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American Dirt Spoon Gang Village RAW novel - Chapter (135)
미국 흙수저 깡촌에서 살아남기-135화(135/280)
새해의 시작은 다사다난 1
헨리는 총을 들고 학교를 오는 대신 결석을 해 버렸다.
그리고 오디 엄마는 승리했다.
완전한 승리라고는 할 수 없다.
어찌 됐든 어제 치렀던 퀴즈는 0점 처리가 되었으니까.
대신 ‘4명의 학생들은 3일 안에 책을 다 읽고 각자의 요약본을 만들어 와야 한다.’라는 조건을 충족할 경우 아직 치르지 않은 2번의 시험은 점수대로 성적을 주기로 한 것이다.
각자 조금씩 양보한 셈.
한 번의 F는 괜찮다.
포인트도 10포인트밖에 되지 않으니까.
단, 이번 일을 계기로 학교의 모든 수업 시간에 다시 한번 치팅에 대한 경고가 내려졌고, 각 선생님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치팅의 마지노선을 정해 주었다.
그리고 오디는….
10학년이 되기 전 수학 경시대회인 AMC(American Mathematics Competitions) 10 시험을 치른 후 곧이어 AMC 12 시험을 치러 AIME(American Invitational Mathematics Examination)라는 미국 전체 수학 경시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하라는 부모님의 명령이 내려졌다.
그냥 두었더니 너무 풀어진다나 뭐라나.
사실 이 동네에선 AMC라거나 AMIE라는 등의 단어조차 생소하다.
캘큘러스 AB 선생님인 미세스 하우엔조차 ‘AMC가 뭐냐’고 물었다고 하니.
AMIE에 퀄리파이드(qualified) 된다는 거는 웬만한 급의 대학 입학 허가서를 받아 두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지금 9학년, 14살의 오디가 우리들 앞에서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
정확히는 나한테지만.
“제이드은, 혼자 공부하기 힘들다고. 같이 하자아.”
“난 지금으로도 충분하다고.”
“AMC 10은 너도 쳐 두면 좋잖아. 아이비는 문/이과 올라운디드(all rounded) 학생을 좋아한대. 그래서 애들 뽑을 때도 학과로 안 뽑고 그냥 전체 학생 수대로 컷 해 버리는 거잖아. 뭐, 몇몇 학교는 다르지만.”
“학교 공부만 잘 하면 충분해. 너는 목표가 어디까지야? 에이미(AMIE)까지야? 아님, 그 위의 우사모(USA(J)MO)까지야?”
“에이미. 우리 할아버지들이 그러는데 의사는 수학보다 암기를 잘해야 한다고 했어. 그래서 일단 에이미 퀄리파이드까지만. 엄마 아빠도 그 이상은 안 바란대.”
“휴우, 고민해 볼게.”
“고맙다. 제이든!”
사실 나도 경시대회를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니다.
과학 경시부터 수학 경시, 그리고 또 다른 수많은 대회들.
백인들은 스포츠에 목숨을 걸고, 아시안들은 각종 머리싸움 경시대회에 목숨을 건다.
몇몇은 둘 다 잘하려고 하다가 이도 저도 아닌 결과를 도출하기도 하고, 모든 걸 뛰어넘어 톱 대학에 진학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대학 진학은 뭐니 뭐니 해도 성적표라는 말이 있다.
속된 말로 ‘닥치고 GPA’라고 하잖아.
아무튼, 아무리 온갖 경시대회를 쫓아다니고 상을 휩쓸어도 성적표에 C, D를 깔고 있다면 이름값 있는 대학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노벨상이라도 타면 모를까.
앞으로 몇 년 연속 디베이트로 내셔널 상이나 그에 준하는 상을 받게 된다면 Top 20 대학들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널싱홈 연주로 봉사 활동 시간도 충분하고, 일도 하고 있고….
아.
라이언 집에 가야 하는데.
11월에 제안을 받고, 그동안엔 연말이라 잊고 있었다.
언제가지?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이 흘러가다 오디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지금도 살짝 무리하고 있는 것 같은 오디.
아무리 내놓은 자식이라 해도 집안의 기본 가락이라는 게 있으니 무시하기 쉽지 않겠지.
“AP 시험은? 등록했어?”
“어, 당연하지. 우리 엄니께서 그걸 빼먹겠냐? 너도?”
“어, 세 과목. 생물이랑 역사, 캘큘러스 AB. 일단 AMC는 올해는 등록 끝났을 테니까 차차 생각하자고. AP 시험 5월이니까 다들 등록은 해. 나중에 다 필요하니까. 점수 낮으면 원서에 안 쓰면 되니까 일단 시험을 쳐 두라고. 아, 그리고 제이콥.”
“어? 나? 왜?”
나와 오디의 대화에 조금이라도 자신을 끼울까 모두 숨죽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현재 학교에서 전교 5% 안에 든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이 넘치는 놈들.
오디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니 혹시라도 같이하자는 말이 나올까, 입 다물고 있다가 제이콥을 부르니 깜짝 놀란다.
