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210)
제 222화
69화. 청새 군도 32번 섬의 비밀(1)
그 섬은 휴페스터 연합국 북해 청새 군도에 있었다.
약 백 개의 크고 작은 섬이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새떼처럼 보여 청새 군도라는 예쁜 이름이 붙었으나, 사람이 살기에 적합한 땅은 아니었다.
툭하면 비바람이 몰아치고, 낙뢰와 그로 인한 낙석, 화재가 분분한 데다 근처 바다까지 물살이 험해 내륙으로 이동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군도.
따라서 주거지로는 물론이고 군사 지역으로서의 가치도 없었다. 청새 군도는 사실상 낙뢰가 기승을 덜 부리는 겨울철에만 하급 관광지로 이용되었다.
군도의 섬을 소유하고 있는 이들은 주로 ‘섬 소유’에 대한 꿈이 있던 평민이나, ‘섬을 선물하는 행위’로 연인을 감동시키려는 낭만파, 혹은 헐값에 구입한 섬으로 외지에서 부자 흉내를 내려는 사기꾼들이 대부분일 지경.
조슈아의 사람으로 추정되는 ‘계약자’는 매일 휴페스터 연합국과 청새 군도의 32번 섬을 오가고 있었다.
“하필 그자가 다니는 곳이 섬이라서 나침반에 딱 노출되는 것이로군.”
진과 동료들이 6개월의 노고 끝에 탈취한 신물, 나침반은 계약자의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지 않는다.
휴페스터 연합국에 스무 명의 계약자가 있다면 휴페스터의 중앙에 스무 개의 붉은 점이 형성되는 식. 스무 명의 계약자가 정확히 휴페스터의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섬의 경우는 달랐다. 휴페스터 연합국이 있는 땅이라 할지라도, 계약자가 내륙이 아니라 섬에 있는 경우엔 섬 한가운데 붉은 점이 떠올랐다.
섬에 한정해, 나침반은 계약자를 보다 완벽하게 추적할 수 있었다.
“맞습니다, 도련님. 휴페스터 내에서 붉은 점이 이동하는 경우는, 계약자가 섬을 찾을 때밖에 없으니까요. 그 섬이 조슈아의 차명 소유로 확인된 이상 한 번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우연일 가능성은 낮을 테니까 말이야.”
“그렇죠.”
“일단 칠색조 대원들한테 계속 예의주시하라고 전해줘. 청새 군도에 관련한 정보도 알아보라고 하고. 당장 찾아가면 역으로 의심을 살 수도 있으니까.”
“조슈아가 나침반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을까요?”
“그건 알 수 없지. 하지만 놈이 킨젤로나 지플과 결탁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니, 조금 신중하게 움직여도 괜찮겠어.”
“덫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시는군요?”
“희박하긴 하지. 조슈아가 만일 나침반을 알고 있는 세력과 결탁한 상태라면, 섬에 한정해 우월한 탐색 효과가 있다는 걸 알고 있을 거야. 그래서 일부러 나침반 탈취범, 내가 찾아오도록 유도하는 것일 수도 있어.”
“그럼 당분간은 동향 파악만 계속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청새 군도에 칠색조 대원 몇을 보내도록 하지요. 32번 섬에 직접 투입하진 않고, 근처 분위기를 알아보라고 하겠습니다.”
[미야아.]대화가 끝나자 슈리가 길리에게 몸을 비비며 애교를 부렸다. 슈리는 길리가 무척 마음에 드는 듯, 티칸으로 오자마자 툭하면 그녀에게 애교를 부리곤 했다.
“어머, 귀여워라. 처음엔 너무 커서 깜짝 놀랐는데, 볼수록 예쁜 것 같아요. 그나저나 이 아이한테도 정말 룬칸델이라는 성을 붙이실 생각이에요?”
“뭐, 나비 룬칸델도 있으니까. 슈리 룬칸델, 느낌 괜찮잖아.”
그러자 고양이로 변신한 무라칸도 슈리의 머리에 올라타 길리에게 안겼고, 진은 자연스레 무라칸의 목덜미를 잡아 땅에 내려두었다.
“그리고 오늘부터 내 방에 공사가 시작될 거야. 슈리가 같이 지내기엔 좀 좁다보니.”
“하긴, 평상시에 적옥 속에만 들어가 있으면 답답할 테죠.”
펑!
무라칸이 변신을 해제하며 반짝반짝 눈을 빛냈다.
“그럼 공사 끝날 때까지, 나는 딸기파이랑 같은 방을 쓰면 되겠군?”
