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509)
제 555화
141화. 추락(3)
* * *
1800년 3월 5일, ‘소타 사막’ 특급 임무에 참여한 이들이 검의 정원으로 돌아오고 하루가 지났다.
임무는 성공했으나 손실도 막대했다.
“살려냈소. 하지만 팔은…… 괴사와 조직 손실이 너무 심해 어쩔 도리가 없더군.”
의료원장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몬에 대한 이야기였다.
비앙카와의 전투 후 잘린 팔을 챙기기는 했으나, 소타 사막 임무에 참여한 이들은 루테로 중앙 경계선을 넘은 후에도 연방의 해군들과 몇 번의 격전을 치렀다.
팔은 애초에 비앙카와의 전투가 끝난 시점에도 성왕 수준의 치료를 받지 못하면 어쩔 수 없는 상태였다.
“앞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는 있겠소?”
진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
임무 수행이 가능한가, 그건 가문 최고 인력인 몬의 능력이 아까워서 물어본 말이 아니었다.
몬 스스로 정한 자신의 존재 의의와 자긍심이 유지되기를 바라서 한 말이었다.
“왼팔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곧 완벽하게 회복될 것이오. 흑기사로서는 어려울 것 같지만, 그 아래 수준의 임무는 전부 수행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오.”
“……고생하셨습니다, 의료원장.”
“들어가 보시오. 깨어 있으니.”
수술실로 들어서자 온몸을 붕대와 의료 기구로 휘감고 있는 몬이 보였다.
“몬 경.”
복귀 후, 진은 몬과 제인이 연인이었다는 사실을 제드에게 전해 들었다.
“12기수.”
몬은 창밖에 시선을 둔 채 한동안 말이 없었다. 임무 내내 뿌옇거나 전투의 불길로 가득하던 소타 사막의 하늘과 대조되는, 유난히 화창한 햇빛이 병실을 물들이고 있었다.
“수호기사나 집행기사로 강등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오. 이 팔로는 다른 검은 투구들에게 짐만 될 뿐이니.”
“경들이 아니었다면 임무는 성공할 수 없었습니다.”
“날씨가 좋군.”
몬은 진의 말을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았다. 다만 돌아오는 길에 진에게 들은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었다.
“마음을 너무 무겁게 먹지 마시오. 검은 투구란 건 그저…… 가문을 향한 충절의 한 상징일 뿐이오. 그게 없더라도 나의 본질은 변하지 않소. 하지만.”
몬이 진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뒷말을 이었다.
“그대의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 그렇다면. 변했다는 생각이 들 것 같군.”
변했다는 표현은 자신이 아니라 바로 이곳, 검의 정원을 향한 말이었다.
-제7결전기 화산, 2기수는 확실히 죽음을 맞이했겠군…….
-아니, 살아 있을 겁니다. 화산을 펼친 것은 진짜 조슈아가 아니라, 그의 복제일 겁니다.
-복제?
-막내, 그게 무슨 소리냐?
루테로 마법 연방을 탈출하며 진은 일행에게 조슈아가 복제일 것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아직 그 말은 증명되지 않았으나, 디푸스와 몬은 더러운 직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다.
“12기수.”
“말씀하십시오.”
“제인은 사실 당신을 모시고 싶어 했소. 그리고 그대의 말이 증명되는 순간…….”
그 순간, 한 사람이 치료실을 찾았다. 진의 집사 페트로였다.
“도련님!”
진은 페트로가 이토록 다급하게 찾아온 이유를 직감적으로 알아보았다. 몬 역시 마찬가지였다.
“2기수가 돌아왔습니다……!”
페트로가 말을 끝맺자마자 몬에게서 엄청난 기운이 방출되었다.
어제까지 죽음 직전에 놓였던 사람의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한 힘에 건물 전체가 흔들리고 있었다.
몬의 두 눈에서 시뻘건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이내 그는 힘을 거두며 침상에서 일어나 진을 바라보았다.
“어서 가시오, 12기수.”
호정으로 나섰다.
강철 대문 바깥에 조슈아가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모습으로, 흑기사를 제외한 자신의 모든 직속 기사를 이끌고 온 상태였다.
흑검, 룬칸델의 상징이 그려진 깃발.
조슈아와 함께 온 문 바깥의 기사들도, 정원 안쪽에 모여든 기사들도 같은 깃발을 들고 있었다.
그 풍경이 끔찍할 정도로 혐오스러웠다.
“네 말이 사실이었군.”
