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Game as a Barbarian RAW - chapter (60)
60화 생존수칙 (3)
시간을 아낄겸, 곧장 반지부터 뺐다.
No.9425 서리혼령 가락지.
알테미온 학파의 마스터, 늙은이를 등쳐먹고 획득한 넘버스 아이템.
“자, 받아라.”
“잉? 반지? 이건 갑자기 왜……?”
일단 무심코 넘겨받은 미샤가, 뒤늦게 이게 뭔가 하는 표정으로 당황해 했다.
“이걸 줘도 될 만한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아껴 두려 했던 반지다.”
“근데… 그걸 왜 나한테 주냥?”
그야 상황이 달라졌으니까.
나는 짧게 답했다.
“네 수호신께 맹세해라. 이걸 받는 조건으로 앞으로 나와 계속 함께하겠다고.”
서리혼령 가락지의 시세는 150만 스톤.
다만, 매물이 없기 때문에 구하고 싶어도 구하기 어려운 아이템이다.
이 반지의 진짜 가치가 알려진다면, 그 가격은 미친 듯이 급등할 터였고.
“흐엑?! 비요른! 너 혹시 미친 거 아니냥?!”
미샤가 기겁을 하며 나를 매도해 왔으나, 현재 내 정신을 멀쩡했다.
그럼 이 물건을 그냥 주겠냐?
일단 생존을 위해 쓰기는 하겠다마는, 적어도 추후 계속해서 날 따라다니며 돕겠다는 약속이 필요하다.
물론, 이는 일방적인 계약이 아니다.
“네가 이 반지를 받는 순간, 전사의 명예를 걸고서 앞으로 네 곁에서 너를 돕겠다. 그러니, 너도 그렇게 해 줬으면 한다.”
“진심이냥……?”
이를 증명하기 위해, 미샤의 눈을 응시하며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나는 진심이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윈-윈.
일종의 동료 서약이다.
그리고 이를 이해했을까.
미샤는 놀란 눈망울로 나를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이내 장난기가 싹 빠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갑작스럽긴 하지만 네가 날 놀리는 게 아니라는 건 알겠당. 솔직히 이런 제안을 받은 건 처음이라 기, 기쁜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당!”
“그렇다면 다행—”
“하지만 비요른, 미안하당. 나는 단 한 번도 너를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당.”
“…무슨 뜻이지?”
미샤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무언가 결심한 듯 나를 빤히 응시하며 답변을 내놓았다.
“나는… 마른 남자가 취향이당.”
“마른 남자……? 그게 뭔 소리냐?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이잇!! 너에겐 남자로서의 매력이 없다는 뜻이당!!”
순간 정신이 멍해진다.
이게 고백할 생각도 없었는데 차였다는 그런 건가?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뭔가 오해가 있군.”
“그래, 그런 걸로 하장. 계속 같이 다녀야 하는데 괜히 분위기만 이상해질—”
뭐래, 얘가.
너무 속물적으로 보일까 싶어서 돕겠다느니 그런 식으로 돌려서 말했는데, 그게 실착이었다.
바바리안에겐 바바리안의 방식이 있을진데.
“내 말은 이 반지를 받는 대가로 동료 서약을 하란 뜻이었다.”
“동료 서약……?”
“물론 똑같은 반지를 구해 주든가, 그간 1,500만 스톤만큼의 이득을 내게 안겨줬다면 언제든 계약을 끝낼 수 있다. 자, 이해됐나?”
“되, 될 리가 있겠냥?! 애초에 이 반지가 대체 뭐기에 1,500만 스톤이나 한다는 거냥!”
“1,500만 스톤도 싸게 부른 거다.”
“아니, 그러니까, 이 반지가 대체 뭐—”
나는 딱 잘라 말했다.
“이 반지는 네 오랜 숙원을 이루어줄 수 있다.”
“…뭐? 숙원?”
“예를 들자면, 이제 네 오빠도 너를 보며 반푼이니 뭐니 말할 수 없게 되겠지.”
역린과도 같은 이야기였을까.
미샤가 흠칫 굳는다.
다만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갖더니, 애써 어색하게 미소 짓는다.
“에잉, 내가 그 말에 속을 거 같냥? 아무리 멋쩍어도 그렇지, 그런 거짓말을 하면 못 쓴—”
“거짓말이 아니다.”
잠시간 대화가 끊기며 정적이 이어졌다.
어색하게나마 미소 짓던 미샤는 더 이상 웃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싸늘한 시선으로 나를 응시했다.
“이건, 장난이 좀 지나치지 않냥.”
평소와 달리 차갑게 굳은 목소리.
“나는 분명 한 번 웃으며 그만둘 기회를 줬다. 근데 왜 계속 거짓말을 하는 거냥? 내가 실실 웃으며 따라주니까 우스워 보였던 건강?”
