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360)
제 333화
111화. 흔적(1)
새로운 브라다만테를 얻고 열흘이 지났다.
아직 브라다만테를 제대로 사용해보지는 못했다. 한 사람의 무인으로서 당장이라도 강화된 무구의 성능을 시험해보고 싶었으나, 진이 더 신경 쓰고 있는 문제는 따로 있었다.
‘테마르의 첫 번째 무덤이 있던 안즈 대평원. 그리고 조거비와 올망고 님이 있는 슈체론 왕국에 사람들이 다녀갔다는 말이지…….’
킨젤로가 찾아와 ‘다른 세력도 테마르의 무덤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다음부터.
진은 줄곧 그에 대해 생각했고, 오즈도크를 잡으러 가기 전에 티칸의 동료들에게 이전에 다녀온 무덤들을 다시 살펴보라는 부탁을 해놓았다.
그리고 오늘 카시미르가 소식을 전한 것이다.
안즈 대평원과 슈체론 왕국의 해변 인근에 각각 지플과 비먼트의 사람들로 추정되는 자들이 다녀갔다고 말이다.
그 지역들에 테마르의 무덤이 있다는 사실을, 진은 계약자로서 솔더렛이 남긴 안배를 통해 알게 되었다.
바꿔 말하면 계약자가 아닌 이상 무덤을 추적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야기.
‘놈들이 안즈 대평원과 슈체론 해변을 찾아간 건, 내 뒤를 밟은 결과일 것이다.’
진은 기수가 된 이후에도 테마르와 관련한, 혹은 그 외의 개인적인 일들을 처리할 때면 항상 변장을 하고 움직여왔다.
안즈 대평원을 찾아갔을 땐 일부러 홀라 산맥을 거쳐서(그때는 조슈아만 의식했지만) 혹시 모를 추적에 교란을 줬고, 슈체론 해변을 찾아갔을 땐 그냥 다 같이 휴가를 온 척 며칠을 놀았다.
세 번째 무덤이 있던 묘인족의 비밀 공간은 아예 그들의 안내가 없으면 들어갈 수도 없는 불가사의한 특성을 갖고 있었다. 그럼에도 망령대가 진을 추적해 찾아왔던 것이다.
‘내 이동 경로가 노출되고 있어.’
직접적으로 추적자가 붙은 건 아니었다.
그랬다면 자신이 인지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요나나 무명왕쯤 되는 인물이 붙은 게 아니라면 말이다.
‘마르지엘라가 비먼트 황실에 내 동선이 노출된 적 있다고 말하긴 했지만. 아마 놈들은 내가 사용한 가명과 행적 중 드러난 것들을 추적, 추정해서 몇 가지 중요한 지역을 추렸을 거야. 그래서 안즈 대평원과 슈체론 해변에 사람을 보낸 거고.’
물론 지플과 비먼트가 안즈 대평원과 슈체론 해변에 사람을 보냈다고 해서 곧장 유의미한 정보를 캐낸 것은 아니었다.
이미 그곳에 있던 무덤들은 조사가 끝났고, 기록 장치도 진이 챙긴 것이다.
다만 ‘뒤가 밟혔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했다.
언젠가는 그렇게 되리라 생각했다. 거대 세력들이 바보는 아니니까.
기대했던 것보다 더 빨리 노출되기 시작한 게 아쉬울 뿐이었다.
‘룬칸델 12기수’라는 것은 도무지 은밀한 행동을 할 수가 없는 위치였다. 소속 세력인 검의 정원은 물론이고, 적들도 어떻게든 일거수일투족을 살펴보려고 애를 쓰는 게 당연한 지위가 바로 룬칸델의 기수였다.
하물며 적들도 진처럼 테마르의 무덤을 찾고 있는 상황.
여태까지 치명적인 문제 없이 세 개의 무덤을 혼자 발견한 건 기적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내가 그만큼 잘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국 언젠가 한계가 올 것이다. 게다가 세 번째 무덤에서 망령대를 마주친 건 운이 좋았을 뿐, 사실 큰 타격이 될 뻔한 일이었어.’
갑작스러운 킨젤로의 난입과 디푸스, 메리의 도움이 없었다면 상당한 손해를 보았을 터.
