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 Chapter (1084)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1084화
쩌어어어어어어엉!
마누스의 검격이 헥터의 가슴을 크게 가르며 지나갔다. 헥터가 뒤로 밀려나 벽면에 부딪혔다.
얼마나 강한 충돌인지, 돌가루와 흙먼지가 뿌옇게 일어나 주위를 뒤덮었다.
타악.
바닥에 착지한 시몬이 파멸의 대검을 느슨하게 고쳐 잡고 정면을 응시했다.
‘깊게 들어간 건 아니야.’
시몬은 보았다. 마누스의 검격이 닿으려는 순간 헥터가 반대쪽 손으로 검집을 꺼내 막아내는 모습을. 경험 많고 숙련된 기사만이 가능한 대처였다.
저런 게 언데드의 동작이라니, 1군단은 역시 격의 차원이 달랐다.
“마누스.”
시몬이 고개를 돌려 드래고니안 슈트를 컨트롤하는 마누스를 바라보았다.
“상대는 1군단의 강자야. 같이 합공하…….”
마누스는 다 듣지도 않고 시몬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시몬은 급히 파멸의 대검을 들어 막았고, 두 다리가 바닥을 긁으며 주르륵 밀려났다.
당황한 시몬이 외쳤다.
“마누스!”
[훌륭하도다. 전우여.]쿠웅!
흙먼지를 뚫고 헥터가 멀쩡한 형태로 걸어왔다. 손에 든 검집을 갑주 위의 벨트에 붙인 그가 투구 속에 하나뿐인 길쭉한 안광을 번뜩였다.
[그대는 황제의 기사다. 저 간악한 자는 버리고 나와 함께 진정한 주인을 모시자.]스으.
헥터가 다시 한번 손바닥을 내밀었으나, 마누스는 묵묵히 공격 태세를 취했다. 어느 쪽이든 모두 경계하고 있었다.
[슬프다.]마누스의 음성이 울려 퍼진다. 그의 눈구덩이에 칠흑이 방울져서 흘러나온다.
그것은 눈물이라고 하기에는 이질적이었으며, 칠흑의 방출이라고 하기에는 비효율적이었다.
[무덤에 있을 자에게 안식을.] [그런 꼴로도 나를 쓰러뜨리기 위해 애쓰는가. 그 인격, 비틀려도 제대로 비틀렸구나.]헥터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기사의 사명은 충성이다! 노쇠하지 않고 무뎌지지 않으며 모든 욕망에서 초월한 강인한 이 모습은 사명을 다하기에 최적이다. 나는 불멸의 충성을 다할 수 있는 지금의 몸에 만족한다!] [영원한 안식을.]파직!
파지지지직!
마누스의 몸에 연신 자줏빛 스파크가 튀어오르기 시작했다.
오히려 저 헥터와의 대화가 마누스의 의욕을 더 배가시키고 있었다.
[거짓된 삶을 거두고. 진실된 안식을.]시몬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머리가 복잡했다. 저 1군단의 거인 기사는 정체가 뭐고, 마누스는 왜 갑자기 저렇게 바뀌었을까.
하지만 지금은 비상사태. 의문의 해답을 찾는 것보다는 활용 가능한 모든 것을 찾아내 써먹어야 한다.
중요한 사실은 여전히 마누스의 사념은 시몬과 연결되어 있고, 그는 1군단이 아닌 자신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마누스의 목적도 명확하다.
“밀어줄게 마누스.”
시몬이 손바닥을 펼치고 혼돈을 쥐어짜 내 마법진을 펼쳐냈다.
마누스가 드래고니안 슈트를 움직이려면 동력으로 ‘혼돈’이 필요하다.
“나는 끼어들지 않겠어. 네가 원하는 대로 해봐.”
[…….]마누스는 침묵했지만, 시몬은 충분히 대답을 들었다고 생각했다.
시몬이 혼돈 마법진을 마누스의 몸에 부착하는 순간까지도 마누스는 움직이지 않았고 묵묵히 있었다. 이내 혼돈이 채워지자마자 바닥을 박차고 헥터에게 돌진했다.
[교활한 네크로맨서 놈!]헥터가 격분하며 검을 휘둘렀다.