미샤가 분하다는 듯 입술을 짓문다.
“…너한테 그 얘기를 해 주는 게 아니었는뎅.”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반응이었으나, 사실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트라우마.
평생 동안 곪고 곪았을 상처는 누군가 건드는 것만으로도 아픔이 동반되니까.
“네 상처를 헤집으려고 꺼낸 얘기가 아니다. 나는 정말로—”
“그런 게 있단 말은 듣도 보도 못했당. 우리 부족에서도 알지 못하는 걸 네가 어떻게 안다는 거냥?”
나는 대답 대신 입을 꾹 다물었다.
구구절절 말할 내용도 아니었을뿐더러,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짧게 끝내자.
“미샤, 한 가지만 묻겠다.”
“해봐랑.”
“만약 지금까지 내가 한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내 제안을 받아들일 건가?”
“아직도 장난을 치—!”
성을 내려는 미샤의 말을 끊고서 역으로 소리쳤다.
“대답이나 해라!”
그저 질문에 대답이나 하면 되는 거 아닌가.
Yes인가 No인가.
내가 소리치며 대답을 강요하자, 미샤가 흠칫 굳더니 다시금 입술을 짓물었다.
“…만약 네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내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은인으로 모셔도 모자라지 않을 거당. 하지만—”
하지만은 무슨 하지만이야.
“그럼 됐군.”
한 걸음 다가가며 미샤의 팔목을 잡았다.
“미샤 칼스타인, 믿기 어렵겠지만 전사의 명예를 걸고 지금까지 한 말은 모두 사실이다.”
“…뭐, 뭣?”
미샤가 혼란스럽다는 표정을 한다.
이걸 보니 진작 전사의 맹세를 썼으면 쉽지 않았을까도 싶지만…….
뭐, 이젠 상관없겠지.
“그러니까, 깨어나면 너도 그 말을 지켜라.”
미샤를 내쪽으로 잡아당긴 뒤, 반지를 손가락에 끼워 넣었다.
그리고…….
콰직-!
반지에 달린 푸른색 유리 보석을 손아귀 힘만으로 박살 냈다.
「서리혼령 가락지가 파괴되었습니다.」
「빙하마수 스카디아가 봉인에서 깨어납니다.」
호수 위에 파문이 일듯.
냉기의 파동이 지면을 타고 퍼져 나간다.
화아아악-!
No.9425 서리혼령 가락지.
이 아이템이 파괴될 시 생기던 특이한 이펙트.
대미지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기에 사실상 무의미한 옵션이었지만, 나는 이런저런 시도 끝에 한 가지 발견을 해냈다.
「특수 조건이 충족된 상황입니다.」
만약 착용자가 수인이었을 경우.
파괴시의 이펙트와 별개로 이벤트가 발생한다.
「얼음마수 스카디아가 미샤 칼스타인에게 계약을 제안합니다.」
영혼수 계약.
수인이란 종족이 지닌 특수 능력을 강제로 각성시킬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계약이 성공적으로 종료되었습니다.」
***
태풍의 눈처럼 미샤 주위를 휘감은 냉기 돌풍.
이것이 서서히 가라앉으며 미샤가 눈을 떴다.
그녀의 적색 눈동자에선 복잡하면서도 어딘가 허망해 보이는 기색이 존재했다.
“이게, 이렇게 쉽게……. 나는 대체 그동안 무엇 때문에…….”
두서 없는 말을 뱉던 미샤가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배신감에 찬 표정으로 물었다.
“비요른, 이 반지는 대체 뭐냥. 이런 게 있다면 왜 아버지는 내게 이런 게 있단 걸 알려 주지 않은 거냥!”
이 반지의 존재를 수인족이 인지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얘가 원하는 대답을 해 주자면…….
“아마 그도 몰랐을 거다.”
“…몰랐다공?”
“그래, 한 마법사가 오랜 시간 연구하다가 최근에나 알게 됐다는 듯하니까. 분명 널 자식으로 생각치 않아서 숨긴 건 아닐 거다.”
이쪽이 얘 멘탈에 도움이 되겠지.
하지만 내 답변에도 미샤는 궁금한 게 한가득인 것처럼 보였다.
“잠깐, 그럼 그런 걸 너는 대체 어떻게 알고 있던 거냥? 이 반지는 어디서 손에 넣은 거고?”
설명해 주는 건 어렵지 않다.
미리 지어낸 이야기들이 있으니까.
하지만 그 전에 할 것이 하나 있다.
“일단 옷부터 입고 마저 얘기하는 게 좋겠군.”
“…옷?”
미샤가 고개를 갸웃하더니 내 시선을 따라 고개를 내린다.
그리고 현재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더니…….
“으, 아? 으어? 내, 내, 내가 왜 옷을 전부 벗고 있는 거냥!!”
