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120)
제 1120화
258화. 전 차원의 포식자(10)
추하다.
태양신의 힘을 얻고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끊임없는 자폭, 심지어 재생하는 방식조차 보는 것만으로 역겹다.
연합 창성들은 조슈아에게 한 번도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가 얼마나 처절하게 고통을 견디며 자폭을 시전하든 고마운 마음이 들지 않는 건 물론이고, 의식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켈리악은 마냥 조슈아를 무시할 수 없었다. 전투에 집중하는 의식 중 1리 정도는 계속 그를 소멸시키는 암원의 마력을 일으키는 일에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죽어! 뒈지라고 이 괴물 새끼야!]오르갈의 검이 켈리악의 가슴팍을 관통했다.
이제 그는 허리가 굽고 눈동자는 허옇게 뜰 정도로 늙은 상태였으나, 그 검에는 여전히 깊이와 긍지와 온전한 자신만의 집념이 서려 있다.
이를테면, 여전히 그는 강하다.
그의 머릿속엔 전 차원을 통틀어 겪은 수백 번의 잔혹한 패배가 각인되어 있으나, 그 기억은 오히려 그를 더 빛나게 만들고 있었다.
켈리악은 오르갈을 떼어내는 대신 먼저 반원 형태의 보호막을 펼쳤다. 말루기아와 다른 창성들이 추가로 달려들지 못하도록.
그러고는 우악스럽게 자신의 가슴을 파고든 칼날을 붙잡았다.
“명을 재촉하는구나. 그러지 않아도 그리 오래 남지 않았건만.”
칼날 속으로 켈리악의 마력이 쏟아지고 있었다. 이내 오르갈이 힘으로 가슴에 박힌 검을 뽑아내자, 오르갈은 얼굴의 모든 구멍에서 피를 쏟으며 비명을 토했다.
[커헉!]명과 암의 마력이 검을 타고 오르갈의 육신으로 침투한 것이다. 그럼에도 오르갈은 검을 놓지 않았으나, 켈리악은 그런 그가 가소로운지 코웃음을 쳤다. 이미 가슴에 난 관통상은 완벽하게 아물었다.
철그덕-! 칼날이 부러졌다. 그리고 검을 쥐고 있던 오르갈의 오른팔을 기점으로 공간 폭발이 번졌다. 수십 갈래의 날카로운 마력이 오르갈의 상반신 오른편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모습이 이어졌다.
“오르갈!”
창성들이 보호막을 찢고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괜찮으니 놈을 쳐!]괜찮지 않다. 상체의 거의 절반이 난도질당해 날아갔으니, 그는 초 단위로 의식이 끊어졌다 돌아오기를 반복할 지경이었다.
그 와중에도 켈리악을 노리라고 소리친 것이다.
켈리악의 가슴에 난 상처는 다 재생되었으나, 오르갈이 보여준 투혼은 결코 의미가 없지 않았다.
‘아주 조금이지만, 켈리악의 반응이 느려졌다……!’
마치 철옹성의 성벽 한쪽이 허물린 듯, 연달아 뻗어진 창성들의 검이 켈리악의 몸에 닿는 빈도가 확연히 높아졌다.
광속 찌르기, 시론이 펼친 룬칸델의 비기가 이번엔 켈리악의 무릎을 꿰뚫었다. 켈리악은 오른쪽으로 몸이 기울어지며 일순 중심을 잃었다.
목으로 떨어지는 바리사다는 겨우 손으로 쳐냈다. 그러나 반대편으로 떨어지는 반의 검까지 막을 수는 없었다.
‘이런!’
그그그그극-! 뇌전으로 빛나는 칼날은 켈리악의 목을 반쯤 파고든 후 진행을 멈췄다. 반이 멈춘 게 아니었다, 켈리악이 순간적으로 육신의 강도를 높인 것일 뿐.
그 대목에선 반조차 충격을 받았다. 태어나 검을 쥔 후, 칼날을 상대의 목으로 밀어 넣고도 끝까지 베지 못한 건 처음이었다.
“무얼 그리 놀라나, 투신. 설마 이 정도로 내 목을 벨 수 있다고 믿은 것이냐?”