까아아아아앙!
마누스와 헥터의 검이 부딪히며 굉음이 터져 나왔다.
[기사의 명예를 더럽히는가!]“명예?”
시몬이 냉랭한 비웃음을 흘렸다.
“굳이 죽은 인간의 유골을 발굴하고, 마검으로 죄 없는 사람을 끌어들인 너희들이 명예를 운운하는 것도 우스운데.”
“시몬!”
그때 저 멀리서 쥴과 메이린이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쥴이 목이 터져라 외쳤다.
“마검이오! 마검이 바로 앞에 있소!”
그 말을 들은 시몬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당장은 1군단의 계획을 막는 게 중요했다. 그리고 마검을 회수하면 1군단의 계획을 수포로 돌릴 수 있다.
당장 저 헥터는 같은 제국 검술을 쓸 수 있는 마누스에게 맡기고 마검을 확보하기로 했다. 그가 달려갔다.
‘아, 그리고 이거.’
시몬이 잠시 걸음을 멈추고는 앞에 놓인 커다란 관을 바라보았다.
황제의 무덤. 죽은 황제가 안치되어 있던 곳.
관 뚜껑을 붙잡고 힘껏 들어 올려 보였다. 끼기긱! 하는 나무가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내부가 보였다.
“!”
관 안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이곳의 냄새나 부산물 등으로 알 수 있었다. 이 관에는 정말로 한때 시체가 있었다는 걸, 지금은 어디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시몬! 이쪽이야!”
쥴과 메이린이 따라잡아 시몬보다 앞서 달렸고, 시몬도 얼른 뒤따랐다.
까아앙!
쩌저저저정!
마누스와 헥터가 싸우고 있는 커다란 공간을 지나 조금 더 깊이 들어가니 곳곳에 무수한 관들이 벽면과 바닥에 가득했다.
황제의 관처럼 크지는 않았지만 워낙 그 수가 많았다.
이 공동 무덤의 초입은 일반 병사들이 묻힌 것 같으나, 이곳은 온갖 이름 있는 황제들의 기사들이 다수 묻혀 있는 장소 같았다.
쥴이 무덤 사이로 성큼성큼 걸어가면서 말했다.
“마검은 이 관 어딘가에 숨어 있소.”
“찾아보자!”
바로 시몬, 메이린, 쥴은 수색을 시작했다. 열심히 관의 덮개를 열었지만 대부분의 관이 텅 비어 있었다. 만약 이 유해가 이미 1군단 특유의 강력한 언데드 병사로 재탄생했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이건 심각한 중죄야.”
메이린이 관의 덮개를 힘주어 들어 올리며 말했다.
“암흑연합 내 무덤발굴죄, 망자분란죄까지. 연합의 인간 시체를 언데드화하는 건 전시이거나 연합에 허가받은 네크로맨서들만 가능해.”
“…….”
시몬의 고민은 깊어졌다.
아까 본 1군단 언데드의 말이 떠올랐다.
-기사의 사명은 충성이다! 노쇠하지 않고 무뎌지지 않으며 모든 욕망에서 초월한 강인한 이 모습은 사명을 다하기에 최적이다. 나는 불멸의 충성을 다할 수 있는 지금의 몸에 만족한다!
불멸의 충성.
기사들은 자신을 멸망시킨 네크로맨서들을 극도로 혐오하고, 같은 동료가 언데드화되는 것을 명예의 훼손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아까 그 헥터는 자신의 상태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기존의 상식과는 계속 어긋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 이 모든 게 1군단장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인가? 언제부터 준비해 온 거지?’
“시몬!”
메이린의 외침에 시몬이 퍼뜩 고개를 들었다.
그녀가 손끝으로 가리킨 방향을 보니 어둠 속에서 새로운 기사 갑주를 입은 언데드들이 이리로 오고 있었다.
투구에 안광이 번뜩이고, 로브로 여길 만큼 기다란 망토를 뒤집어쓴 자들이었다. 걸을 때마다 일어나는 흙먼지는 마치 죽음의 안개를 형상화하는 듯 했다.
‘!’
살기를 감지한 시몬은 자신도 모르게 손끝이 떨렸다.
