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113)
제 1113화
258화. 전 차원의 포식자(3)
울컥! 시론은 목을 타고 치솟은 핏물을 한 움큼 뱉어냈다.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내상을 입은 것이다. 이미 연일 단 1초도 쉬지 않고 격전을 치른 몸이었다. 그럼에도 마신대의 창성들은 지금껏 시론의 강체를 뚫지 못했으나, 켈리악은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공격이 계속해서 날아든다.
이제 검게 변했던 시야는 또 한 번 새하얗게 물들고 있었다. 태양을 정면으로 마주 본 것처럼 눈동자가 타오르는 듯했다.
고통은 얼마든지 견딜 수 있으나, 켈리악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엄호를 해주고자 곁으로 다가온 이들과의 정확한 거리조차 알 수 없을 지경이었다.
‘시야가…… 빛 마법 같은 것은 아니다. 현실을 조작하고 있군.’
현실 조작, 시론의 예상대로였다.
켈리악은 마신석 없이도 강력한 조작과 왜곡을 실행할 수 있었다. 시론은 침착하게 켈리악의 능력을 파악하며 정신을 집중했다.
“다들 평정을 유지하도록, 누구든 한 번만 실수하면 얼마든지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상대다.”
시력이 사라진 상태라 할지라도, 그는 시론이다.
힘의 흐름.
시론은 본래 안력에 쓰이던 힘을 빠르게 육감으로 전환했다. 그 감각만으로 상황을 살피는 건 불투명한 유리 너머를 보는 듯 답답하지만, 시론에겐 그 정도면 충분했다.
“시야를 가리는 현실 조작이군. 너흰 괜찮나?”
반도 시론과 똑같은 현상을 겪고 있었다.
다른 창성들과 달리 두 사람에게만 시야를 가리는 조작이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켈리악이 두 사람을 크게 의식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괜찮습니다.”
그러나 켈리악은 권능이 부족해서 두 사람만 눈을 가린 게 아니다.
고오오오……!
사방에 켈리악이 형성한 마력 구체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태양처럼 빛나는 새하얀 구체와 공간에 통째로 먹을 들이부은 듯 검은 구체였다.
명원계, 암원계.
전 차원에서 오로지 마신대의 켈리악만이 닿은 마법의 종착점. 태산처럼 거대한 수십 개의 마력 구체들은, 백색함대조차 아랑곳없이 집어삼키며 하늘을 장악하고 있었다.
쿠드득, 드그그그극-! 퍼어어……!
“케, 켈리악 경!”
“크아아아악!”
함대가 구체로 빨려 들어가며 생긴 폭음과 탑승하고 있던 마신대들의 비명이 울리고 있었다. 켈리악의 힘에 전장의 모든 함대가 정상 작동하지 않고 있었으니, 그들은 수장의 학살로부터 도망칠 수도 없었다.
저항할 수도 없었고, 저항할 의지가 있지도 않았다. 자주 있던 일인 듯, 운 좋게 구체를 피한 마신대들은 침묵을 지켰다.
“그래도 오늘은 즐겁고도 아쉬운 날이다. 너희를 모두 몰살하면, 나는 앞으로 다시는 이렇게 싸울 일이 없을 터…… 놀아보자꾸나, 677차원이여.”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하늘을 채운 구체로부터 사선으로 광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처럼 셀 수 없이 떨어지는 빛과 어둠, 두 속성을 품은 마력. 그 끔찍하고 잔인한 비는 순식간에 전장 전역을 뒤덮었다.
스스스스, 소리는 마치 나뭇잎이 마찰할 때처럼 부드럽다. 그러나 그 수많은 빗줄기 하나하나가 백색함대는 물론이고 황금함대조차 종잇장처럼 찢을 수 있는 위력을 품고 있었다.
[전부 라프라로사 쪽으로 모여라! 어서!]무라칸이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는 내내 베일과 함께 아군들을 지키고 있었는데, 켈리악의 비를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수많은 이들이 죽게 되리라고.