켈리악이 두 사람을 튕겨냈다. 말루기아와 헤일린은 그들과 연계하지 못하고 거리를 다시 조절했다.
“그럴 테지. 하지만 네놈에게도 한계라는 게 존재하는 모양이군. 그리 놀란 얼굴을 한 걸 보니.”
그 말에 켈리악은 반의 칼날이 들어왔던 환부를 매만졌다. 마력이 들어차며 빠르게 재생되고 있으나, 무언가 불편하고 낯선 감각이 전신을 휩쓰는 것 같았다.
잠시 후 켈리악은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이 내가, 지치고 있다고?’
지친다는 감각.
반응이 둔해지고, 몸이 무거워지고, 호흡이 불편해지는. 어느 순간부터 더는 느낄 일이 없으리라 생각한 그 감각이, 전신으로 엄습하고 있었다. 제국에서 진에게 일격을 허용한 순간보다도 훨씬 더 거친 피로감이 몰려왔다.
“푸흐흐흐, 좋아. 계속 그렇게 하는 거다, 나를 더 몰아붙여, 마신석 없이는 나도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어라, 나는 절대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소리쳐라! 나는 또한, 그만큼 강해질 것이니.”
그가 광인처럼 폭소하며 소리를 지르자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진은 순식간에 전장 전역으로 퍼졌고, 흑해 전체를 뒤흔들 기세로 끝도 없이 나아갔다.
하늘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켈리악의 거대한 마력 구체들도 진동하고 있었다. 그중 몇몇은 표면이 깨지며 안에 있던 찐득한 마력을 지상으로 쏟아냈고, 그 마력은 곧 세차게 흐르는 강과 같은 형태가 되었다.
그 강에 한 번이라도 휩쓸리면, 그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다.
시론과 반, 그리고 말루기아와 헤일린조차 강의 흐름을 피해 위치를 조정하고 있었다. 오르갈은 자력으로는 피할 수 없어 동료들이 대신 그를 옮겨주었다.
[끄으으…… 루나…… 나 아직은, 싸울 수 있다. 조금 의식이 오락가락하는 거야, 그냥…….]“……안다, 오르갈.”
빈말이 아니었다. 창성들은 여전히 오르갈이 필요했다. 그가 이보다 더 처참한 상태가 되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죽음의 강들은 항아리 속 뱀들처럼 서로 맞물리며 엉켰고, 그때마다 하늘을 가를 듯한 해일이 일어섰다.
시론은 쇄천으로 그중 일부를 상쇄하느라 한동안 켈리악과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마력 구체의 껍질이 하나씩 터질 때마다 새로운 강줄기가 생겼고, 다행히 아직까지 그 속에 휩쓸려 고통을 받는 건 조슈아 한 사람뿐이었다.
[그워어어…… 그우욱…….]창성들이 설 수 있는 영역은 빠르게 좁아지고 있었다.
전장을 옮기는 건 불가하다. 켈리악이 의도대로 따라올 리도 만무할뿐더러, 곧장 아군이 학살되기 시작할 테니까. 켈리악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이 우스운 마음이었다.
“사람들을 지키고 싶나? 하지만 너흰 사람들이 아닌, 로키아 가네스토를 지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건 지켜보는 재미가 있겠군.”
켈리악이 말을 잇는 사이, 사투 중인 모든 이들은 급속도로 전장의 공기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또한 갑자기 정오가 찾아온 듯 풍경이 환해지기 시작하더니, 전장은 몇 초가 지나기 전에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얗게 변하고 있었다.
“저게 무슨.”
“태, 태양……?”
중앙 전선을 지키던 이들도, 창성들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빛과 열기가 모두 하늘에서부터 떨어지고 있었으니까.
그곳엔 태양이 있었다.
감히 한눈에 다 담을 수조차 없이 거대한, 화염옥의 하부 끄트머리가 멸망한 불사조들의 영역 사이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태양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특별히 강하지 않은 이들은, 단지 반사적으로 그걸 쳐다본 것만으로도 이미 눈이 멀고 있었다. 눈동자가 불타오르며 얼굴의 살갗이 녹아내리는 것이다.