지금까지의 언데드들과는 격이 다르다.
“내가 막을게!”
낭랑하게 외친 메이린이 즉각 시커먼 화염의 구를 만들어 날려 보냈다.
스릉!
그러자 저쪽에서도 즉각 반응했다. 날아가는 화염은 케이크 잘리듯 가볍게 반으로 갈라지고, 언데드 기사가 그 사이로 지나와 메이린을 향해 돌진했다. 믿을 수 없는 속도였다.
콰드드드드드드!
메이린이 즉각 방어로 전환하며 전면에 얼음벽을 세웠다. 그 순간 시몬의 눈에 보였다. 기사의 손에 유형의 기운이 모여들며 검의 형상을 이루는 모습을.
온몸의 털이 쭈뻣 솟구치는 기분이었다.
“피해 메이린! 데스나이트야!”
스릉!
가드 불능의 악명으로 이름 높은 데스 오러 블레이드가 얼음을 두부처럼 두 동강 내고는, 뒤이어 메이린의 목을 노리고 다가온다. 메이린이 위험해지자 시몬이 다급히 수색을 관두고 그녀에게 뛰어가려 했다.
“계속 찾아! 시몬!”
화아아아아아아아악!
메이린이 전면에 불꽃을 피워올려 자신의 몸을 뒤로 밀어냈다. 검이 허공을 가르는 동시에, 하늘에서 얼음창을 쏟아보내 데스나이트를 견제하고.
곳곳에서 바람의 탄환이 날아가 데스나이트들의 후속동작을 막았다. 데스나이트들이 투사체를 베어내느라 전진이 한 템포 느려졌다.
“나 키젠 부회장이야! 잊었어?”
“!”
메이린은 강하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시몬은 그녀를 믿고 관의 덮개를 마구 열어젖히기 시작했다. 쥴 또한 초조한 듯 입술을 깨물며 관을 뒤지고 있었다.
그렇게 관의 수가 많지는 않은데, 생각보다 마검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피어의 말에 시몬이 퍼뜩 고개를 들었다.
이제는 후방에서 20기에 가까운 데스나이트들이 손에 오러블레이드를 든 채 저벅 저벅 걸어오고 있었다.
‘이런 미친.’
20기의 군단형 데스나이트라니.
이건 악몽이었다.
그것도 전부 1군단의 갑주를 입고 있었다.
[대영지나 군사 요새도 한 시간 만에 초토화시킬 전력이군! 1군단장이 절대로 이곳을 들키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만!]피어의 말에 시몬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시몬은 지금 대부분의 7군단 전력을 이 통로의 밖에 두고 있었다.
“데스나이트는 내가 막겠소. 그대는 계속 마검을 찾으시오.”
쥴이 앞으로 뛰어나가 마검으로 참격을 쏘아 보냈다.
촤아아아아!
촤아아아아아아악!
쥴의 마검은 검집에서 나오지 않고도 허공에 참격을 만들어낸다. 처음 접한 상대거나 대처법을 모르는 상대에게는 최고의 기술 중 하나다. 압도적인 힘을 가진 1군단의 데스나이트들이라도 미지의 검격에 조심하는 사이, 시몬만이 관을 정신없이 뒤지고 있었다.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시몬이 이마에 땀을 뚝뚝 떨어뜨리며 또 하나의 관을 열어젖힌 그때.
“찾았다!”
정말로 관 안에 마검이 들어 있었다.
검집에 들어간 채 덜컥덜컥 흔들리는 흑색 마검의 모습. 시몬이 그걸 번쩍 들고 ‘쥴!’ 하고 외쳤다.
“이거 맞아?”
“마검이 맞소!”
쥴이 머리 위로 휘둘러지는 오러블레이드를 피하며 다급히 외쳤다. 벌써 몸 곳곳에 베인 상처가 가득했다.
터어어어어어어엉!
쥴이 밀리고 있는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옆의 벽에서 또 다른 굉음이 터져 나왔다. 시몬이 다급히 고개를 돌려보니 마누스가 날아가고 있었다.
“마누스!”
쿠쿠쿵!
