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st, Might, Mayhem RAW novel - Chapter (73)
“이 중에 살아남는 딱 일곱 분을 조원으로 받아줄게요.”
‘!?’
과연 목경운이 누구를 조원으로 받을지 잔뜩 긴장하고 있던 소년들.
그들은 그런 그의 입에서 나온 말에 일순간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제 곧 동이 트는데 자신들더러 서로를 죽이라고?
‘이, 이 자식이?’
‘진짜!’
이들의 입장에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이들은 밤을 새워가며 지금까지 깃발을 사수했었다.
한데 갑자기 나타나서는 굴러온 돌이 박혀있던 돌을 빼내는 것마냥 이 상황을 완전히 가지고 놀고 있었다.
아니 그보다 더했다.
“너 지금 진심으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순간 울컥해서 목경운에게 화를 내려 했던 목유천이다.
한데 목경운의 얼굴을 보는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하……’
입 꼬리가 귀까지 올라간 저 얼굴은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장난이라는 느낌과는 관련이 멀었다.
진심으로 서로가 서로를 죽이기를 바라는 듯한 그런 얼굴이다.
-오싹!
그런 확신이 들자 목유천은 등골부터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이놈이 정말 그 목경운인가 하는 의문보다는 진심으로 악의만이 가득 찬 존재를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때 목경운이 입을 열었다.
“여유들이 넘치시네요. 곧 동이 틀 것 같은데요.”
목경운이 손으로 가리키는 동쪽 하늘의 지평선이 주홍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모두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정말로 곧 해가 뜰 듯 했다.
‘빌어먹을.’
‘정말 저 자식 말대로 해야 하는 건가?’
하고 있는 바로 그때였다.
한 소년이 화를 참지 못하고 결국 목경운을 향해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이 개새끼야아아아아아!”
소년의 손에는 주살곡 염가가 던졌던 돌도끼가 잡혀 있었다.
눈이 돌아간 소년은 해가 뜨고 자시고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당장 목경운의 머리통을 이 돌도끼로 내려찍어야 분이 풀릴 것만 같기에 우발적으로 저지르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찰캉!
“헛?”
목경운에게서 고작 세 보를 남기고 소년은 쇠사슬에 몸이 굳혀져버렸다.
“이, 이게…..”
전신이 묶인 듯한 이질적인 감각.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데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때 소년을 향해 손을 내밀고 있는 녹령(綠靈) 규소하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주인님. 죽일까요?
이에 목경운이 고개를 저었다.
규소하가 죽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아직까지 식신이 누군가를 죽일 수 있는 정도의 격에 이르렀다는 것을 드러낼 필요는 없었다.
그렇기에,
-저벅저벅저벅!
“푸, 풀어줘. 이….이건 아니잖아.”
규소하의 쇠사슬에 구속된 소년이 어느새 이성을 되찾았는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떨었다.
이에 목경운은 녀석이 쥐고 있는 돌도끼를 빼앗아서는 당장에라도 찍어 내릴 것처럼 치켜 올렸다.
소년이 겁에 질려서 애원했다.
“히익! 내….내가 잘못했어. 네 말대로 할게.”
“쇠솥처럼 확 타올랐다가 빠르게 식었나보네요.”
“제발 살려줘.”
“그럼 저 말고 다른 사람을 노렸어야죠.”
그 말과 함께 목경운은 돌도끼로 소년의 머리를 내려찍었다.
-우그적!
“끄겍!”
머리가 으깨진 소년의 입에서 기괴한 비명이 흘러나왔다.
그 광경을 보고 있는 다른 소년들의 표정은 가관이 아니었다.
이들도 살아남기 위해서 첫 번째 관문부터 지금까지 다른 소년들을 죽여왔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목적을 위한 살인이었다.
한데 목경운의 행동은 뭔가 결이 달랐다.
‘미, 미친 새끼.’
뭔가 죽이는 행위 자체를 즐기고 있다,
단적인 예로 머리가 으깨져서 잔혹하게 죽어가는 소년을 바라보며 저렇게 환하게 웃는다는 것 자체가 보통 사고를 완전히 벗어났다.
“……..”
위압감에 사로잡힌 소년들은 더 이상 목경운을 어찌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사라졌다.
저건 완전히 규격 외의 것이었다.
이렇게 되자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팍!
-우드득!
“컥!”
주살곡의 염가가 바로 곁에 있던 한 소년의 목을 꺾어버렸다.
“너!”
염가를 따르던 소년들이 배신감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자 염가가 짜증스럽다는 투로 말했다.
