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Game as a Barbarian RAW - chapter (424)
424화 티밍 (2)
액티브 스킬의 봉인.
길게 말할 것도 없이 최악의 패널티 중 하나다.
뭐, 아무리 그래도 제임스 칼라처럼 장님이 된 것보단 나은 듯하지만.
‘차라리 디디 영감처럼 팔 한 짝 못 쓰게 되는 정도였으면 더 나았을 텐데.’
팔 한 짝 없는 쪽이 유리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투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패널티.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던진 주사위의 눈금이 이렇게 나온 걸 뭐 어떻게 하겠어.
저쪽도 주사위 결과가 지랄났길 바라는 수밖에.
‘게다가··· 내 패널티만 빼면 나쁘지 않아.’
사실 [영혼추출] 패턴은 꽤나 까다로운 패턴이다.
이능술사나 마법사 같은 포지션에게는 특히나 더 그렇다. 딜러 포지션이기에 막타도 많이 쳤을 텐데, 늘 함께하던 전위들 없이 혼자서 싸워 이겨야만 한다.
하지만······.
‘다행히 다들 착하게 살아왔다 이건가.’
신관은 둘 다 무탈하게 생존.
마법사는 넷 중 한 명을 제하면 모두 깨어났고, 이능술사도 기절 중인 건 아쿠라바 뿐.
‘아마 마탑에서 오래 지냈던 마법사들이었던 게 유효하게 작용했겠지.’
이 정도만 되어도 도박은 성공했다 볼 수 있다.
같은 원정대에 속해 동고동락하기는 했지만, 이 사람들이 이전에 어떤 삶을 살아왔을지, 나는 전혀 알지 못하니까.
터벅, 터벅.
딱딱한 걸음 소리가 울려 퍼지는 얼음 동굴.
최대한 빙하의 눈 입구와 멀어지도록 이동하고 있자니 한 쪽 어깨에서 움직임이 느껴졌다.
“아저씨······.”
“일어났군···.”
깊은 안도감을 느끼면서도 우선 조심스레 에르웬을 내려줬다.
살짝 비틀거리긴 했지만, 멀쩡히 중심을 잡은 걸 봐서 두 다리가 패널티로 날아간 건 아닌 모양.
“몸은 어떻지? 안 좋은 곳은 없나?”
“잘 모르겠어요···.”
어딘가 멍해 보이는 에르웬.
안에서 뭔가 일이 있었던 걸까?
알 수 없지만, 깊이 캐묻지는 않았다.
당장은 패널티가 무엇인지 알아내는 게 먼저일 테니까.
‘니미럴.’
무작위 패널티 중 안 좋은 것들 순으로 실험을 해보던 나는 이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여덟 번째라···.’
애석하게도, 에르웬 역시 운이 나쁜 편이었다.
「에르웬 포르나치 디 테르시아의 모든 자원 회복이 제한됩니다.」
모든 자원 회복 불가.
쉽게 말해, 이제 MP든 자연력이든 소모만 가능하고 채워지지 않는다는 뜻.
“······네 몸을 지켜야 하는 순간이 아니면, 최대한 힘을 아껴라.”
“네··· 죄송해요······.”
“죄송할 게 뭐 있나. 일이 그렇게 된 건데. 깨어난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아무튼, 이후로도 시간이 흐르며 기절했던 이들이 하나둘 깨어났다.
“폐를 끼쳤소이다. 지금부터는 스스로 걷겠소.”
다행히 약한 패널티를 받은 멜란드 카이슬란.
“읏···! 이게 왜······.”
무기 사용 제한이 걸려, 검에 손을 올렸다가 감전이라도 된 듯 몸을 떠는 라비옌.
“저기··· 다들 왜 말을 안 하십니까?”
청각을 잃은 2팀의 궁수 츠온 이리번.
그리고······.
“정말··· 끔찍한 곳이었어요.”
새하얗게 질린 표정의 아쿠라바.
‘이제 두 명인가······.’
[영혼추출] 패턴이 시작되고서 25분이 경과한 무렵에 남은 인원은 둘이었다.아멜리아와 2팀의 마법사 맥켈리 레이아더스.
