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Game as a Barbarian RAW - chapter (183)
183화 징크스 (3)
만티코어.
사자의 몸뚱이에 인간의 얼굴을 가진 기분 나쁜 외형의 5등급 몬스터.
이 녀석의 정수는 상당히 특이하다.
[만티코어]분별력 +40, 식욕 +30, 도약력 +30.
스탯은 사실상 도약력 +30이 전부.
어찌 보면 9등급 몬스터보다 못한 수준이지만, 패시브가 스탯과 관련되어 있다.
(P) 유전 — 마석을 섭취 시 영구적으로 스탯이 증가합니다.
[유전].마석을 먹으면 능력치가 상승하는 스킬.
내용만 보면 치트급 스킬로 보이지만, 여기엔 결정적인 제약이 존재한다.
‘흡수 가능 능력치의 총합이 200인가 그랬지.’
스킬로 획득 가능한 스탯의 총합은 200.
때문에 처음엔 나도 뭐 이런 폐급 정수가 다 있나 싶었다.
5등급 중엔 총합이 300을 넘는 것도 많으니까.
근데 당연히 붙어야 하는 수준의 기본 스탯을 패시브까지 이용해가며 얻어야 하다니?
심지어 액티브 스킬이 확 좋은 거도 아니었다.
만티코어의 핵심 능력인 ‘무작위 스킬 난사’를 주면 모르겠는데, 그건 개체의 고유 능력이어서 정수로 획득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동작 그만!”
이 정수가 나온 순간 모두의 눈빛이 변했다.
그래, 너희도 이 정수의 진가를 알고 있는 거구나.
“레이븐, 어서 주사위를 꺼내라!”
내가 소리침과 동시에 드워프가 으르렁거렸다.
“그 전에 일단 뒤로 물러나는 게 먼저일 거 같군, 바바리안.”
뭐, 설마 주사위에 지면 내가 무작정 먹기라도 할까 봐? 기도 안 차지만, 당장 분란을 만들어서 좋을 일은 하나도 없을 터.
“……다 같이 동시에 물러나는 거로 하지.”
“좋다.”
“예, 예! 그러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나를 시작으로 모두 함께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신속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정수가 유지되는 시간은 평균 30분이니까.
그러니, 일단 아까는 미처 묻지 못한 이것부터.
“입찰을 포기할 팀은 있나?”
혹시나 해서 물었지만, 한스G와 드워프 모두 고개를 내저으며 한마디씩 뱉었다.
“저, 저희는 참여하겠습니다. 마법사와 신관을 제하면 모, 모두 쓸 수 있는 정수 아닙니까.”
이래서 플레이어 새끼들이란.
만티코어의 정수의 진가는 신전에서 이를 지운 다음에 있다.
삭제해도 추가 능력치의 20%가 남아 있거든.
보너스 스탯이 40이나 되는 영약이나 다름없는 셈.
“이 비싼 정수를 포기할 리가.”
“……비싼 정수? 설마 팔 생각인가?”
“우리는 정수 자리가 없어서 말이지.”
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돌연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오른다.
‘맞다, 이 새끼들 지하도시 출신이지?’
노아르크의 탐험가들은 신전에서 정수를 지우는 과정이 까다롭다.
도시가 봉쇄된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럴 테고.
갖고 있다가 나중에 봉쇄가 끝나면 몰래 파는 쪽이 합리적일 터.
다만, 가장 큰 의문이 남았다.
“……너희는 마법사가 없을 텐데?”
드워프 팀엔 마법사가 없다.
공격형 정수에 몰빵한 술법사가 화력 면에서 비슷한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그 유틸성까지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
드워프는 별거 아니라는 듯 답했다.
“너희 쪽에 있지 않나. 시험관 값에 수고비도 두둑이 얹어주지.”
거, 어디서 날로 먹으려고.
“우리 둘 다 거절한다면?”
욕심 부리지 말라는 내 제안에 드워프가 피식 웃었다.
“그래도 주사위는 굴릴 거다. 그리고 우리가 이긴다면 정수가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겠지.”
직역하자면, 자기들이 먹지 못한다면 방해라도 하겠다는 뜻.
왠지 입맛이 썼다.
역시 지하나 지상이나 탐험가는 탐험가구나.
