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439)
“이자는 내 것이다.”
‘!?’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져 절묘한 순간에 자신을 도운 목경운을 보며 귀검이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이자는?’
대체 누구지?
남자가 보아도 아름답다 여겨질 만큼 미형의 얼굴이다.
그런데 이 얼굴 어디서 본 것 같다.
묘하게 낯이 익다.
하는데 거리를 벌린 파제가 다섯 손가락에 있는 지력(指力)을 둥근 형태의 강기(罡氣)로 만들어 손바닥 내에서 회전시켰다.
-휘릭휘릭!
그 상태에서 파제가 입을 열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이것은 그대의 일이 아니다. 지금 그냥 떠난다면 넘어가겠으나 짐을 방해하려 든다면 용서치 않을······.”
-촥!
미처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날카로운 예기가 번개처럼 그의 목을 노렸다.
파제가 손바닥을 튕기자 회전하던 다섯 알의 강기 중 한 알이 튕겨 올라와 절묘하게 예기를 튕겨 내버렸다.
-파창!
이를 본 목경운의 눈빛에 이채가 띠었다.
고작 저 정도 크기의 지력이 담긴 강기가 예기를 튕겨낼 정도면 얼마나 저것에 기운이 응축되었단 말인가?
그러는데 파제가 노기가 서린 목소리로 다그쳤다.
“기회를 져버리다니 어리석군.”
-팟!
파제가 목경운을 향해 손바닥을 휘두르자 나머지 네 알의 강기가 쇄도해왔다.
이에,
-채앙!
목경운이 요검 악즉을 뽑아 직접 이를 막아냈는데,
‘!?’
한 알을 막아내는 순간 느껴지는 엄청난 무게감에 목경운의 신형이 뒤로 밀려났다.
이어서 날아드는 세 알을 연달아 막아내자,
-채앙! 채앙! 채앙!
사기(死氣)로 보호하고 있던 검신이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처럼 휘어지며 심하게 흔들리더니, 마찬가지로 실려 있던 묵직함에 반 보, 또 반 보 그렇게 밀려 나갔다.
-촤르르르르!
‘기운이 응축된 게 아니었나?’
목경운은 이것이 평범한 강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스륵!
그러는데 어느새 귀검이 이형환위에 버금가는 초고속이동으로 옆으로 나타나 목경운을 향해 소리쳤다.
“놈의 곡선탄지신통(曲線彈指神通)은 이기어검만큼이나 자유자재다.”
-파파파파팍!
-채채채채챙!
목경운의 옆으로 어느새 다섯 알의 강기가 날아들었는데, 이를 귀검이 유려하게 검으로 둥근 원을 그리며 강기들의 방향을 전부 틀어버렸다.
검으로 펼칠 만큼 대단한 경지에 이른 이화접목(梨花接木)의 수법이었다.
이를 본 목경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귀검이 목경운에게 말했다.
“누군지 모르겠으나 그가 제힘을 발휘하는 순간 낭패를 볼 터이니 도와라!”
-팟!
그와 함께 귀검이 파제를 향해 탄검강(彈劍罡)을 날렸다.
날아드는 탄검강에 파제가 이를 피하고는 콧방귀와 함께 뛰어오르며 두 손을 활짝 폈다.
그러자 그의 손에서 작은 알 형태의 강기들이 쉴 새 없이 튀어나와 주변을 순식간에 가득 메워버리려고 했다.
그 순간,
-쿵!
목경운이 진각을 밟으며 파제를 향해 검을 잡아당겼다가 뻗었다.
그러자 검 끝에서부터 검세가 회오리를 치며 이내 그것이 폭풍과도 같은 기세로 뻗어나가 사방을 메워버리려 하는 강기의 알들을 뒤덮었다.
그것은 바로 축아회검(逐亞回劍)이었다.
‘이건?’
목경운의 검초를 보며 귀검이 무언가를 알아보았는지 미간을 찡그렸다.
그러는 사이 회오리치는 검세에 강기의 알들이 휩쓸리며 이내 서로 부딪쳐 그것들이 이내 터져버리고 말았다.
-파파파파파파파파팡!
“큭.”
