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37)
제 33화
14화. 마미트 무법 지대(3)
“아무래도 달빛우물 투숙객 중 고위 마법사의 원한을 샀던 자가 있나 보군요, 아가씨.”
“나는 마법사의 위치를 파악하겠네. 자네가 아가씨를 지키게.”
소녀의 옆에 있던 두 명의 남자가 말했다.
그러자 소녀는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나를 내 한 몸 지킬 여력도 없는 머저리로 생각하는 것이냐? 여관 안에 우리 단원이 여섯이나 있다. 비궁을 노린 테러일 수도 있다는 뜻이지. 류는 마법사를 찾고, 히텐은 나와 함께 단원들을 확인한다.”
류와 히텐이 절도 있게 고개를 숙였다.
그들에게 명령을 내린 소녀의 이름은 시리스 엔도르마.
비궁주 탈라리스 엔도르마의 딸이었다.
“알카로 따위는 언제든지 죽일 수 있어. 그놈을 처리하는 것보다 단원들의 생사를 최우선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아가씨.”
류가 마법사를 찾기 위해 뛰어올랐다. 그리고 시리스와 히텐이 여관으로 들어서려는 찰나.
쿠르르르!
세 번째 번개가 달빛우물로 떨어졌다. 이번엔 층 하나가 통째로 날아갔고, 마미트의 왕들은 잔뜩 화가 난 채 꽥꽥 소리를 질러 댔다.
여관으로 진입하려던 시리스와 히텐도 잠시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가까이서 보니, 번개의 위력이 예상보다 더 강했다.
“빌어먹을! 대체 어떤 새끼야!”
“멘카, 네놈! 저번에 지플의 마법사들을 죽였다고 하지 않았나? 그놈들이 복수하러 온 것 아니야?”
“그건 허풍이었어!”
헐레벌떡 여관 밖으로 빠져나오는 투숙객들.
하지만 모든 투숙객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마미트의 최강이라 불리는 만큼, 임전 태세를 갖추고 마력이 발생한 곳을 추적하려는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번개가 여관을 강타했다.
네 번째 번개는 앞서 떨어진 것들보다 훨씬 강력했는데, 그건 진이 방을 가득 메우고 있던 영기를 모두 더해 떨궜기 때문이었다.
쿠드드득!
번개가 여관 중앙을 강타하자, 이번엔 건물이 통째로 갈라졌다. 반으로 갈린 여관이 금방이라도 양쪽으로 넘어갈 것 같았다.
“으어어!”
“크악!”
그 속에서 잿더미를 뒤집어쓴 투숙객들이 로비로 뛰어내렸다.
이 아수라장이 펼쳐지기까지 고작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투숙객들은 당최 누가 마법으로 달빛우물을 공격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공격은 이제 끝난 것 같지?”
“예, 아가씨.”
시리스와 히텐이 건물 내부로 들어선 순간, 2층에 머물고 있던 진이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털썩!
“크윽……!”
2층 높이에서 떨어진 건 그다지 충격이 아니었으나, 진은 마지막 번개를 자신의 객실 근처로 떨군 상태였다.
‘마지막은 영기를 전부 머금어서 그런가, 7성에 가까운 위력이었던 것 같군.’
아마 오르갈의 펜던트가 없었다면 치명상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진은 로브가 불타고, 몸 곳곳의 실핏줄이 터진 정도로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
진이 자연스레 주위를 두리번댔다.
알카로가 죽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알카로는 보이지 않았으나, 그를 호위하던 비궁 단원들이 분주하게 뛰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아직 사방에 짙은 연기가 퍼져 있다. 만약 알카로가 극적으로 마법을 피해 살아남았다면, 지금 찾아서 죽여야만 했다.
그러나 단검을 꺼내려던 진이 흠칫하며 고개를 들었다. 웬 소녀와 남자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뭐야 여긴 마미트인데, 내 또래로 보이는 녀석이 있네? 얘, 괜찮니? 우선 밖으로 나가는 게 좋을 거야.”
“아가씨, 저쪽에 단원들이 있습니다. 총 여섯, 모두 무사한 것 같군요.”
“다행이군. 일단 집합시켜. 아직도 알카로를 호위하는 중이면 그냥 죽이라고 말하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류가 마법사를 발견하면, 단원들과 즉시 놈을 포박해라. 마법 모양이 비슷했으니 분명 한 놈의 소행이야.”
“예.”