이런 부분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똑같다.
‘그냥 여기서 기습해서 죽여 버려?’
문득 그러한 극단적인 방법도 떠오르기도 했지만, 애써 침착을 되찾았다.
레이븐의 도움이 컸다.
“얀델 씨, 어쩔 수 없어요.”
그래, 아직 주사위를 굴리기도 전이니까.
[거대화] 정수 같은 핵심 정수도 아니지 않나.어차피 3등급 정수 수급이 가능해지면 지워야 한다.
대체 정수 중에 더 좋은 게 없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언제까지 그러고만 있을 거지?”
드워프의 채근에 나도 정신을 차렸다.
“대표로 한 명씩 나오는 거로 하지.”
이내 한자리에 모인 각 팀의 리더.
나는 짧게 룰을 설명했다.
“한 명씩 던지고 가장 눈금이 높은 자가 전리품을 갖는다. 단, 동일한 눈금이 나올 경우, 그 두 사람만 다시 굴려 승부를 낸다.”
“주사위는 저 마법사의 것을 쓸 건가?”
“탐험가 길드 정품 주사위예요. 제 거를 쓰지 않아도 상관은 없어요. 물론 그 전에 제가 한번 확인을 해야겠지만.”
“그래? 그럼 상관없다.”
드워프는 쿨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한스G 팀의 마법사가 나와 레이븐의 주사위를 살펴보는 것으로 준비는 끝.
“한스, 너는 약속대로 나온 눈금에서 2를 뺄 거다. 그러니 할 말이 있다면 지금 말해라.”
“……저, 저희는 기회를 얻은 것만으로도 만족하겠습니다.”
“그럼 됐다. 자, 누구부터 할 거지?”
선공이냐, 후공이냐.
사실 여기에 뭔 의미가 있겠느냐마는, 모두가 침을 꿀꺽 삼키며 서로의 눈치를 봤다.
의외로 먼저 나선 것은 한스G였다.
“제,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주사위를 집어든 한스G.
눈금 마이너스 2라는 핸디캡까지 있지만, 놈의 동료들은 기대 어린 눈빛으로 응원의 말을 던졌다.
“크리센 님, 힘내세요……!”
“한스, 제대로 못 굴리고 오면 엉덩짝 맞을 생각하고 있어라?”
“크리센 군, 져도 괜찮으니 너무 부담 갖지 말게.”
신입 인도자부터 시작해 인간 전사, 그리고 중년의 마법사까지. 그들 한 명 한 명을 마주 보던 한스G가 요정 궁수와 눈을 마주쳤다.
그러자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요정 궁수.
누가 봐도 둘 사이는 굉장히 특별해 보였다.
‘거, 무슨 소년 만화도 아니고.’
나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
인도자로 새로 들어온 신입 여자가 그 모습을 보고서 분하다는 듯 입술을 씹고 있었거든.
“그럼…… 하겠습니다!”
한스G가 기세 좋게 주사위를 굴렸다.
데구르르르.
마른 흙 위로 굴러가며 각 면에 적힌 크고 작은 숫자를 차례대로 보여 주는 주사위.
툭.
정적 속에서 주사위가 멈췄다.
[10]눈금에 적힌 숫자는 무려 10.
주사위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큰 숫자.
“꺄아아아악!”
“미쳤군! 미쳤어!!”
“표준 시가! 파르테이안 님, 길드에 적힌 표준 시가가 얼마죠?”
동료 쪽에서 환성이 터져 나왔고, 반대로 우리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 모습이 아니꼽다는 듯 나서는 드워프.
“꼭 벌써 자기 거라도 되는 듯 말하는군. 설마 눈금에서 2를 빼야 한다는 걸 잊은 건 아니겠지?”
“아, 예……. 알고 있습니다.”
뜨겁던 분위기가 확 가라앉았지만, 한스G 팀은 여전히 축제 느낌이었다.
하긴, 8이면 충분히 높은 숫자니까.
“다음은 내가 하지.”
한스G에게 다가가 휙 하고 주사위를 낚아챈 드워프. 놈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인상을 팍 쓰고서는 대충 주사위를 바닥에 던졌다.
데구르르르.
몇 번인가 구르지도 않고 머지않아 움직임을 멈춘 주사위.