“제발, 부디 힘을 내십시오···.”
시간이 촉박해지자, 아직 잠들어 있는 둘을 향해 대원들이 불안한 시선을 보내온다.
나도 미칠 거 같았다.
‘얘는 대체 왜 일어나질 않는 거야······.’
그 안에서 죽은 건 분명 아니다.
그랬다면, 이미 심장이 멈췄을 테니까.
두근, 두근.
심장이 조여오는 듯한 시간이 이어진다.
그로부터 얼마나 더 흘렀을까.
“맥켈리 씨, 이제 1분 밖에 남지 않았어요. 제발, 힘내주세요···.”
[영혼추출] 패턴 종료까지 1분이 남은 시기.“으음······.”
“···에밀리! ”
아멜리아가 마침내 눈을 떴다.
그리고······.
“······제기랄.”
다른 한 명은 눈을 뜨지 못했다.
***
생존자 18명.
다만, 전투 가능 인원은 훨씬 더 적다.
나를 포함해 많은 대원들이 상당한 패널티를 받게 되었으니까. 사실상 전력이 반 이상 줄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다만······.
‘그럼 저쪽은 어떠려나.’
행복은 상대적인 가치란 말도 있듯.
불행 역시 마찬가지다.
「빙하의 마법사 카리아데아가 흡수한 영혼의 총량에 비례해 새로운 힘을 얻습니다.」
이제 30분도 지나서 2페이즈가 끝난 시기.
과연 저쪽은 몇 명이나 살아남았고, 살아남은 놈들은 어떤 패널티를 갖게 되었을까.
‘됐고, 그냥 살아남은 새끼들도 다 보스랑 싸우다 뒈졌으면 좋겠는데······.’
쯧, 현실적으로 그럴 일은 없겠지?
카리아데아는 빙하의 눈 바깥까지 추격을 하는 몬스터가 아니니까.
우리가 전투 중이던 곳은 빙하의 눈의 정상부.
몇 명이 깨어났는지는 몰라도, 지금쯤 다들 빙하의 눈을 벗어났겠지.
‘용살자··· 그놈은 어떻게 됐으려나.’
글쎄, 잘 모르겠다.
용인족 장로 역할을 하는 태고룡을 죽인 게 바로 그놈이니까. 그때도 기습을 해서 겨우 죽였다고 했으니, 절반쯤 약해진 상태라 해도 이기지 못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애초에 그놈이 태고룡이랑만 싸울 게 아니잖아?
모르긴 몰라도, 죽인 놈이 천 단위는 될 거—.
‘아니, 잠깐만.’
그렇게 잠시 용살자에 대해 생각을 하던 중에 문득 몸이 굳었다.
‘씨발, 그럼 그 새끼 필드에는 드왈키도 나왔던 거 아니야?’
갑자기 기분이 확 더러워졌다고 해야 하나?
동시에 그런 생각도 들었다.
내 환상에 나온 사람들도, 어느 누군가에게는 하나뿐인 소중한 사람이지 않았을까.
‘……[영혼추출] 때문인가? 생각이 많아졌어.’
이쯤에서 상념을 끝내고 눈을 뜬다.
화르륵-!
따뜻한 열기를 뿜어내는 불길.
그 불길 앞에 무릎을 꿇은 신관은 연신 기도를 읊었고, 대원들은 이를 들으며 각자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그나마 현 상황에서 긍정적인 부분이다.
죽은 동료의 장례를 치뤄줄 만큼의 여유가 우리에게 생겼다는 거니까.
콰직, 콰직, 콰직-!
마법사들의 화력을 쏟아부은 불길이 순식간에 살점과 피부를 녹여내고, 남은 뼈들은 왜곡 마법을 걸은 뒤 전사들이 잘게 부숴 주머니에 보관했다.
이후 남겨질 그의 유가족들에게 이것이 작은 위안이라도 되기를 바라며.
“······.”
그것으로 짧았던 장례는 끝.