멸살화염옥 – 마신
켈리악 지플의 절기 중 하나였다. 암천, 솔더렛의 힘을 뜻하는 속성은 포함되지 않으나 켈리악은 마법의 진정한 끝을 본 인물이다.
그의 멸살화염옥에는 영기가 필요치 않았다. 오히려 영기에 기댔다면 결코 닿을 수 없는 영역이었다.
[이 미친……! 크하아악!]무라칸조차 비늘이 솟으며 날개가 녹는 고통을 경험하고 있었다. 그는 가장 높은 상공에서 아군을 보호하고 있었으니 그만큼 멸살화염옥과 가까웠다.
불길에 휩싸이며 추락하는 무라칸, 그는 가까스로 정신을 부여잡으며 빠르게 가까워지는 지상을 쳐다보았다.
자신이 쓰러지면 거기 서 있는 이들은 아무도 살아남을 수 없었다. 울컥울컥 검은 핏물을 토해내며, 무라칸은 다시 한번 진 암흑도래를 펼쳤다.
영기의 어둠만이 아군을 살릴 수 있었다. 당연히 무라칸은 라프라로사를 믿고 우선 병력을 위해 어둠을 깔았다.
하지만 다음 순간, 무라칸은 멸살화염옥이 중점적으로 노리는 건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병력이 아니라, 라프라로사를 노렸다고!?’
화르르륵……!
라프라로사의 보호막 전면에 화염이 피어나고 있었다. 멸살화염옥의 집중된 열기가 보호막 전면부를 통째로 녹인 것이다.
마신대의 병력은 그 틈을 파고들지 못했다. 멸살화염옥은 피아를 구분하지 않고 모조리 태워버리고 있었다. 멸살화염옥의 중점적인 목표가 라프라로사일 뿐, 그저 가만히 퍼지는 열기만으로도 대다수 병력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채 십여 초가 지나기도 전에 보호막을 넘어, 전면 장갑조차 조금씩 녹아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연신 새로운 보호막을 형성하고 있는데도 내부로 밀려드는 열기를 다 막을 수는 없는 까닭이었다.
대봉인이 위험하다. 이미 작업실 앞에서 대봉인을 맺고 있는 탈라리스는 난데없이 밀려드는 낯선 열기에 이를 악물고 있었다.
단지 뜨겁다는 감각 때문이 아니었다. 멸살화염옥에도 당연히 소량의 명원, 암원계 마력이 섞여 있었다. 그 마력은 라프라로사 내부로 유입될 때마다 정확히 탈라리스만을 노리고 있었다.
탈라리스가 쓰러지는 순간, 자칫하면 아메리스와 로키아의 의식은 돌이킬 수 없이 어그러질 터.
무라칸이 온몸으로 최대한 막아내고 있으나, 결국 라프라로사가 위치를 변경해야 했다. 그건 곧, 지상을 지키는 모든 병력을 버리고 물러나야 한다는 의미였다.
‘빌어먹을, 처음부터 라프라로사를 노리는 줄 알았다면 조금은 시간을 더 벌 수 있었을 텐데, 어떻게 해야. 저 녀석들을 전부 포기할 수밖에 없는 건가, 정녕……!’
무라칸이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별안간 지상에 있던 한 존재가 태양에 정면으로 맞서며 날아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유지의 자아 포칼, 그녀는 두 팔을 활짝 벌린 채 멸살화염옥을 홀로 감당하려는 듯 보였다.
“포칼, 역시 세상을 유지하려는 유약한 자아로군. 필멸자들이 죽는 모습을 보는 게 괴로워서 소멸을 택한 것인가, 어리석군. 네 선택은 결국 너희들의 세상을 더욱 빨리 멸렬시킬 것이다.”
그 말에 포칼은 무덤덤한 목소리로 이렇게 답했다.
[대체 누가 소멸하려 한다는 것이냐? 켈리악. 나는 맞이하러 왔을 뿐이다, 나의 가장 어두운 자식을, 그 아이의 나와 닮은 한 부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