회오리의 검세에 강기의 폭발이 일어나자 파제가 황급히 이 여파에서 빠져나가려 했다.
이 찰나를 놓치지 않고서 귀검이 움직였다.
-스륵!
그가 경신법으로 초고속이동을 하며 파제의 뒤로 다가가 그 목을 베어버리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파제가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귀검의 검을 손끝으로 내리쳤다.
그러자,
-우우웅!
귀검의 검에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손끝이 닿기가 무섭게 귀검이 휘두르던 검을 놓고야 말았다.
그렇게 떨어진 검은,
-쾅!
검이 세워져 세로로 떨어진 것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바닥을 뚫고 들어가버렸다.
그것은 검에 실린 힘 때문이라기보다는 검이 마치 무거워진 듯했다.
놀랄 법도 했지만 이것에 대해 어느 정도 예측이라도 한 것처럼 검을 손에서 놓친 귀검이 몸을 회전시키며 파제의 목을 돌려차기로 걷어찼다.
-퍽!
발차기를 맞은 파제가 옆으로 튕겨 나가며 신형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밀려나다 한쪽 무릎을 꿇고 말았다.
-쿵!
무릎이 바닥에 닿자 파제의 표정이 무섭게 변해갔다.
“감히 짐을······.”
그의 두 눈동자 동공이 황갈색으로 일렁이며 이내 어깨가 울룩불룩 거렸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목경운이 그를 향해 검결지를 뻗자 또 다시 모든 감각을 경계하게 만드는 날카로운 기운에 파제의 몸이 그대로 바닥을 뚫고 들어가 버렸다.
-콰콰쾅!
그 찰나에 그가 있던 곳으로 투명하기 그지없는 검이 나타나 빈자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바로 무형검(無形劍)이었다.
목경운이 파제가 뚫고 들어간 바닥을 향해 검결지를 가리켰다.
그러자 무형검이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방향을 틀어 그대로 파제가 뚫고 들어간 구멍으로 파고들었다.
무형검보다 빠를 순 없을 거라 여겼는데 문제는,
‘퍼져 나오던 기운이 사라졌어.’
파제가 땅으로 들어간 순간부터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일부러 자신의 기운을 갈무리한 듯했다.
이에 목경운은 그를 놓칠새라,
-우우우웅!
무형검 하나를 또 다시 일으키며 그것을 직접 쥐고서 바닥을 향해 내리꽂았다.
그러기가 무섭게 바닥이 무형검의 검세에 의해 들썩이며 이내 여덟 갈래로 균열이 일어나더니 갈라지기 시작했다.
-쩌저저저저적!
그것은 검의 성지인 검곡(劍谷)에서 극도(極刀)를 추구하던 정체 모를 도객에게서 익힌 팔선도경(八僊刀競)이라는 도초였다.
-쿠르르르르르!
강기를 싣기만 해도 그 위력이 엄청날 텐데, 무형검의 검세가 실리자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흔들리고 갈라진 지면의 지층마저 드러날 지경이었다.
‘하!’
이를 보며 귀검이 내심 혀를 내둘렀다.
보통 강자가 아니라고 짐작은 했지만 설마 벽의 벽이라 불리는 지고의 경지인 현경(玄境)마저 넘어선 괴물일 줄은 몰랐다.
그런데 무형검의 검세가 퍼져나가는 것이 죽림으로까지 향하는 것을 보게 되자,
“멈춰!”
귀검이 황급히 소리쳤다.
이에도 목경운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러자 귀검이 신형을 날려 다급히 죽림으로 퍼져나가려 무형검의 검세를 막기 위해 검결지로 검강(劍罡)을 일으켜 바닥을 향해 강기의 선을 그었다.
-촤아아아악!
귀검이 만들어낸 검강의 기세 또한 굉장했지만, 검극(劍極)이라 불리는 무형검의 검세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검강의 기운이 무형검의 검세에 그대로 산화되어버리고 말았다.
그와 함께 귀검 역시도 신형이 밀려났다.
-촤르르르르!
이를 본 목경운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저곳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귀검이 무형검의 검세를 막아내려고 하는 걸 보면 무언가 있는 듯했다.
