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97)
제 111화
64화. 소문과 추적자들(1)
졸지에 진과 무라칸은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쫓겨났다. 그것도 이동관문까지 이용해서 서해의 만지 섬까지 다녀왔다.
“갑자기 사람을 쫓아내고 난리야, 됐냐?”
무라칸이 볼멘소리로 말하자 퀴칸텔이 고개를 저었다.
“나침반에 변화가 없군. 음, 엔야. 이번엔 네가 나가봐.”
“에, 저도요?”
엔야도 쫓겨났다. 마찬가지로 비궁의 만지 섬까지.
그러자 나침반에 변화가 있었다. 엔야가 만지 섬으로 가자마자 나침반의 지도에 붉은 점이 하나 떠오른 것이다.
“음…… 대충 알겠군. 이 나침반은 솔더렛의 계약자를 탐색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런데 진의 근처에 있으면 다른 계약자들도 추적되지 않는 건가?”
엔야가 만지 섬으로 갔을 땐 붉은 점이 떠올랐으나, 다시 티칸으로 돌아오니 사라졌다.
“제가 엔야와 유리아를 데리고 나가보겠습니다.”
진이 둘을 데리고 나가자 나침반의 지도 속 만지에 붉은 점이 떠올랐다. 붉은 점 두 개는 유리아와 엔야의 것이다.
다시 진 혼자 티칸을 벗어나보았다. 나침반은 티칸에도, 만지 섬에도 붉은 점을 생성하지 않았다.
“……이상하군. 나침반이 진을 탐색하지 못하는 건 확실한데, 엔야와 유리아가 거기에 영향을 받아 탐색에 노출되지 않는 건 아니란 말이지?”
이후 엔야와 유리아는 만지 섬 외에 다른 지역들을 몇 번 다녀왔다. 그때마다 결과는 같았다, 진이 있든 없든. 두 사람만 이동했을 땐 어디든 붉은 점이 생겼다.
“아무래도 티칸에 뭔가 있는 것 같군.”
퀴칸텔이 결론을 내렸다.
“거울……?”
진이 생각하기엔 그것밖에 없었다.
이어 거울을 갖고 같은 실험을 진행했다. 한 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동료들은 거울이 나침반으로부터 계약자를 숨겨주는 효능이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정리하자면 진은 거울이 없어도 탐색에 노출되지 않고, 유리아와 엔야는 아니로군. 거울이 티칸에 있는 한, 이곳은 계약자 탐색으로부터는 안전지대나 다름이 없고.”
나침반은 일정 이상의 권능을 지닌 신이나, 그의 계약자를 탐색하지 못했다.
거울은 마력의 신 클람과 솔더렛의 봉인 속성을 함께 띄고 있으므로, 나침반의 기능에 더 많은 장애를 일으켰다.
“흠, 그렇다면 가만히 있었어도 꼬마와 광팬, 얼음과자가 나침반에 노출될 일은 거의 없었겠군. 티칸을 벗어났을 때 노출된다고 해도, 곧장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과거 안드레이 지플이 유리아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한 것도, 아마 기능의 한계 때문이었겠지.”
그래도 헛고생을 한 것은 아니다.
진 일행은 이제부터 전 세계 계약자들의 대략적인 위치를 알 수 있으며, 그를 통해 지플의 납치 유무도 유추할 수 있었다. 붉은 점이 루테로 마법 연방 쪽에 갑자기 몰리기 시작하면, 납치가 확실시 되는 것이니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새로운 계약자, 그중에서도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등장한다면 지플보다 먼저, 혹은 동등한 시점에 그를 찾아볼 수 있다.’
또한 티칸이 안전지대라는 것도 다시 한 번 확인했으니 6개월의 노고가 헛되지는 않았다.
“나침반을 매일 확인할 수 있도록 전담조를 꾸려야겠군. 카시미르 경,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공자. 딸아이가 탐색당하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으니 드디어 한시름 놓을 수 있겠군요.”
“도련님, 나머지 보고 사항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부탁할게.”
“우선…… 이걸 좀 보시는 게 좋겠군요.”
길리가 탁자 위에 소식지를 펼치며 말했다.
-벨라도 제후국, 해적들의 섬. 마법의 검은 투구를 쓴 의문의 실력자가 등장하다…… 그는 영웅인가, 악당인가?
“풉. 푸큭, 크큭. 영웅, 악당, 아, 미치겠다. 우리 꼬마!”
