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oning Genius of the Necromancer School RAW - chapter (597)
네크로맨서 학교의 소환천재 597화
제인의 칠흑역학 수업.
중간고사 전 마지막 칠흑역학 수업이다. 그리고 오늘은 오전 오후 모두 칠흑역학으로 차 있고, 제인도 못다 한 진도를 빼기 위해 고강도의 수업을 예고한 뒤였다.
‘어, 어렵다.’
책상에 앉아 깃펜을 든 시몬은 진땀을 흘렸다.
제인이 나눠준 예시문제에는 온갖 수식들이 와글와글 적혀 있었다.
소환학 시간에 자주 다뤄본 수식들은 그나마 익숙했지만, 원소 계열로 넘어가는 순간 머리가 아파 왔다.
‘레빌 수식이 칠흑화염계였나? 아니면 칠흑대지계? 무슨 차이지?’
시몬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하는 그때.
“그거 칠흑화염계 맞아.”
옆자리에서 사근사근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메이린이 빙긋 웃고 있었다. 그녀는 본인의 깃펜을 들어 시몬의 노트에 몇 글자 적어주었다.
“레빌 수식은 이렇게 나열하는 건데, 부하변수를 통제하려면―”
흔히 말하는 시험기간 모드에 들어간 모습. 머리를 질끈 묶고, 옷소매도 걷어붙인 채였다.
시몬은 잠시 멍하니 그녀를 응시했다.
“자, 이해했지?”
메이린이 설명을 마치고 고개를 들었다. 그러다 시몬과 눈을 마주치고는 당황하며 얼굴을 붉혔다.
“뭐, 뭔! 책을 보라고 멍충아! 내 얼굴 보지 말고오!”
“아, 응.”
다행히 그녀의 감정 상태는 많이 회복된 것 같았다. 친절하게도 본인의 필기 노트까지 펼쳐서 보여주기까지 했다.
두 사람은 잠시 말없이 사각사각 깃펜을 움직였다.
“……시몬.”
“응.”
“고마워.”
“뭐가?”
메이린이 쑥스럽게 웃으며 볼을 긁적였다.
“사, 상아탑을 도와줘서.”
“뭘. 파견생으로서 당연한 일이야.”
태연하게 대답은 했지만, 사실 시몬은 긴장하고 있었다.
당연히 세르네에 대해 뭐라도 물어볼 줄 알았는데, 메이린은 감사인사를 한 뒤로는 공부 이야기만 했다.
“아, 그리고 이거.”
메이린이 팔을 쭉 뻗어 제 깃펜으로 시몬의 교과서에 체크표시를 했다.
“무조건 중간고사에 나와.”
필기성적 전체 2위인 메이린의 말이라면 무조건 100%였기에 시몬은 고맙다며 인사하고는 넙죽 제 노트에 기록했다.
“그리고 여기도…….”
“두 사람.”
그때 교단에서 얼음장 같은 차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던 제인이 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있었다.
“그대로 일어나세요.”
‘윽!’
찔끔한 시몬과 메이린이 쭈뼛쭈뼛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껏 문제풀이 시간을 줬더니, 사이가 좋아 보이는군요.”
A반 출신 학생들이 하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메이린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였다.
“교, 교수니임!”
“내 수업에 배짱도 좋아요.”
제인이 무심하게 손끝을 움직이자, 칠판 위로 두 개의 분필이 둥둥 떠올랐다.
“문제풀이 시간에 떠들 정도라면, 이 정도는 간단히 풀 수 있으리라 믿겠습니다.”
못 풀면 두말할 것도 없이 벌이다.
시몬은 당당히 교복 재킷을 추스른 다음, 걸어갔다.
“가자, 메이린.”
“가, 같이 가 바보야!”
두 사람이 연단으로 가서 공중에 떠오른 분필을 하나씩 붙잡았다.
이내 풀이를 써내려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딕이 턱을 괸 채 킥킥거렸다.
“메이린 돌아왔네. 표정이 풀렸어.”
카미바레즈가 귀를 쫑긋하며 두 손을 모았다.
“정말요? 다행이에요!”
“어우, 진짜. 이틀 동안 학생회실 분위기 싸하고 메이린 눈치 보던 것만 생각하면 쓰읍.”
그렇게 중얼거리던 딕이 팔짱을 꼈다.
“오늘 돌아온 시몬이 무슨 말을 해줬나? 그게 아니면…….”
이거 아니라고 멍충아!
메이린이 시몬의 등짝을 때리며 버럭 화를 내는 모습이 보였다.
“크크, 아무렴 어때.”
카미바레즈도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행이에요!”
* * *
그날 오후.
돌연변이 동아리실.
‘피, 피곤하다.’
