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423)
제 444화
123화. 이렇게 갑자기?(2)
“무장한 용병들을 대동한 채 왔다고? 검의 정원에?”
“그렇습니다. 어림잡아 세어보아도 데려온 예하 용병이 오백을 넘더군요.”
“용병 오백이라…… 배짱도 좋군. 거의 미친 것 같기도 하고. 언제 도착했지?”
“입원한 지 세 시간쯤 되었습니다.”
“용병들은 입원하지 못했겠군.”
그 말대로 검의 정원에 들어선 것은 라타 프로치뿐이었다.
라타와 귀신대 또한 진처럼 아까까지 검황성에 머물던 상태였다. 즉, 라타는 검황성을 벗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검의 정원을 찾았다.
당연히 사전에 아무런 예고도 없이 대군을 이끌고 찾아온 것이니, 룬칸델로선 그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나마 귀신대나 되니까 참상을 면한 것이지.’
어느 허접한 용병단이 그 정도 규모로 예고 없는 방문을 했다면, 룬칸델은 그들을 모조리 죽이고도 남을 가문이었다.
귀신대는 가장 굵직한 편에 속하는 중립 세력인 데다, 그들의 본거지인 귀곡새성은 거대 세력들의 회담장으로 쓰이니 이런 결례를 저지르고도 무사한 것이다.
“그렇습니다.”
“그 눈깔 나쁘게 뜨는 놈이 널 찾아온 이유야 뻔히 제 동생 때문이겠다만, 부하 오백은 왜 데려온 거야? 뭐, 귀엽게 협박이라도 하겠다는 뜻인가?”
“나도 부하들을 데려온 이유는 모르겠군. 가보면 알겠지.”
일행이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자 환호성이 빠르게 커지고 있었다.
특히 무라칸의 이름을 목 놓아 소리치는 한 무리의 소년 소녀들이 압권이었는데, 길리는 그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슬쩍 무라칸의 등을 떠밀어주었다.
“어린 친구들이잖아요, 손 한 번 흔들어주세요. 무라칸 님.”
“딸기파이여, 그대가 원한다면야…….”
이윽고 진과 길리가 무척이나 충격을 받은 대목은, 무라칸이 그쪽을 향해 웃어주자 소년 소녀 무리 사이에서 돌연 실신하는 이들이 속출했다는 사실이었다.
“세상에, 난 엔야 녀석만 저런 줄 알았는데.”
“엔야 양도 기절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이동 관문을 빠져나와 강철 마차에 올랐다.
붉은 저녁노을이 온 도시를 따뜻하게 감싸고 있었으나, 진은 왠지 피곤한 일이 생길 것 같다는 직감에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한창 검의 정원을 향해 잘 나아가던 중, 진이 마차를 멈춰 세웠다.
“잠깐.”
검의 정원 입구로 가는 길목에 멀뚱히 서 있는 라타의 부하들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무려 오백여 명이나 되는데도, 그들은 그저 풀숲에 서 있기만 했다. 감히 룬칸델의 영토에, 그것도 검의 정원 인근에 천막을 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앉거나, 누워 편하게 쉴 수도 없었으며 갑작스레 들이닥친 오백 명의 용병을 받아줄 여관도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라타의 부하들은 마치 자신들이 나무라도 되는 듯 그저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진이 마차 밖으로 고개를 빼자 용병들의 시선이 일제히 모여들었다.
“따라오게.”
진은 그렇게만 말한 후 다시 마차를 출발시켰고, 라타의 부하들은 잠시 눈짓을 주고받다 조용히 그 뒤를 따랐다.
“12기수께서 입원하십니다!”
대문 빗장이 풀렸고, 원내를 순찰 중인 수호기사들이 경례를 올렸다.
‘저번에 복귀했을 땐, 집행기사들이 칼을 들이밀었었지.’
그날이 가주 선언을 한 날이었다. 그날이 아니더라도, 진은 예비 기수 시절부터 본가 복귀 시 환영을 받아본 기억이 거의 없었다.
길리나 페트로 같은 이들이 반겨준 것을 제외하면 아예 없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형제든, 원로든. 언제나 누군가는 적의와 살의를 드러냈고, 하나같이 (대외적으로는) 만만치 않은 상대들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수호기사 1진 1할, 극소수의 집행기사와 원로.
말하자면 룬칸델 전체 전력의 1할에 약간 못 미치는 정도의 세력이지만, 이제는 돌아온 진을 반겨주는 무인들이 있었다.
“충, 고생 많으셨습니다. 12기수!”