‘아군이 더 필요하다.’
진 혼자서, 아니. 진과 티칸의 동료들만으론 비먼트와 지플을 상대할 수 없었다.
심지어 룬칸델 내부조차 온통 적으로 가득하고, 킨젤로 또한 ‘무덤 경쟁’에 결국은 참전할 것이다.
고민하는 사이, 누군가 진의 어깨를 쳤다.
“야, 막내!”
메리였다.
“누님.”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냐? 아아, 이 누나하고 재대결을 언제 할지, 그런 기특한 생각을 하고 있던 건가?”
메리가 진의 옆에 앉았다.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는 진.
‘메리 누님이 완전한 아군이라면, 참 든든하긴 할 것 같군.’
이미 메리는 진을 자신의 사람이라 여기고 있었다.
진 또한 그녀에게 인간적인 호감과 더불어, 형제애라고 부를 만한 감정을 느꼈다.
그럼에도 진은 그녀에게 빈 브랑슈와 피콘 민체의 존재를 알리지 않았다.
그녀가 7기수로서 그들을 가문 대장장이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를 신뢰할 수 없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둘째 형님이 있는 한, 메리 누님은 완전한 내 사람이 될 수 없다.’
디푸스 룬칸델, 가문의 4기수.
메리를 아군으로 만들려면 디푸스를 포섭해야 했다.
그러나 디푸스는 물론이고 메리 또한 왕좌를 포기하지 않았다.
‘나, 디푸스 형님, 메리 누님, 조슈아. 현재 확실하게 가주 자리를 포기하지 않은 건 이렇게 넷.’
그리고 도통 의중을 알 수 없는 한 사람, 룬티아 룬칸델.
그녀 또한 가주 자리를 노리고 있다면 총 다섯 사람이 경쟁하는 구도였다.
따라서 당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푸스에게 접근하는 건 지나친 도박이었다.
메리를 얻겠다고 디푸스를 포섭하려 했다가, 정보만 내어주고 뒤통수를 맞는 건 얼마든지 가능한 결말이었다.
‘당장 디푸스 형님과 메리 누님을 포섭하는 건 무리수지만. 이용하는 건 가능해.’
디푸스와 메리는 기수로서 무슨 문제든 항상 가문을 위한 선택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
문득 그 명제를 떠올린 진이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재대결이라뇨? 이번 승부는 그냥 누님의 승리로 결론짓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엥? 왜 그렇게 돼? 투벤 아저씨가 난입했으니, 무효로 하고 다시 승부를 보는 게 맞지!”
“투벤 경이 난입하기 전에도 이미 승부는 난 것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누님이 펼친 비기가 오즈도크를 변신하게 만들었으니까요.”
“아니,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
“예.”
메리는 당연히 진이 무효라는 결과를 받아들일 줄 알았다.
그래서 다시 싸울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진이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니 예상과 전혀 다른 흐름인 것이다.
‘이러면 안 되는데? 막내랑 한 판 붙기까지 또 3개월을 기다려야 하잖아!’
그렇게 생각한 메리가 끙, 앓는 소리를 냈다.
그녀는 막내 또한 자신 못지않게 강한 승부욕을 갖고 있으니, 흔쾌히 재대결을 수용하리라 예상했던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 다시 붙어.”
“패배를 인정한 상대에게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그럼 승자의 명령권을 사용하도록 하지. 내 명령은 재대결이다. 이러면 문제없지?”
“……우리가 처음에 승부 내기를 약속했을 때, 보내드린 계약서를 제대로 읽어보지 않으신 겁니까?”
-싸울 때마다 승패는 기절을 기준으로 하죠. 먼저 쓰러진 쪽이 패자고, 패자는 반드시 승자의 명령 한 가지를 수행해야 하는 겁니다. 물론 불이행되는 일이 없도록 계약서를 작성할 거고요.
-마음에 드는군. 계약서는 좀 거추장스럽지만.
첫 대결 당시 나눈 대화. 당시 진은 실제로 계약서를 만들어 메리의 서명을 받았었다.
그 사실을 떠올린 메리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 읽어보긴 한 것 같은데.”