뜨거운 불길이 꺼지며 잠시나마 따스했던 몸이 차가운 바람에 식어간다.
그러니, 이제 현실로 돌아올 시간이다.
“······얀델, 이제 어쩔 것이오?”
카이슬란이 내게 말을 걸음과 동시에 대원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집중된다.
그야 내가 말해준 계획은 여기까지였으니까.
[영혼추출]이 시작되면 먼저 깨어난 사람들이 나머지를 데리고 튀는 것.그 다음에 대한 지시는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거리를 벌리면 폐쇄일까지 버티는 것도 가능할지 모르오.”
저 말을 하면서도 표정이 굳어 있는 걸 보면, 카이슬란은 이미 내 생각을 알고 있는 듯했다.
아마 그래서 눈치껏 먼저 언급을 한 거겠지.
내가 조금이라도 편하게 말할 수 있도록.
“하나 얀델, 당신이라면 알고 있을 거요. 그렇게 도망쳐봤자 결국 끝은 낭떠러지일 거라는 사실을.”
“나, 낭떠러지?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이제 모두 산 거 아니었어요?”
카이슬란의 말에 움찔하며 목소리를 키우는 한 대원.
“폐쇄일까지 버틸 수 있다면서요? 그거면 된 거 아닌가요? 대체 뭘 고민하는 겁니까?”
정말 이걸로 끝이라고 생각했던 거 같은 저들에겐 미안하지만, 아직 가장 중요한 고비는 넘기지 못했다.
그랬다면 내가 ‘도박’이라고 말했을 이유도 없으니까.
“······.”
카이슬란이 나를 보며 무언의 눈짓을 보냈고, 이에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앞으로 나섰다.
그래, 아무리 카이슬란이 유능하다고 한들 이런 것까지 맡길 수는 없겠지.
“우리는 이대로 도망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는 도망칠 수 없다.”
말이 끝나자마자 대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경악, 그리고 의문이 담긴 시선들.
“···이유가 뭐지요?”
그야 간단하다.
“아까 뒤에서 나타난 적들은 장미기사단이니까.”
“추격을 떨쳐내지 못할 거란 말씀입니까?”
“아니, 그렇지 않다.”
“하면 대체 무슨 뜻으로······.”
다들 내 얘기가 이해되지 않는 듯했기에 마저 말을 이었다.
만약 우리가 살아서 돌아간다면, 왕가 쪽에서는 준비해둔 변명을 꺼냈을 거라고.
본대에 뭔가 문제가 생겨서 구하러 갈 수가 없었다던가. 그럼에도 자력으로 살아돌아올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던가.
눈 가리고 아웅하듯,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들었을 거라고.
그리고······.
진실을 외면하는 것.
그것만이 우리의 유일한 활로였다고.
“외면하다니, 그게 무슨 뜻인지요?”
“우리가 버림패라는 걸 눈치채지 못한 척 연기를 한다면, 왕가에서도 극단적인 수를 쓰지 않을 테니까.”
비겁할지 몰라도, 이게 내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 방법은 이제 쓸 수 없다.”
“······.”
“장미기사단이 이곳에서 있던 일을 왕가에 전한 순간, 왕가에서는 필시 우환을 제거하려 들 터.”
“······우리 입을 막기 위해 협상을 하려고 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음, 그래 그 가능성도 있기는 하지.
그런데······.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단지 옆에서 누군가 새로운 질문을 꺼냈을 뿐.
“그래서 어쩌잔 거요? 여기서 죽을 게 아니라면, 일단 어떻게든 도시까진 나가봐야 하는 거 아닌가?”
케알루너스 공작가 출신, 푸타 리커번이었다.
뭔가 좀 기특하면서도 웃겼다.
“다 끝났다고 자포자기하던 놈이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는데.”
“당신이 이곳까지 멱살을 잡고서 우리를 데리고 왔으니까. 그 개고생을 했는데, 여기서 포기할 거 같소?”
하긴, 빙하의 눈을 뚫을 때 자기 의지로 팔까지 잘라내는 각오를 보여줬던 놈이니까.