“왔는가, 12기수. 그간 자네의 무명에 검의 정원이 떠들썩하였다네.”
마주친 기사와 원로들이 그런 식으로 먼저 인사를 건네자, 새삼 이제야 룬칸델의 기수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인사를 건넨 이들도 진이 밖에 대기 중이던 용병들을 데려온 이유를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저 멀리, 안채에서부터 잔뜩 얼굴을 구긴 채 진을 향해 걸어오는 이들이 있었다.
뮤와 앤, 바로 그들이었다.
“12기수.”
“이게 지금 무슨 짓이지?”
대뜸 표독한 얼굴로 시비를 거는 그녀들을 보니, 어떤 면으론 감탄스럽기까지 했다.
멍청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겁이 없다고 해야 할까.
확실한 것은, 그녀들에겐 진조차 인정할 수밖에 없는 근성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가주 선언 당시 힘의 격차가 그토록 크다는 것을 보여주었는데도 아랑곳없이 시비를 걸어오는 게 증거였다.
심지어 당시 그녀들은 둘이 함께 덤벼도 진을 ‘절대로’ 이길 수 없다는 확신까지 느꼈으나 태도에 변화가 없는 것이다.
“그 잡것들을 대체 무슨 생각으로 입원시킨 것이냐?”
“하, 네놈이 이따위로 행동하니 요즘 들어 별 시답잖은 것들까지 검의 정원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저번엔 킨젤로의 짐승들까지 다짜고짜 찾아와서는 널 찾지 않았더냐? 가문 꼴이 말이 아니야. 당장 내쫓지 못해!”
진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제 누이들을 쳐다보다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웃어?”
“하마터면 섭섭할 뻔했습니다, 누님들. 누군가 한 사람은 내게 이렇게 윽박을 질러야 집에 온 기분이 드니 말이죠.”
“뭐, 뭐라고?”
“이 새끼가……!”
“이들은 내 손님입니다. 얼마 전 검황성 테러로 인해 나와 마찬가지로 계속 경황이 없었다 보니, 미리 방문을 알리지 못했을 뿐.”
“대체 어떤 손님이 예고도 없이 오백이 넘는 용병을 이끌고 입원을 요청한단 말이냐?”
“그게 뭐 문제가 됩니까? 검의 정원에 귀신대 오백이 와봐야 낙엽 오백 장이 떨어진 수준의 위협일 뿐인데. 오히려 라타는 최대한 많은 수행원을 데려옴으로써 내게 예의를 표한 것일 뿐입니다.”
잔뜩 분노에 찬 누이들과 달리 진은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었다.
그 묘한 신경전, 아니. 사실은 싸움이라고 할 수 없는…… 진이 일방적으로 누이들을 압도하는 풍경에 따라온 용병들은 숨이 턱 막힐 지경이었다.
‘아무래도 우리 대장보다 12기수가 더 미친 인간인 게 확실해. 상위 기수들한테 저래도 되는 건가?’
‘우린 그냥 밖에 있다가 대장 오면 조용히 돌아가도 되는데, 별로 기분 안 나쁜데 말이지.’
‘우리 귀곡새성도 상당한데, 여긴 비교도 안 될 만큼 콩가루네, 콩가루야.’
‘근데 우리 조금 무시당한 것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낙엽이라니…….’
진의 낙엽 운운에도 불쾌하다고 소리를 지르는 용병은 없었다.
오히려 뮤와 앤이 부글부글 끓는 목소리를 이어가는 모습.
“낙엽 오백 장이라! 네놈이 경지에 좀 이르렀다고 아주 못하는 말이 없구나. 네 말대로라면 귀신대장은 네게 예의를 차렸는데, 넌 그들을 무시하는 발언이나 하고 있군.”
“밖에 멀뚱히 세워둔 것에 비하면 이깟 말 따윈 그다지 예의에 어긋나지도 않을 것 같군요.”
앤이 진에게 한 걸음 나서는 모습을 보이자, 뮤가 그녀를 가로막았다.
‘이러면 안 되는데, 이제는 우습다 못해 귀엽게 보일 지경이로군. 나서려는 앤, 말리는 뮤. 이런 행동 패턴까지 미리 짜서 온 것 같잖아.’
이어 뮤는 앤과 함께 부득부득 이를 갈며 이렇게 말했다.
“너, 책임질 수 있겠어?”
“무엇을 말입니까?”
“네가 데려온 손님들로 인해 어떤 문제가 생겨도 책임질 수 있겠냐는 말이다.”