디푸스가 진의 옆에 서며 말했다. 간신히 분노를 억누르는 디푸스의 떨림이 느껴졌다.
“진.”
“예, 형님.”
“반드시 저놈을 끌어내려서 죽인다. 그리고 이번에도 어머니가 저 역겨운 놈을 감싼다면,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반역.
혹은 개혁.
디푸스는 각오를 끝냈다.
진 또한 그랬다. 하지만 디푸스와 달리, 진은 저 자신만만한 제 큰형님이 이번만은 책임을 피하기 어려우리라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조슈아의 뒤에 선 기사들을 보자 그 확신은 더욱 짙어졌다.
‘놈도 두려운 마음에 자신의 기사들을 다 이끌고 온 것일 테지. 그러나 아직도 모르는 건가, 사냥개들은 몰라도 가문의 기사들이 충성을 바치는 건 네놈이 아니라…….’
기사들을 대동한 채 검의 정원을 찾아온 것은 완벽한 실수다.
차라리 조슈아는 혼자 왔어야 했다. 진은 그렇게 생각했고, 안채를 빠져나온 그들의 어머니, 로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척!
기사들이 이 열로 길을 형성했다. 그 사이를 걸어 나오는 로사는 무감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가문 2기수, 조슈아 룬칸델. 임무를 마치고 복귀하였습니다!”
간신히 자신감을 꾸며낸 그 목소리엔 위엄이 없다. 험난한 임무를 성공시켰다는 자부심 또한 없다.
그저 어머니께 벌을 받을지, 상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는 아들의 공포가 묻어났다.
검의 정원으로 오기 전까지는 언제나처럼 상을 받을 거라고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하지만 로사의 냉담한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조슈아는 희망이 옅어지는 걸 느꼈다. 어린애들은 평소와 다른 부모의 표정을 잘 견디지 못하는 법이다.
조슈아는 자신이 기사들을 대동한 것조차 합리화하고 있었다.
로사의 결정이 두렵기 때문에 데려온 것이 아니라, 단지 치열하게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온 차기 가주의 위엄을 빛내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고 말이다.
“임무 중 사망했다고 보고를 받았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
아무리 합리화하더라도, 조슈아는 첫마디부터 알 수 있었다. 어머니가 돌아온 자신을 그리 반기지 않는다는 것을.
뼈아픈 현실을 자각할 때였다.
“어머니, 그건.”
“호칭을 똑바로 하라. 지금 나는 네 어미로서 서 있는 것이 아니다.”
조슈아의 눈동자가 커졌다.
지켜보는 다른 이들도 충격을 받고 있었다. 시론이 아닌 로사가 이런 식으로 모두가 보는 앞에서 조슈아의 권위를 짓밟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죄송합니다…… 가주 대행. 제가 실수하였습니다.”
“가문 2기수 조슈아 룬칸델은 어찌 사망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 있는지, 명명백백히 내게 고하라.”
왜 죽지 않고 살아왔느냐, 거기서 죽었어야 했다.
조슈아로서는 로사의 말이 그렇게 들렸다. 단순한 질책을 넘어 악의마저 느껴지는 어머니의 목소리에, 조슈아는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대답하라, 4기수와 12기수가 감히 내게 거짓을 고한 것은 아닐 터!”
로사가 재차 소리치자 사방에 무거운 풍압이 일었다.
“제, 제가 살아 있는 것은.”
말을 더듬었다. 눈동자는 흔들렸고, 조슈아는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고 있는 감각을 느꼈다. 자신을 바라보는 가문의 눈동자들엔 깊은 경멸이 스며 있었다.
“임무에 복제를…… 보냈…….”
그 대목에서, 진은 이렇게 생각했다.
‘기사들을 데려오는 무의미한 실수를 저지른 것도 모자라, 결국 어머니의 마음을 돌릴 마지막 기회까지 놓치는군, 조슈아.’
도대체 어머니가 왜 이토록 분노를 터뜨리고 있는 것인지, 조슈아는 알지 못했다.
그건 본질을 잊었기 때문이었다.
후우우!
조슈아가 숨을 고르며 로사를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후들거리는 두 다리는 숨기지 못했다.
“제가 살아 있는 것은, 임무에 본신이 아니라 예언자를 통해 빚은 복제를 보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임무는 성공했.”
“흑기사 하나는 죽음을 맞이했고, 하나는 불구가 되었다. 그걸 성공이라 말할 수 있느냐?”
