이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었다.
“모두 진정하시오! 설마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것은 아니겠지요?”
“맞소! 가주께서 우릴 살리기 위해 고육지책(苦肉之策)을 펼치는 것이오.”
“적의 농간에 넘어가면 안 되오!”
가주를 끝까지 두둔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당가 본가 직계 혈통들이었다.
분가나 방가 계통들과 달리 순수하게 촌수가 더 가까운 이들이었기에 가주의 이 갑작스러운 이실직고가 고육지책이라 여겼다.
그렇기에 이들은 당가인들이 분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나서서 가주를 두둔했다.
정말로 그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분열만큼은 막아야 했다.
그러나,
“그럼 마차에 대해선 어떻게 설명할 거요?”
당가 방계 출신의 무인 중 한 사람이 나서며 물었다.
결정적인 증거를 논하자 그를 두둔하던 이들의 일부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다른 것은 그저 말뿐이었지만 가주의 전용 마차가 밖에 있는 것만큼은 뭐라고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
“그래. 본가가 위기에 처했는데 마차를 왜 타고 나간단 말이오?”
“맞소! 이게 고육지책이라면 그건 어찌 설명할 거요?”
“어떻게 가주가 되어서 가솔들을 전부 버리고 혼자 도망갈 생각을 할 수 있단 말이오?”
한 번 터지자 불만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이에 마차만큼은 뭐라고 반박할 수 없는 본가 직계들이 이내 화두를 돌렸다.
“허어! 정녕 적의 농간에 넘어갈 작정이오?”
“가주의 말씀에 대한 진위는 당장에 중요한 게 아니오.”
“맞소! 우리가 분열하면 저자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오. 모두 진정하시오.”
그러나 이런 그들의 말은 오히려 화를 부추기고 말았다.
“진위가 중요하지 않다니 무슨 소릴 하는 거요!”
“가주가 모든 가솔들을 버리고 도망치려 했는데 여기서 적이 뭘 농간했다는 거요?”
“아아. 그러고 보니 소가주도 그렇고 직계 혈통들의 대부분은 지금 정의맹이 있지 않소이까?”
“하! 분가나 방계 출신들은 당가가 아니라는 게지.”
여기저기서 분통과 함께 불만이 터져 나오자 직계 혈통들이 어쩔 줄 몰라 했다.
공교롭게도 직계 혈통들의 상당수가 정의맹에 파견 가 있는 것이 오히려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말았다.
‘이게······대체······.’
가속화되는 분열에 당가주 당인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비록 그들을 버리고 도망치려 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면 그래도 당가인들을 살리고 죽자는 마음에 처음으로 희생을 하려 했던 그였다.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단일 혈족으로만 이루어진 무가답게 다른 어떠한 단체보다도 끈끈하다고 자부해왔던 당가인들이 본가 직계와 방계, 분가끼리 나뉘어 분열하고 있었다.
-으득!
가주 당인해가 입술을 질끈 깨물고서 목경운을 노려보았다.
이마저도 의도한 것일까?
아니면 의도와 상관없이 그간에 쌓여 있던 것이 이를 계기로 터진 것일까?
무엇이 되었든 기껏 자신을 희생하기 위해 한 고백이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져가고 있었다.
이러다간 자신이 죽고도 당가의 분열이 이어질지도 몰랐다.
찻잔에 생겨난 실금이 점차 커져서 결국 깨져버리듯이 말이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자신의 결정이 틀렸던 것 같다.
눈앞에서 당가의 가솔들이 죽는 모습을 차마 바라볼 수가 없어 마지막으로 옳은 일을 해야겠다고 여겼는데 선택이 잘못됐다.
‘차라리 놈과 끝까지 싸우다 죽었어야 했나.’
그랬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다.
설령 도망치려 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고 해도 마지막에 와서는 가솔들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가주로 남았으리라.
하지만 이미 늦었다.
‘아아아!’
스스로의 입으로 비밀을 고해버렸는데 뭘 어찌한단 말인가?
무른다고 무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꽉!
주먹을 쥔 가주 당인해가 목경운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들에게는 아무 죄가 없다는 것을 알았을 거다. 원하는 대로 내가 저지른 모든 과오도 전부 밝혔으니 나 하나의 목숨으로 끝내다오.”
모든 걸 체념한 당인해였다.
분열의 조짐이 있다고 한들 뒷일은 남은 이들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이들을 위해 희생하는 것만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조금이나마 과오를 씻을 방법이기도 했고 말이다.
-저벅저벅!
목경운이 그를 향해 걸어왔다.
이에 당인해는 마지막 죽음이니 만큼 당당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두 팔로 바닥을 지탱하고서 허리를 쭉 폈다.
그런데,
“제가 언제 당신 하나로 끝낸다고 했죠?”
‘!?’
순간 당인해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다른 이들이 아무 관련이 없음을 알리고 자신이 과오를 밝히기만 한다면 혼자만의 희생으로 끝낼 수 있으리라 굳게 믿었던 그였다.
“네놈 그게 무슨······.”
“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왜 혼자서 판단하고 혼자서 저지르는 건지 알 수 없군요.”
“어찌 그런!”
“제가 그쪽에게 뭐라고 강요한 적이 있나요?”
“······.”
그 물음에 당인해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러고 보니 목경운은 누군가의 탓으로 비극이 일어난다고만 했지 그 이후로 무언가를 의도해서 말하거나 요구한 적은 없었다.
그저 당가의 사람들을 하나씩 죽여 나갔을 뿐이었다.
자신을 괴롭게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이를 깨달은 당인해는 순간 허탈감에 사로잡혔다.