엎드려 있던 진은 그들의 대화를 듣자마자 깨달을 수 있었다.
‘비궁주의 딸이다! 말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알카로를 처리하려고 찾아온 모양이로군.’
난데없는 만남이다.
그러나 진은 즉시 이 만남이 행운일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대화 내용을 보니 알카로는 살아 있다 할지라도 어차피 죽는다. 굳이 내가 확인할 필요가 없어. 게다가 비궁주의 딸은 마법사의 소행이라고 확신하고 있군.’
그렇다면 앞으로 이 여관의 통제권은 비궁주의 딸이 쥐게 될 것이다.
마미트의 왕이랍시고 이 도시에서 추앙받는 강자들이라 할지라도, 비궁주의 딸에겐 한 수 접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저 아이의 입장에선, 비궁을 노린 테러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아. 그렇다면 나는 겁에 질린 척 연기를 하다가 이곳을 빠져나간다.’
어차피 비궁주의 딸뿐만이 아니라, 다른 투숙객들도 마법사의 테러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상황.
따라서 진은 범인으로 지목될 가능성이 한없이 낮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비궁주의 딸에게 얼굴이 팔리면 차후 곤란해질 수도 있어.’
달빛우물에 모인 무법 도시의 거두들이나, 여타 잔챙이들에겐 얼굴이 노출되어도 상관이 없다. 살면서 마주칠 일도 없을 뿐더러, 혹 문제가 생겨도 처리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궁주의 딸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녀는 진이 검의 정원에서 지내는 동안 필연적으로 마주칠 수밖에 없는 인물이었다.
“아가씨!”
“다들 괜찮나? 알카로는?”
“아, 그게… 면목 없습니다. 알카로는 방금 떨어진 마법에 당해 사망했습니다. 호위 실패입니다.”
“그래? 잘됐네. 면목 없을 건 없고, 그간 그 등신 비위 맞춰 주느라 힘들었을 텐데 잘 버텼다. 내가 직접 그 수고를 덜어 주려고 찾아온 참이었거든.”
진은 그녀가 단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손에 닿는 잿더미를 마구 얼굴에 발라 재꼈다. 이렇게라도 얼굴을 가려 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스릉!
시리스가 새하얀 검을 뽑아 치켜들었다.
“지금부터 이 여관은 비궁이 통제하겠다! 나는 시리스 엔도르마, 비궁주 탈라리스의 딸이자 비궁 7검의 대장이다. 이에 반하는 자는 비궁의 적으로 간주할 것이다.”
“히텐, 우선 단원들 시켜서 근방 500미터 이내는 다 이동 통제시켜. 류가 마법사를 발견할 때까지 아무도 움직일 수 없게 만들어. 알겠나?”
“예, 아가씨.”
“아, 거. 비궁주의 딸이라고? 그래도 여긴 마미트요. 이 도시의 왕들이 눈앞에 있는데, 다짜고짜 상황을 통제하려는 건 좀 짜증나는군. 막말로 비궁 때문에 우리가 공격당한 것일 수도 있잖소?”
낮에 진에게 ‘예의’ 운운했던 마미트의 왕이었다. 그가 이야기를 시작하자, 다른 왕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은근히 동조했다.
“히텐.”
“예.”
“저놈 목 가져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히텐이 잔영을 남기며 사라졌다.
스걱!
어느새 남자의 뒤에 선 히텐의 칼날이 검광을 흘렸다. 히텐은 눈을 뜬 채 죽은 남자의 목을 시리스의 앞에 극히 공손히 내려 두었다.
“내게 반하면 적으로 간주한다고 똑똑히 말하였다. 마미트의 왕? 이 쓰레기 소굴에서 왕 노릇 좀 해 먹으니까 비궁이 우습게 보이는 것이냐?”
마미트의 왕들이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
그들이 약한 것은 아니었다. 마미트의 왕 전원이 합심하면 시리스의 부하들과 싸우는 건 가능할 테지만. 그들 중 누구도 비궁 자체를 적으로 돌리는 건 사양이었다.
“흠흠. 우리도 당신들을 적으로 돌리는 건 싫소. 하지만 최소한의 존중은 해 주면 좋겠군. 방금 죽은 녀석의 말이 썩 틀린 것도 아니잖소?”
“만약 테러가 비궁을 노린 것이라 밝혀지면 충분한 보상을 하겠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어떻게 할 건가? 마법사의 목표가 네놈들 중 하나였고, 때문에 우리 비궁이 함께 공격받은 것이라면?”