이대로 죽는 건 억울하긴 하겠지.
나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칭찬이었으니, 예민하게 받지 마라. 그리고 애초에 포기한다는 말은 하지도 않았고.”
“아······.”
내 말에 녀석이 아차하며 입을 벌렸고, 나는 재빨리 말을 이었다.
“다들 너무 걱정하지 마라. 다 방법이 있으니까.”
“방법?”
“그래. 아무도 살아서 돌아가지 못한다면, 그 누가 알겠나?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지.”
물론 의심이야 받겠지만, 심증이 있는 것과 물증이 실존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그렇기에······.
“우리는 앞으로 노아르크 놈들과 장미기사단 모두를 죽인다.”
지금부터는, 우리야말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야만 한다.
***
이대로 도망칠 것인가.
아니면, 한 번 더 맞서 싸울 것인가.
그것에 대한 의견 일치는 예상보다 빠르게 끝났다.
“전···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핫, 유별날 것도 없군요. 여기까지 오면서 대부분의 상황이 그랬으니까.”
“하지만 그 모든 순간에도 그는 결정을 내렸죠.”
“비요른 얀델, 그대의 선택을 믿는 것. 그게 제 선택입니다.”
“나 역시 마찬가지요. 당신 눈엔 조금 옹졸해 보일지 몰라도, 나 같은 사람한텐 그러는 쪽이 더 편하거든.”
원정대의 의사 결정이 끝난 후로는 모든 게 명료해졌다.
우리는 동굴 속을 배회하며 다양한 곳에 탐지 마법을 펼쳤고, 왜곡 마법을 걸어 몬스터들을 사냥해 식량을 수급했다.
“이거······ 생각보다 먹을만한데요?”
몬스터 고기는 의외로 먹을만 했다.
뭐, 그중에는 식용이 불가능하다 판단이 될 만큼 최악인 것도 몇몇 있었지만.
“맛은 둘째치고 아까워 죽겠군. 저 부산물들을 챙겨가면 비싸게 팔 수 있을 텐데.”
“어쩔 수 없죠. 지금은 최대한 짐을 줄여야 하니까······.”
왜곡 마법을 통해 획득한 고가의 부산물들은 눈물을 머금고 전부 버렸다.
이동이 어려운 동료를 업기까지 해야 하는 와중에 그런 걸 챙길 여유는 없던 것.
그렇게 반나절이 흘렀을 때였다.
“얀델 님! 얀델 님!”
5팀의 마법사 마로네가 황급히 내 이름을 부르며 달려온다.
얘가 이럴 때는 딱 하나뿐이었다.
“탐지 마법이 작동한 건가?”
“네, 네···! 작동했어요!”
마로네가 가져온 소식은 크게 세 가지 타입으로 분류를 할 수 있었다.
일단 첫 번째는 좋은 소식 하나.
“장미기사단이었어요. 숫자는 열 명 밖에 안 됐고요!”
장미기사단의 숫자가 크게 줄었다.
아무래도 살인을 밥 먹듯이 한 놈들이라, 피해가 컸던 모양인데······.
“남은 놈들의 상태가 어땠지?”
“저, 그게······.”
두 번째는 애매한 소식이었다.
“네 명은 상태가 안 좋은지 동료들에게 업힌 상태에요. 한 명은 한 쪽 발을 절고 있는 정도고요.”
우리 원정대 중 3분의 1이 꽤 강한 패널티에 당한 것처럼, 놈들 역시 상당한 피해를 보았다.
이러면 패널티 눈금은 동점인 셈인가?
뭐, 실제로는 어떨지 모르니 뭐라 확정을 짓기엔 이르겠지만.
“그··· 아, 아무튼 중요한 건 이게 아니에요!!”
대망의 세 번째는 나쁜 소식이었다.
그것도 보통 나쁜 소식이 아니라.
말 그대로 최악이라 할 수 있을 만한, 그런 소식.
“어, 어째선지는 모르겠는데 그 사람들이랑 노아르크 사람들이랑 함께 움직이고 있어요···!”
물과 기름이 섞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