“씨발. 그럼 여기까지 와서 우정 놀음할 거냐? 네놈들도 살고 싶으면 저 녀석의 말대로 하는 게 좋을걸.”
“큭!”
뭐라고 부정하기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목경운 저놈에게 달려 들어봐야 아무 소용이 없기에 지금이라도 살아남으려면 녀석의 말대로 일곱이 남을 때까지 죽여야만 했다.
-파파팍!
“미안!”
“헉! 너….너!”
다른 소년들도 곁에 있던 다른 소년들의 목을 조르고 기습을 했다.
조금이라도 느린 소년들은 그대로 먹잇감으로 전락해버렸다.
이는 주살곡의 염가 측만이 아니었다.
“젠자아아아앙!”
흩어져있던 반원진을 치고서 깃발을 사수했던 소년들 역시도 에라 모르겠다며 옆에 있는 소년들을 덮쳤다.
-팟!
“죽엇!”
“너, 너까지?”
“닥쳐! 지금 그걸 따질 상황이야?”
인정하기 싫지만 염가의 말이 맞았다.
‘어차피 서로 죽여가며 경쟁하러 들어온 마당에 이제 와서 무슨 우정이야.’
살아남아야 했다.
죽으면 협동이니 우정이니 아무 것도 소용없었다.
동이 트기 전에 일곱 안에 들어야 했다.
“………”
이 광경에 모하랑의 어깨를 짊어지고 있던 목유천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순간 모든 것이 허탈해졌다.
정도인들이 아니기는 했지만 세 시진 동안 함께 살아남기 위해 생사고락을 함께 해온 동료들이 일순간 서로를 죽이기 위해 돌변했다.
불과 이각 전만 하더라도 끝까지 함께 하자고 했던 이들이었다.
그렇기에 정사를 떠나서 어느 곳이든 사람은 사람이구나 하고 여겼던 목유천이었다.
그러나.
“죽어! 죽어!”
“으아아아아악!”
“사, 살려줘. 나…..나도 도와줬었잖아.”
“어쩌라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서로를 죽이고 있었다.
모두의 눈빛으로 변했다.
-꽉!
목유천의 손바닥 안으로 쇠구슬 쟁탈전으로 너덜너덜해진 손톱이 파고들었다.
이 모든 게 저 녀석 때문이었다.
저놈으로 인해 서로 힘을 합쳐 경쟁을 하던 장이 어느새 피의 아수라장으로 바뀌었다.
모두를 인간이 아닌 약육강식의 본능만 가진 짐승으로 만들어놓았다,
마음 같아서는 녀석을 때려눕히고 싶었다.
하나,
‘……..기문.’
기문이 막혀 있었고 목경운이 아무래도 기이한 술법을 쓰고 있는 듯 했다.
아마도 연목검장에서의 일을 떠올리면 방술인 것 같다.
‘빌어먹을.’
녀석에게 끌려다니기 싫은데 방법이 없었다.
순간 목유천은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짊어지고 있는 모하랑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러다 아차 싶었는지 고개를 흔들었다.
‘안 돼.’
한순간이지만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죽여야 겠다는 생각을 품었다.
자신이 어떻게 되기라도 한 건가?
그러고 있는데 한 소년이 살기어린 눈빛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후우…..후우…..”
“마상.”
목유천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시작부터 자신과 함께 하며 살아남은 셋 중 한 명이었다.
마상의 손에는 어느새 모하랑이 가지고 있던 두 돌 단검 중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으득!
목유천이 이를 악물었다.
이미 여기까지 오며 손에 많은 피를 묻혔기에 지금 상황에서 마상을 설득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잘 알았다.
그렇기에 이 상황이 너무 화가 났다.
그때 마상이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주변을 훑었다.
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유천. 하랑의 숨통을 끊어.”
“뭐?”
목유천의 언성이 높아졌다.
모하랑 덕분에 수차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는데, 그녀를 아무 망설임 없이 죽이라고 할 줄은 몰랐다.
더군다나 동료를 도우려다 부상을 입지 않았던가.
“안 돼. 차라리 하랑을 내버려두고 둘이 싸우자.”
“후우….후우….지랄하지 말고 죽여.”
“안 된다고 했잖아.”
이런 목유천의 말에 마상이 소리쳤다.
“이 개새끼야! 어차피 그년의 부상으로는 못 살아남아. 그럴 거면 걔를 죽여서라도 너랑 나라도 살아남아야 할 거 아냐!”
절규에 가까운 외침에 목유천이 힘겹게 중얼거렸다.
“알아. 씨발 나도 안다고.”
하지만 못 한다.
차라리 서로 싸워서 누구를 죽이는 거면 몰라도 이렇게 정신이 혼미한 소녀의 숨통을 끊을 수는 없었다.