무라칸은 첫 줄을 읽자마자 진에게 삿대질을 하며 박장대소했고, 시리스도 쿡쿡 웃음을 삼켰다.
기사의 내용은 대충 이런 것이었다.
(‘바멀’이라는 이름을 가진 의문의 실력자는 ‘뇌기’를 사용하며, 폭풍의 신 ‘페이텔’의 새로운 계약자일 가능성이 있다.
만약 그가 페이텔의 계약자라면 무려 288년 만에 폭풍의 계약자가 등장한 셈이다.
그는 어느 거대 세력의 소속도 아닌 듯하다. 지플과 비먼트 황실은 공식적으로 그와 접촉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플과 비먼트가 이토록 강렬하게 구애하는 인물의 등장은 실로 오랜만이다. 룬칸델은 아직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고, 향후 그의 행보가 어떨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그는 방탕해 보이는 화려한 금발에 아름다운 얼굴을 한 남성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변장일 가능성이 높고, 인면피를 사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가 섬을 찾은 이유는 분명치 않다. 해적을 소탕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설과 도박장의 재화를 노린 것이라는 설이 공존하는 가운데, 세인들은 대륙을 들썩이는 새로운 초신성이 부디 선인이기를 바랄 뿐이다…….)
이쯤 되면 진도 얼굴이 화끈거릴 수밖에 없었다. 벌써 수백 개의 언론이 이런 식의 기사를 작성한 상태였다.
‘본격적으로 나에 대한 소문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예상했지만, 이건 왠지 창피하군.’
무라칸이 비웃는 사이, 진은 소식지 속에 ‘가려진’ 정보들에 대해 생각했다.
‘어디에도 킨젤로와 나침반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추콘 톨더러나 칼 지플쯤 되는 거물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도 마찬가지고, 룬칸델 수호기사들에 대한 서술도, 특임대와 친위대에 대한 서술도 한 줄이 없다. 초점은 온통 나와 해적 소탕, 도박장에 맞춰져 있어.’
즉 룬칸델과 지플, 킨젤로, 비먼트, 4대 거대 세력은 이미 언론 통제를 끝내놨다는 의미였다.
‘지플과 비먼트가 공식적으로 나와 만나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는 건, 내 정체를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고, 빠른 시일 내에 찾을 자신도 없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그런 입장 표명을 할 이유가 없다. 세상 사람들 모르게, 진을 잡기 위한 덫을 깔아놓고 걸려들면 강제로 포섭하거나, 사살하는 게 지플과 비먼트의 방식이었다.
‘그리고 이번 기사들을 계기로, 내게 의문이나 원한을 가진 이들은 많은 단서를 얻었다.’
말하자면 ‘마법의 검은 투구’를 사용하는 진을 만났던 인물들.
델키 왕국에서 싸웠던 쿠잔과 베리스, 퀴칸텔의 통나무집에서 마주쳤던 특임대 3조장 라츠가 대표적이다.
그들은 이제 진을 추적하기 위한 한 가지 확실한 단서를 얻은 셈이었다. 앞으로 어디서든 뮬타의 룬을 사용했다가 목격자를 남기면, 그들은 조금씩 진에게 가까워질 것이다.
그들뿐만이 아니라 4대 거대 세력을 비롯해 굵직한 가문들, 단체들도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진은 단숨에 유명 인사가 되었다. 진 룬칸델도, 진 그레이도 아닌 바멀이라는 이름으로.
“뮬타의 룬을 봤던 놈들은 앞으로 혈안이 되어 기사를 찾겠군. 쿠잔과 베리스, 그것들이랑 특임대 조장 라츠가 가장 집요할 것 같고.”
“꼬마, 그것들이 이제 네 상대나 되겠냐?”
“상대는 되겠지.”
“아무래도 명왕족의 땅에 가셔서 새로운 힘을 얻어 오신 것 같군요, 도련님. 제가 직접 보진 못했으나 지플과 비먼트가 이토록 적극적인 걸 보니 선뜻 짐작되지 않는 큰 힘인 것 같습니다.”
“구경하면 깜짝 놀랄 것이다, 딸기파이여. 우리도 오는 동안 한 번 봤는데, 기가 막힐 지경이었으니까. 꼬마, 이따 딸기파이도 보여줘. 영검이랑 같이.”
“당연히 그래야지.”
왠지 쑥스럽기는 했다. 그러나 길리는 그저 대견한 마음뿐이었다.