고장난 로봇처럼 삐걱거리던 미샤가 소리를 내지른다.
“전부 옆에 개어 뒀으니, 우선 입고서 얘기하지.”
“아, 알겠당…….”
내가 잠시 뒤돌아 있는 동안, 미샤가 주섬주섬 옷을 주워 입었다.
“도, 돌아봐도 된당.”
“빠르군.”
“그럼 느긋하게 하겠냥!!”
이내 뒤돌자 평상복을 입은 미샤가 보였다.
장비 안에 입고 있던 얇은 천옷.
몸에 딱 맞아서 그런지 굴곡진 선이 더욱 여실하게 드러났다.
“장비는 안 입나?”
“그 전에 이것부터 대답해라! 왜 내가 아, 아, 알몸이었던 거냥!”
“그야 내가 벗겼으니까.”
“버, 버, 벗겼다고?! 네, 네, 네가?!”
“어쩔 수 없었다. 이 의식을 하면 장착 중이던 장비가 전부 날아간다고 들었으니까.”
참고로 이는 거짓말이다.
들은 게 아니라 직접 겪었다.
씨바, 열심히 키웠는데 장비가 전부 초기화되는 바람에 이도저도 못하게 되어 게임 오버를 당했지.
“…자, 잠깐만! 설마 처음에, 그 질문도 그래서 했던 거였냥?”
“그 질문이라니?”
“결혼이니 뭐니 했지 않았냥.”
아, 그거.
나는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배우자가 있다면 기분 나빠할 것 아닌가.”
나는 한국의 자랑스러운 유교인이다.
남편까지 있는 여성의 옷을 벗기는 불손한 짓은 결코 할 수 없다.
다만 내 말에 미샤는 어이없다는 듯 외쳤다.
“그런 걸 생각하는 놈이, 미리 말해 줄 생각은 못했던 거냥!”
“숨길 생각은 없었다. 근데 네가 내 말을 조금도 믿어 주지 않았지 않나.”
“그, 그건 그런데…….”
묻는 것마다 따박따박 합리적인 이유를 대자 미샤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보였다.
따라서 슬슬 강하게 나가도 되겠지.
“오히려 다급하게 벗겨야 했던 탓에 고생도 그런 고생이 없었다. 쯧, 그렇게 안 봤는데 장신구가 왜 그렇게 많은 건지.”
“…미, 미안하당.”
“됐고, 사과하기 전에 할 게 있지 않나?”
에둘러 말하며 미샤를 빤히 바라보았다.
원래 생색은 낼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내야 하는 법.
“…고맙당.”
“그게 끝인가?”
미샤가 잠시 고민하더니 재차 말했다.
“…고맙습니당?”
“어물쩍 넘어가려 하지 마라.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지 않나.”
“그, 그걸 꼭 내입으로 말해야만 하는 거냥?”
부끄럽고 멋쩍다는 얼굴로 미샤가 내 시선을 피했으나, 그런다고 봐줄 내가 아니다.
이런 건 언제나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하는 법.
“물론이다.”
내가 완고하게 말하자, 이내 미샤가 눈빛을 달리했다.
장난스런 분위기는 여기까지라는 듯.
처음부터 대충 넘어갈 생각은 없었다는 듯.
자세를 고쳐잡고서 나를 바라보았다.
“비요른, 있지 말이당. 나는… 예전에… 죽으려고도 했던 적이 있었당.”
갑자기?
그런 느낌도 없지 않았지만, 진중한 목소리에 일단 귀를 기울였다.
“그때 날 발견하고 살린 게 아버지였당.”
“아버지에게 고마워 해야겠군.”
“그랬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아름다운 얘기가 아니당.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아버지가 가장 먼저 한 말이 뭔지 아냥? 정 죽고 싶으면 미궁에 가서 죽으란 거였당. 얼마나 더 가문의 수치가 되어야 만족할 거냐면성.”
아, 어, 음…….
내 예상보다 훨씬 더 막장인 집안이었구나.
아까 한 말실수를 정정해야 하는지 진심으로 고민하고 있자니, 미샤가 담담히 말을 이었다.
“그래서 미궁에 들어왔당. 물론 아버지 말대로 죽으려고 들어온 건 아니당. 단지, 그 집안에서 도망치고 싶었당. 영혼수가 없어도, 만약 내가 대단한 탐험가가 되어서 인정받으면, 아버지도 날 다시 봐줄까 싶은 기대도 있었공.”
감정이 절제된 음성.
그 힘겨운 음성에서는 그간 자라오며 느꼈을 온갖 감정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물론 이걸로 아버지가 날 인정해 줄지는 모르겠당. 하지만 어째선지… 이제 그건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이 든당.”
이내 미샤가 날 보며 허리를 숙였다.
“…고맙다, 비요른. 이 은혜는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잊지 않고 가슴에 새기며 갚아가겠당.”
