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ing the Game as a Barbarian RAW - chapter (70)
70화 바바리안 히어로 (3)
전력을 다해 달리고 있다.
직경 5m에 달하는 실로 괴물 같은 거구를 이끌고서.
쿠웅! 쿠웅!
발이 땅에 닿을 때마다 대형 몬스터나 낼 법한 발소리가 난다.
“뒤처지지 말고 잘 쫓아가게!”
뒤에는 23명의 클랜원들과 미샤가, 그 뒤에는 잭 플리처의 선동에 휩쓸리지 않은 40명의 3층 탐험가가 있다.
그들이 함께하게 된 경위는 간단하다.
[장비를 모두 내놓으면 데려가 주지.]맥그레인이 조금의 손실조차 메꾸길 바라는 합리주의자였을뿐더러…….
「캐릭터가 [제물 각인]을 시전했습니다.」
「반경 100m 내에 위치한 제물의 숫자만큼 캐릭터의 육체 수치가 일시적으로 상승합니다.」
제물은 하나라도 더 많으면 좋다는 판단.
“베헬—라아아아아아!!”
힘이 넘쳐 흐른다.
넘쳐 흐르는 힘만큼이나 참기 어려운 파괴 본능이 온몸을 지배한다.
‘이건, 역시 투쟁심 때문인 거겠지.’
그래도 다행이다.
이 욕구를 참지 않아도 돼서.
“캬아아아아악-!”
미니어쳐 사이즈로 변한 리아키스의 분신체들이 전방에서 날아든다.
미니어쳐라 해 봤자 2m는 넘는 크기지만…….
그래 봤자 조그만한 건 똑같다.
후웅!
사정없이 메이스를 휘두른다.
몸이 하도 커지다 보니 메이스가 아니라 숟가락을 휘두르는 기분이다.
뭐, 처 맞는 놈 생각은 다르겠지만.
퍼억-!
명치를 후드려 맞은 분신체 한 놈이 가루가 되어 사라진다.
원래의 나였다면 몇 대는 더 때려야 죽었겠지.
새삼 육체 스탯이 얼마나 뻥튀기됐는지가 체감된다.
다만, 문제는…….
콰아앙-!
한 놈을 박살 낼 때마다 폭발이 피어난다.
분신체가 죽은 자리에서가 아니라, 내가 서 있는 그 자리에서.
「리아키스의 증오가 발동됩니다.」
「캐릭터가 혼돈 속성 피해를 크게 입습니다.」
[악의 틈새] 패턴에서 메인 탱커의 유무가 중요한 이유다. 이 자폭형 분신체들은 본인을 죽인 대상자에게 확정적으로 딜을 입힌다.즉, 고명한 검사든, 명성 높은 신궁이든 딜만 높아 봤자 여기선 아무짝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
콰아앙-!
연약한 마법쟁이 새끼였다면 한 방에 그냥 골로 갔을 만한 수준의 대미지.
온몸이 저릿하다.
고통내성이 있어도 이 정도니, 원래였으면 한 번 터질 때마다 곡소리가 터져 나왔겠지.
치이이이이익-!
온몸에 덕지덕지 붙은 흑색의 액체가 연기를 내며 녹아내린다.
상태가 안 좋은 곳은 이미 근육이 흘러내리고 속의 뼈를 드러냈을 정도.
다만, 문제는 없다.
나는 뱀파이어의 유지를 이어받은 어둠의 바바리안이니까.
「패시브 스킬 [어둠의 근원]으로 인해 심장이 파괴되기 전까지 캐릭터가 사망하지 않습니다.」
어떻게든 심장만 보호하면 된다.
뭐, 지금 상태면 그것도 시간문제처럼도 보일 테지만…….
쨍그랑!
분신체들을 가루로 만들며 길을 뚫는 그 순간순간에도 유리병들이 수없이 날아오고 있다.
또한, 부랴부랴 뒤따르는 신관들도 힘이 닿는 대로 힐을 쏟아붓고 있다.
“방금은 위험했네! 한 번에 너무 많이 해치우지 말게!”
“베헬—라아아아아!!”
“내 말을 들었으면 대답을 하게!”
아니, 그게 쉽겠냐고.
