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96)
제 111화
63화. 탈출(2)
“날면 안 되는데!”
진이 반사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배는 이미 대포처럼 튀어 바다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걱정 마라, 이건 제국 놈들 마법에 안 걸리니까!”
배는 날개가 없는 데다 생명체가 아니다. 또한 질서 7호는 진짜 ‘비행’을 하는 게 아니므로, 적색 연환결계에 감지되지 않는다는 걸 코스모스는 잘 알고 있었다.
하늘을 나는 배를 타는 것은 흔히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룬칸델인 진도, 한때 황족이었던 카시미르도, 특임대였던 알리사도, 비궁의 후계인 시리스도, 수천 년을 살아온 용들도 처음 겪어보았다.
콰아아아-!
어디까지나 벽이 가로막고 있던 물줄기의 수압에 일시적으로 날아오른 것이지만, 진 일행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맙소사, 한낱 해적 따위가 이런 것을 준비했단 말인가?
진과 동료들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코스모스는 섬의 지하에 비상시 언제든 탈출할 수 있도록 미리 배를 ‘설치’해둔 것이다.
“크하하하핫! 이 맛에 질서호를 만들지!”
질서 7호, 그렇다면 1호부터 6호까지도 이런 식으로 사용되었으리라.
동료들은 코스모스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잘 들리지도 않았다. 생전 처음 겪는 어마어마한 수압에 배가 포탄처럼 쏴진 걸 겪고 있으니, 혼이 다 빠질 지경이었다.
반면 해적들에겐 익숙한 일인 듯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신난 원숭이처럼 소리를 지르며 배라고는 믿을 수 없는 속도감을 즐기고 있었다.
바람에 볼살이 밀려났다. 바람을 정면으로 받으면서 눈을 뜨면 눈꺼풀이 뒤집어질 기세였고, 머리카락은 순식간에 산발이 되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배들이 보였다.
섬을 포위하고 있던 벨라도 제후국의 함대였다. 그 함대의 갑판에 서 있는 이들도 어처구니가 없는 듯, 멍하게 고개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
질서 7호는 새처럼 그들을 지나쳤다. 그들을 지나치고도 한참을 더 날아, 저 멀리 바다를 향해 낙하하고 있었다.
비현실적인 풍경이다. 함대의 지휘관들은 질서 7호를 향해 함포나 마법을 쏘라고 지시하지도 못했다.
그저 저게 뭐지, 라는 얼굴로 잠시 넋을 놓고 있을 뿐.
“흐하하, 이제 떨어진다, 꽉 붙잡아라!”
코스모스가 그렇게 소리치기 전에 이미 진과 동료들은 갑판 틈새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있었다.
배가 과연 충격을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바다가 품어주지 않는다면, 질서 7호는 산산조각이 날 터.
그러나 의심하고 있는 것은 진과 동료들, 그리고 벨라도 제후국의 함대뿐이었다.
파아아앙……! 우저적……!
해일이라도 난 듯 사방에 물줄기가 치솟았다.
배가 바다에 떨어진 결과였고, 동시에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배가 진탕하며 부품이 부서지는 소리였다.
파편이 튀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많은 나무 파편이 튀었고, 갑판은 아예 통째로 부러져서 튀어 올랐다.
그럼에도 해적들은 웃고 떠들기 바쁜 모습이었다. 이 정도면 저번보다 훨씬 낫구먼, 그런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그야말로 와장창 부서졌건만.
놀랍게도 치솟은 물줄기가 가라앉자 질서 7호는 능청스럽게, 그리고 유유히 앞으로 나아갔다. 용골은 멀쩡한 모양이었다.
“허…….”
저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는 진. 돌아보니 섬과 함대가 콩알만큼 작게 보였다.
“우리 해적들이 너희 같은 괴물들 틈바구니에서 어떻게 살아남고 있는 줄 아나? 바로 이런 것 때문이야. 바다에선 제후국이 아니라 제국의 함대도 우릴 쫓을 수 없다.”
“배가 꽤 고장 난 것 같은데, 용골 쪽에서도 우지끈하는 소리가 난 것 같다고. 갑판은 다 깨졌고, 이 배로 정말 추격을 따돌릴 수 있겠나?”
코스모스가 진의 어깨를 툭 치며 웃었다.
“그럼, 바다는 우리를 사랑하거든. 걱정 마라, 급한 수리들 끝나면 30분 내로 놈들은 점이 될 거고, 한 시간이 지나면 보이지도 않을 거다. 수리조, 일 시작하고. 항해 놈들은 정신 차리고 키 붙잡아!”
