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584)
제 555화
151화. 상황 정리(5)
보통은 무기를 겨눈 후 너흰 무엇이냐, 라고 묻는다면 그다음엔 대답을 기다리기 마련이다.
퍼엉-!
하지만 사내는 그런 틀에 박힌 협박의 형태를 부정하는 부류의 인간인지, 냅다 장전된 중포를 쏘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그가 조준하고 있던 것은 진과 시리스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방금 전까지 밥을 지어 먹던, 무려 30년이 넘도록 이 오지 속에 꿋꿋이 존재해온 추억의 오두막이 아니던가.
진은 다짜고짜 중포에 공격당했다는 것보다, 그리고 그 중포가 그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위력을 지녔다는 것보다 그 사실에 더 충격을 받았다.
츠르릇!
진이 앞으로 나서 탄환을 베어내기 전에 시리스가 먼저 반응했다. 그녀의 손아귀에서 펼쳐진 빙벽이 오두막의 전면을 덮어 탄환을 막아내는 모습.
투명한 빙벽을 두들기는 위력적인 폭발을 보며, 시리스는 으득 이를 악물었다. 눈동자는 순식간에 어두운 살의로 젖어 들었다.
“이 쓰레기 같은 작자가.”
“음, 시리스 님? 죽이면 안 됩니다. 콰울 가네스토가 맞는 것 같군요. 적어도 그와 관련이 있는 건 분명합니다. 이런 수준의 휴대용 중포에 대해선 들은 바가 없으니까요.”
쾅, 쾅! 쾅! 진이 말하는 사이에도 계속 중포가 불을 뿜고 있었다. 얼마나 쏘아대고 있는지 불과 몇 초 만에 검은 연기로 온 시야가 가려질 지경.
“그럼 팔 두 개만 자르도록 하지.”
“그건 시리스 님보다는 요나 누님에게 더 어울리는 대사 같군요. 불구로 만들지, 죽일지, 용서해줄지. 일단 제압하고 결정하도록 하죠.”
진이 빙벽 바깥으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검풍을 일으켜 근처의 연기를 걷어내자마자, 진은 예상치 못한 풍경을 마주해야 했다.
‘벌써 이런 무기들이 깔렸다고?’
기묘하게 꺾여 있던 나무들 사이로는 정체불명의 시퍼런 막대들이 튀어나왔고, 그 사이사이엔 총구와 포신으로 보이는 물건도 있었다.
잡초 가득하던 땅은 어느새 금속 소재의 평평한 바닥이 되어 있었다. 바닥 위로 복잡한 선이 나 있는 모양새가 요새의 방어 장비처럼 함정으로 변형될 수 있으리라는 직감을 주었다.
이 모든 게 채 10초가 지나기 전에 생긴 변화다.
‘아멜라 경을 처음 만났을 때만큼이나 놀랍군.’
당시의 아멜라는 혼돈의 탁기가 증폭된 상태였으나 사내가 일으킨 변화는 오로지 순수한 마법 공학의 산물이었다.
예상대로 금속 바닥 위로 발을 떼자마자 함정이 발동되었다. 선이 벌어지며 그 속에서 날카로운 갈고리들이 튀어나와 발목을 붙잡아댔다.
물론 대단한 공학임은 부정할 수 없다. 아마 일반적인 무인, 아니. 7성 이상의 무인이라 할지라도 사내의 함정들을 몇 개도 버텨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는 진과 시리스였다.
갈고리들은 진의 영기 갑옷에 흠집조차 내지 못하고 허망하게 꺾여갔다. 피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으나, 위력을 알아보기 위해 일부러 갑옷을 개방했다.
‘발목이 묵직해지는 느낌이 나쁘지 않군. 티칸에 설치하면 꽤 효과적이겠어.’
영기 갑옷을 개방한 진에게나 묵직한 수준이지, 어지간히 단련된 기사들의 발목조차 수수깡처럼 잘라버릴 절삭력이었다.
이어 한 발의 포가 진의 등을 가격했다. 마찬가지로 진은 등허리가 아릿한 감각에 만족스러웠고, 다음에 자신을 덮친 빛나는 그물망 역시 피하지 않았다.
‘8성 수준의 일격으로도 쉽게 베기 힘들 정도로 질긴 그물…… 이것도 쓸만하겠어.’
끄저적! 진이 그물을 손으로 찢으며 미소를 지었다.