시리스가 매섭게 말하자 결국 마미트의 왕들은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하, 좋소. 마음대로 하시오. 그 약쟁이를 호위하던 게 비궁의 일원들인 줄은 몰랐군. 그대에게 통제권을 맡기지. 우리도 마법사를 찾아 죽이는 건 찬성이니까.”
“그래야지. 일단 생존자들은 다 여기로 내려와라. 지금 밖에서 비궁 7검 중 하나가 여관을 공격한 마법사를 찾고 있다. 그러나 너희들 중에서도 범인이 있을 수 있지.”
“우리 중엔 없을 거요. 마법사가 단 한 사람도 없거든.”
“마법사는 없겠지. 하지만 마법사에게 최근 밉보인 인간은 있을 수 있지 않나? 너희 같은 인간쓰레기들은 툭하면 사고를 치니까. 아무튼 다 모여.”
마미트의 왕들이 푹푹 한숨을 쉬며 계단을 내려오는 사이, 시리스가 시선을 내렸다.
“넌 왜 이렇게 애가 굼떠? 한 3분 전에 내가 밖으로 나가는 게 좋을 거라고 말했잖아.”
마미트의 왕들에게 말할 때와 달리, 시리스는 진에게 다소 부드러운 말투를 사용했다. 진은 그녀가 얼굴을 보지 못하도록 최대한 몸을 웅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 그게 좀 무서워서요. 아까 다리를 좀 다치기도 했고, 죄송합니다…….”
“아하하, 사내놈이 겁도 많네. 검도 차고 있는 녀석이 귀엽긴, 썩 꺼져. 그리고 오늘 본 건 모두 잊어버려. 나가기 전에 이거 다리에 바르고.”
“감사합니다.”
시리스가 품속에서 치유 마력으로 빚은 송진을 꺼내 내밀었다. 진이 검댕 묻은 손으로 그걸 받으려는 찰나, 시리스가 씨익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손 더러운 것 봐. 그냥 내가 발라 줄 테니 바지 걷어라. 하여간 여러모로 운 좋은 녀석이네? 테러에서도 살아남고, 이 시리스 님이 친히 약도 발라 주고. 대대로 영광인 줄 알아라.”
진이 머뭇거리며 바지를 올렸다. 시리스가 쪼그려 앉아 진의 정강이에 송진을 바르기 시작했다. 정강이를 뒤덮은 피부 한가운데가 꽤 깊고 길게 찢어져 있었다.
‘얜 뭔데 이렇게 친절해? 전생에서 비궁주의 딸은 성격이 지랄 같기로 꽤 유명했는데. 소문만 그랬던 건가?’
약을 다 바른 시리스가 진과 눈을 맞췄다.
그녀는 진을 아예 의심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이런 험한 곳에서 또래를 만났더니, 왠지 모르게 반갑고 챙겨 주고 싶은 마음마저 느끼고 있었다.
“다 됐다. 히텐! 류가 왜 이렇게 늦어? 설마 마법사를 못 찾고 있는 건가? 그 류가?”
“좀 늦긴 하는군요. 저도 같이 찾아볼까요?”
“음, 됐어. 은신술을 좀 익힌 녀석인가 보군. 그래 봐야 아직 도시 안에 있으니, 결국 시간문제겠지. 류가 못 찾을 리는 없잖아? 그래 봐야 마법사인데.”
“맞습니다.”
바지를 고쳐 입은 진이 일어서서 몸을 숙였다.
“저,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까요?”
그렇게 묻는 동안 진은 만면에 떠오르려는 미소를 겨우 참고 있었다. 테러가 끝난 이후 행여 마미트의 왕들에게 시달리면 꽤 피곤하리라 생각했는데, 일이 너무 쉽게 풀린 것이다.
게다가 시리스는 진의 얼굴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는다. 그냥 선심을 쓰고 보내 주는 것이다.
“너 같은 녀석이 나처럼 대단한 사람한테 어떻게 은혜를 갚겠니? 그냥 좋은 추억거리 하나 생겼다고 생각해. 가끔 생각나면 비궁 쪽으로 인사나 한 번씩 하고. 그럼 안녕!”
여관을 빠져나온 진은 그길로 마미트를 벗어났다.
여차 저차 시리스의 도움을 받은 모양새가 되었지만, 애초에 알카로는 자신의 마법에 맞아 죽었으니 임무 성공을 알릴 때 찝찝할 것은 하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