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422)
제 444화
123화. 이렇게 갑자기?(1)
“야, 야. 민머리. 뭔지 좀 알겠냐? 응?”
무라칸이 빈 브랑슈의 몸에 화신한 피콘을 붙잡고 흔들며 말했다.
진은 황궁을 떠나 무라칸, 길리와 함께 볼타의 영지를 찾은 상태였다.
킨젤로 단장이 마치 대장장이의 신처럼 ‘철’을 다루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들은 후, 피콘이 그것을 한 조각 얻어오라고 말했던 것이다.
킨젤로 단장이 일당들을 데리고 물러난 후, 다행히 그의 권능이 형성한 철들이 여전히 전장에 남아있었다.
대부분의 철은 하이란이 회수해 마법사들에게 연구를 의뢰했고, 진도 일부 챙겨왔다.
[이 성격 급한 놈아, 분석이 뭐 눈으로 보기만 하면 바로 끝나는 줄 알아? 분석할 시간은 있어야지.]“얼마나 걸리는데?”
[짧으면 일주일.]“더 빨리 안 돼?”
“하! 그 새끼, 대체 누구지?”
킨젤로의 단장.
이번 전투 이후 그에 대해 확실해진 것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그가 마족이라는 사실이고, 두 번째는 그가 어마어마한 힘을 가졌다는 것.
[10성 기사와 널 압도할 정도의 힘을 가진 마족이었다며? 그 정도 마족이라면 분명 철에 고유한 마기가 남아있을 테니, 얌전히 기다려봐.]“알았다, 알았어.”
[근데 그 남은 철들은 어디에 쓰려고?]피콘이 진의 손에 남은 철들을 가리켰다.
“아리아 히스터에게 넘길 겁니다.”
[그 기록 마법사 말이지. 좋은 생각이다, 어쩌면 나보다 그 마법사가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테니.]발레리아는 현재 진의 동료들 중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사라진 히스터의 마법을 추적하고, 진에게 받은 기록 장치들을 복원하는 중이고, 테마르의 무덤까지 그녀 혼자 찾고 있는 것이다.
‘조만간 만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정신없이 바쁠 테지. 편지에 동봉해서 보내야겠어. 황제에게 보낼 선물도 준비하라 전하고.’
황제가 포상으로 내린 금관은 벌써 이동 관문을 지나 검의 정원에 도착한 상태였다.
그에 대해 답례를 해줄 필요가 있었다.
‘마인 시체.’
완타라모 숲에서 마주친 친위대 5조장 릭 헬터와 그의 부하들.
그들은 마인이 되기로 선택한 이후, 자신들의 시체가 흔적도 없이 산화할 줄 알았으나. 발레리아의 빙결 봉인이 시신 일부를 증거로 남겨둔 상태였다.
진은 빠른 시일 내에 그것을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었다.
‘대화해본 바, 황제는 하이란을 버릴 준비가 되어있다. 돌을 회수하는 즉시 하이란을 없애고 싶은 모양새였어.’
그러니 킨젤로는 발뺌하고, 지플은 하이란을 은근히 압박하는데도 황실이 나서서 하이란을 돕지 않는 것이다.
‘막판에 용기사를 보낸 것은 보는 눈이 있는 데다 황실의 권위를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지. 돌의 행방도 찾아야 하고. 마음 같아선 그때 하이란이 멸망하길 기대했을 거다.’
황제는 ‘건방지고 완벽하게 통제되지 않는’ 론의 하이란 대신, 말 잘 듣는 다른 하이란을 원했다.
론 하이란이라는 비먼트 최강의 무인과 차기 최강으로 지목되는 그 손자, 단테를 잃는 것은 분명 뼈저린 손실이다.
‘하지만 마인이라는 수가 생긴 시점부터 대체 불가능한 전력은 아니야. 황제는 론 경과 단테가 황실을 위협할 수 있다는 걸 더 큰 문제라고 판단을 내렸다.’
-신체 변형? 생체 골렘 같은 건가?
-비슷한데 조금 달라. 옛 어둠계 마법사들은 이걸 마인화라고 불렀다더군. 완벽한 마법진은 아니야.