[거대화] 상태에서는 크기에 따라 위협 수치. 즉, 몬스터의 어그로를 끌 확률이 상승한다.근데 원래부터 몸뚱이가 큰 바바리안은 그 상승폭은 미친 수준에 가깝다.
사실상 상시 도발 모드나 다름없는 셈.
뒤따르는 탐험가들이 쾌적하게 이동할 수 있는 것도 전부 이것 덕분이었다.
전부 다 나한테만 몰려들고 있으니까.
“이보게!! 내 말이 들리지 않—”
“들린다.”
그래도 일단 맥그레인의 조언대로 페이스를 조절하자, 내 바로 뒤에 있던 미샤의 오빠놈과 다른 근접 전사가 분신체를 터트린다.
다만…….
“신관! 신관은 뭘 하나! 어, 어서 치료를!”
꼴랑 두세 마리 잡고 저 지랄 떠는 게 영 믿음직스럽지 않다.
신관의 힐이 분산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고.
무엇보다, 페이스를 조절하면 패시브 효과를 최대치로 터트릴 수가 없지 않은가.
「캐릭터의 생명력이 50% 이하입니다.」
「패시브 스킬 [영웅의 길]로 인해 모든 저항력 및 내성 수치가 상승합니다.」
오크 히어로의 패시브 스킬 [영웅의 길].
생명력이 절반 이하일 때부터 발동되는 이 스킬은 모든 종류의 방어 수치를 증가시켜 준다.
그리고 내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20% 이하일 때 최대치 효과가 적용됐지.’
애초에 오크 히어로 정수가 필요했던 것도 이것 때문이었다.
무슨 색 정수던지 간에 패시브는 똑같으니까.
“됐고, 둘 다 뒤로 가라.”
“뭐? 나는 아직 할 수 있—”
거, 어디 딜러 따위가 숭고한 탱커의 역할을 흉내 내려고.
“뒤에서도 뭐가 나타날 수도 있지 않나.”
이내 나는 두 명의 딜러를 좋은 말로 달래서 후방에 보냈다.
뒤에서 지켜보던 맥그레인도 이번엔 별말 하지 않았다.
그저 이렇게 소리쳤을 뿐.
“이제 10분밖에 남지 않았네. 앞으로가 중요하니 조금만 더 힘내 주게.”
그래, 거기서 응원이나 하고 있어.
***
5등급 탐험가 테일론 칼스타인.
그가 최전방에서 뒤로 물러나자 한 중년 사내가 말을 걸어온다.
“오, 자네 이제 이곳에 있는 건가?”
“예, 헤르네시온 님.”
이내 테일론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속한 정규 7팀의 마법사 안톤 헤르네시온의 낯빛이 밝아졌다.
“그래, 부단장이 잘 판단했군. 뒤에서 뭐가 나타날지 모르는데 이쪽도 신경을 써 줘야지. 안 그런가?”
“예, 그렇지요…….”
테일론은 씁쓸한 감정을 목안으로 뒤삼키며 힘없이 대답했다.
그리고 대화를 피하기라도 하듯 시선을 돌렸다.
그 시선의 끝에는 한 바바리안이 있었다.
“베헬—라아아아아아!!”
어둠 속에서 수도 없이 몰려드는 괴물들.
그리고 그 괴물들보다도 괴물 같은 모습으로, 함성을 내지르며 메이스를 휘두르는 바바리안.
콰아앙-!
벌써 몇 번째일지, 세는 것조차 무의미할 폭발 소리를 들으며 테일론은 입술을 씹었다.
까드득-
부단장이 잘 판단했다고?
뒤에서 뭐가 나타날지 모르지 않냐고?
그 질문에 모른 척 고갤 끄덕인 스스로가 역겨웠다.
‘제기랄.’
진실은 간단했다.
애초에 뒤로 물러나라고 했던 건 부단장조차 아니었다. 저 바바리안이었다.
반푼이 동생이 속해 있었던, 그 동생에 걸맞은 반쪽짜리 마법사가 꼴에 마법사라고 있었던, 군락지에서 꺼지란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던…….
그 팀의 일개 전사라고만 여겼던 바바리안.