“갑자기 무슨 헛소리야, 내 방을 공사하는데 왜 네가 길리랑 같은 방을 써?”
“그게 그렇게 되나? 내 방은 확장 공사 안 해? 요즘 좀 좁다는 느낌이 드는데.”
“설령 네 방까지 공사를 한다고 해도, 이 저택에 빈방이 몇 갠데 너랑 길리가 같은 방을 쓸 일이 있겠냐고. 나가, 나가 이 자식아.”
다시 고양이로 변신한 무라칸이 앞발을 파바밧 휘둘러 괜히 슈리의 발등을 때렸다. 그리고 슈리는 큰 혀로 무라칸을 통째로 핥더니, 이내 무라칸을 공처럼 이리저리 굴려 갖고 놀기 시작했다.
“풋, 푸흡.”
그 모습에 길리가 웃음을 터뜨리자, 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 *
동료들 모두 맡은 바 임무에 매진하거나, 개인 수련에 힘을 쏟으며 한 달이 지났다.
그리고 나침반이 가리키는 청새 군도의 계약자는 아직까지 그곳을 벗어나지 않고 있었고, 진은 직접 방문해보기로 결정을 내렸다.
“함정이든 뭐든, 이쯤 되면 궁금해서 가봐야겠군. 이만하면 꽤 조심한 것 같기도 하고.”
함정일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대외적으로 조슈아는 룬칸델의 차기 가주였다. 그런 조슈아가 지플, 킨젤로와 결탁하고 있다는 건 지나친 기우일 것이다. 그건 곧 검의 정원 대부분이 변절했다는 의미니까.
하지만 그건 시론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한 성립이 불가능한 일.
서로 그럴싸한 첩자 몇을 두고 있는 정도라면 모를까, ‘나침반’ 같은 핵심 정보를 공유할 만큼 가까운 사이일 수는 없었다.
“무라칸 님만 데려가도 괜찮겠어요? 함정일 경우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릅니다.”
“만약 그렇다 할지라도, 청새 군도는 루테로 마법 연방이 아니니까 여차하면 무라칸 타고 도망치면 돼. 슈리도 있고.”
지플의 땅인 루테로 마법 연방에서 함부로 용을 타고 비행하는 건 극도로 위험한 일이지만, 휴페스터 연합국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지플의 용으로 알려졌거나 수배된 경우만 아니라면, 공격 행위를 하지 않는 이상 전 국가가 나서서 사살하거나 생포하려고 하지는 않는 것이다.
게다가 진의 경우는 ‘흑룡’을 타고 비행하는 인물이 있다고 알려져도 문제될 게 전혀 없었다. 비공식이라곤 하나 이미 무라칸은 휴페스터의 최고 권력자인 아버지, 시론에게 인정받은 전력이었기 때문이다.
“퀴칸텔 님도 모셔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굳이 그렇게까지. 요즘 엔야 마법 가르치시느라 정신 없어보이시는데, 둘이 조용히 다녀올게. 다녀올 때쯤 공사가 끝나면 좋겠군.”
그렇게 진과 무라칸, 슈리가 청새 군도로 향하게 되었다.
휴페스터 내부를 돌아다녀야 하는 만큼 평소보다 변장에 신경을 썼다. 슈리는 목걸이로 만든 적옥 속에 들어가 있었고, 진과 무라칸은 둘 다 푸른 머리로 염색을 했다.
“금설족 물건들이 참 괜찮단 말이야. 이거, 카시미르 경한테 말해서 본격적으로 사업 한 번 해볼까? 물건 확보는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돈이 되긴 하겠네.”
이동관문 몇 개를 거쳐(타는 내내 무라칸은 토를 해댔다), 청새 군도와 가장 가까운 나스카 항구로 도착하기까지 사흘이 소요되었다.
항구에는 이미 가짜 무역선을 정박시켜둔 칠색조 대원들이 있었다. 자연스레 일행을 태운 무역선은 밤에 출항했고 청새 군도로 직행하지 않았다.
직행했다가 차후 문제가 생겼을 때, 칠색조의 꼬리가 잡히기라도 하면 곤란한 것이다. 게다가 지금 청새 군도는 관광 철이 아닌지라 대부분의 섬이 폐쇄된 상태.
항구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지자, 진과 무라칸은 밤의 어둠에 기대 헤엄을 쳐서 군도로 진입하기로 했다.
무역선을 떠나기 전, 챙겨온 나침반은 32번 섬에 계약자가 있는 걸 확인하고 다시 티칸으로 돌려보냈다.