오랜만에 제인의 수업을 연속으로 들었더니, 머릿속이 숫자와 기호들만으로 꽉꽉 들어찬 것만 같았다.
시몬은 지친 몸을 이끌고 낡은 돌연변이 동아리실 문 앞에 섰다.
‘근데 이건 언제 바꾸는 거야?’
시몬이 피식 웃었다. 휘잉 하고 불어오는 바람에, 문에 붙어 있는 동아리 이름이 적힌 종이가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토토와 피츠제럴드는 도서관에 갔고 어차피 사람도 없을 것이다.
시몬은 버릇처럼 똑똑 노크하고는 동아리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아, 선배님 오셨다!”
“학생회장 선배니이이임!”
동아리실에 있던 소녀들이 우르르 시몬의 앞으로 모여들었다.
‘참. 1학년들이 있었지.’
2학년 셋과 벤야 정도만 들락날락하던 돌연변이는, 1학년을 일곱 명이나 충원한 뒤로 엄청난 활기를 띠고 있었다.
“선배님! 선배님! 어서 오세요!”
“왜 이렇게 뜸해요?”
“중간고사 공부하고 있었는데 이 문제 좀 가르쳐 주시면 안 돼요?”
“겉옷 제가 걸어놓을게요!”
“학생회장 코트는 어디 있어요?”
시몬의 앞을 가로막고 까치발을 세운 채 삐약삐약 떠들어대는 1학년들의 모습은 귀여운 병아리들을 연상케 했다.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지만, 조금 정신 사나운 건 어쩔 수 없었다.
“얘, 얘들아. 잠깐만.”
시몬이 뭐라 하기도 전에 1학년들은 시몬의 교복 겉옷을 빼앗아 옷걸이에 걸어놓고는 등을 떠밀어 소파에 앉혔다. 정신을 차리니 손에 찻잔도 들려 있었다.
“합!”
루리라는 이름이었던가, 어쨌든 1학년 한 명이 시몬의 맞은편에 앉더니 세상 청순하게 귀밑머리를 넘겼다.
그 옆으로 친구들이 휙휙 엉덩이를 들이밀며 내가 센터에 앉겠다며 싸우기 시작했다.
“잠깐 얘들아. 진정하…….”
“시몬 오빠! 왔어?”
그리고 당당하게 시몬의 옆자리에 떡 하니 앉아버리는 소녀.
1학년 ‘특례 1번’의 샤샤였다.
“그렇게 부르지 말랬지!”
그리고 특례 10번인 몰리 공주가 다과를 들고 다가오고 있었다. 시몬의 앞에 다과를 내려놓은 그녀는 질 수 없다는 듯 시몬의 왼편에 앉았다.
“화, 환대해 줘서 고맙긴 한데.”
시몬이 쓰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너희들 중간고사 공부 안 해?”
하고 있었어요~!
1학년들이 동시에 그렇게 외치고는, 자기들끼리 꺄르륵 웃어댔다. 어디가 웃긴 포인트인지는 모르겠지만 시몬도 덩달아 웃었다.
“동아리실에서 공부하고 있었어, 시몬 오빠.”
사샤가 테이블 앞에 놓인 교과서들과 노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도서관엔 자리가 없거든.”
“하긴, 그렇겠네.”
중간고사 시점이면 1학년들이 900명대라 한창 많을 때였다.
도서관이든 교내카페든 자습실이든 어딜 가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하리라.
“선배님!”
“선배니임~”
“학생회장님!”
1학년들이 눈을 빛내며 삐약삐약 질문을 던져대기 시작했다.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기는 하지만 시몬은 점점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음, 내가 지금 일이 좀 있거든.”
시몬이 더듬거리며 말했다.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
“선배님! 저 이 문제 잘 모르겠어요!”
갑자기 1학년 학생 한 명이 노트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환학 문제였다.
시몬은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문제를 보자마자 수식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며 답이 바로 보였다.
“아, 이 문제는-”
바로 옆에 깃펜을 들어서 풀이를 곁들어 설명해 주었다.
“오와~”
1학년들이 똑같이 정수리를 드러낸 채 고개를 끄덕끄덕하는 모습이 퍽 귀여웠다.
시몬이 깃펜을 내려놓으며 상냥하게 말했다.
“이제 됐지?”
“시몬 오빠! 이것도 가르쳐 줘!”
“이것도요!”
1학년들이 자기네 노트를 가져와 마구 들이밀기 시작했다.
달칵.
그때 마침 동아리 방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중간고사의 피로가 느껴지는 얼굴의 피츠제럴드였다.
‘나이스 타이밍!’