-내가 보기에도 그래. 발동도 느리고, 한눈에 보기에도 쓸데없이 복잡하고 조잡해 보이는군.
완타라모 숲에서 발레리아와 마인에 대해 나눈 대화, 그녀에 의하면 현재 비먼트의 마인은 완성 상태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황제는 론과 단테를 잃는 전력 손실을 마인으로 충분히 메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어쨌거나 지플의 생체 골렘 문제가 터졌을 때처럼, 황실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이미지 실추를 선물할 수 있겠군.’
테러 이후, 황실은 하이란이 아니라 킨젤로를 돕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백성들도 전부 바보는 아니어서 언론이 조작, 통제되는 와중에도 황실이 하이란을 배척하려 한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었다.
하이란과 진의 펜대들이 끊임없이 그런 기사들을 내보내기도 했고.
그 과정에 비먼트의 백성들이 가장 분노하는 것은 다름이 아니었다.
생체 골렘과 인간의 명령을 따르는 듯한 거대 마물.
특히 성국 사건 이후,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생체 골렘’이라면 치를 떨었다.
생체 골렘이 제작되는 과정이 얼마나 극악무도하고 잔악한지를 진이 만인에게 공개한 덕이다.
“야, 꼬마. 무슨 생각 하냐?”
“대중들은 마인과 생체 골렘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생각.”
“엉? 갑자기 무슨 소리야?”
“완타라모 숲에서 얻은 마인 시체를 킨젤로가 아닌, 황실의 생체 골렘이라고 기사를 낼 거야.”
“도련님, 그래도 되는 걸까요?”
“조작된 정보이긴 하지만, 황실이 내 생각보다 빠르게 하이란을 잘라낼 수도 있으니 그걸 막아야지. 생체 골렘 논란은 치명적이라, 그걸 해명하고 덮는 동안엔 하이란을 제대로 건들 수 없거든.”
‘황실 생체 골렘’이라는 기사와 증거가 나돌기 시작하는 순간, 황실은 은근히 킨젤로를 두둔하던 것까지 대가를 치르게 될 터였다.
또한 킨젤로와 선을 확실히 그을 수밖에 없었다. 계속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인다면, 애초에 하이란을 습격한 생체 골렘이 ‘황실 소유’라는 누명을 쓸 수 있으니까.
그렇게 되면 황실은 아무 명분 없이, 테러 세력과 손을 잡고 비먼트 최고의 명가를 숙청하려다 실패한 모양새가 되는 것이다.
“듣고 보니 그렇긴 하군. 황제는 마인 시체가 너한테 있다는 걸 모른다고 했지?”
“응, 몰라. 그래서 그렇게 당당하게 굴었지. 알고 있었다면 내게 저자세로 거래를 제안할 수밖에 없었을걸. 받진 않았겠지만. 당분간 디노가 정신없이 바쁘겠어.”
진이 황제의 얼굴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마인 시체에 관한 기사가 비먼트 전역을 강타할 때, 과연 그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한 마음이었다.
“시대를 잘못 만나서 그렇지, 론 하이란도 네 아비가 없을 때 태어났다면 최강의 칭호를 얻어도 모자람이 없었을 인간인데. 시론 룬칸델에 비하면 푸대접도 이런 푸대접이 없군.”
무라칸이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튼, 피콘 님. 저흰 이만 가보겠습니다. 분석이 끝나고 뭔가 단서가 나오는 대로 연락을 주십시오.”
[알았다.]* * *
이동 관문을 통해 도시 칼론에 도착하자마자, 일행은 생각지 못한 환영과 환호에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와아아!”
“하이란 사태의 영웅!”
“검황의 인정을 받은 기수!”
“위대한 흑룡!”
만 단위에 이를 것 같은 주민들이 일행을 반긴 것이다. 그들은 모두 며칠 동안 이동 관문 근처에서 숙식하며 진이 오기만을 기다려온 상태였다.
진은 직전까지 계속 검황성에 체류했고, 황궁을 들렀다 곧장 복귀한 상태라 체감하지 못했으나.