“너 이번에도 뮤지컬 해?”
“아암, 당연하지.”
“뭐로? 악단? 아니면 배우?”
“당연 배우지. 곧 오디션 있어. 후아, 긴장된다.”
“뭐로?”
“호놀룰루 어미 새 친구들.”
― 으하하하하.
― 제이콥! 뭐야 그게?
― 어미 새도 아니고 어미 새 친구들? 거기다 호놀룰루? 장난해?
― 혹시 꼬랑지 깃털 달고 나타나는 거 아니지?
.
.
.
“그게 뭐 어때서!”
“…….”
“잘해 봐라. 꼭 갈게.”
“제이든, 근데 왜 물었어?”
“라이드 때문에 물어본 건데 배우 쪽이면 나랑 시간대가 안 맞겠다.”
“맞다. 제이든, 그거 나랑 해. 안 그래도 재밌을 거 같기도 하고, 너도 할 거 같아서 할머니한테 물어봤거든. 할머니가 라이드해 준댔어.”
“오, 그래? 잘됐다. 나야 땡큐지. 엄마가 대부분 라이드해 준다고는 했는데 당직 걸리는 날이 많아서 고민했거든.”
“걱정 마. 우리 할머니랑 너네 엄마랑 번갈아 가면서 해 주면 더 좋지. 참, 난 이번 연말이면 면허 딸 수 있는데. 넌 아직 멀었지?”
“어, 아직 2년이나 남았네.”
이놈의 교통편 문제.
자동차 로비스트들을 갈겨 버리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예전에는 이곳도 버스가 다녔다는데.
실제로 골목길 앞쪽에 예전에 사용했던 버스 정류장이 남아 있다.
어느 순간 노선이 아예 없어졌다고.
오디 역시 오늘은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지만, 반은 승낙했다고 판단하고는 표정이 풀어졌다.
내가 안 한다고 하면 인도인들 그룹에 들어가야 한단다.
거긴 너무 경쟁이 심해 들어가기 싫다고.
이곳에서 살다 보면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는 각 나라 사람들의 특징들이 있다.
인도인들은 공부를 진짜 많이 한다.
그리고 경쟁도 심하다.
카스트 제도 속에서 같은 그룹으로 묶이는 이들끼리는 그 관계가 무척 끈끈하다.
하지만 같은 공간에 있어도 바이샤나 수드라 계급하고는 대화 자체를 안 한다.
같은 계급 안에서는 정보 교환은 물론이고, 끌어 주고 밀어주는 게 확실하다고 보면 된다.
회사 간부로 인도인이 한 명 들어오면 그 후 절반이 인도인으로 채워진다는 말도 있을 정도다.
그리고 그건 중국인들도 마찬가지다.
제법 괜찮은 거리에 중국인이 주인인 가게가 하나 생기면 몇 년 후 그 거리는 중국인들의 거리가 된다.
정보 나눔도 활발하고, 끌어 주고 밀어주는 것 역시 대단하다.
한국인이라도 본인들 그룹에 들어가게 되면 엄청나게 밀어준다.
반면 한국인들은 서로를 멀리한다.
정보를 빼먹기는 하되 주는 건 망설이고, 다른 인종들에게는 관대하나 같은 한국인들에게는 인색하다.
회사의 리더로 앉아 있더라도 공정함과 평등함을 내세워 모든 이들을 똑같이 대우해 한국인의 능력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뽑아 주지 않는다.
일본인들은 희귀하다.
간혹 있지만, 존재감 자체가 별로 없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프랑스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거만하고, 영국인들은 인종 차별 쩔고, 캐나다인들은 유순하고, 멕시칸이나 히스패닉들은 부지런하지만 사기도 잘 치고… 등등.
통상적으로 그렇다는 거다.
당연히 개인마다, 단체마다 다르다.
* * *
월요일 점심시간.
아시안 컬처 클럽의 행사가 진행되었다.
치킨너겟이나 햄버거 등 본인들도 핑거 푸드를 많이 먹으면서 커리 밥을 손으로 먹으라고 하니 거부감이 심하다.
일회용 장갑을 사용하는데 색도 맛도 질감도 이상하다며 불평들이 많다.
― 느낌이 이상해. 그냥 포크로 먹을래.
― 플레이도우 같아서 재밌는데 왜?
― 으악! 야, 그렇게 먹지 마. 우에엑.
― 촌스럽게. 커리 처음 먹어 보냐? 이건 이렇게 먹는 거야.
― 으아하하. 너 얼굴에 똥 묻었다.
― 고딩 맞냐? 한심한 새끼.
.
.
.
요란스럽게 떠들어 대면서도 새로운 문화에 관심을 보이는 고딩들.
밖에선 차마 뱉지 못할 말들이 난무한다.
그래도 참여해 주었으니 고맙다고 해야 하나.
한국 음식을 소개했던 첫 번째 행사에 비해 인원수가 많이 줄긴 했지만, 중간에 텀이 길었던 걸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결과다.
오디와 미아가 탈진이라도 할 듯 털썩 주저앉는다.