……실화인가?
“아아아아아아아악!”
“씨바아아알!!”
“믿고 있었다고! 개자식아!!”
드워프 팀에서 짐승 같은 고함이 터져 나왔다.
반면 한스G 팀은 전부 표정이 굳어서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다.
“킥.”
이내 드워프가 나와 한스G를 쓱 보며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평생 내가 가장 적게 뱉었을 1순위의 대사까지 입에 담았다.
“운이 좋군.”
대체 이 새끼는 인성이 어떻게 된 거지?
압도적인 절망감이 나를 감싼다.
하지만,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다.
그러기에는 나를 지탱하는 것들이 너무도 많으니까.
“얀델! 뭐, 이런 거 가지고 그러냐? 너답지 않군.”
“나는 믿는다! 비요른!! 넌 할 수 있다!!”
“응응, 비요른! 너는 뭐든 해내는 사람이지 않냥!”
“확률 얘기는 안 할게요. 어차피 얀델 씨한테 그런 건 의미 없잖아요?”
여전히 나를 믿고 있는 동료들이 있다.
그리고 포기하지 않은 내가 있다.
그렇기에…….
꽈악.
주사위를 쥔다.
피식.
그런 나를 보며 드워프는 오만하게 비웃는다.
꽤 익숙한 상황이다.
한스의 숫자는 8.
드워프의 숫자는 9.
여기서 내가 10을 뽑으면 된다.
확률은 그저 확률일 뿐, 무의미하다.
영화나 만화에서도 허구한 날 나오는 극적인 전개 아닌가.
그래, 전개상 이건 된다……!
아니,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비요른의 눈빛이 변했당.”
그런 묘한 확신이 손에 감돌았다.
무언가 보이지 않는 존재가 나를 포근하게 감싸 안아주기라도 한듯한 느낌.
그 감각이 떠나기 전에 주사위를 던졌다.
“가라! 위대한 전사아아아아!!!”
아이나르의 외침 속에서 굴러가는 주사위.
놀랍게도 이를 바라보는 내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 평온했다.
두근.
낮게 뛰는 심장.
피부를 감싼 공기는 적당히 서늘하며, 시간이 느리게 흐르기라도 하듯 1초 1초의 장면들이 내 머릿속에 선명히 새겨진다.
그리고 그런 기분 좋은 감각 속에서,
툭.
주사위가 멈췄다.
그 즉시 공기가 바뀌었다.
“…….”
차갑게 내리 앉은 정적.
나는 주사위 대신 사람을 보았다.
“미친…….”
오만하게 웃던 드워프 녀석도.
나를 믿고 지켜봐 준 동료들도.
심지어 이미 패배가 확정된 한스G조차도 경악을 감추지 못하며 입을 벌리고 있었다.
‘정말로 된 건가……?’
나는 주사위를 확인했다.
[1]……미샤보고 던지라 할걸.
***
패자는 말이 없다.
모두 변명에 불과하니까.
그저 묵묵히 감내하는 수밖에 없다.
바로 지금 내가 그러하듯이.
“푸하하하핫! 저 표정으로 1이라니! 봤나? 봤어? 나는 진짜 쫄았다니까? 너무 확신하는 눈빛이어서.”
드워프 팀에서 날선 조롱이 터져 나온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를 뒤덮는 모멸감.
“묻고 싶을 정도군. 대체 어떻게 그런 눈빛을 지을 수 있는 건지! 크하하하핫!”
“비요른을 놀리지 마라!!”
“가라아아앗! 위대한 전사아아아! 푸흐, 푸흡! 푸하하하하!”
“……죽인다!!!”
당장에 튀어 나가려는 아이나르를 붙잡았다.
“그만.”
“하지만! 대가리를 터트리지 않으면……!!”
그래, 저 주둥이를 닫게 할 수 없겠지.
그 심정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그건 저쪽도 잘 알고 있을 테고.
“너희도 그만해라.”
내가 가만히 응시하자, 드워프도 자기 팀원을 제지하며 더 이상 깝죽거리지 못하게 했다.
어차피 승자는 정해진 상황.
나도 미련을 접고 본론으로 들어갔다.
“얼마를 줄 거지?”
“시험관 값으로 1,500만 스톤.”