헥터와의 결투에서 밀린 마누스가 벽에 부딪혔다. 그의 두개골이 벽에 박혔고, 힘을 잃은 드래고니안 슈트가 파츠째로 떨어져 바닥을 뒹굴었다.
저벅 저벅.
헥터가 클레이모어를 어깨에 짊어진 채 다가오고 있었다.
[황실 기사단이 온 이상 끝났다. 포기해라.]‘데스나이트를 황실 기사단이라 부르는 건가.’
역시 지금의 마누스로는 저 괴물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런데 헥터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그는 시몬이 방금 찾아낸 1군단의 마검을 보고 있었다.
헥터가 동요하며 갑자기 시몬을 향해 돌진하려는 그때.
타아아아아!
갑자기 반쯤 파츠가 떨어져 나간 마누스가 팔을 뻗었다. 시몬에게 잡힌 마검이 쑥 빨려 들어가더니 마누스의 손에 쥐어졌다.
‘!!’
[설마!]마누스가 마검을 휘둘렀다.
꽈아아아아아아아앙!
거대한 참격이 일어나며 헥터를 크게 밀어냈다. 그러나 그 충격으로 다시 마누스의 드래고니안 파츠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마검을 제대로 사용하진 못하는 모습.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누스가 마검 사용자가 됐어!’
이건 엄청난 소식이었다. 시몬이 달리면서 외쳤다.
“피어!”
[내게 맡겨라 소년!]시몬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피어가 파멸의 대검을 휘둘러 헥터의 검을 정면으로 받아냈다. 자신의 돌진이 막힐 줄 몰랐는지 헥터의 안광이 놀란 듯 커졌다.
그사이 시몬은 빠르게 달려갔다. 가끔 휘둘러지는 데스나이트들의 검격을 요리조리 피하며, 바닥에 떨어진 마검과 마누스의 두개골을 주워들었다.
“메이린! 여기서 빠져나갈 거야! 지반이 약한 곳을 찾아줘!”
“알았어!”
공중에서 마구 흑마법을 쏟아붓고 있던 메이린이 즉시 몸을 돌려 전장에서 이탈했다. 시몬이 고개를 돌렸다.
“쥴!”
“준비됐소!”
쥴이 일순 몸에 부착된 모든 마법진을 일깨우며 눈에 두른 붕대를 들었다. 시뻘건 마안이 일렁이며 쥴의 몸의 주도권이 마검으로 넘어간다.
불길한 마검의 기운이 원을 그리며 뻗어 나간다. 그리고 지금까지 제대로 뽑힌 적 없던 쥴의 마검이 완전히 뽑히며 세워졌다.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촤아아아아아아아!
쥴이 무아지경으로 마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일정 시간 동안 범위 안의 적에게 마검의 참격을 무한히 계속해서 쏟아내는 기술. 작은 원 안의 세상이 온통 검격으로 가득 찬다.
완전히 처음 보는 종류의 참격이었기에 헥터와 데스나이트들이 물러난다.
‘나이스!’
-시몬!
메이린이 흑마법으로 시몬의 귓가에 직접 목소리로 통신했다. 저 멀리 대지계마법으로 주변을 탐색하던 그녀가 손을 흔드는 게 보였다. 암벽이 약한 부분을 찾아낸 것 같았다.
‘저기로 빠져나가야 해.’
시몬은 바닥에 떨어진 드래고니안 슈트까지 회수하고는 계속 달렸다. 쥴의 말에 따르면 저 기술의 지속시간은 길어야 4분이다. 그 전에 승부해야 했다.
깡! 깡! 깡! 깡! 깡! 깡!
헥터와 데스나이트들은 쥴에게 다가갔다. 마검의 참격에 적응하고 검을 휘둘러 받아내거나 쳐내며 점점 더 쥴에 대한 포위망을 좁혀왔다. 여기 전원이 검의 달인들다운 실력이었다.
“조금만 더 버텨! 쥴!”
시몬이 정신없이 달리며 마법진을 연달아 작동시켰다. 이내 메이린이 가리킨 장소 앞으로 온 다음, 묘소를 생성하고 비석을 세웠다.
‘나와라.’
시몬이 손을 뻗었다.
‘베히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