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38)
제 111화
46화. 압살
“예……?”
진이 황당한 얼굴로 키다드를 쳐다보았다.
“롬프 마을 사람들을 상대로 심화 역류계 마법을 실험해보라는 뜻이십니까?”
“그렇다. 왜 그런 얼굴을 하고 있느냐? 이렇게 기쁜 날에 말이다. 나는 슈지엘 히스터의 마법서를 볼 기회가 생겼고, 너는 역류의 서를 맡아두게 되었다. 서로 목숨을 맡긴 셈, 사제 간의 신뢰가 제대로 돈독해진 기분이로군.”
어처구니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한동안 진이 대답하지 않자, 키다드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휴웰. 혹시 너, 사람을 죽여본 적이 한 번도 없더냐? 용병 시절에도?”
진이 목울대를 타고 올라오는 욕설을 억누르며 고개를 저었다.
심화 역류계 마법.
지난 열흘간 살펴본 바, 그것은 마법사뿐만이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역류를 유발할 수 있는 마법이었다.
다른 일반적인 역류 유발과 달리, 인간의 몸속에 자연적으로 내재된 극소량의 마력만으로도 치명적인 역류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진은 심화 역류계를 막 시작한 단계이기 때문에 살상력을 조절할 수조차 없다. 애초에 키다드는 그걸 조율하기 위해 롬프 사람들을 실험체로 쓰라는 것이지만 말이다.
“그건 아닙니다만, 조금 당황스럽습니다.”
“무엇이 당황스럽지?”
홱 진을 돌아본 키다드의 눈빛에 짙은 노기가 깃들었다.
“그저 순박한 시골 사람들이지 않습니까? 제 마법 성취를 이루자고 그들을 실험체로 사용하라고 하시면.”
“하! 휴웰 히스터. 잘 들어라!”
키다드가 버럭 소리치며 진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깟 벌레 몇 마리를 죽이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 넌 하늘이 내려준 재능을 지녔고, 그들과는 차원이 다른 가치를 지녔다. 그들이 너의 양분이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야!”
이제껏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격양된 모습.
키다드가 씩씩대며 뒷말을 이었다.
“이 키다드 홀이 어떻게 9성에 올랐는지 아느냐? 평민 출신으로, 제대로 된 지원조차 없이 말이다. 괴물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휴웰. 그래서는 결코 최고가 될 수 없어.”
“스승님.”
“배경을 갖고 태어난 자들은 이보다 더한 짓을 한다. 그들은 손쉽게 실험체를 구하고, 고민 없이 값비싼 마법 도구를 구매하지. 그러나 젊은 날의 나는, 그보다 더한 재능을 갖고도 늘 허덕여야 했다.”
가만히 듣기도 역겨운 소리였으나 진은 경청하는 척을 이어갔다.
“나 역시 지금의 너처럼 이런 일을 불편해 했었다. 그러나 그때, 누군가 나를 깨우쳐줬다면…… 내가 세상의 수많은 벌레와는 다른 가치를 지녔다고, 그러니 얼마든지 그들을 이용해도 좋다고 일찍 일러준 사람이 있었다면.”
부들부들, 진의 어깨를 쥔 키다드의 손이 격렬하게 떨리고 있었다.
“역류의 키다드 홀이라는 이름은 지금보다 더 높은 자리에 있었을 것이다. 휴웰, 너는 나처럼 손해를 볼 필요가 없다. 내가 실패하며 깨달은 것들을, 너는 공짜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단 말이다.”
키다드가 헛소리를 늘어놓는 동안, 진은 점점 아래로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진이 키다드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보았듯, 키다드 역시 진의 기죽은 태도를 처음 보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몰아붙이면 고분고분한 얼굴로 제 말을 수긍하리라.
키다드는 그렇게 생각했다.
“……휴웰, 넌 내가 아니었으면 재능을 꽃피울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3류 마법사로 평생 숨죽여 살았겠지. 이제 역류의 서를 맡아두기도 했으니, 이 스승에게 그만한 각오를 보여라. 못 하겠다면, 지금 당장 널 파문할 것이다.”
“파, 파문이라니요?”
“그만큼 중요한 문제다. 롬프의 벌레들뿐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너는 계속 벌레를 죽이며 감을 익혀야 해.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면, 나는 너를 더 이상 키울 생각이 없다.”
“……잠시만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스승님.”
