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39)
제 111화
47화. 키다드 홀의 죽음 이후(1)
키다드의 죽음이 알려진 것은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난 다음이었다.
세상이 발칵 뒤집히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상당히 긴 시간 은거하며 존재감이 많이 옅어졌으나, 9성 마법사의 죽음은 그 자체로 충격적인 소식일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명확한 사인조차 밝힐 수 없었다.
키다드가 죽은 곳은 롬프의 숲속 외따로 위치한 은거지. 롬프 사람들은 키다드가 한 달이나 번화가로 내려오지 않는 것에 그다지 의구심을 품지 않았다.
그저 그와 함께 다니던 소년과 함께 무언가 연구를 하고 있나보다 짐작한 것이다.
덕분에 한 달이나 방치된 키다드의 시신은 산짐승들의 먹잇감이 되어, 작은 뼈 몇 조각이 겨우 남았을 뿐이었다.
따라서 소식지 기자들과 마법학회 관계자들, 그리고 키다드와 개인적인 은원을 맺고 있는 이들은 벽에 새겨진 문구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진 그레이. 키다드 홀을 살해한 유력한 용의자, 그는 대체 누구인가?
-키다드 홀은 왜 살해당했는가? 그리고 그가 은거하고 있던 이유는?
-역류계 마법의 정수는 안타깝게도 성국 반켈라의 영원창고에 보관된 것으로 추정되어지며…….
연일 이러한 제목을 단 기사가 쏟아지는 와중.
‘진 그레이’라는 이름을 알고 있는 자들도 저들끼리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설마 막내는 아니겠지? 진 그레이. 흔한 이름이니까…….”
“말도 안 돼. 막내가 엄청난 건 사실이지만, 9성 마법사라고. 그럴 리 없을 거야. 응, 그렇고말고. 분명 아닐 거야.”
“하하, 그렇지……?”
이제 예비 기수가 되어 출가 대기 중인 토나 형제.
그들은 부정하면서도 왜인지 막내일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다.
“하여간 우리 등신 같은 동생들. 9성 마법사를 만나본 적도 없으니 잘도 그런 개소리를 하는구나. 저것들이 이제 몇 달 뒤면 예비 기수가 된다니…… 쯧.”
“에이, 왜 그래 뮤 언니. 저것들 멍청한 소리 지껄이는 걸 듣다보면 좀 귀엽기도 하잖아, 확 죽여 버리고 싶을 만큼. 9성은 얼어 죽을, 저번 백랑족도 어처구니가 없었는데.”
뮤와 앤이 피식거리며 토나 형제를 쏘아보자, 이번엔 메리가 그녀들을 쳐다보았다.
“다들 닥쳐. 식사에 방해돼.”
“칫! 메리 언니, 우리가 이 정도 말도 못해요?”
“닥치라고 했다.”
“하! 언니, 토나 녀석들 떠들 땐 왜 가만히…….”
“뮤, 앤. 너희 둘 아마 한마디만 더하면 메리한테 죽도록 터질 걸. 이제는 나도 못 말려준다. 지금은 어머니도 안 계시니까 말이야.”
둘째 아들, 디푸스가 어깨를 으쓱였다.
룬티아는 다 귀찮다는 듯 고개를 저었고, 란과 뷔고는 묵묵히 요리에 집중하는 모습.
순혈 2세대들이 한 자리에 모인 식탁. 빠진 것은 루나와 요나, 그리고 예비 기수인 진뿐이었다.
탁.
조슈아가 나이프를 내려두며 입가를 닦았다.
“자자, 그만들 해. 오랜만에 다 같이 저녁 먹는 자리잖아, 얼굴 붉힐 필요 있나? 그리고 나도 키다드 홀을 막내가 죽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되는군.”
모두의 시선이 조슈아에게 닿았다. 관심 없다는 듯 멍하게 있던 룬티아까지도.
“첫째 오라버니까지 왜 그래요, 대체.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음…… 물론 막내 혼자서는 불가능하겠지만. 요나. 그 아이가 도와줬다면 가능할 테지.”
그러자 메리와 디푸스가 한껏 적개심 가득한 눈동자로 조슈아를 노려보았다. 두 사람은 늘 조슈아의 모략에 진절머리를 치곤했다.
“적당히 하슈, 형님. 그냥 식사나 하자고 부른 건 아닌 줄 알았지만, 이런 전개 아주 지긋지긋하거든. 이젠 하다하다 예비 기수까지 견제합니까?”