시몬이 입꼬리를 올렸다. 1학년들도 그의 모습을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두 손을 모으고 공손하게 인사하긴 했지만, 어쩐지 목소리에 전과 같은 활기가 없었다. 피츠제럴드도 인사를 받아주며 걸어갔다.
인사를 마친 1학년들이 다시 소파에 걸터앉았다.
“선배님! 빨리 이거 설명 계속해 주세요!”
“이것두요오!”
1학년들이 아양 섞인 목소리로 시몬을 보챘고, 시몬은 난감한 듯 피츠제럴드의 눈치를 보았다.
‘……오, 온도 차가.’
다급해진 시몬은 얼른 피츠제럴드에게 말을 걸었다.
“피츠제럴드! 동아리방엔 무슨 일이야?”
“……그냥 준비물 좀 챙기려고.”
“그래? 괜찮다면 1학년들 문제 좀 봐줄래?”
그 말에 피츠제럴드가 안경을 치켜올렸다.
“좋지. 필기만큼은 어떤 과목이든 자신 있다.”
“부탁해!”
피츠제럴드는 본인의 지성을 뽐내는 걸 좋아한다. 시몬이 물러나고 피츠제럴드가 자리에 앉아서 팔을 걷어붙였다.
다 들어와 봐라!
라는 나름의 액션이었지만.
“네, 뭐. 이거…… 잘 모르겠긴 한데요.”
1학년들의 반응이 미적지근해졌다. 사샤는 아예 등까지 돌린 채 제 교과서를 펄럭펄럭 뒤적거리고 있었다.
‘사샤.’
시몬이 눈치를 주자, 그녀가 다시 자세를 바로잡았다.
역시 늦게 오는 사춘기가 무섭다.
달칵.
그때 또 한 번 동아리 방문이 열렸다. 모두의 눈이 커졌다.
“안녕! 제군아! 어머, 1학년 애기들도 왔네!”
3학년의 벤야 바닐라였다.
* * *
저벅 저벅.
시몬과 벤야는 나란히 동아리방의 지하실로 걸어가고 있었다.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텁텁한 공기가 폐부에 들러붙었다.
“오늘 아침에 물건은 미리 옮겨뒀어.”
“기대되네요.”
시몬이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대답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복원은 했지만, 아마 원래 이 언데드가 가졌던 사념은 아닐 거야. 완전히 다른 언데드라고 생각해.”
“네. 알겠습니다.”
그녀는 1학년들에게 당분간 지하실에 들어가지 말라고 몇 번이고 신신당부했다.
언제나 1학년들을 살갑게 대하고 귀여워해 주던 벤야도 이번만큼은 정색하고 경고할 정도니, 무척 위험한 물건이리라.
시몬은 괜히 긴장되는 것을 느끼며 옷깃을 가다듬고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제군의 소유물이니까 부탁대로 가져오긴 했는데.”
지하실의 잠금마법을 모두 해제한 벤야가 뒤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갑자기 그 물건은 왜?”
“곧 있을 과제 때문에 급히 필요해졌어요.”
벤야와 시몬은 지하실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밀폐된 큼지막한 장소였다.
그리고 그 중앙의 장식장 위에 스켈레톤의 두개골 하나가 놓여 있었다.
시몬은 가슴이 점점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오랜만에 보네.’
드디어 시몬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재료를 키젠으로 가지고 왔다.
‘에이션트 언데드, 마누스의 머리.’
1학년 시절, 수행평가 때문에 처음으로 시몬이 ‘데스랜드’에 방문했을 때.
데스랜드에는 두 기의 에이션트 언데드가 있었다.
좀비왕자 프린스와.
전 제국의 소드마스터 마누스.
두 세력은 데스랜드의 주도권을 놓고 서로 치열하게 싸우는 중이었으나, 시몬과 군단의 개입으로 프린스가 승리하게 됐다.
프린스는 시몬의 군단 소속이 됐고, 마누스는 치열한 전투 끝에 육신이 파괴되고 두개골만 남겨지게 됐다.
시몬은 그 마누스의 두개골을 벤야에게 보였다.
-뭐, 뭐야 이거! 느껴져! 엄청나게 강한 언데드였다는 게!
그것을 본 벤야는 펄쩍 뛰었다.
-근데 코어랑 사념이 전부 날아갔네. 이대로는 빈껍데기일 뿐이야. 얼마나 강한 언데드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이 언데드가 생전의 힘과 기억을 완전히 되찾는 건 불가능할 거야.
-너만 괜찮다면, 바닐라 본사에 보내서 연구를 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해줄까?
벤야는 그렇게 제안했고, 실제로 1~2년 정도 걸린다고 했다.
현재는 어느 정도 복원한 상황.
‘해보자.’
시몬은 바로 이 머리만 남은 에이션트 언데드를.
듀라한의 머리로 쓸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