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 Chapter (1010)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10화
“학생회장이 우리 같은 보통 학생들에게 무슨 상담?”
“그게…… 메이린에 관해서야.”
그 말을 듣는 순간.
신디와 제이미, 클라우디아는 동시에 입을 틀어막으며 웃음을 참았다.
“?”
시몬이 멀뚱한 얼굴로 눈을 깜빡이고 있는데, 슬쩍 자기들끼리 시선을 주고받은 그녀들이 ‘흠!’ 하며 애써 웃음기를 지웠다.
“메이린이 어쨌는데?”
“……어쩐지 요즘 나를 피하는 것 같아서.”
시몬의 목소리가 침울해졌다.
“학생회실에서도 업무 외 이야기는 제대로 한 적이 없는 것 같아. 내가 계속 배신의 군단장이란 사실을 숨겨서 그렇겠지?”
신디 비바체가 가만히 시몬을 응시했다.
“야! 너 진짜 몰라서 묻는 거 맞지.”
“무슨 말이야?”
“아, 답답하네! 그야!”
터업!
제이미와 클라우디아가 동시에 양옆에서 신디의 입을 틀어막았다. 읍읍! 신디가 발버둥쳤지만 절대 놔주지 않았다. 이내 두 사람이 난감한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내 생각에, 메이린 문제는 시몬이 그리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내 말이 그 말이야!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야! 억지로 막 뭐 하려고 하지 말고!”
시몬이 옆머리를 긁적였다.
“정말 그럴까?”
“그러엄!”
“동기 못 믿니? 우리가 메이린이랑 같이 지낸 시간이 얼만데!”
결국 시몬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이야기를 그리 즐겁게 하고 있느냐.”
갑자기 끼어든 제3자의 목소리에 세 사람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백색과 흑색이 매치된 위엄 넘치는 제복을 차려입은 큰 키의 여성이 허리에 손을 얹고 있었다.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진 교수님!”
매를 연상케 하는 부리부리한 눈동자가 학생들을 응시했다. 시몬을 포함한 모두가 고개 숙여 인사했다.
‘북부 대공이다! 진짜 북부 대공이야!’
흥분한 신디가 그렇게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소환학과 학생들에게는 이제 진의 모습이 익숙하지만, 다른 학과 학생들에게는 여전히 선망의 대상이었다.
“학생회장과 잠시 할 이야기가 있는데.”
엄숙하고 권위 있는 음성이 대기를 울렸다.
“잠시 자리를 비켜주겠느냐?”
“네, 네! 그럼요!”
“실례하겠습니다!”
세 여학생들이 후다닥 사라졌다.
이내 그녀가 헛기침을 한 차례 하고는 시몬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시몬은 천연덕스럽게 웃었다.
“대공!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나야 늘 예전과 같느니라.”
시몬과 단둘이 있으니, 카리스마 넘치던 그녀의 눈동자에도 편안하게 힘이 풀렸다.
“기분은 어떠하느냐?”
배신의 군단장이라는 사실을 밝힌 지 첫날.
그녀는 그 감상을 묻고 있었다. 시몬은 솔직하게 말했다.
“후련하네요.”
더 이상 누굴 속이고 정체를 숨기느라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니까.
“아까 떠난 아이들도 3학년이었지? 네 동기들은 평소처럼 대해주더냐.”
“그야 당연……!”
당연하다고 대답하려던 시몬의 머릿속에, 순간 그늘진 얼굴로 자신의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돌려 버리는 메이린의 모습이 스치고 지나갔다.
“다, 당연하죠! 하하!”
살짝 말을 더듬고 말았다.
진은 그저 눈을 감고 ‘다행이구나’ 하고 답했다.
“다소 신경 쓰이는 일이 있더라도 너무 마음을 과하게 쓰지 말거라. 이제 정체를 밝힌 지 하루 이틀이 지났을 뿐이니까. 무덤덤하게 시간을 흘려보낼 줄도 알아야 하느니라.”
시몬도 고개를 끄덕였다. 네크로맨서에게 멘탈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말할 필요도 없다.
“당분간은 대륙 밖으로 돌아다니는 일은 자제하고, 안전한 로크섬에 머물면서 학업에 열중할 수 있도록 하거라.”
“네!”
“그리고 사실은 이게 본론이다만.”
그녀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걸까? 시몬이 가만히 기다리고 있는데, 그녀가 가까이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제6군단장, 섭정이 죽었다.”
“!”
시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이 시몬을 몇 배는 더 놀라게 했다.
“다음 6군단장은 헥토르 무어가 됐느니라.”
* * *
진의 설명에 따르면 사건의 전개는 다음과 같다.
펌킨 사태를 일으키며, 광범위 이상현상을 발현한 최악의 던전.