“요나가 도와줬다는 말. 책임질 수 있어요? 첫째 오라버니.”
“글쎄, 단지 짐작일 뿐인데. 책임까지 져야 하나? 9성 대마법사가 죽었는데 사인조차 밝혀지질 않았어. ‘무명’의 솜씨가 아니라면 어려울 것 같은데.”
무명.
요나는 현재 룬칸델이 아니라 ‘무명’이라는 살수집단에 소속된 상태였다.
“오라버니는 옛날부터 요나가 잘못되길 바라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지금도 뜬금없이 그 녀석의 이름을 꺼내는 걸 보니 구역질이 나네요. 게다가 막내랑 엮기까지, 기가 막혀서.”
“사건 현장에 진 그레이라는 이름이 남았으니까. 내 생각은 이래, 막내가 이름을 알리기 위해 무명에 의뢰를 맡겼다. 그리고 요나가 막내를 대신해 벽에 검으로 이름을 새겼다.”
뮤와 앤이 짝, 박수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 그렇게 생각하니 말 되네요! 그러면 막내가 생도 시절 성공한 임무들도 무명의 힘을 빌렸을지도 모른다는 거잖아?”
“어디까지나 가정이야. 뮤 말대로 막내는 전부터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대단한 일을 해내왔으니, 한 번쯤 조사해서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되는군.”
“맞습니다, 오라버니. 전부터 진에겐 의문점이 너무 많았어요. 요나가 가문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는지도 궁금했고 말이죠.”
쾅!
메리가 벌떡 일어서며 식탁을 내리쳤다. 뮤와 앤이 흠칫하며 고개를 돌렸고, 룬티아는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또 귀찮은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가문 2기수께서 하시는 일에, 감히 7기수인 제가 토를 달 순 없겠죠? 하지만 하나는 기억해둬요, 오라버니. 요나에게 상처를 주면, 아버지께서도 아마 가만히 보고만 계시진 않을 겁니다.”
뒤이어 일어선 디푸스도 한마디를 덧붙였다.
“형님, 가끔은 담백한 모습도 좀 보여주시오. 요나가 탐나면 그냥 검으로 꺾어 아래에 두면 될 것을, 이렇게 혓바닥 놀리는 거. 룬칸델의 방식은 아니잖소?”
“후후…… 네가 그 말을 할 처지는 아닌 것 같구나, 디푸스.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검을 뽑으면 될 것 아니냐?”
디푸스의 시선이 잠시 룬티아에게 향했다.
“누구 좋으라고?”
메리와 디푸스가 홱 돌아서 문을 나서자, 조슈아가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 사태의 시발점이 된 두 사람은, 체할 것 같은 기분으로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으아아, 어째 아래가 없어지니 위가 더 난리인 것 같네…….’
‘또 한동안 뮤, 앤 누님한테 얼마나 시달릴지 감도 안 잡혀, 망할. 차라리 막내가 있었다면 누님들의 괴롭힘이 덜했을지도 모를 텐데. 막내가 그리워질 줄이야…….’
우울한 토나 형제였다.
* * *
“단테!”
세상에서 가장 지루하기로 정평이 난 지플의 연회장.
베라딘이 소식지를 흔들며 단테의 옆자리에 앉았다.
초대를 받았으니 참석은 했지만.
단테는 아까부터 이 고루한 파티에서 대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어야 무례를 범하지 않는 걸까, 고민하던 참이었다.
때문에 막 이곳저곳 인사를 끝내고 자신을 찾아온 베라딘에게 겨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오셨소? 베라딘. 정말…… 훌륭한…… 연회로군. 잊지 않고 초대해줘서 고맙소.”
“아이, 우리 사이에 무슨 체면치레를 해. 우리 가문 연회가 지루한 건 나도 잘 알아. 그냥 보고 싶어서 부른 거야. 미안, 미안. 심심했지? 나도 심심했어. 각축장의 밤이 얼마나 그립던지.”
“오…… 각축장! 좋았지, 미안할 것은 없소. 나도 그날 이후 꽤나 마음이 허전하던 참이었으니까.”
“나도 텅 빈 보물상자 만지작대면서 추억한 날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고. 그보다, 소식 들었지? 이것 말이야.”
베라딘이 소식지를 내밀며 말했다.
놀랍게도 단테는 키다드 홀의 죽음을 방금 알게 되었다. 연회에 오기 직전까지, 폐관 수련을 하느라 세상 돌아가는 모양을 전혀 몰랐던 것이다.