키다드가 미소를 감추며 진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쳐다보았다.
‘그래, 곧바로 납득하기 어렵긴 하겠지. 하지만 휴웰, 벌레들을 이용하다보면 너도 곧 깨닫게 될 거다. 세상이 왜 천재와 범인으로 나뉘었는지를.’
그는 진심으로 이것이 제자를 위한 행동이라고 믿었다.
거의 평생을 그렇게 살아왔고, 종래엔 9성이라는 위업을 일궈냈으니까. 그 이분법적이고 잔혹한 성장 방식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직접 증명해냈으니까.
이내 진이 고개를 숙였다.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스승님. 솔직히 당장은 진심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테지만. 스승님의 말씀을 한 번 믿고 따라보도록 하겠습니다.”
“내게 파문당하는 것이 두려워 거짓을 고하고 있는 건 아니더냐?”
“아닙니다. 어차피 스승님이 아니었다면 멜타도어의 마법 학교에서 의미 없이 썩어갔거나, 지플에 팔려 살해당했을 몸. 스승님을 믿고 따르지 않으면, 제게는 이제 다른 길이 없습니다.”
“흠!”
과연 똑똑한 아이로군,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키다드가 그런 말을 삼키며 진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내심 진이 거절하면 앞으로 어떻게 구슬려야할지 걱정하고 있던 것이다.
“……한 번 지켜보겠다. 그러나 오늘 같은 날이 두 번 있어선 안 될 것이야. 내가 지옥도를 지나오며 이룬 모든 것을 전수받으려거든 말이다. 제자야, 넌 나의 분신이나 다름이 없다.”
“예, 스승님. 명심하겠습니다.”
“좋아…… 대신 내일 밤, 망설이지 않고 훌륭하게 벌레를 이용하면 상을 내어주겠다. 이 스승이 가진 마법은 역류계만 있는 게 아니야. 원소계부터 저주까지. 성공할 때마다 하나씩 알려주마.”
저주.
그 단어를 듣자마자 하마터면 표정 관리가 무너질 뻔했다.
‘그딴 건 네놈에게 배우고 싶지도 않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이제는 더 기다릴 필요가 없다.
“스승님, 내일 밤이 되기 전에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무엇이냐.”
“심화 역류계 마법의 시범을 보여주십시오.”
“당연히…….”
“제 몸에 직접, 펼쳐주십시오.”
키다드가 멈칫하며 왜냐고 물어보려는 순간, 진이 다음 말을 이었다.
“평범한 인간의 신체 어느 곳을 노리고 역류를 유발해야 가장 효과적인지 알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내일 밤에 최대한 빨리 감을 잡을 수 있을 테니까요.”
“크하하……! 그래, 바로 그런 자세다. 기특하구나! 하긴, 다섯 이상을 죽이면 수도에서 기사들이 올 테니, 곧장 이곳을 떠야 될 수도 있겠고 말이다. 미처 그 생각은 못했구나.”
키이이잉! 키잉!
특유의 날카로운 소음이 일며, 키다드의 손에 역류의 마력이 모여들었다.
“지금 당장 보여주마. 내일 밤이 오기 전에 네가 몸을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또한 역류계 마법을 다루는 자로서, 너 역시 이 위력을 한 번쯤 느껴볼 필요도 있고 말이다.”
“감사합니다.”
“심화 역류계 마법서를 봐서 알겠지만, 이 마법의 이름은 역류폭이다. 마력의 인력을 발생시켜, 대상의 마력을 빼앗아 역류를 유발하는 것이지. 네가 내일부터 쓸 마법이기도 하고.”
“예, 스승님이 반켈라로 가신 동안 내내 연습한 마법이죠.”
“지금부터 역류폭의 회전을 가속시켜, 네 마력을 빨아들이기 시작할 것이다. 발끝부터 머리까지. 한 부분씩 힘을 집중시킬 테니, 정신을 집중하며 어디가 가장 괴로운지 느껴보아라.”
진이 몇 걸음 뒤로 물러서며 가만히 두 눈을 감았다.
“시작하겠다!”
키이잉, 키기기긱-!
키다드의 역류폭이 미친 듯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진의 몸에서 마력의 입자가 빠져나와 역류폭 속으로 서서히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 이어졌다.
마치 진의 몸에서 푸른 띠가 흘러나와 역류폭에 감기는 것 같은 형상.