1차 원정대 2차 원정대 모두 네크로맨서들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자, 2차 원정대에 참가한 친우를 구하기 위해 섭정이 직접 자신의 군단을 대동한 대규모 원정대를 꾸려서 던전으로 진입했다.
결과는 섭정을 비롯한 원정대의 전원 전멸.
유일한 생존자는 헥토르 한 명뿐이었다.
“그 아이의 진술에 따르면, 섭정은 던전주의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하더구나.”
자리를 바꿔서, 두 사람은 진의 연구실에 들어와 있었다. 시몬은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들었다.
“3차 원정대까지 전멸하려는 위기의 순간, 헥토르 무어는 섭정이 보유하고 있던 관리자의 선택을 받아 6군단장이 되었고, 그 힘으로 던전주를 없애는 데 성공했다고 진술했느니라.”
“……헥토르가.”
찻잔을 든 시몬의 손에 가늘게 떨렸다.
“군단장.”
사건의 전개나 이해관계 같은 걸 떠나서 대단히 충격적인 일이었다. 뭔가 다른 생각이 나질 않았다.
“섭정이 보유하고 있던 다른 두 에이션트 언데드도 모두 던전에서 잃었다고 하더구나. 던전에서 빠져나온 헥토르 무어는 키젠에서 무사히 확보했고, 중상을 입은 상태라 집중 치료를 진행하며 조사 중이니라.”
그녀가 팔짱을 꼈다.
“하지만 많은 네크로맨서들이 헥토르에 대한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의심하는 것도 당연하지. 던전 안에서 있던 일은, 던전 밖으로 나온 사람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할 게 없느니라.”
군단장 자리는 필연적으로 다른 네크로맨서들의 목표이자, 탐욕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기록을 보면 하루에 아홉 차례나 군단장이 바뀌었던 과거가 있을 정도다.
자신만의 ‘언데드 대군’이라는 꿈.
에이션트 언데드라는 미지의 존재를 다룰 수 있는 자격.
하지만 현대에 들어서 확고한 여섯 명의 군단장이 들어섰고, 그들은 보통의 네크로맨서들이 범접하기 힘들 만큼 강하다. 섭정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쨌거나 섭정이 던전에서 변을 당한 만큼, 헥토르에 대한 논란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암흑연합 내부의 고위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논쟁이 오가고 있었다.
-헥토르 무어는 정체를 숨기고 섭정의 원정에 합류했소! 처음부터 섭정을 노리고 접근한 게지! 섭정의 사망 원인을 떠나서 모든 게 의심스럽소!
헥토르 무어의 군단장 자리를 무효로 하고, 그를 심판해야 한다는 사람들.
-자칫했다간 6군단 전체를 잃어버릴 뻔했습니다. 본인의 기지로 죽은 섭정으로부터 6군단장을 물려받고 던전주를 쓰러뜨린 헥토르의 활약을, 오히려 칭찬하고 상을 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헥토르를 옹호하는 사람들.
기타 여러 의견이 오가고 있다. 헥토르에게는 정신계 저주도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 그는 이제 군단장이었고, 육체 또한 관리자와 헥토르가 결합한 상태였으니까. 그 힘으로 정신계 마법은 거의 면역이었다.
결국 법리적인 부분이든 논리적인 부분이든, 던전에 관련된 사태일 경우 던전 생존자의 발언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던전은 이미 파괴되었고, 던전에서 일어난 일을 아는 사람은 생존자뿐이니까.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거기에 무어 가문의 위상과 현역 키젠 학생이라는 신분까지. 끝내 헥토르는 정식 군단장으로 인정받을 것이다.
“만약 헥토르가 무사히 키젠에 돌아온다면, 내가 가르칠 군단학 수업을 두 사람이 함께 들을 수도 있느니라.”
진이 말했다.
“너는 그 당사자이니, 놀라지 말라고 미리 말해두는 것이다.”
“네, 대공. 고마워요.”
시몬이 고개를 숙인 채 두 손을 깍지 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헥토르.’
* * *
볼드윈 왕국.
키젠의 지방 본부.
“…….”
하얀 병실에 누워 있는 헥토르는 인상을 구기며 신문을 훑어보고 있었다.
꾸깃.
헥토르가 신문을 주먹 쥐어 구겨 버린 채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다. 그러고는 길게 한숨을 토해냈다.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데스나이트에 본 드래곤까지 손에 넣은 시몬을 이길 방법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큰일을 저지르면서까지 군단을 손에 넣었다.
그런데 자신이 그 던전에서 빠져나온 그날.
시몬 폴렌티아는 스스로 배신의 군단장이라는 사실을 각국 정상들 앞에서 밝혔다.
그랬다. 시몬 폴렌티아는 원래부터 군단장이었다.