“허! 이게 대체…… 9성 마법사가 살해당했고, 현장에 진 그레이의 이름이 남았다니?”
“나는 네가 더 놀랍다. 이걸 지금껏 몰랐단 말이야? 여하튼 이 사건. 내가 보기에는 그 녀석 작품 같거든. 단테, 너는 어떻게 생각해?”
흠!
단테가 확신에 찬 얼굴로 콧소리를 냈다.
“당연하오!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사내지. 이유와 방법은 알 수 없으나, 그 친구의 작품이라 확신하오.”
“그래서 말인데, 단테. 혹시 시간 좀 뺄 수 있어?”
“지금 말이오?”
“아니, 내일부터 조금 넉넉히.”
베라딘이 단테의 귓가에 얼굴을 찰싹 붙여 귓속말을 이어갔다.
‘오랜만에 그 녀석이나 만나러 가볼래?’
‘어디 있는지 아시오?’
‘그거야 찾아보면 되지!’
단테가 반사적으로 만면에 웃음을 띠우며 고개를 끄덕인 순간.
연회장에 모인 손님과 소식지 기자들은 그 광경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해석하고 있었다.
‘방금 두 사람, 분명 키다드 홀에 대해 이야길 나눴지? 그런데 두 사람만 아는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미소를 짓고 있었단 말이지.’
‘최근 지플과 하이란의 관계 동향이 무척 좋다고 들었어. 아무래도 키다드 홀의 죽음엔 지플이 연관되어 있었고, 베라딘 공자가 단테 공자에게 뭔가 정보를 내어준 것 같군.’
‘어쩌면 지플이 우호관계는 더 돈독히 다지고, 비동맹 세력은 정리하는 중일지도 몰라. 키다드는 지플에서 내쳐진 인간이니까. 이번 사건, 신중하게 다뤄야겠어.’
* * *
한편, 그 모든 이야기의 주인공은 귀이개를 찾고 있었다.
“누가 내 욕을 하나. 어째 귀가 자꾸 간지럽네…… 무라칸.”
“왜.”
“역류의 서 작업은 다 끝나가?”
“아악! 망할, 내게도 사람답게 살 권리가 있다, 꼬마. 벌써 한 달째 이 마법서만 붙잡고 있단 말이다!”
그 말대로 무라칸은 진이 돌아온 이후 내내 역류의 서에 적힌 룬 문자를 치환하는 중이었다. 치환이 끝나야 진의 몸에 옮겨 새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첸미의 섬광포 때와 달리, 룬 문자 구조가 지나치게 복잡해서 아직까지 끝내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마법서 작업은 너 말고 아무도 못 하잖아.”
“왜 매번 퀴칸텔은 빼먹는 건데, 걔도 할 줄 알아, 이거!”
“그분은 늘 빼고 이야기하는 거라니까? 대신 다 끝내면 한정 춘화집 수레째로 구해줄 테니까…….”
“특급 이하로 가져오기만 해봐라, 끝장을 내줄 테니.”
무라칸이 씩씩대는 사이 카시미르가 진을 찾았다.
“공자.”
“예, 카시미르 경.”
“음…… 제가 한 달쯤 시간을 비워야 할 것 같아 알려드리러 왔습니다.”
“어, 한 달이나요? 어디 가십니까?”
“그러니까 그게, 그. 비먼트요. 예, 비먼트에 좀 다녀와야 합니다. 거기 두고 온 게 좀 있어서요.”
비먼트의 폐황자인 카시미르가 비먼트에서 직접 물건을 찾아올 일은 현재로서는 없다.
그리고 진은 카시미르가 쭈뼛대며 이상한 말을 할 때는 하나뿐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불렀나보군. 흑해로. 키다드 홀 때문이겠지. 이번 일은 직접 얼굴 보고 보고를 받고 싶으셨던 건가.’
바로 시론과 관련한 거짓말을 할 때였다. 카시미르는 자신이 시론에게 보고를 올리는 걸 아직 진이 모르는 줄 알았다.
“제가 도울 일은 없나요?”
“아아, 그럼요! 온전히 저 혼자 해내야만 하는 일입니다, 하하. 아무튼, 진 공자. 저번에 말씀하신 것은 구해놓았으니, 저 없는 동안 사용하는 걸 한 번 더 신중하게 고민해보시길 바랍니다.”
진이 속으로 카시미르의 무운을 빌어주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