이건 딱 정가고.
“수고비는?”
“500만 스톤을 주지.”
마법 한 번 써주는 데 500만이면 남는 장사 그 자체다.
하지만…….
“700만.”
“욕심이 많군.”
드워프가 한스G 팀의 마법사를 흘겼다.
마법사가 두 명이니 저쪽에 부탁을 해도 된다는 뜻.
“저, 저희는 시험관이 없습니다.”
뭐?
원래 저쪽이랑 수고비를 나눠 갖겠단 명목으로 더 높은 가격을 불렀던 건데…….
이러면 얘기가 또 달라지지.
“700만을 주지.”
한스G의 말에 드워프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 제안에 응했다.
그러나 이미 열차는 떠난 상황.
“늦었다.”
“……?”
“방금 1,500만으로 올랐다.”
사실상 수고비가 시험관 가격과 동일해졌다.
“억지 부리지 마라, 바바리안.”
드워프가 기도 안 찬다는 듯 읊조렸다.
이해 못 할 건 아니었다.
키가 작다 보니 아무래도 세상을 넓게 보기 어려웠겠지. 수요와 공급으로 이뤄진 시장의 기본 원리를 모르는 것도 당연하다.
“억지? 이 정도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하는데. 너희가 거부하지 않을 거란 점에서 특히나 더.”
“……1천만 스톤.”
“흥정은 없다. 싫으면 마라.”
“이성적으로 생각해라, 바바리안. 이 돈을 바닥에 버리겠다고?”
“네 선택이다. 그냥 정수를 버리든가. 아니면 우리한테 돈을 주고 시험관에 담아가 팔던가.”
나는 철저하게 배짱 장사로 밀어붙였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독과점이 악랄함을 떨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이딴 식으로 장사를 해도 장사가 되니까.
“……제기랄.”
드워프가 부들부들 떨더니 입을 열었다.
“1,500만 스톤을 주겠다.”
“그래, 잘 생각—”
“너희가 아니라 저쪽에게.”
드워프가 한스G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 돈을 지불한다면, 너희에게 이 정수의 소유권을 넘기겠다.”
현장 판매라…….
그래, 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이성을 포기한 감성적인 선택.
순간 아차 싶었지만, 생각해 보니 큰 문제는 없을 듯했다.
“저, 저희는 당장 그만한 돈이 없습니다.”
“돈이 아니라 현물로 지급해도 된다.”
“잠시 의논을 좀…….”
한스G가 팀원들과 상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입만 뻐끔거리는 걸 보니 팀 보이스 마법을 켠 모양.
물론,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결론 역시 내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여, 역시 아무리 그래도 장비는 좀…….”
한스G 팀의 장비 수준으로는 3명 이상은 주요 장비를 털어내야 그 돈을 맞출 수 있다.
그런데 균열에서 장비를 주고 당장 쓸모도 없는 정수를 얻는다고?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 그래서 말인데…… 도시에서 돈을 지불하는 건 어, 어떻겠습니까?”
“……그건 안 된다.”
지하 도시 출신인 이놈들이 한스G에게 외상을 해 줄 수 있을 리 만무.
외통수에 몰린 드워프가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러고는 날 보며 정말 내키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바바리안, 네가 말한 가격에—”
“2천만 스톤. 방금 또 올랐다.”
“이런 씹…….”
“아니면 우리가 천오백만 스톤을 주고 정수를 사는 방법도 있는데, 그렇게 하겠나?”
“……2천만 스톤을 내겠다.”
드워프가 욕지거리를 뱉었지만, 결과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저 돈을 내고 정수를 가져가도 결국에는 남는 장사니까.
한 천칠백만 스톤 정도.
‘아니, 잠깐만. 그럼 우리가 더 이득을 본 셈이네?’
과연, 이게 독과점의 달콤함인가?
주사위 숫자는 1로 가장 적었는데, 이 중에서 가장 큰 몫을 챙긴 건 우리가 됐다.
참 모순적이게도.
***
협상이 끝나고서는 시원시원하게 진행됐다.
우선 드워프에게서 2천만 스톤 상당의 현물을 지급받았다.
그야 이만한 돈이 있을 리 없으니까.
참고로 얘네들은 장비를 주려고 했지만, 이건 내가 거절했다.
