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American Dirt Spoon Gang Village RAW novel - Chapter (14)
미국 흙수저 깡촌에서 살아남기-14화(14/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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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생
어릴 때 환경이 이렇게 중요한 건가?
두 사람은 부유한 부모들을 두었지만 어떤 혜택도 보지 못했다.
아니.
그들로 인해 오히려 손해를 봤다고 해야 할 것이다.
감정적 손해가 아닌 직접적 손해를 말함이다.
미국에선 지금의 나처럼 아예 못 산다면 의외로 혜택을 많이 받는다.
일례로 내 병원비는 무료였다.
킨더가 되기 전, 3개월을 병원 신세를 졌지만 저소득 싱글맘 자녀였기에 메디케이드(Medicaid) 혜택을 받아 모든 병원비를 탕감 받았다.
보험이 있어도 웬만큼 좋은 게 아닌 중산층이었다면 천문학적인 금액을 내야 했을 것이다.
지구상에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미국 역시 부모의 재산이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높다.
요즘엔 시간이 날 때마다 들어가 보는 웹 사이트가 있다.
온갖 인간 군상들이 온갖 이야기를 남기는 곳.
한국의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와 같은 맥락이다.
그 중에서도 ‘CollegeAdmissions’란 섹션이 요즘 내가 노는 방이다.
– 7월 말인데도 웨잇리스트(waitlist) 연락이 왔음. 나 이미 주립에 커밋하고 디파짓까지 냈는데, 어제 꿈에 그리던 드림스쿨에서 연락이 온 거임. 어떡함? 드림스쿨은 사립임.
┕ 집에 돈 많음?
┕┕ 부모가 부자임.
┕ 그럼 디파짓은 그냥 잊고 드림스쿨 가야지. 어차피 못 돌려받는 거임. 이미 다 알고 커밋한 거 아님? 어쨌든 드림스쿨 연락 온 거 축하축하.
┕ 근데 엄빠가 사립 갈 거면 학비 안대준다고 함. 학생 론 풀로 땡겨 받아야 하고, 성적 장학금 받을 만큼은 안됨.
┕ 젤루 불쌍한 처지네? 부모가 잘 살면서 학비 1도 안보태주면 진짜 죽어남. 차라리 극빈층 자녀가 나음.
┕ 그건 그럼. 극빈층은 살면서 혜택도 많이 받으면서 왜 대학 학비까지 받음? 이거 역차별 아님?
┕ 그럼 니가 극빈층으로 살아보던지. 이 새끼는 지가 이제까지 받은 건 생각도 못함. 극빈층이 괜히 극빈층인줄 암?
┕ 배고파서 날짜 1달 지난 버터 파먹어본 적 있음? 난 있음. 극빈층이 공부까지 잘 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기나 함? ㅅㅂ. 갑자기 눈물 나네.
┕ 극빈층이 자랑은 아니니 열폭은 말고.
┕ 왜 말이 글루 튀는 건데? 그래서 드림스쿨에 커밋해? 말어?
┕ 응. 니 인생 니가.
┕ ㅅㅂ
.
.
.
“삼촌이랑 비슷한 케이스구만.”
미국에서 대학 입학시 가장 불쌍한 케이스는 부모가 고소득자이면서 자식의 등록금은 전혀 책임질 마음이 없는 경우.
우리 엄마와 삼촌은 부모의 경제력과 상관없이 극빈하게 살아왔다.
그런데 부모가 잘 살기에 조금도 학비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성적장학금을 받는 것.
여기서 톱 20위 사립은 자동으로 배제된다.
일단 8개 아이비리그는 성적장학금이란 게 없다.
이들이 성적 장학금을 주지 않는 이유는 어차피 해당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똑똑함을 기본으로 장착하고 있기에 성적으로 등급을 나누는 건 의미가 없다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부모에게 온갖 서포트와 과외를 받으며 아이비에 들어온 학생과 혼자 어떻게든 살 길을 개척한 학생.
후자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것이다.
엄마가 ‘내 친구 아들은 아이비 들어갔는데, 공부도 잘해서 전액장학금을 받는다더라.’고 한다면 그 말은 백퍼 뻥이란 소리다.
하지만 만약 엄마 친구 아들이 진짜 아이비를 들어갔고, 전액 면제를 받았다면 그 집 경제사정이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아이가 잘난 것이니 배 아파하지 말고 그냥 칭찬해주고.
그러면 도대체 재정보조의 기준이 얼마냐?
부모의 1년 수익이
6만5천불 이하 – 학비부터 기숙사비, 책값까지 전체 무료.
12만 5천불 이하 – 학비 면제.
25만불 이하 – 비율에 따라 차등 면제.
25만불 이상 – 도네이션 금액 촉구.
대충 이렇게 나눠진다고 보면 된다.
간혹 포르쉐에 온갖 명품으로 도배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온갖 편법을 동원, 학비 면제를 받는다?
한마디로 사기 쳐서 자식 대학 보낸다는 건데, 그거 자식 앞길에 재 뿌리는 행동이다.
나중에 다 돌아오게 되어 있다.