[미야!]헤엄을 치는 건 슈리의 몫이었다.
진과 동료들은 흑해에서 돌아올 때부터 슈리의 남다른 기동력에 감탄한 바가 있었는데, 그 기동력은 육지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다.
찰방, 찰방……!
슈리는 청새 군도 특유의 거친 물살을 부드럽게 뚫고 나아갔다. 덕분에 두 사람은 바닷물에 젖는 일 없이 청새 군도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7번 섬.
“32번 섬을 찾는 것도 일이겠군.”
“밤이니까 그냥 비행해서 찾자. 어느 세월에 이렇게 돌아다니면서 찾아?”
안내역이 없으니 백여 개에 달하는 섬 중 32번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웠다. 32번 섬을 찾다가 밤을 넘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려는 찰나, 슈리가 모래사장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미야미야.]발톱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그리고 있는 것은 놀랍게도 군도의 지도였다.
“허.”
“이야, 털뭉치, 신기한 재주가 있었군. 언젠가 이 섬에 와본 적이 있는 거냐?”
[냥.]마녀 헬루람의 고양이였던 시절, 슈리는 세상에 가보지 않은 땅이 드물 만큼 많은 여행을 했다. 그 과정에 자연스레 외우게 된 지도만 무려 수백 장.
물론 천년 동안 세계 지도는 지형의 변화에 따라 계속 갱신되었으나, 다행히 청새 군도는 슈리가 기억하는 것과 거의 흡사했다.
챙겨온 종이 지도와 비교해도 차이가 거의 없을 만큼 정교한 것이다.
“여기가 32번 섬이야. 찾을 수 있겠어?”
진이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먀.]고개를 끄덕이는 슈리.
“넌 진짜 아껴줘야겠다. 가자, 슈리.”
곧장 32번 섬을 찾을 수 있었다.
32번 섬은 청새 군도의 섬 중에서도 무척 작은 편에 속했다. 과거 그들이 안드레이와 결전을 펼쳤던 비먼트의 무인도와 비슷한 크기.
슈리를 다시 적옥 속으로 들여보내고 곧장 정찰을 시작했다.
그때쯤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청새 군도 특유의 악랄한 날씨가 두 사람을 반기기 시작한 것이다.
우르르, 쿠르르르……!
스산한 어둠을 찢는 천둥번개와, 섬의 나무들을 뿌리째 뽑을 기세로 불어대는 강풍은 덤. 환경이 이렇다보니 작은 민가조차 하나 보이지 않았다.
“무슨 날씨가 이렇게 지랄 맞아?”
무라칸이 구시렁대며 인상을 구긴 순간, 진은 별안간 허리춤에서 강렬한 진동이 퍼지는 걸 느끼고 있었다.
“어, 꼬마. 네 검. 갑자기 왜 그러냐?”
봉뢰검 시그문드.
투신 반에게 받은 명왕족의 신검이 무언가와 공명하고 있는 것이다.
발검해서 살펴보니 검신 전체에 뜻을 알 수 없는 문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모르겠는데?”
“잠깐, 이 문양. 어디서 본 적 있는데. 페이텔의 문양인가? 아니, 페이텔의 것과는 조금 다른…….”
콰지지직!
줄곧 내리치던 벼락이, 기어코 두 사람의 바로 앞에 있는 거목을 하나 집어삼켰다. 폭탄이라도 맞은 듯 산산조각이 나며 무참히 쓰러지는 거목, 그리고 다음 순간.
일행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우뚝 솟은 하나의 비석이었다.
그 비석에도 시그문드에 떠오른 것과 똑같은 문양이 빛나고 있었다.
“이건, 신의 무덤이잖아!”
“뭐라고?”
“이제야 알겠다. 꼬마, 네 검은…….”
이어 말하려는 찰나, 무라칸과 진이 동시에 두 눈을 부릅떴다.
진에게는 검기가.
무라칸에게는 바람계열의 마법이 날아든 것이다. 진은 시그문드를 휘둘러 검기를 쳐냈고, 무라칸은 영기를 펼쳐 막았다.
‘그놈들이다!’
쿠잔과 베리스. 타이뮨 마리우스의 사냥개들. 얼굴을 확인하기도 전에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반격하려는 찰나, 이번에는 무라칸의 영기 보호막으로 한 줄기 날카로운 뇌전이 날아들었다. 거목을 작살낸 것과 달리, 자연적인 번개가 아니었다.
페이텔의 계약자, 율리안이 형성한 번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