‘빌어먹을!’
놈이 당가의 가솔들을 살려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모든 과오를 밝혔던 그였기에 이 상황이 비참하게 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마치 혼자 북치고 호금을 켠 격이 아닌가.
이내 가주 당인해가 고개를 들어 죽일 듯이 목경운을 노려보았다.
결국 이 모든 것이 부질없었다는 것을 깨닫자 그 모든 허탈함은 분노로 바뀌었고, 그것이 목경운에게로 향했다.
-고오오오오!
당인해가 이내 기운을 끌어올렸다.
이렇게 된 마당에 머리를 굴리고 기회를 엿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차라리 원기마저 끌어올려 동귀어진(同歸於盡)의 각오로 놈과 끝장을 보는 편이 나았다.
‘죽인다!’
남은 모든 무형독을 소진해서라도 이놈 하나만큼은 죽이리라 다짐했다.
-스멀스멀!
당인해의 주변의 공기가 아지랑이처럼 흔들렸다.
무색무취(無色無臭)의 무형독의 독기(毒氣)는 다른 독공들과 다르게 특별한 특징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었다.
-팍!
당인해가 이내 두 손으로 바닥을 밀쳤다.
그와 함께 그의 신형이 일순간 일곱 장 가까이 치솟았다.
최대한 놈과의 거리를 좁혀서 기회를 노리려 했지만 어차피 그건 무리였다.
그렇다면 다소 피해가 생기더라도 별수 없이 가장 넓은 범위에 피해를 주는 절초를 써서라도 놈을 노릴 수밖에 없었다.
‘무형독공(無形毒功). 독원파극(毒原派極)!’
당인해가 몸을 회전하며 이내 사방으로 무형독의 독기를 당가의 비기인 만천화우(滿天花雨)를 펼치는 것처럼 흩뿌렸다.
-파파파파파파팍!
마치 사방으로 탄강기(彈罡氣)를 날리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일렁이는 무언가가 비처럼 쏟아졌다.
그 반경이 거의 이십 여장 가까이에 이를 지경이었다.
갑작스러운 가주 당인해의 돌발 행동에 그 반경에 포함되어 있던 당가의 무인들이 설마 하며 쳐다보았다.
‘가주?’
‘설마 저 몸으로 싸우려는 건가?’
그들은 누구 하나 가주가 자신들을 희생시킬 각오로 비기를 쓰리라고는 짐작하지 못했다.
그저 상황이 이렇게 되니 마지막까지 싸우려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
-파파파파파파파팍!
무형독의 독기가 이내 사방으로 비처럼 흩날렸다.
보이지 않는 무색무취의 독이었지만 유일하게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소리였다.
“뭐, 뭐야?”
“피해랏!”
무언가가 날아오는 것을 감지한 당가의 고수들이 당황해하며 소리쳤다.
그러나 이미 알아차렸을 때는 늦었다.
무림의 최고수라 불리는 팔성(八星)의 일인인 천독수 당인해가 작정하고 전력으로 펼치는 비기였다.
그 속도는 공력을 담아 암기를 날리는 것보다도 훨씬 빨랐기에 알아차린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그런 게 아니었다.
-촤촤촤촤촤촤!
보이지 않는 무형독의 독기가 이내 반경 안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적중했다.
“헉!”
“이, 이건?”
독기가 닿는 순간 당가의 무인들은 본능적으로 이것이 독(毒)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것이 무색무취임을 알아차리자,
“무형독이다!”
“가주가 무형독을 하독했다!”
“이런 미친!”
“모, 모두 물러나라!”
-우르르르르!
이들의 외침에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무형독의 무서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당가의 무인들은 일제히 경신법을 펼치며 뒤로 물러났다.
당가의 새로운 비전인 무형독공을 제대로 견식한 적이 없는 그들로서는 이 절초의 범위가 어느 정도까지인지 짐작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곧 그 실체가 드러났다.
“끄아아아악!”
“모, 몸이!”
이내 무형독에 중독된 이들의 몸에서 붉은 반점과 검은 반점이 빠르게 생겨나더니, 그들이 고통을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질러댔다.
그런데 피부의 발진은 서서히 진행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 모두가 독공에 능숙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진이 난 곳을 중심으로 피부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이!
“아아악!”
“사, 살려줘어!”
녹아내리는 피부는 이윽고 살점과 근육, 심지어 뼈마저 드러나게 만들었다.
여느 독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중독 현상은 순식간에 장내를 아비규환(阿鼻叫喚)으로 만들었다.
-팍!
“하아······하아······.”
결국 무형독공 최후의 비기마저 펼치고만 당가주 당인해가 바닥으로 착지했다.
두 팔로 몸을 지탱하고 있는 그의 얼굴은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오직 놈을 죽이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절초의 반경 범위 내에 있는 수십여 명에 이르는 당가인들마저 무형독에 중독되고 말았다.
‘······이해해다오.’
범위와 속도를 갖춘 비기는 유일하게 독원파극 하나뿐이었기에 방법이 없었다.
애초에 이 초식은 대종사급의 절세고수마저도 상대하기 위해 창안했다.
다만 반경 범위 내 아군이 있다면 그 피해를 어떻게 해볼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했지만 지금으로써는 별수 없었다.
이 희생을 통해 놈을 죽일 수만 있다면 당가는 최악의 위기를 넘길······.
‘!?’
그 순간 당인해의 표정이 굳어졌다.
무형독의 여파로 땅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모두의 몸이 녹아내리고 있는데, 그 한가운데에 유일하게 멀쩡한 이가 있었다.
‘이, 이게······대체?’
그는 바로 목경운이었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