원래 있던 거고, 지금 못사는 건데 어떡하냐?
못살면 있던 거도 팔게 되어있다.
당장 입에 풀칠도 못하는데 스위스 장인이 한땀한땀 정성들여 판 롤렉스 시계는 눈물을 머금고라도 팔아야…이건 좀…그런가?
주립대나 20위 이후의 사립대인 경우는 다르다.
여기엔 메릿장학금(Merit Scholarship)이라고 성적에 따라 장학금을 준다.
부모가 얼마를 벌든 상관없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 장학금 많이 줄 테니 아이비 말고 우리 학교에 입학해.’라는 일종의 러브레터인 것이다.
가끔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전액면제까지도 딜을 한다고.
삼촌은 공부를 썩 잘했다.
누나의 보살핌에 보은하는 건 공부하는 것 밖에 없었다고.
틈틈이 가성비 좋은 학교 클럽 활동을 하는 것도 포기하지 않았다.
입시 시즌에 몇 군데에 원서를 썼고, 가장 장학금을 많이 주면서 생활비는 적게 드는 곳을 택했다고.
삼촌이 간 대학을 검색해 보면 90위권 수준의 대학이다.
그리 높은 순위는 아니지만 4천개 대학 중 100위 안에 들면 된 것 아닌가.
거기서 4년 내내 알바를 하면서도 성적은 탑을 놓치지 않았다고.
“조카야. 들어봐. 내가 말이야. 우리 누나. 저 리사 여사한테 빚 갚으려고 진짜 열심히 살았다. 너 그거 알아야 돼. 오죽했으면 그 인간 많은 주립대에서. 우리 교수님이. 나를. 딱. 찍어서. 추천을 해 줬을까.”
“고생 많으셨어요.”
“그랬지. 우리 학교는 3학년부터 인턴하는게 대세였거든? 근데 나는? 자그마치 2학년 때부터 했다는 거 아니겠냐. 열심히 했고. 우리 상사가 그 다음해도, 또 그 다음해도 오라고 해서 갔지.”
“…”
“졸업도 하기 전에 그냥 나를 딱. 찜해서 데리고 갔다니까. 다른 회사에서 눈도장도 못 찍었어요. 이번에도 봐. 내가 이제 우리 리사 여사 곁으로 오려고 사직서를 낼까말까 그러는데. 딱. 알아보고 이쪽 지사로 발령을 내주잖아. 내가 그런 사람이다. 조카야.”
“훌륭하세요.”
어느 날.
무슨 일인지 삼촌이 맥주를 3병을 마신 날.
나한테 늘어놓은 넋두리였다.
솔직히 좀 놀랐다.
그 정도로 열심히 살아왔던 줄은 몰랐으니까.
세상에서 한국인만 젤 유별나게 열심히 사는 줄 알았는데 우물안 개구리였다.
이곳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은 정말 코피 터트리며 살더라.
반면 엄마는 고등학교 4년 내내 일을 해야 했고, 원서를 쓸 즈음에 절친이 죽는 사고까지 당하는 통해 성적이 좋지는 않았다고.
물론 어디든 가려면 갈 수 있었겠지만 동생인 리암을 차마 버릴 수 없어 그냥 취업을 선택한 것이다.
삼촌은 그 점을 내내 마음에 걸려 했던 거고.
전생에서 나는 돈을 모아본 적이 없다.
손가락만 까딱하면 원하는 물건은 뭐든 살 수 있었으니까.
물론 서자라는 태생적 한계로 눈치라는 걸 자동탑재하고 있었기에 무턱대고 막 지르지는 않았다.
그러니 이들의 성장이 더 대견스럽게 느껴졌다.
정말 잘들 컸수다.
***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아들. 잘 갔다 와.”
“조카. 잘 갔다 와.”
“네!”
골목길 앞 STOP 사인이 있는 곳까지 가는 동안 이집 저집에서 한 놈씩 기어 나오기 시작한다.
8월 말이다.
아직 더위가 채 가시지 않은 날들.
한국의 습한 더움은 아니지만 햇볕이 쨍하게 내려치는 건조한 날씨로 온도가 높다.
2학년짜리 조나단이 눈도 제대로 못 뜨고 튀어나온다.
입고 있는 저 반바지와 반팔 티는 분명 어젯밤 샤워한 후 갈아입은 옷 그대로일 것이다.
운동화에 양말까지 챙겨 신은 게 어딘가.
“조나단. 눈 떠. 그러다 다쳐.”
“제이드은…나 힘드러…어. 학교는 왜 가야하는 거야? 방학이 너무 짧아.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고.”
“이빨은 닦았냐? 세수는 했고?”
“…해야 돼?”
“됐다.”
부모들이 뭐라고 안하는데 내가 어쩌리.
다른 골목보다 우리 골목 사람들이 특히 더 애들의 학교생활에 무심한 것 같다.
스쿨버스를 타고 지나가다보면 동네마다 성격이 보인다.
우리 동네엔 오전 8시 20분에 스쿨버스가 도착한다.
킨더까지는 그래도 부모들이 나와서 애들 차 타는 걸 보는데, 1학년부터는 얄짤 없다.