“와, 누가 인도 음식 소개한다고 했어?”
“네가.”
“그랬지, 내가 그랬지. 다시는 안 한다. 이 클럽에서 인도는 잊어 줘. 둘이서 하는데도 이렇게 힘든데, 제이든 넌 어떻게 혼자 다 했냐?”
“뭐래, 니들이 다 도와줬잖아.”
“그래도 어레인지는 혼자 다 했잖아.”
“야. 오디. 근데 이번엔 다 돈으로 해결해 놓고 그렇게 힘든 척하는 건 좀 아니지 않냐?”
“오호, 라이언. 그렇게 나오시겠다? 아, 너도 임원이지? 나라 하나 찍어서 행사 진행해 보는 거 어때?”
“난 아시안 아니거든?”
“그게 무슨 상관이야, 이 클럽 핵심 임원인데.”
“내, 내가?”
“당연.”
“아, 그거도 재밌겠다. 비아시안이 주도하는 아시아 문화 소개. 담 달엔 이걸로 갈까?”
“제, 제이든? 좀 참아 주면 안 될까?”
― 라이언! 라이언! 라이언! 라이언!
“오키, 오키. 내가 또 빼는 성격은 아니지. 그럼 난 태국으로 간다. 내가 또 포(Pho, 쌀국수)라면 환장하거든.”
“오, 쌀국수도 만들 줄 알아?”
“당연하지. 그거 엄청 쉬워.”
“그래애? 오케이. 담 번엔 라이언이 소개하는 태국…. 잠깐, 쌀국수면 베트남 아냐?”
“어… 그런가?”
“뭐야, 똑바로 알아 와. 괜히 족보 꼬이게 하지 말고. 김치는 어느 나라 음식?”
“한국!”
“그렇지.”
“근데 그게 왜 갑자기 나와?”
“나중에라도 헷갈리지 말라고, 암튼 Pho는 베트남 음식일 거야.”
한국의 대표적인 음식이나 문화 같은 것들은 미리미리 세뇌를 시켜 둬야 한다.
― 벌컥.
“얘들아, 난리 났다. 빨리 와 봐!”
행사 끝나자마자 화장실로 직행했던 알렉스가 얼굴이 벌게져서 교실 문을 열었다.
“왜? 무슨 일인데?”
“말할 시간 없어. 빨리, 빨리.”
알렉스의 재촉에 모두 튀어 나갔다.
어차피 교실은 다 정리한 상태로 파하기만 하면 되었다.
카페테리아로 가는 길목엔 아이들이 웅성거린다.
다들 휴대폰을 높이 쳐든 걸 보니 찍을 만한 것이 있는 모양.
― 워워, 비켜요, 비켜!
알렉스가 길을 만들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드러난 카페테리아의 모습이 엉망이다.
식탁과 의자는 바닥에 고정된 거라 상관없는데, 그 위에 놓여 있던 소금과 후추, 케첩 같은 자질구레한 것들이 바닥을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바닥에는 여자애 둘이 뒹굴면서 찰지게 서로에게 욕을 뱉어 대고 있다.
― 시바! 놓으라고!
― 아아악! 니가 놔! 미친년아!
― 아프다고! 으아악! 이 쓰레기 같은 년이!
― 니가 쓰레기지. 내가 쓰레기냐? 그렇게 깽판을 쳐 놓고 헤어졌으면 곱게 물러날 것이지, 어디서 행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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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제법 덩치가 크고, 하나는 작다.
덩치가 큰 쪽은 주먹으로 작은 쪽을 무식하게 때려 박고 있고, 작은 쪽은 몸이 들썩거릴 정도로 맞으면서도 절대 상대의 머리카락을 놓지 않고 쥐어뜯고 있다.
“휘유, 대단들 하네. 쟤들 누구야?”
“애슐리랑 스칼렛.”
“뭐?!”
― 비켜!
학생들이 둥그렇게 모여 킬킬거리며 영상을 찍고 있는 와중에 매튜와 제이콥이 저쪽 방향에서 튀어왔다.
“애슐리! 스칼렛!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당장 안 떨어져?!”
동시에 파팍 떨어지는 두 사람.
몰골이 엉망이다.
― 휘유유~
옆에서 다른 놈들이 아쉬움의 휘파람을 날린다.
매튜의 안광이 그놈들에게 닿으니 금방 꼬리를 내린다.
매튜가 저렇게까지 화내는 거 처음 봤다.
“매튜, 너는 끼어들지 마! 스칼렛이 먼저 시작한 거야!”
“아냐! 매튜. 애슐리가 먼저 시작했어. 나한테 너하고 붙어먹으니까 좋냐고, 더럽다며 비치(bitch)라고 욕했다고.”
“그럼 여친 있는 남자한테 꼬리 치는 걸 비치라고 하지 뭐라고 그래? 안 그래? 매튜?”
“너네 헤어졌잖아!”
“무슨 소리야. 우리가 왜 헤어져? 매튜는 졸업과 동시에 나랑 결혼할 거라고 했다고!”
“…….”
모두의 고개가 매튜를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