그러자,
“그럼 내가 죽여.”
그 말과 함께 마상이 달려들었다.
이에 목유천이 황급히 모하랑을 내려놓고서 마상을 막아섰다.
녀석은 이미 다른 소년을 죽였기에 살아남기 위해서 부상 입은 모하랑을 죽이는데 아무 망설임이 없었다.
-파팟!
기문이 막혔으나 천재라 불리던 목유천이다.
달려드는 마상을 향해 몸을 날리며 손목을 금나수의 수법으로 붙잡은 채 뒤로 꺾었다.
-우득!
“그거 놔!”
목유천이 마상의 손에 쥐어져 있는 단검을 놓으라고 다그쳤다.
“안 놓으면 팔이 부러질 거야.”
“끄으으으.”
“마상. 진정해. 차라리 힘을 합쳐서 다른 조 녀석들을…..”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상이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끄으으. 해가 뜨고 있는데 뭘 어쩌겠다는 거야? 그리고 내가 아니더라도 이미 늦었어.”
그 말에 목유천이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런데 그곳에 대 자로 쓰러져 있는 모하랑을 향해 달려드는 소년이 있었다.
역시나 같은 조원이었던 소년이었다.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달려드는 소년은 모하랑의 머리를 박살내려는지 손에 돌멩이가 들려 있었다.
“멈춰!”
목유천이 황급히 소리쳤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안 돼에에에에에!’
소년의 투박한 돌이 모하랑의 머리를 부수기 일보직전이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찰캉!
‘!?’
돌이 닿으려던 찰나에 소년의 몸이 그 상태로 굳어졌다.
“이, 이건……”
뭔가가 몸을 구속하고 있는 이질감.
이것은 예의 그것이었다.
-털썩!
“하…..하아…..”
아슬아슬한 순간에 멈춰지자 목유천은 바닥에 주저앉고서 과호흡이라도 온 것처럼 거친 호흡을 내뱉었다.
극도로 긴장했다가 순간 긴장이 풀리면서 호흡이 조절이 안 된 것이다.
방금 정말 조금만 늦었어도 모하랑은 죽었다.
그때 움직임이 구속된 소년이 악에 받친 듯이 소리쳤다.
“무슨 짓이야? 서로 싸워서 기회를 주겠다며?”
설마 부상자니 여자를 배려하자는 그런 헛소리를 지껄이는 것은 아니겠지?
하고 여기고 있는데 소리가 들렸다.
-짝짝짝!
고개는 움직일 수 있었기에 그곳을 쳐다보니 목경운이 손뼉을 치고 있는 게 보였다.
왜 저러는 거지 하고 있는데 목경운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축하드려요.”
“뭐?”
“정원이 다 찼어요.”
그 말에 소년이 침을 삼키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목유천과 마상, 그리고 모하랑과 그녀를 죽이려는 자신, 그리고 주살곡의 염가와 그 패거리 두 명이 살아남았다.
‘아!’
서로 누가 얼마나 살아남았는지 잊고서, 어떻게든 상대를 죽여 수를 줄이려했던 그들은 그제야 일곱만 남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참으로 인간의 마음은 간사했다.
“하아…..”
“살았어.”
지금까지 서로를 죽이려 들었던 그들 모두가 안도의 숨과 함께 표정들이 밝아졌다.
경쟁에서 살아남았다는 데서 오는 그 희열에 집어삼켜진 것이었다.
그 희열이 어찌나 큰지 그들은 목경운에 의해 자체적인 살육전을 벌였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말았다.
‘재밌네.’
목경운의 입 꼬리가 실룩거리며 올라갔다.
이런 이들의 모습에서 작은 흥미를 느낀 그였다.
그때 마침 동이 트고 있었다.
서서히 머리를 내밀고 있는 주홍 태양빛에 어둠으로 그늘져 있던 시혈곡의 산이 천천히 밝아져왔다.
그와 함께,
-파파파파파팟!
얼마 있지 않아 기다렸다는 듯이 붉은 혁대를 하고 있는 무사들이 경공을 펼치며 나타났다.
그렇게 나타난 무사들이 주위를 살피며 깃발과 살아남은 이들을 확인했다.
그러다 무언가를 발견한 그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
그것은 주둥이가 찢어져 죽어 있는 거대한 괴물 늑대, 아니 괴수(怪獸) 갈저 때문이었다.
‘……..누가 대체?’
이 괴수는 죽이라고 풀어놓은 것이 아니었다.
살아남으라고 풀어놓았던 것이었다.
끝
ⓒ 한중월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