코스모스의 한 마디에 낄낄대던 해적들이 일사불란하게 각자의 자리를 찾아갔다. 할 일 없이 서 있는 건 진 일행과 코스모스밖에 없었다.
“놀랍군. 대체 어떻게 한 거냐?”
“우리 영업 비밀까지 알아내려고 하면 곤란해.”
“하지만 누구라도 이런 걸 겪는다면 나처럼 물어볼 수밖에 없겠지.”
“크하핫, 룬칸델도 따라할 수 없는 일이지. 이 몸이 괜히 해적왕이 아니란 말이다.”
나머지 동료들은 아직도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모습이었다.
‘도대체 왜 이런 능력을 갖고 해적이나 하고 있는 거지?’
그렇게 묻고 싶었으나 참았다. 해적이라는 직업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다, 지금은 고맙다는 인사를 할 차례였다.
“어쨌거나 고맙군, 덕분에 편하게 섬을 빠져나왔어.”
“흥, 인사가 짠 것 아닌가. 내가 아니었으면 탈출하지 못했을 거다. 약속이나 지켜라, 맹세를 했다지만 믿을 수가 있어야지.”
“나와 동료들이 무사히 육지로 가기만 하면 약속 이행은 문제없을 거다. 항로는 어떻게 되지?”
“경유 없이 이대로 쟌 왕국 인근까지 가다가, 그 근처에 있는 동맹들의 섬에서 물자를 보충할 거다. 딱 2주가 걸리지. 너흰 그때 내리고 알아서 갈 길 가라. 돈은 얼마나 줄 건가?”
“네가 상상하는 것보다는 많이. 각축장에서 벌어먹던 돈이 푼돈처럼 느껴질 만큼.”
그 이상을 줘도 아깝지가 않았다.
무라칸이나 퀴칸텔을 타고 도망치는 것도 최악의 수였던 마당에, 적색 연환결계까지 퍼졌다. 헤엄을 쳐 동료 몇을 잃을 각오를 했건만, 고맙게도 코스모스를 마주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진은 작년에 코스모스의 각축장에 참가한 덕에 베라딘과 단테를 만났고, 콜론 유적지의 지도를 얻었다.
사실상 코스모스는 진에게 둘도 없는 은인이나 다름이 없었다.
피식, 코스모스가 웃음을 터뜨렸다.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 태우긴 했지만… 룬칸델치고는 무르군. 룬칸델의 방식은 그냥 안전해지면 우릴 싹 죽이는 것 아닌가? 의뢰인도 아니고, 한낱 해적이니까.”
“그렇게 해주길 바라나?”
“말이 그렇다는 거야. 우리와 달리 너흰 맹세를 무겁게 생각하니, 이제 와서 말 바꾸기는 하지 말자고. 흐흐, 기대되는군. 부채를 탕감해주고, 사례금도 따로 지불하기로 한 것 잊지 마.”
“물론, 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들을 했다.”
* * *
둘도 없는 은인, 해적왕 코스모스는 노발대발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벨라도 제후국뿐만이 아니라 비먼트 특임대와 지플 등 거대 세력의 추격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렸을 때에도 말이다.
“그놈들은 어차피 우릴 맨날 쫓아와. 그리고 매번 놓치지, 지금처럼.”
“용을 보낼지도 모르는데, 이번엔. 질서 7호가 아무리 빨라도 용은 못 따돌리잖나.”
“우리가 바보인 줄 아나? 네가 보내주기로 한 돈으로 일단 몇 년은 숨어서 살 거다. 세상에 섬이 몇 갠데, 그걸 다 어떻게 뒤져볼 건데? 그러니 걱정 말고 돈이나 잘 보내.”
1797년 6월 18일.
다시 모든 동료가 티칸에 모이게 된 순간, 진이 가장 먼저 한 행동은 코스모스 해적단에 금괴를 보내주는 것이었다.
편지도 한 장 써주었다. 패륜적인 일을 저지르지 않는 범위에서, 적당히만 해먹으면 언젠가 휴페스터에 보금자리를 내어줄 테니 갱생을 생각해보라고.
“도련님.”
길리는 진을 보자마자 눈시울을 붉혔다. 진이 미트라 대사막으로 떠난 것도, 돌아오자마자 나침반 탈취 작전에 참가한 것도 그녀에겐 모두 고통스러운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그러나 호들갑을 떨지는 않았다. 진의 유모이기 이전에 무인으로서, 한눈에 알아본 것이다. 이제는 진이 정말로 강해졌다는 사실을.
“성장하셨군요. 원하던 것도 쟁취하셨고요.”
길리가 진에게 황금빛 나침반을 내밀며 미소를 지었다.
“이게 뭐라고 다들 생이별을 했었군.”