죽을 위기를 몇 번이고 넘겨가며 힘겹게 뭔가를 가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도 원래 군단장임을 밝히고 있다.
날개를 달고 하늘로 날아올라 그를 따라잡았다고 생각하자마자, 이번엔 비공정을 타고 더 높은 곳으로 날아가고 있다.
이쯤 되면 분노나 질투의 감정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어떤 ‘숙명’을 느낀다.
그를 꺾어라, 그를 쓰러뜨려라.
온 세상이 그렇게 부추기는 것 같다.
꾸우욱-
주먹 쥔 헥토르의 손에서 핏줄이 불거진다.
‘……시몬 폴렌티아가, 배신의 군단장.’
헥토르는 여러 생각이 잠긴 눈으로 창밖을 응시했다.
* * *
키젠 신입생 입학식 이틀 뒤.
드디어 키젠의 핵심, 329기 3학년들이 대강당에 모두 모였다.
연단 위의 현수막에는 이라는 글자가 떡하니 새겨져 있었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모두가 잔뜩 들뜬 얼굴이었다. 방학 동안 있었던 일들이나 안부를 물으며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있었다.
여러 화제가 있었다.
“드디어 오늘 제인 교수님이 전체 석차랑 새로운 Top10을 발표하시는 거지?”
“아윽, 피 말려.”
성적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재작년에 졸업한 선배한테 들었는데, 키젠 3학년 과정은 진짜 지옥 그 이상이래! 하늘이 노랗게 변한다는데.”
“그래? 외부 활동이 좀 많아지는 정도 아냐?”
“선배들은 원래 과거를 미화하는 경향이 있잖아. 아무리 그래도 가장 많이 배우는 2학년 과정보다 빡세겠냐.”
3학년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들었어? 시몬 학생회장이 배신의 군단장이었다는 거. 신문 기사 보고 내 눈을 의심했어.”
“몸이 다섯 개쯤 되는 건가? 학교를 다니면서 군단장 활동은 어떻게 했대?”
“……솔직히 실망이야. 우리 지역은 배신의 군단장을 좋아하려야 좋아할 수가 없어서.”
그리고 시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었다.
모두가 떠들썩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가운데.
저벅 저벅 저벅.
일순 주위가 조용해졌다.
자리에 앉아 있는 학생들 앞으로 지나가는 네 사람이 보였다.
부회장 메이린, 총무 딕, 서기 카미바레즈.
그리고 무엇보다 시선을 끄는 건 교복 위에 입은 학생회장을 상징하는 코트를 휘날리며 걷고 있는 푸른 머리의 소년.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신경 쓰지 마, 시몬.”
딕이 낄낄거리며 말했다.
“첫날이라 그런 거야.”
“응.”
시몬도 가만히 앞으로 걷고만 있었다. 그동안 얼굴이 익숙했던 동기들도 경직된 분위기 탓일까 말을 걸지 않고 있었다.
그때.
“시몬!”
대뜸 말을 거는 한 사람이 있었다.
남의 눈치 따위 안 볼 성격일 뿐더러, 눈치를 볼 위치도 아닌 인물.
상앗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세르네가 손을 휙휙 흔들고 있었다.
“세르네, 오랜만이야.”
시몬도 반가움에 그녀에게 다가갔다. 세르네가 여우 같은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안색이 좋아 보이네요?”
“그동안 거의 잠만 잤거든.”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자 긴장감이 풀어졌다.
시몬은 정상회의 때나, 개학식인 오늘이나 여러모로 참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생각했다.
“아, 그리고.”
“?”
시몬이 목소리를 줄였다.
“이번 주말에 시간 괜찮아? 할 이야기가 있어서.”
세르네가 음흣흣 웃었다.
“어머나, 데이트 신청?”
뒤에서 째려보고 있던 메이린의 어깨가 움찔 떨리는 모습이 보였다. 세르네가 큭큭 웃으며 다시 시몬을 보았다.
“음~ 글쎄요. 시간이 되려나? 일정표를 한번 봐야 할지도? 그래도 시간 내볼게요.”
“고마워. 중요한 이야기야.”
이내 두 사람이 대화를 끝냈다. 그들이 다시 앞으로 걸어갔고, 세르네가 오호호 웃음 지으며 자리에 돌아가는 모습이 보인다.
이내 학생회 멤버들이 가장 앞 자리에 앉은 그때.
“모두 모이셨습니까.”
귀에 익은 목소리에 3학년 전원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각 또각.
구둣발 소리를 내며 한 여성이 다가오고 있었다.
오늘도 빈틈없는 정장 차림에 깔끔하게 단장한 단발머리, 특유의 냉랭하면서도 기품 있는 시선으로 학생들을 돌아보는 건 키젠의 부총장.
제인 올리비아였다.
“키젠 최고학년 과정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