조슈아가 지금 문책당하고 있는 표면적인 이유는 바로 그것이었다. 몬은 살아남았으나 사실상 룬칸델은 이번 임무에서 흑기사 둘을 잃었다.
임무의 최고 지휘권자로서 조슈아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로사가 이렇게까지 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룬칸델의 본질, 투쟁. 조슈아는 그것을 잊었다. 어쩌면 잊은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없던 것일지도 모르지만.
방식은 중요하지 않았다.
임무에 가짜 몸을 사용했어도, 그로 인해 흑기사 하나가 죽음을 맞이하고 하나는 불구가 되었어도, 그보다 더 큰 손실을 일으켰어도.
조슈아는 투쟁했어야 했다. 차기 가주로서 가문의 가치를 드높였어야 했다.
겁먹은 개처럼, 공포에 질린 어린애처럼 떨고 말을 더듬을 것이 아니라, 자신은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했다.
로사에게 맞서고, 가문에 맞서야 했다.
내가 예언자의 힘과 복제를 사용한 것보다 뛰어난 수가 있었느냐고, 더 좋은 방법이 있었다면 왜 가만히 있었느냐고, 정말 가문의 흑기사가 죽도록 만든 것이 누구냐고 포효를 내질렀어야 했다.
가주 선언 당시의 진이 그랬던 것처럼.
‘네놈이 결국 룬칸델의 본질을 잊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면, 어머니는 이번에도 네놈을 두둔했을 것이다.’
진으로선 구역질이 날 만큼 역겨운 기분이었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그 어떤 룬칸델보다도, 그 어떤 자식들보다도 로사 룬칸델이라는 인물을 가장 깊이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에, 치가 떨렸다.
“잘못…… 했습니다.”
로사의 눈동자가 한층 더 싸늘해졌다.
어째서?
어째서…… 인정해주지 않는 것이지?
나는 분명 가문을 위해 임무를 성공시켰고, 어머니는 지금껏 내가 예언자의 힘과 복제를 사용하는 걸 묵인해오지 않았는가…….
나는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자식이지 않은가.
조슈아의 머릿속엔 그저 그런 생각만이 가득했다. 조슈아 룬칸델의 본질은, 부모에게 인정받고자 발버둥을 치는 어린애에 불과했다.
그걸 투쟁이라고 할 수는 없다.
“4기수.”
“예, 가주 대행.”
“말하라. 너는 2기수가 복제를 보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나.”
“몰랐습니다.”
“12기수, 너는?”
“짐작은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이번 임무에 그의 복제 따위뿐만이 아닌, 흑기사의 희생이 필요했던 것이지?”
“어제 보고드렸듯이, 3대 세력 중 이번 일에 우리 가문이 가장 적은 투자를 했기 때문입니다. 하나…….”
진이 조슈아를 내려다보며 뒷말을 이었다.
“그가 처음부터 저와 4기수에게 모든 정보를 공유해주었다면, 복제의 희생을 미리 자처했다면. 흑기사 제인 경이 전사하고, 몬 경이 팔을 잃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것입니다.”
“어머니, 아닙니다! 저건 그저 가정에 지나지 않습니다! 제가 다 설명하겠습니다, 제 계획은 분명 완벽했습니다, 그저 이번 임무는 변수가 너무 많았기에……!”
로사의 입가에 경멸보다 더한 미소가 번졌다.
“흑검회, 조슈아 룬칸델을 제압하라.”
“존명!”
로사의 명령에 대답한 것은 정원 안쪽이 아닌 바깥, 조슈아가 이끌고 온 기사들이었다.
흑기사를 제외한 조슈아의 직속 최고 등급의 기사들은 전원, 룬칸델 원로회의 처단부대로 이루어져 있었다. 조슈아 본인은 그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라인, 벡스, 리한나…… 시나트라까지. 네놈들이, 전부…… 흑검회였단 말이냐……!”
정체를 밝힌 흑검회의 처단자들이 얼굴에 쓰고 있던 인피 가면을 벗었다. 짓이겨져 원래의 모습을 알아볼 수 없는 늙은 얼굴들이 드러나자 장내의 모든 이들이 숨을 죽였다.
“현 시간부로, 조슈아 룬칸델의 가문 2기수 자격을 정지한다. 또한 외부에서 활동하고 있을지도 모를, 그의 본신과 복제 모두에 비밀 수배령을 내린다.”
“그를 지하 감옥에 가둬라.”
“어머니, 어머니……!”
추락.
어머니를 부르짖는 조슈아 룬칸델의 모습을 보고 있는 이들은 모두, 그 단어를 떠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