라프라로사는 모든 함선 중 유일하게 제 기능을 잃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명왕포로 비를 걷어내며 창성을 지원하기엔 짊어져야 할 위험이 너무 컸다. 라프라로사는 모든 동력을 보호막을 형성하는 일에 쏟아붓고 있었다.
“컥!”
“탄텔 형제!”
중앙 전장의 선두를 지키던 명왕족들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한 줄기 광선이 탄텔의 광심장 한가운데를 정확히 관통하며 땅에 내리꽂혔다.
눈에 보이는 대지 전체에 창이 꽂히고 있었다. 탄텔은 심장을 관통한 창을 부여잡은 채 형제들을 돌아보았다.
“커으…… 어서 가! 가라, 형제들……!”
잠시 후 그는 온몸이 창에 묻혔고, 근처에 있던 평전사들 대부분이 그렇게 죽어갔다.
“형제들, 광심장을 폭주시켜라! 헛되이 죽기만 하지 말자고, 우리가 잠시라도 버텨줘야 한다, 단 1초라도!”
검고 하얀 창들 사이로 조금씩 푸른 뇌기가 일어났다. 죽음을 앞둔 평전사들의 마지막 불꽃이었다.
의미가 없지 않다. 분명 창은 잠시뿐이나 그 힘에 밀리거나 틀어졌고, 덕분에 목숨을 건진 이들이 존재했다.
다만 이미 전장 중앙부터 후방은 완전히 전선이 무너진 상태였다. 비를 멈추게 하지 않는 한, 다시는 전선을 형성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너흰 무얼 하고 있나? 가서 도망치는 적들을 잡아 죽여라. 그들이 일말의 희망조차 갖지 못하도록 온몸을 던져라.”
켈리악이 말했다.
저 빛과 어둠의 빗속으로 뛰어들라는 이야기는, 사실상 아군에게도 죽으면서 돌진하라는 뜻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최소 창성은 되어야 제대로 추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신대들은 명령을 따르고 있었다.
광신자들처럼, 함선에서 내려와 물러서는 연합원들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두 걸음을 떼기도 전에 죽는 이들이 태반처럼 보였다.
그렇게 죽은 이들은 키다드 홀처럼 한 줌의 마력이 되어 켈리악의 육신으로 흡수되었다. 애초에 그는 부하들 대다수를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차라리 자신의 마력이 되는 게 적들을 멸하기에 더 낫다고 생각하는 까닭이었다. 창성 아닌 이들의 마력은 흡수해도 그저 바다에 한 방울 물이 추가되는 것일 뿐이나, 켈리악은 그저 게걸스럽게 부하들을 집어삼킬 뿐이었다.
[미친 자식!]카앙-! 오르갈의 일검이 켈리악의 보호막을 두들겼다.
“넌 나를 볼 때마다 열을 내는군. 오르갈, 마녀의 선택을 받은 자. 마녀도 이제는 그 선택을 후회하고 있지 않던가? 아, 어차피 대안이 없으니 상관없나? 어쨌거나, 너를 보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겠어.”
[정말 이 세계마저 결국 멸망을 맞이하면, 네놈을 기다리는 건 그저 끝없는 공허밖에 없을 것이다.]“주제에 내 걱정을 다 하는군.”
[시론을 원한다고? 네놈은 모든 걸 초월한 척하는 인간일 뿐이야. 너도 결국 누군가를 곁에 두고 싶은 것이다. 네놈을 이해할 수 있는 자를, 받아줄 수 있는 자를. 그러니 옥타비아에게도 집착하는 것일, 컥!]별안간 하늘에서 떨어진 거대한 빛의 기둥이 오르갈을 내리쳤다. 비를 형성하는 구체 중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두 개의 구체, 그중 명원의 중심체로부터 쏘아진 기둥이었다.
[그아아아아……!]그 수많은 차원에서 수백 번이나 오르갈의 목숨을 앗아간 마법, 그는 기둥 속에서 몸부림을 쳤으나 벽을 뚫고 나아갈 수 없었다.