동네에 애들이 많다보니까 그냥 이집저집 알아서 나오는 거다.
스쿨버스 드라이버도 그러려니 한다.
우리 골목이 이 학군의 마지막 경계선이다.
그 말인 즉슨, 학교에서 가장 멀다는 말이다.
우리가 제일 먼저 타고, 제일 늦게 내린다.
15대가 넘는 크고 작은 스쿨버스 중 우리 버스 번호는 9번 대형 버스.
30분 동안 여러 골목을 지나며 아이들을 태운다.
그렇게 총 30여명의 학생들이 타는데, 버스가 서는 곳마다 동네마다의 특징이 명확하다.
어떤 동네는 부모들이 파자마 차림에 부스스한 머리 그대로 나와 기다리는 경우도 있고, 어떤 동네는 깔끔하게 옷 차려입고 출근 준비 끝낸 상태로 나와 있기도 한다.
어떤 곳은 젖먹이 막내까지 데리고 나와 누나 형들 학교 가는 걸 배웅한다.
어떤 모습이든 부모들이 꼭 나와 있다.
우리 골목은 부모들이 아예 안.나.온.다.
참…주체적인 골목이다.
– 끼이익.
8시 23분.
오늘은 첫날이라 좀 늦은 모양이다.
STOP 사인 앞에 노란색 스쿨버스가 당도했고, 우리는 버스에 타기 시작했다.
이 버스를 탈 우리동네 초딩은 총 6명.
둘이 안 보인다.
첫날부터 놓친 거지.
그 순간.
– 스타아아아압!!!!
마크가 비명을 지르며 뛰어온다.
헤나는…안보이네.
친절하게도 닫으려던 버스 문을 열어주는 기사 아저씨.
마크가 헐레벌떡 타며 손짓발짓에 여념이 없다.
“헤. 헤. 헤나. 헤나. 오는데. 1분만. 헥헥.”
“미안. 나도 이미 늦었다고.”
버스는 매정하게 출발했고, 뒤이어 쫓아 나온 헤나는 결국 엄마한테 궁둥짝을 맞았다.
***
역시 학교는 생명력이 팔딱팔딱 넘치다 못해 끓어 넘치는 곳이다.
– 하이. 제이든.
– 제이든. 하이.
– 하이. 잘지냈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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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 오는 학생들이 없는 한 킨더부터 쭈욱 이어온 아이들.
한반에 25명씩, 3학급의 학교인지라 한 학년에 75명밖에 안된다.
그냥 서로서로 다 안다고 보면 된다.
“제이든! 빅 뉴스. 빅 뉴스!”
킨더 때부터 저러더니 아직까지 매번 뉴스를 몰고 오는 알렉스.
300개를 3천만개라 부르던 놈.
아직까지 숫자에 약하다.
꿈이 뉴스 앵커라는데 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아무튼 가끔 괜찮은 뉴스를 물고 오기도 하기 때문에 심드렁하게 물어봤다.
“뭔데?”
“인도! 인도 애가 들어왔어.”
“뭐?”
“전학생이 있다고. 그것도 인도애로 3남매래. 우리 4학년도 한명 있대. 근데!”
“근데?”
“천재래!”
“오호. 천재?”
“어. 그냥 천재도 아니고 찐! 수학을 중학교 수학을 듣는대. 그…지…지…”
“지오메트리?”
“어! 그거. 지메트리. 어? 너는 어떻게 알아?”
“몰라. 니가 그냥 지. 지. 하니까 그건가 보다 하는 거지. 너튜브에서 봤어.”
“아. 암튼 그거. 완전 똑똑해서 샘들이 신기해하나 봐.”
“글쿤.”
“뭐야. 이 반응은? 너 혹시 질투하는 거?”
“뭐래. 얼른 다른 애들한테도 말해줘야지. 뭐해?”
“아. 그렇지.”
인도인이라…
세상 어디를 가도 만날 수 있다는 인도인과 중국인.
어째 이 학교에 없다 싶었는데, 결국 왔구나.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비교도 할 수 없는 종족이 인도인과 중국인이다.
구구단 19*19단은 2학년때 뗀다고 하던데.
개인적으로 하등 쓸모없다 생각하는 Spelling Bee(심사위원이 부르는 단어의 알파벳을 하나도 틀리지 않고 끝까지 말하는 대회)는 이미 인도인이 휩쓸고 있고, 온갖 과학 경시대회부터 수학 경시대회까지.
모든 대회의 상이란 상은 다 휩쓸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긴장해야 되나?’
나도 지금 당장 8학년 때 듣는 지오메트리 문제를 풀어보라고 한다면…풀 수 있겠지?
좀 오래되긴 했지만…
집에 가서 너튜브라도 뒤져볼까?
전학생처럼 이렇게 수업을 몇 단계씩 뛰어넘는 아이들은 고등학교에 가면 더 이상 들을 수업이 없어 근처 대학교에 가서 수업을 들어야 한다.
그거…생각보다 엄청 귀찮은 거다.
– 드르륵.
문이 열리고 전학생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