말하자면 진은 이미 사내를 영입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그가 콰울이든 아니든, 인성이 어떻든, 그의 의사가 어떻든. 그런 것들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능력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인물이 적에게 귀속되는 건 있어선 안 될 일이다. 특히 요즘 같은 시국에는 더더욱.
사내가 인간쓰레기라면 강제로 일을 하게 만들 것이고, 대화가 통하는 인간이라면 아량을 베풀 것이며, 지플에 충성을 바치는 자라면 그 마음을 꺾을 것이다.
‘절대 지플에 있어선 안 될 인물이다.’
그리고 문득, 만약 사내가 이런 물건들을 어렵지 않게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기사들의 시대는 끝자락에 다다른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잠시 진의 뇌리를 스쳤다.
다음 순간, 진은 그 씁쓸한 예감을 한층 더 진하게 느끼고 말았다.
‘오러가 집중되는 것을…… 무언가가 방해하고 있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본래 숨 쉬듯 자연스레 기운을 운용해도 백의 오러가 모여야 한다면 지금은 구십오 정도가 응축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진 정도의 무인을 기준으로 했을 때였다. 진이 가진 오러 친화력은 일반적인 기준치를 아득히 뛰어넘으니까.
평범한 무인에겐 이조차 치명적일 것이며, 진 역시 초인에 준하는 인물을 상대한다고 가정하면 충분히 위험한 현상이었다.
시리스 역시 같은 감각을 느낀 듯 표정이 굳어 있었다. 사내를 제압하는 정도에 문제가 생길 리는 없으나, 무인으로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원인으로 추정되는 요소를 찾아 재빠르게 눈동자를 굴렸다.
나무 사이사이로 빠져나온 막대들, 그것이 원인이었다. 막대로부터 퍼지고 있는 묘한 기운이 오러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었다.
막대가 영향을 주는 것은 오러뿐이었다. 시험 삼아 펼쳐본 마력과 영기는 그 흐름에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등허리에 소름이 쫙 돋았다.
사내가 콰울 가네스토라면, 저 막대 아티팩트를 만들고 있던 이유는 바로 지플이 룬칸델을 더 수월하게 상대하기 위함일 테니까. 양산함 설계도와 순간 이동 장치와 마찬가지로.
사내의 마법 공학 아티팩트들에 대한 검증은 끝났다.
진은 단숨에 오러를 폭발시키며 자신을 옭아매려던 함정과 탄환들을 튕겨냈다.
돌진하며 걸음을 내딛자 진이 딛고 있던 땅이 폭발하며 파편이 튀었다. 함정이 폭발한 게 아니라, 진의 각력에 터진 것이다.
시그문드에서 튄 시퍼런 뇌기가 사내의 아티팩트들로 사납게 튀는 모습을 보였다.
대부분의 아티팩트들은 순식간에 먹통이 되거나 파괴되었는데, 막대는 과연 그의 작품 중에서도 차원이 다른 물건인 듯 단단히 버텼다.
어차피 진은 막대를 부술 생각이 없었다. 저토록 귀중한 물건에 흠을 내는 건 멍청한 짓이었다.
“팅겐 바우어.”
팅겐은 눈을 깜빡이기 전까지 전방에 보이던 진의 목소리가 자신의 뒤에서 울리는 것을 느꼈다.
당연하게도 공간 전체를 순식간에 요새화할 수 있는 능력자인 만큼, 사내는 자신을 지키는 방어 아티팩트도 한가득 두르고 있었다.
그러나 모습은 앞에서 보였고, 목소리는 뒤에서 들렸으며 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질러진 검은 사내의 왼편을 찔러 들어왔다.
게다가 왼편의 보호막이 깨지자마자 오른편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빛처럼 퍼지는 뇌기가 어느새 그의 사방을 두들기고 있었다.
“넌 뭐냐고! 여길 어떻게 알고 찾아왔지?”
사내가 팅겐임을 시인하자마자 진은 속으로 또 한 번 미소를 지었다.
일이 너무 잘 풀려도 불안할 것 같다는 마음은 이제 저 멀리 사라지고 없었다. 대박 중의 대박을 운 좋게 물었고,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일종의 헤드헌터?”
보호막이 일제히 터지자 팅겐의 몸이 튕겨졌다.
보통은 그 정도의 충격을 받으면 보호막 속의 인간에게도 타격이 가기 마련이다.