“계약서에 승자 명령의 한계에 관한 조항이 있습니다. 패자에게 자결, 가문 퇴출, 재산 박탈 등을 요구할 수는 없다는 내용과 더불어. 재대결 또한 명령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자결하고 가문 퇴출 등은 그렇다고 쳐. 재대결은 왜!?”
“……진심으로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그, 그럼 내가 이긴 걸 다시 무르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그 마물을 이용한 대결 자체는 무효고. 우린 다시 승부를 하는 게 옳다는 쪽으로 이야기를 진행해보자고.”
“누님께서 직접 명령권을 운운한 시점부터 승자는 확실히 정해진 것 같은데요.”
메리로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이 미꾸라지 같은 놈!”
“듣기 좋은 칭찬이로군요.”
“후, 알겠어. 좋아. 너 잘났다, 그래. 내가 이긴 걸로 하자고. 그럼 진짜 명령권을 사용하지. 그 고양이 내놔.”
“나비 룬칸델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얼마든지 가져가셔도 됩니다.”
“나비, 아니. 무라칸 님 말고. 슈리, 네 적옥묘 말이다.”
“계약서를 보시면, 승자는 상대가 실현할 수 없는 명령을 내릴 수 없다는 조항도 있습니다. 슈리는 저와 계약이 된 상태고, 해제할 수는 없어요.”
“이, 이 나쁜.”
“누님, 조금 더 현실적인 명령을 내리십시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잖습니까?”
메리는, 하마터면 진의 머리를 쥐어박을 뻔했다.
하지만 진을 탓할 일이 아니었다. 계약서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자신이 바보일 뿐…….
또한 자신도 막내와의 승부를 한 번 더 날로 해먹으려고 했던 것이니, 사실 억울할 것은 없었다. 분노가 차오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진이 슬쩍 씩씩대는 메리의 눈치를 살폈다.
“가령…… 맛있는 술을 사달라는 명령을 내리거나.”
“그딴 거 필요 없거든!”
“아니면 무라칸이 갖고 있는 한정판 춘화집 몇 개를 훔쳐달라고 하거나?”
“저번에 보니까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이 더 훌륭했…… 후, 아니. 이게 보자 보자 하니까. 누굴 바보로 아냐?”
“그것도 싫다면, 킨젤로가 이번에 절 찾아와서 알려준 정보가 무엇인지를 물어본다든가 말이죠. 이렇게 현실적인 명령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러자 메리의 눈동자가 동그래졌다.
아, 내가 왜 그걸 잊고 있었지? 라는 얼굴이었다. 정작 킨젤로가 가문을 찾았을 때, 실수를 저지르려던 길리를 말려준 게 바로 자신인데 말이다.
‘막내 녀석에게 말려드는 기분이 들지만…… 뭐, 알아둬서 나쁠 게 없는 정보이긴 하지. 디푸스 오라버니도 그때 어머니와 진, 그리고 킨젤로 사이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궁금해하는 눈치였으니.’
킨젤로가 다녀간 이후, 로사는 아직까지 그에 관한 이야기를 기수들에게 풀지 않고 있었다.
“쳇, 그래. 그때 킨젤로가 네게 무슨 정보를 줬는데?”
“지플과 비먼트를 비롯한 각 세력들이 초대 가주의 유산을 추적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뭐? 초대 가주의 유산?”
“테마르 룬칸델, 그분의 무덤에 관한 이야기죠.”
“……초대 가주의 무덤이 어쨌다는 거야?”
“그분의 무덤엔 룬칸델의 옛 힘과 오랜 비밀들이 숨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가문과 별개로 무덤을 찾고 있었는데, 킨젤로가 그걸 눈치챈 것이죠.”
그러자 메리가 눈을 부라렸다.
“네가 가문과 별개로, 초대 가주의 무덤을 찾고 있었다? 어머니께서 그 사실을 알고도 가만히 계셨다는 말이냐?”
메리가 급격히 분노한 것은, 진을 향한 감정이 아니었다.
로사 룬칸델.
자신의 어머니가 그토록 중요한 문제를 지금껏 기수들에게 알리지 않은 사실에 대한 분노였다.
‘설마 제가 테마르의 무덤에 관한 사실을 다른 기수들에게 알릴 것이라고 예상하진 못하셨을 테지요, 어머니.’
진이 미소를 감추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