대신 한껏 응축된 한 줄기 심홍 검기가 일순 오르갈을 묶은 기둥을 베어냈다. 그 틈에 오르갈은 기둥을 빠져나오며 가쁜 숨을 토했는데, 온몸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난 회복할 수 있다, 조심해!]뒤따라 떨어지는 암원계 기둥, 루나는 가까스로 검은 기둥을 피할 수 있었다.
완전히 피한 건 아니었다. 손가락 반 마디쯤 어깨를 스친 것이다. 루나는 재빠르게 어깨를 살폈다.
‘검은 기운에 닿은 부분이…… 사라지고 있어!?’
손가락 반 마디, 그 정도일 뿐이니 살갗과 근육 조금일 뿐이다. 검이나 마법에 베였다고 해도 치명상은커녕 잠시 주춤할 부상조차 될 수 없었다.
하지만 켈리악의 암원계 마법은 다르다.
‘완전히 사라졌다, 처음부터 없던 것처럼!’
채 3초가 지나기도 전이었다. 암원계 마력에 스친 부분은 마치 지우개로 지운 듯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성왕 라니가 오더라도 사라진 피부와 근육은 돌아오지 않으리라고. 극히 작은 부위고, 환부가 사라진 것 외에는 별다른 고통이 따르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존재 자체가 지워지는’ 압박은 일반적인 부상과 차원이 다르다. 검에 베이는 고통도, 불에 타는 고통도 그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만일 암원계 마력에 닿은 부위가 어깨 일부가 아닌 머리나 심장 같은 급소였다면, 창성에 다다른 루나조차 아무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 돌연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사라진 환부가 당장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더라도 앞으로도 계속 그러리라 확신할 수도 없었다. 지금처럼 극히 일부만 스쳐도, 곰팡이가 번지듯 조금씩 지워지는 부위가 커질 수도 있으니까.
불안한 예감은 곧 현실이 되었다.
루나는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환부가 확장되는 현상을 확인하고 말았다. 이런 속도라면 길어야 하루, 짧으면 열두 시간 안에 육신 전체가 지워질 터. 게다가 일정 이상 육신이 지워지면 어차피 살아있어도 전투는 불가하니, 사실상 죽음은 그보다 빨리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
“다들 조심하십시오! 검은 마력은 스치기만 해도 끝입니다.”
[이봐 루나, 끝이라니!?]“존재가 지워진다. 오르갈, 어서 다음 공격에나 대비해!”
오르갈로서도 암원계는 처음 겪는 마법이었다. 켈리악이 다른 차원의 오르갈들을 끝장낼 때 굳이 암원계까지 사용할 필요는 없었으니까.
창성이 가진 존재의 힘조차 암원계 마력을 극복할 수 없었다. 그나마 루나가 창성이기에 바로 사라지지 않고 버틴 것이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루나의 말뜻을 알아들은 오르갈은 자책하고 있었다. 더 신중하게 공격을 시도했다면, 루나가 당할 일은 없었다는 생각을 떨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떨쳐야 했다. 전투에 모든 감각을 쏟지 않고는 잠시도 살아남을 수 없는 상대이기에, 오르갈은 검을 그러쥐었다.
스치기만 해도 존재가 지워진다.
안 그래도 설명할 수 없이 강한 상대가 그런 능력까지 지니고 있으니, 연합의 창성들로서는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기가 쉽지 않았다.
‘답이 없다, 적어도 잔상처는 배제하면서 싸울 수 있어야 어떻게든 변수를 만들 수 있건만. 어찌해야 좋단 말인가?’
이내 루나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저 뒤편에서 한 명왕족이 누군가를 등에 업은 채 켈리악의 비를 뚫으며 창성들을 향해 달려오는 모습이 이어졌다.
“벨리즈 형제!?”
칠투왕 벨리즈, 그녀는 온몸에 여섯 개의 창이 꽂힌 채 발레리아를 업고 있었다. 그리고 발레리아는 창성들을 향해 이렇게 소리쳤다.
“제가 조작과 왜곡을 막아보겠습니다, 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