[뒤에서도 뭐가 나타날 수도 있지 않나.]뒤도 돌아보지 않으며 한 그 말에, 텔리온은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아니, 하지 않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해 버렸으니까.
콰아앙-!
무기를 한 번 휘두르면 그 즉시 끔찍한 고통이 돌아온다.
아무리 몸이 날쌔도 피할 수 없다.
문제는 그 사실이 몸을 둔하게 만든단 것이다.
쉬지 않고 무기를 휘둘러야 하는 상황임에도 손이 굳어 움직이지 않는다.
참으로 한심하게도.
“이봐, 너무 개의치 말게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일 테니까.”
표정 관리를 하지 못했을까.
옆에 있던 사내가 그를 위로하듯 말했다.
마찬가지로 그와 함께 최전선에서 물러났던, 두 명밖에 남지 않은 전사 중 한 명.
“고통내성이 붙은 정수들은 대부분 평가가 좋지 않다고 들었네만, 이런 식의 전술이 가능하다면 재평가가 필요하겠군.”
사내의 위로에도 그는 입을 꾹 다물었다.
처음엔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저렇게 포션을 퍼붓는 건 고통내성이 있어야지만 가능할뿐더러, 애초에 저 바바리안과 자신은 역할군조차 다르다.
전사로서 최전선에서 싸우는 건 같지만…….
몸으로 받아내며 시간을 끄는 게 아니라, 찰나의 빈틈을 노려 적의 목에 일격을 꽂아넣는 것이 자신의 역할.
콰아앙-!
그러니 당연한 결과다.
자괴감을 느낄 필요조차 없다.
그래,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베헬—라아아아아!”
저 커다란 뒷모습을 지켜볼수록 의문이 든다.
‘어떻게 저 지경에서 망설이지 않을 수 있는 거지……?’
폭발에 휩쌓인 살점이 물처럼 흘러내린다.
달려드는 짐승이 훤히 드러난 뼈를 이빨로 물어뜯는다.
근데 그런 와중에서도, 저 바바리안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정확히 무기를 휘두른다.
몸이 굳었던 자신과 다르게.
멈추지 않고 해야 할 일을 해나가고 있다.
‘근데 이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그럴 리가 있나.
애초에 고통내성이 있다고 해서, 통증을 완전히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라고 들었을뿐더러…….
설령 그게 아니더라도 그렇다.
“용맹하기로는 바바리안을 따라갈 자가 없다더니, 그 말이 사실이었군.”
“마치 죽음이란 걸 모르는 자처럼 보일 정도네.”
포션이 있고, 신관이 있고, 뱀파이어의 정수가 있다고 해서 무적인 건 아니다.
어느 유명한 탐험가가 말했듯.
미궁 내에서 죽지 않는 존재란 없다.
이는 저 바바리안도 마찬가지.
‘더 이상 부정하는 건 의미가 없겠군.’
아이러니하게도 인정을 하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해나가는 것.
이 간단한 것조차 못하는 자가 얼마나 많던가.
지금 저 바바리안이 해내고 있는 일은, 절대 누구나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전과 달라진 주변 반응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부단장의 혜안이 실로 대단하군. 저자가 저렇게까지 저 임무를 잘해낼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건만.”
“저 친구 이름이 뭐였는지 아는 자가 있나? 저런 자라면 분명 어느 정도 알려졌을 터인데…….”
“아까 부단장과의 얘기는 어떻게 됐지? 저런 자가 클랜에 들어온다면 굉장히 든든할 거 같네마는…….”
고통내성 같은 자세한 사정을 알지 못하더라도 보고 있으면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저 바바리안이 본인들을 살렸다는걸.
“저자가 없었다면 어떤 상황에 처했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군.”
“미샤 양이라고 했나? 저 친구는 대체 정체가 뭔가?”
“어어, 모르겠는뎅…….”
누군가 반푼이 동생에게도 질문했지만, 애석하게도 제대로 된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옆에 있던 마법사, 헤르네시온의 중얼거림을 들으며 그는 생각했다.
“바바리안족의 영웅이라 불렸던 발칸이 살아 돌아온다면, 마치 저런 모습일 것만 같군…….”
저 바바리안의 이름이 무엇인지, 벌써 궁금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끝이다! 끝이 보인다!!”