‘아니……!?’
그리고 키다드는 시작하자마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휴웰이 고통을 똑똑히 느끼도록 7성 최대치 수준의 역류폭을 시전했건만, 왜 역류가 시작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엇!
키다드가 화들짝 놀라며 역류폭을 살폈다. 쩌적, 역류폭을 이루고 있는 둥근 형상에 균열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었다.
‘서, 설마. 휴웰의 마력이 7성을 한참 뛰어넘고 있었단 말인가!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위력을 높여봐야겠어.’
카아아아앙! 씨이이잇!
역류폭의 회전이 거세지자 진의 몸에서 빠져나오는 마력의 띠가 한층 굵어졌다.
키다드는 이미 8성 후반에 가까운 마력을 운용하고 있었고, 그때까지도 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감은 채였다.
키다드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역류폭이 진이 품고 있는 마력을…….
무한한 ‘거울’의 마력을 감당하지 못해 기괴하게 부풀어 오른 다음이었다.
이소픈 클람.
진은 키다드를 만나러 처음 이곳에 찾아왔을 때부터, 거울의 시동어를 발동시켜놓은 상태였다.
바로 이런 순간을 위해.
카즈즉! 퍼엉!
이내 역류폭이 일그러지며 터져버리자, 키다드는 황급히 마력을 통제하기 위해 모든 기운을 끌어올렸으나.
9성 마법사라 한들 결국엔 인간. 감히 거울의 무한한 마력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 손바닥으로 폭포를 가릴 수는 없듯이.
역류폭이 지닌 마력을 잡아당기는 인력에 본인의 마력과 거울의 마력이 흡수되어, 키다드의 몸속에 겉잡을 수 없는 역류가 번지고 있었다.
“키다드 홀. 역류의 끔찍한 고통은 그 누구보다도 네가 잘 알 테지.”
“커, 커헉, 칵!”
키다드가 얼굴의 모든 구멍에서 피를 쏟으며 경련을 일으키자, 진이 천천히 그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네놈은 그간 나를 잊고 살았을 것이다…….”
“컥, 대, 대체.”
순식간에 피범벅이 된 키다드의 일그러진 얼굴.
두 눈동자는 충격으로 물들었고, 역류의 고통에 두 다리가 후들거렸다. 털썩, 힘에 부친 키다드가 무릎을 꿇으며 진을 간신히 올려다보았다.
“휴, 휴웨엘, 카흑! 네놈이이.”
“15년 전, 네놈이 폭풍성을 찾아와 저주를 시도했던 갓난애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나, 키다드.”
“너, 너어억.”
“나는 휴웰 히스터가 아니라, 진 룬칸델이다.”
스릉…….
진이 로브 소매에서 한 자루의 서슬 퍼런 단검이 빠져나왔다.
가만히 놈을 내려다보는 진은.
전생의 비참했던 28년을 되돌아보고 있었다. 날붙이의 미망, 그 빌어먹을 저주에 빠진 줄도 모른 채 허비한 지옥 같은 시간들이.
“조슈아가 타이뮨 마리우스를 시켜 네놈에게 저주를 사주했다는 걸 알게 되기까지…… 무려 44년이 걸렸지.”
“제바알. 카아악. 안, 됏.”
“내게는 지금의 너처럼 애원할 기회조차 없었어. 키다드, 그때의 나는 고작 한 살이었다.”
진의 단검이 영기로 검게 물들자 키다드가 발작하며 고개를 저었다. 키다드의 목구멍에서 튄 선혈 몇 줄기가 진의 로브자락을 적셨다.
천천히 몸을 숙인 진이, 키다드의 품속에서 슈지엘 히스터의 마법서를 빼냈다.
“네 하찮은 80년이 감히 내 44년의 보상이 될 수는 없지만, 역류의 서는 잘 써주마.”
“사, 살려. 크허억.”
푸욱…….
검은 칼날이 키다드의 심장을 꿰뚫자 놈의 입에서 한동안 피거품이 번졌다. 절명. 축 늘어진 키다드를 뒤로한 채, 진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영기에 휩싸인 단검을 휘둘러, 벽면에 이렇게 글씨를 남겼다.
너는 이처럼 편히 죽을 수 없을 것이다 – 진 그레이.
큰 형님, 조슈아 룬칸델이 똑똑히 알아볼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