결국 목경운은 무형검의 검세를 멈추었다.
-주르륵! 쿵!
그러자 계속해서 밀려나던 귀검이 무형검의 검세에 대항하다 내상을 입었는지, 입가로 핏물이 흘러내렸다.
만약 목경운이 멈추지 않았다면 더욱 심한 내상으로 위험했을 것이다.
귀검이 호흡을 고르며 체내로 파고든 기운을 내보냈다.
-쩌저저저적!
그의 발바닥을 타고서 흘러나온 검세가 바닥을 갈라버렸다.
귀검이 내심 혀를 내둘렀다.
직접적으로 무형검에 당한 것도 아니고 검세가 파고들었을 뿐인데 미세하고 날카로운 조각들이 혈맥을 찢어버리는 듯한 통증이었다.
그때 목경운이 성큼성큼 다가오며 말했다.
“놈을 놓치는 것보다 그 대나무 숲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했나?”
“······이 숲은 매우 정교한 진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칫 손상이 간다면 그 진식이 바뀌어버릴지도 모른다.”
“진식?”
이에 목경운이 죽림(竹林)을 바라보았다.
언뜻 바깥에서 보면 그냥 평범한 대나무 숲처럼 보였으나,
-스스스!
동력(瞳力)을 완전히 개방하자 대나무 숲 주변으로 일정한 기운들이 아주 복잡한 형태로 순환하고 있는 것이 들어왔다.
천지회에 있는 수많은 서적과 방술에서도 진식을 다루기에 어느 정도 지식이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복잡하고 유기적으로 이루어진 진법은 처음이었다.
대체 이건 뭐지?
의아해하고 있는데 귀검이 체내의 기운을 해소시켰는지, 몸을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그리고 놈은 제대로 싸우지 않았을뿐더러, 작정하고 땅속에 숨으면 어떤 누구라도 잡기 힘들다.”
-슥!
죽림에서 고개를 돌린 목경운이 말했다.
“동료로 알고 있었는데, 완전히 척을 지었나?”
‘!?’
그 물음에 귀검이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도움을 받았다고는 하나 뭔가 모르게 낯선 느낌에 그 정체가 궁금했던 차였다.
이에 귀검이 먼저 운을 뗐다.
“나를 알고 있는 너는 누구지? 왜 나를 도운 거지?”
“도와?”
“그래. 뭔가 목적이 있으니······.”
-쾅!
귀검은 말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목경운이 그의 멱살을 잡고서 뒤로 넘어뜨린 것도 모자라 무형검으로 그의 목줄기를 겨냥하고 있었다.
당혹스러울 만도 했지만 귀검은 최대한 이를 내색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적인가?”
이런 그의 물음에 목경운이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일단은 그렇다고 해두지.”
“일단은? 그게 무슨 소리지?”
“이 순간을 매우 고대했다. 네게 묻고 싶은 게 아주 많거든. 귀검.”
“······나는 너를 정확히 모른다. 네가 누군지 정도는 알려줘야······.”
“나를 길러준 할아버지가 있지.”
‘!!!!!’
그 순간 침착하게 유지하고 있던 귀검의 표정이 굳어지고 말았다.
묘하게 낯익은 얼굴, 그리고 길러준 할아버지라는 말을 듣는 순간 그는 단번에 눈앞의 존재가 누구인지를 깨닫고 말았다.
“화신.”
자신을 화신이라 부르자 목경운이 더욱 싸늘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네게 들어야 할 게 꽤······.”
-파아아앙!
말을 하던 도중이었다.
그때 누군가 나타나 목경운을 향해 방대한 기운이 실린 절초를 날렸다.
그러나 그 절초는 목경운에게 미처 닿기도 전에 무형검의 검신에 막혀버렸고,
-쾅!
심지어 강한 폭발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피해를 주지 못했다.
절초를 날린 자는 다름 아닌 밀회의 제 일계 춘추였다.
춘추가 다소 격해진 표정과 떨리는 눈동자로 목경운을 다시 조강(爪罡)을 겨냥하며 말했다.
“아버지에게서 떨어져.”
‘아버지?’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