기다렸다는 듯 쓰지 않는 장비들을 배낭에서 무더기로 꺼냈거든.
대체 약탈을 얼마나 해댄 거야?
“현금화하기 쉽게 포션으로 줘라.”
“……포션으로 그렇게 많은 금액은 지불할 수 없다.”
“그럼 남는 만큼만 장비로 받는 거로 하지.”
이유까지 대가며 최대한 포션을 요구했다.
이놈들과 전투를 하게 될지 모르니, 그전에 최대한 전력을 줄여야 한다는 판단.
쩝, 착용 중이던 장비를 현물로 받았으면 훨씬 더 상대하기 수월해졌을 텐데.
“최상급 포션 일곱 병에 상급이 열한 병. 나머지 장비까지 더하면…… 얼추 맞네요.”
일반 감정사 자격증을 갖춘 레이븐의 도움으로 이렇다 할 다툼 없이 현물 거래가 마무리됐고, 이후로는 적당한 곳에서 야영지를 꾸렸다.
아, 불침번은 세 팀에서 한 명씩 차출해 총 세 명이서 번갈아 섰다.
초번은 한스G와 드워프, 곰아저씨.
그다음 순서는 나였다.
“얀델, 이제 네 차례다.”
“별일은 없었나? 둘이서 뭔가 수상한 대화를 나눴다든가 하는.”
“한스라는 놈이 혼자 떠드는 식이었다. 차라리 혼자 서는 게 더 편하고 즐거울 거 같더군.”
“그래, 고생했다. 어서 가서 쉬어라.”
내 불침번 메이트는 메이린이라는 이름의 요정 궁수와 드워프 팀의 백랑족 수인 전사였는데…….
여러모로 불편한 시간이었다.
‘왜 혼자가 편할 거 같다고 했는지 알겠네.’
말이 없는 백랑족 전사.
그리고 불침번 내내 아니꼬운 시선으로 자꾸만 나를 흘기는 요정 궁수.
“뭔가 할 말이라도 있나?”
“다들 자는데 조금은 조용히 하시는 게 어떨까요?”
이래서 귀쟁이들이란.
대체 왜 우리처럼 착한 바바리안을 싫어하는 거지?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하다.
아, 에르웬은 빼고.
‘됐고, 경계나 서자.’
나는 몬스터의 기습보다 이놈들의 변절을 더욱 경계했다. 그야 우리 뒤통수를 칠 확률이 훨씬 올라갔으니까.
한스G는 모르겠는데, 드워프놈은 아마 속에 칼을 품고 있을 게 분명했다.
‘현물을 순순히 지급한 것도 그래서겠지.’
독과점임을 감안해도, 2천만 스톤은 억지에 가까운 금액이었다.
한데 놈은 나름 쿨하게 이를 지불했다.
마치 돌려받을 방법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뭐, 그건 나도 마찬가지인가?’
나는 아직 시험관에 들어간 정수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저 그때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
“미샤, 일어나라. 교대 시간이다.”
불편하단 말로도 부족했던 불침번 시간이 끝난 뒤엔 미샤와 교대하고서 잠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다시 탐사가 재개됐다.
식사를 제외한 모든 시간을 이동에 할애하며 숲을 뒤졌고, 그 결과 남은 두 마리의 중간 보스를 찾아서 해치울 수 있었다.
「이각수를 처치하였습니다. EXP +5」
「큘베스를 처치하였습니다. EXP +5」
애석하게도 정수는 나오지 않았지만…….
“어? 저거 아니냥? 너희들이 말했던 그거!”
하루는 더 걸리리라 예상했던 세 번째 챕터를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캐릭터가 그림자 제단에 진입했습니다.」
제단을 발견함과 동시에 검은 그림자가 우리 주변을 감쌌다.
어느샌가 우리 주변으로 형성된 거대한 결계.
이번 챕터의 컨셉만큼이나, 내가 해야 하는 일도 명확하다.
「봉인되어 있던 강탈자가 원정대원 중 한 명의 몸에 깃들었습니다.」
자, 그럼 이제 정치를 시작해 보자.
“드워프, 뭔가 표정이 이상하군. 혹시 머리에 문제라도 생긴 거 아닌가?”
일단 이 새끼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