“속도를 올려라!”
머지않아 누구나 다 알 수 있을 테니까.
***
「필드 효과 [악의 틈새]가 소멸됩니다.」
***
어둠 속에서 빠져나온 순간.
후우웅우웅—!
폭풍이 몰아치는 듯한 굉음이 피어난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천장에서 검붉은 광선이 어둠의 중심부를 향해 쏘아진다.
콰아아앙—!!
흡사 종말이 도래하는 듯한 광경.
이를 보며 맥그레인이 중얼거렸다.
“아슬아슬했군.”
“동감이다.”
안개처럼 사라진 어둠 너머엔 그 무엇도 남아 있지 않았다.
오크 군락지가 있었을 그곳에 자리한 것은 오직 파괴된 대지의 흔적뿐.
전투의 흥분으로 달궈진 머리가 차갑게 식는다.
아마 조금만 빠져나오는 게 늦었다면…….
‘[어둠의 근원]이고 뭐고 그 자리에서 뒈졌겠지.’
사실 아슬했단 말로 끝내는 것도 웃겼다.
막판에 들어서는 영혼력.
즉, MP가 바닥나며 [거대화]가 끊긴데다가, 반대쪽으로 간 탐험가들도 전부 뒈졌는지 분신체들이 해일처럼 몰려들기 시작했으니까.
제시간에 탈출한 것만으로도 기적 같은 상황.
그럼에도 아직 모든 게 끝난 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진짜 기도를 해야 하는 건 지금부터겠지.’
나는 빠르게 생존자의 숫자를 확인했다.
정확히 30명이었다.
막판에 장비를 대가로 주고 따라온 탐험가들이 대거 죽은 탓이다.
‘즉, 확률은 30분의 1. 아니, 미샤까지 더하면 15분의 1인 셈인가…….’
낮기야 하지만 안심하기는 어려운 확률.
나는 긴장을 풀지 않으며 다른 이들의 변화를 살폈다.
그러던 때였다.
“비, 비요른……?”
미샤의 음성이 옆에서 들려온다.
어딘가 당황한 듯한 목소리.
“어, 어째선지 몸이 안 움직인당…….”
이내 고개를 돌려 미샤를 보자 빳빳하게 굳어 있는 모습이 보인다.
「미샤 칼스타인이 [먹잇감]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미샤 칼스타인이 행동불가 상태에 빠집니다.」
씨발, 실화냐?
맥그레인이 정체 모를 탄성을 자아냈다.
“놀랍군. 설마 자네 쪽에서 그게 나올 줄은 몰랐는데.”
“왜, 왜 다들 나를 그런 눈으로 보는 거냥……?”
구구절절 설명해 줄 시간은 없다.
나는 혹시나 싶어 물어나 봤다.
미샤의 오빠놈 눈을 정확히 응시하면서.
“얘를 데리고 가 줄 생각은 있나?”
“그, 그건…….”
“그건 곤란할 거 같네. 우리도 더 이상의 희생은 감수하기 어려운 실정인지라.”
대답하기 힘들어 하는 오빠놈을 대신해 맥그레인이 단호하게 선을 긋는다.
다만, 나는 재차 물었다.
“네 생각도 같나? 관계가 어떻든 그래도 동생인데,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둘 건가?”
“비, 비요른……. 뭔진 몰라도 나는 괜찮으니 그만…….”
괜찮긴 뭐가 괜찮아.
네 목숨이 달렸는데.
“그래서 대답은?”
다시 한번 강하게 묻자, 놈이 맥그레인의 눈치를 보더니 짧게 답했다.
“내겐… 가족보다 이쪽이 더 중요하다.”
지랄,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으니까 그런 거겠지.
하여튼 마지막까지 마음에 들지 않는 새끼다.
“귀한 시간을 낭비했군.”
그리 중얼거리며 나는 통나무화 된 미샤를 업어 들고서 천으로 동여맸다.
그리고 얼른 시간을 확인했다.
[23 : 45]미궁이 닫히기까지 남은 시간은 약 15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을 시간.
「혼돈의 군주 리아키스가 깨어납니다.」
아무래도 내 생에 있어서 가장 긴 15분이 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