“이제 정리하고 오랜만에 한잔하시죠, 다들. 다시 티칸에 이렇게 다 모인 걸 보니 새삼 가슴이 뭉클합니다.”
길리가 말했다.
그날은 시리스도 비궁으로 돌아가지 않고 동료들과 함께 파티를 즐겼다. 동료들이 웃고 떠드는 동안 시리스는 대부분 말이 없었으나, 속으로 조용히 즐겁다는 마음을 감추고 있었다.
* * *
티칸에서 진과 동료들이 밤새도록 파티를 이어가던 그때.
휴페스터의 한 비밀 별장엔 무인들이 모여 있었다. 조슈아와 그를 따르는 인물들이었다.
“검은 투구와 뇌전의 힘이라…… 어떤가, 자네들이 생각하기엔?”
조슈아의 눈빛이 향한 곳에 쿠잔과 베리스가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 테이블엔 진이 읽은 것과 똑같은 소식지가 놓여 있다.
두 사람은 얼마 전, 나름대로 마음의 정리를 끝낸 후 조슈아에게 복종을 맹세했다. 차후 룬칸델의 가주가 될 그가 아니라면, 솔더렛의 계약자와 흑룡에게 복수할 수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이었다.
“놈일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쿠잔이 대답했다. 베리스는 조슈아의 옆에 앉은 한 청년을 쳐다보며 생글생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검은 투구 때문인가?”
“그렇습니다. 그날 이후 이 잡듯이 세상을 뒤졌습니다만, 그런 투구를 쓴 자는 한 번도 목격된 적이 없습니다. 놈은 마검사인 만큼, 전격계 마법을 검에 두를 수 있었을 겁니다.”
후우…….
조슈아가 무거운 표정으로 담배 연기를 내뱉었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경은 바멀이 저희가 쫓던 솔더렛의 계약자가 아니라고 생각하십니까?”
쿠잔의 물음에 조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글쎄, 확신이 서질 않는군. 새로운 정보가 들어오지 않았다면, 나도 아마 자네와 같은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놈이 자신이 솔더렛의 계약자인 걸 숨기고자 쇼를 했다고 말이야.”
“어떤 정보가 들어왔는지 말씀해주시면…….”
“쇼가 아니었어. 기사 속 바멀이 사용한 뇌기는 언론에 드러나지 않았으나,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백랑족 돌격대장 다섯이 죽었다는군. 그 뇌기에.”
쿠잔도, 청년을 보며 웃고 있던 베리스도 질끈 입술을 깨물었다.
그들은 타이뮨 마리우스가 사망한 이후, 솔더렛의 계약자에 대한 정보를 전혀 얻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검은 투구’를 쓴 실력자가 등장해, 당연히 놈일 거라고 예상했건만. 영기가 아니라 뇌기라니!
쿠잔과 베리스로서는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었다. 뇌기에 백랑족 돌격대장 다섯이 당했다는 것보다, 바멀이 그들의 원수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었다.
“짜증나, 백랑족 돌격대장 다섯? 딱 봐도 다른 놈이네. 놈의 마법 성취가 그 정도였다면, 처음 만났을 때 저나 쿠잔이나 둘 다 통구이가 됐을 거예요. 바멀이란 놈, 대체 뭐지? 마법사는 아닌 것 같은데.”
베리스가 그렇게 말하며 도발적인 눈빛을 꾸몄다.
그리곤 조슈아의 옆자리에 앉아 시종일관 무표정인 청년을 보며 입술을 핥았다.
“야, 너. 진짜 페이텔의 계약자 맞아? 내가 볼 땐, 바멀이 계약자인 것 같은데?”
청년의 눈에 살기가 번졌다. 이내 파즈즉, 그의 몸에서 뇌전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그만.”
조슈아의 한마디에 청년은 다시 감정 없는 얼굴이 되었다.
“한순간에 백랑족 돌격대장 다섯이라…… 어떠냐, 율리안. 너도 똑같이 할 수 있겠나?”
“할 수 없습니다.”
청년이 담담하게 답하자 조슈아가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면 네 힘을 강화시킬 때가 온 것 같구나.”
베리스가 흡족한 듯 입맛을 다셨다. 그녀는 조슈아의 밑에 들어와 율리안을 만난 후, 줄곧 그를 괴롭히며 즐거움을 얻는 중이다.
테이블 아래, 율리안의 두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베리스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조슈아에 대한 공포로 인한 떨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