“부재중이신 동안 미리 칠색조 대원들과 함께 사용법을 파악해놨습니다. 여타 아티팩트와 다를 바 없이, 마력을 주입하면 구동하는 방식입니다. 전해야 할 다른 이야기도 많지만, 이것부터 살펴보고 싶으시겠지요?”
“응, 얼른 확인하고 오랜만에 길리가 해주는 음식들이 먹고 싶네.”
“끝나는 대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나침반을 쥔 진이 차분히 마력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칭, 치치칭, 키릭……!
나침반 속에서 부품이 돌아갔고, 다음 순간 나침반의 표면에서 반사된 마력이 허공에 지도를 그렸다.
‘이건…… 대륙?’
얼핏 보기엔 일반적인 여행용 아티팩트 지도와 별다를 것이 없었다. 지도가 좀 크고, 빛깔이 좀 더 강하다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하지만 대륙 곳곳에 떠 있는 붉은 점들.
그것이 일행을 감탄하게 만들고 있었다.
붉은 점은 비먼트와 지플의 땅, 루테로 마법 연방에 몰려 있었다. 휴페스터 연합국엔 몇 보이지도 않았고, 그 외 지역엔 간간이 분포한 모습.
“설마 저게 다 계약자라는 건가……!”
“그런 것 같군요, 카시미르 경. 확실히 지플과 비먼트 쪽에 거의 다 모여 있어요.”
계약자의 위치를 아주 정밀하게 알려주는 건 아니었다. 붉은 점은 계약자의 숫자를 알려주는 표식일 뿐, 전부 다 각 지역의 중심부에서만 빛나고 있었다.
계약자의 외형이나 상태를 알려주지도 않았다. 그러나 붉은 점이 있는 지역은 곧 계약자가 있다는 뜻이니, 그것만으로도 지플 쯤 되는 세력에겐 충분했다.
재화와 인력을 이용해 범위를 좁혀가며 탐색하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었다.
특히 지금 나침반이 보여주는 마미트 무법지대처럼 땅이 작고, 붉은 점이 단 하나뿐이라면 수색이 무척 쉬울 터.
반면 붉은 점이 여럿 빛나고 있는 거대한 대륙들은, 나침반이 있어도 찾기 어려울 것 같았다.
“도련님이 오시기 전에 여러 차례 살펴보았습니다만, 붉은 점의 위치가 매일 미묘하게 바뀌고 있습니다. 아마 계약자가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소름이 돋았다.
“반년 전에 나와 엔야, 유리아가 티칸을 떠나길 정말 잘했군. 여기 계속 있었다면 지플 놈들이 무슨 짓을 했을지 모르겠어.”
지플은 티칸에 계약자가 ‘셋’이나 몰려 있던 사실을 진즉부터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다.
티칸 자유 도시는 섬이다. 따라서 다른 대륙과 달리, 붉은 점이 분포하고 있다면 범위를 좁힐 것도 없었다. 하나가 아니라 몇 개든 마찬가지였다.
“그대로 있었다면 티칸에 붉은 점 세 개가 떡하니 빛나고 있었겠지. 지금처럼…… 음?”
진이 지도 위의 티칸을 살펴보다 말을 멈췄다.
어째서인지, 티칸에 붉은 점이 단 하나도 빛나지 않았다. 진, 유리아, 엔야 세 계약자가 모두 이 자리에 있는데도 말이다.
“설마…… 이거 가짜인가? 왜 티칸에 붉은 점이 없지?”
진의 말에 동료들도 모두 같은 곳을 쳐다보았다.
“이상하군요. 계약자를 탐색하는 기능이 있긴 한 것 같았습니다. 사흘 전 슈체론 왕국 쪽에 붉은 점이 생긴 이후, 오늘 아침 슈체론 왕국에 조개의 신과 계약한 인물이 나타났다고 작은 기사가 났거든요…….”
“조개의 신? 그거 이름이 올망고였나, 올룽고였나. 무튼 그런 잡신까지 붉은 점으로 표시해준단 말이야? 그 친구는 너무 무능해서 신이라고 말하기도 뭣한데.”
무라칸은 코웃음을 쳤으나 다른 동료들은 모두 굳은 표정이었다.
“……뭔가 이상해. 길리 말대로라면 물건은 진짜 같은데, 티칸엔 계약자가 없다고 나오는 이유가 뭐지?”
가만히 지켜보던 퀴칸텔이 뭔가 떠오른 듯, 진과 무라칸을 쳐다보았다.
“너희 둘, 잠깐 나가봐.”
“갑자기 왜?”
“일단 나가봐.”
“어디로?”
“티칸 바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