‘죽이지 말라더니, 자기가 놈을 더 과격하게 다루는…… 잠깐, 완벽하게 보호막만 없앴다고?’
하지만 진의 공격들은 놀랍도록 완벽하게 보호막만을 부수었고, 팅겐의 몸이 떠오른 것은 단지 풍압 때문이었다.
진은 팅겐이 딱딱한 금속 바닥에 부딪히기 전에 부드럽게 그를 받쳐주었다.
시리스는 그걸 보며 속으로 혀를 내둘렀는데, 또 한 번 격차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진 룬칸델은 만날 때마다 저 멀리에 있군…….’
시리스는 이제 진의 성취가 자신보다 월등히 빠른 것에 분한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진을 진심으로 위하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그가 어떤 길들을 걸으며 이런 힘을 얻게 되었는지를 알기 때문이었다. 왠지 모르게 섭섭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귀한 몸 상하면 안 되지. 팅겐 바우어. 아니, 콰울 가네스토.”
이번엔 팅겐의 목덜미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적어도 팅겐이 알기에, 자신을 제외하면 그 이름을 아는 인물은 세상에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자신이 얼마 전까지 일했던 지플의 수뇌들조차 모르던 것이다.
“방금…… 뭐라고?”
“옛 룬칸델 십대기사 로키아 가네스토의 후손, 콰울 가네스토. 반응을 보아하니 본인이 확실하군.”
피이이-!
콰울의 손아귀에서 섬광이 번졌다. 첸미의 섬광포와 비슷한 형태로 상대의 시야를 가리는 아티팩트였다.
진은 한 줌의 영기를 일으켜 통째로 아티팩트의 빛을 집어삼켰다. 그런 잡기가 통하는 경지를 지나온 건 이미 오래된 일이다.
“나는 진 룬칸델, 현 룬칸델의 12기수이자 옛 룬칸델의 적자다.”
“갑자기 무슨 개소리야, 어쩌라는 거지?”
“그러니 묻고 싶군. 어째서 십대기사의 후손이 지플을 위해 일하고 있는 것이지?”
아티팩트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압도적인 무력 앞에서도 팅겐의 얼굴엔 두려움이 없었다.
다만 진이 자신의 본명을 알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놀라움만 가득했다.
“내가 대답할 필요가 없는 것 같은데.”
“천 년이 지났어도 십대기사는 십대기사이며, 그 후손 또한 마찬가지다. 당신은 지플을 위해 일하고 있던 것만으로도 이미 대역죄를 저질렀다는 뜻이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솔직히 천 년이나 지난 마당에, 본래 충성을 바치던 가문이 자신들을 지켜주지도, 기억하지도 못했다면 생존을 위한 변절은 어쩔 수 없는 일일 테니까.
“이봐,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지나가던 개와 산천초목도 그 소릴 들으면 허허 웃을 것이다.”
“굳이 천 년 전의 일을 들먹일 것도 없이, 당신은 지플에 수많은 기여를 해왔어. 그것만으로도 룬칸델의 검에 죽음을 맞이할 이유는 차고 넘치지. 다만 말했듯이, 나는 헤드헌터거든. 그게 영입을 위한 의미가 될지, 진짜 머리를 자르는 의미가 될지는 당신 선택에 달렸고.”
“헹, 그렇다면 거절이다. 죽여, 자신 있으면.”
“너무 쉽게 포기하는데.”
“방금 날 공격하며 느꼈을 텐데. 내게서 알아내야 할 기술이 몇 가지나 되지? 내가 얼마나 탐이 나겠나? 네놈은 절대로 날 죽일 수 없어. 조금 전에는 뭐라더라, 귀한 몸에 상처가 나면 안 된다고 했던가?”
“맞아. 그래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좀 더 사이좋게 같이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 중이지. 강제성을 가진 노동이란 언제나 괴로운 법이지 않나? 사는 걸 보아하니 지플과도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좋은 게 좋은 거라는 격언이 떠오르는군.”
“나와 대화를 하고 싶다?”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짜고짜 마력포부터 쏘아댄 당신과는 다르게 말이지.”
“담배 좀 태우고 다시 이야기하지.”
“얼마든지.”
연달아 다섯 개의 담배를 피운 팅겐은 이내 이렇게 말했다.
“몇 가지 질문에 답을 하고, 내가 제시하는 조건들을 충족하면, 이 오두막을 떠나는 걸 고민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