언젠가 시간이 흐르며 희석될지 언정, 지금 미샤의 진심을 의심하는 건 무의미해 보였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신파극은 이제 됐으니.
“수호신께 맹세코?”
경청하고 있던 나는 짧게 물었고.
미샤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호신께 맹세코.”
오케이, 깔끔하니 좋구만.
***
소환계, 강화계, 이능계.
영혼수와 계약을 한 수인은 일반적으로 이 세 종류의 능력 중 하나를 획득한다.
미샤는 강화계였다.
「미샤 칼스타인의 육신에 얼음마수 스카디아의 힘이 영구적으로 깃듭니다.」
육체 능력이 한 단계 도약한 것과 별개로, 빙결 속성이 상시적으로 부여된다.
방금 내가 얻어맞은 복부가 시린 것처럼.
“아앗! 때리라고 해서 때리긴 했는데, 그렇게 될 줄은 몰랐당. 괘, 괜찮은 거냥?”
동상이라도 걸린 듯 벌겋게 달아오른 피부.
이를 보며 나는 씨익 미소 지었다.
‘소환이나 이능이 아닌 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맞아 보니 더 확실하게 알겠다.
그간 바라고 바라던 속성계 공격수단이 생겼다.
이거면 이제 영체류 몬스터들 새끼도 후두려 팰 수가 있다.
“으잉? 정신 차려라 비요른! 왜 그렇게 바보처럼 실실 웃는 거냥!”
“아무것도 아니다. 그럼 이제 움직이지. 한곳에 너무 오래 있었다.”
주변을 대충 정리한 뒤, 미샤를 데리고 이동했다. 그리고 도중에 만난 9등급 영체류 몬스터인 ‘레이스’와 시험 삼아 싸워 보았다.
「레이스가 [시체불꽃]을 시전했습니다.」
[시체불꽃].어둠 속성과 화 속성이 섞인 액티브 스킬.
위력은 9등급 스펠보다도 낮으며…….
뱀파이어 정수로 어둠 저항력이 있는 내게는 맞아 봐야 뜨끈한 정도에 불과하다.
이처럼 영체류 몬스터들은 대부분 등급에 비해 전투력이 낮다.
초반부엔 공격 수단이 없어서 까다로울 뿐이지.
「레이스를 처치했습니다. EXP +1」
나는 성수를 뿌린 메이스로.
미샤는 서리가 깃든 두 주먹으로 열댓마리의 레이스를 후두려 팼다.
“흐잉, 때릴 때마다 이상한 느낌이 든당…….”
창이 아니라 주먹을 쓴 이유는 간단했다.
‘역시 1단계 각성이라 무기에는 적용이 안 되는구나.’
바바리안의 혼령각인에도 단계가 있듯.
수인의 영혼수 계약도 서서히 성장을 시키는 방식이다.
그래도 미샤가 원래 무투가 클래스였던 게 다행이었다. 주먹으로만 싸우다가 한계를 느끼고 그나마 적응이 쉬워 보이는 단검을 쓰게 됐다던가?
「위치스램프를 처치했습니다. EXP +1」
「다이로우터를 처치했습니다 EXP +2」
「돌연변이 하급 정령을 처치했습니다 EXP +2」
아무튼 이후로도 계속해서 숲을 돌아다녔다.
무리가 안 가는 선에서 보이는 족족 몬스터들을 해치웠다. 또한 기회가 될 때마다 최대한 쉬어 주며 체력을 비축했다.
「우드맨을 처치했습니다. EXP +1」
「호문쿨루스를 처치했습니다. EXP +2」
「아울베어를 처치했습니다. EXP +2」
그렇게 약 11시간이 흘렀다.
아직 7등급 몬스터는 마주치지 않았지만, 그 아래 등급 몬스터과의 전투는 딱히 어렵지 않았다.
위험한 상황이 연출된 적도 없었고.
우려와 달리 아직 엘리사년들이 우릴 찾아올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그놈들한테도 뭔가 문제가 생긴 건가?’
글쎄,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안일한 희망을 품기보단, 계속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자.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후, 역시 정수는 안 나와주는군.’
나는 씁쓸하게 입맛을 다셨다.
성수와 얼음마수 스카디아.
이 두 공격 수단을 통해 영체류 몬스터도 문제없이 사냥할 수 있게 된 우리였지만…….
그래 봤자 크게 변한 건 없다.
‘30%쯤 되려나.’
나는 생각했다.
내가 무사히 살아서 도시로 돌아갈 확률이 대충 그 정도쯤 되지 않을까 하고.
「마녀의 숲에 진입한 지 12시간이 지났습니다.」
「필드 효과 – 마녀의 숲이 강화됩니다.」
「상태이상 [마녀의 눈]이 부여됩니다.」
본격적인 생존은 이제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