“꼭 반드시 문제가 생길 것처럼 말씀하시는군요. 뭐, 그렇게 합시다. 책임지도록 하죠.”
홱!
뮤와 앤이 돌아서 걸음을 옮기자 길리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녀가 가슴을 쓸어내린 것은, 진이 걱정되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휴, 도련님이 아가씨들을 베어버리면 어쩌나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부려먹을 일이 많은 누이들인데, 벌써 치울 필요 없지.”
“네 다른 누이들은 저렇게 싸가지가 없지 않은데, 어찌 저 둘만 이 모양인지 모르겠군. 꼬마, 난 이제 딸기파이랑 좀 놀고먹어야겠으니 눈깔 놈은 너 혼자 만나.”
무라칸이 길리에게 상당히 반짝반짝 빛나는 눈길을 보냈으나, 길리는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
“안 돼, 무라칸. 넌 할 일이 있다.”
“뭐?”
“귀신대 친구들 좀 인솔해서 내 개인 훈련장으로 데려가.”
“하! 야, 꼬마. 이 몸은 위대한 흑룡이야. 아까 날 찬양하는 그 수많은 사람들 못 봤어? 나한테 그런 잡일을 시켜도 되겠냐? 응?”
“그리고 보호해.”
“뭐? 갑자기 웬 보호?”
“아주 높은 확률로 귀신대 용병들이 습격당할 거다. 누님들이 괜히 책임 운운하며 자리를 떠났겠어? 누님들 입장에선 내게 한 방 먹이기 더할 나위 없는 기회야.”
“무슨…… 설마. 그런 짓을?”
“못할 건 없어. 조심해서 나쁠 것도 없고. 내기 할까? 난 무조건 누님들의 부하들이 용병들을 친다는 쪽에 건다. 그때 아무런 피해가 없어야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했던 게 우스워지지 않겠지?”
굳이 용병들을 손님방이나 응접실이 아닌 훈련장으로 데려가라고 말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었다. 드넓은 훈련장에 다 같이 모여있는 게 보호하기 훨씬 편하니까.
무라칸이 미간을 좁혔다.
“젠장, 받아. 나는 반대쪽에 건다. 내가 이기면 귀신대가 돌아간 이후 딸기파이한테 절대적 휴가 15일이다. 가기 싫다고 해도 명령으로 내보내는 휴가야. 알겠어?”
“전 휴가가 그다지 필요 없…….”
“좋아.”
“꼬마, 네 조건은 뭐냐?”
“내 조건은 없어. 어차피 이길 거거든. 대신, 용병들이 한 사람도 다치지 않도록 제대로 신경 써.”
“나중에 딴소리하기 없기다. 흐흐, 가자! 이 용병 놈들아!”
무라칸이 콧노래를 흥얼대며 용병들을 이끌고 훈련장으로 떠났다. 벌써 길리와 15일간의 행복한 나날을 보낼 생각에 잔뜩 신이 난 것이다.
진은 그 뒷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고, 길리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가주 대행께서 보고는 생략해도 좋다 하셨습니다.”
페트로가 말했다.
로사는 아직 가주 선언 당시 입은 내상을 치료하는 상태였다.
“그럼 바로 라타를 만나도 되겠군. 응접실에 있다고 했던가?”
“예, 도련님. 다른 공간을 마련할까요?”
“아니, 그냥 직접 가서 만나도록 하지.”
드넓은 응접실이 손님으로 가득한 풍경이었다. 룬칸델과 거래하는 상인들, 귀족들, 임무에 고용된 용병들 등.
그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무겁고 날카로운 기운을 잔뜩 뿜으며 팔짱을 끼고 있는 라타였다. 그는 벽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는데, 그 주변으로 열 걸음 정도는 사람이 아무도 서 있지 않았다.
“라타 님.”
진이 응접실에 들어서 이름을 부르자 라타가 찬찬히 눈을 떴다.
성큼, 성큼! 그리곤 매우 빠른, 위협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걸음으로 진에게 다가왔으며…….
스릉!
진의 한 걸음 앞에 왔을 땐, 돌연 품속에서 한 자루의 단검을 꺼내들어 주변인들과 대기 중인 수호기사들을 식겁하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멈추……!”
수호기사들이 소리치며 몸을 던졌다. 라타의 단검이 진을 향해 궤적을 그리는 듯 보였다.
스걱-!
그러나 라타의 단검이 닿은 곳은 진의 신체가 아니었다.
툭, 메마른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진 것은, 바로 라타의 오른손 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