바깥세상은 이미 진을 검황성 테러의 영웅으로 찬양하고 있었다. 휴페스터를 비롯해 온 대륙에 진과 무라칸이 그날 보여준 무위가 전파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날은 다른 무인들 중에도 대단한 활약을 펼친 이들이 많으나, 유독 진과 무라칸이 도드라진 건 당연한 일이었다.
무라칸은 일대의 하늘을 완전히 영기로 물들여 검황성을 보호했고, 진은 최전방에서 검황과 나란히 전투를 치렀으니 말이다.
세인들 사이에선 진과 무라칸이 없었다면 검황성은 그날 끝장이 났을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었다.
“흑룡이시여, 이쪽 한 번만 봐주세요!”
물론 평소라면 감히 칼론 시내에서 이런 소란을 일으킬 수는 없었다.
이동 관문은 특히 임무에 사용되는 공간인 만큼, 늘 정돈된 상태를 유지하는 게 보통이었다.
하물며 눈 밖에 났다고 소문이 난 12기수를 환영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그럼에도 주민들이 모여서 12기수를 시끌벅적하게 환영할 수 있는 건, 가주 선언 이후 ‘1할’의 지지자들이 생긴 결과였다.
“뭐야, 저것들은?”
말투는 퉁명스러웠으나 자신을 찬양하는 인간들의 목소리가 썩 나쁘지는 않은 무라칸이었다.
“도련님을 지지하는 사람들인가 봐요.”
“딸기파이여, 검황성을 도운 게 이렇게까지 난리를 칠 일인가?”
“아무래도 도련님이 론 경이 있는데도 활약하셨으니…… 이번 일을 계기로 룬칸델과 하이란 사이에 동맹이 맺어지길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을 겁니다.”
룬칸델과 하이란의 동맹은 세인들 사이에서 종종 언급되는 주제였다.
당장은 지플이 룬칸델보다 앞서나 만약 하이란이 휴페스터에 편입된다면 그 차이가 얼마나 좁혀질 것인가, 다들 그런 기대감이 있는 것이다.
물론 현실성이 거의 없는 이야기이긴 했으나, 최근 황실이 하이란을 견제하는 모양새와 진의 활약을 보면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내가 보기엔 나보다 널 보러 온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무라칸.”
“제가 느끼기에도 그렇습니다.”
“날 왜?”
“넌 지난 천 년 동안 룬칸델의 수호신이었고, 하이란에서 꽤나 대단한 위엄을 보였으니까. 계속 그렇게 껄렁한 표정으로 있지 말고, 좀 웃어주고 그래라.”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대답은 그렇게 했으나 무라칸은 말과 달리 손을 흔들어주며 웃었고, 주민들 사이에선 더욱 격한 환호성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외알 안경을 쓴 한 남자가 수호기사들과 함께 일행에게 다가왔다.
1등 집사 페트로였다.
“오셨습니까, 도련님!”
“자네가 이렇게 차분하게 날 맞이하는 건 정말 오랜만인 것 같군.”
그 말처럼, 페트로는 진이 올 때면 대부분 헐레벌떡 그를 찾았다. 진은 대부분 사고를 치거나 가문을 물 먹인 채 검의 정원을 찾았고, 그때마다 늘 진을 잡아먹으려는 이들이 있었으니까.
이번에도 진은 사고를 치고 돌아온 셈이었다. 상황이 상황이었다곤 하나, 하이란에 지나치게 큰 도움을 제공한 것이다. 흑기사로 추정되는 괴한을 막아내기도 했고.
“이번엔 칼을 갈며 날 기다리는 식솔들이 없나 보지?”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예전처럼 도련님께 함부로 적의를 드러내는 경우는 많이 줄었습니다.”
“듣기 좋은 이야기군.”
“대신. 조금 전에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도련님.”
“누구인가?”
“귀신대장 라타 프로치. 그자가 도련님을 만나야겠다며 예고도 없이 검의 정원을 찾아왔습니다. 겁도 없이 무장한 용병들을 잔뜩 데리고 말이죠…….”
페트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