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rdmaster’s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627)
제 666화
161화. 복귀(5)
“비행 함선을 벌써 만들었다니, 내가 기대했던 것보다 성과가 좋군요.”
“발레리아와 함께했던 몇 번의 시운전을 제외하면 네가 첫 비행이다. 영광으로 알아라, 다른 놈들은 상상도 못 할 물건을 만들었으니! 기체 점검하고 올 테니 밀린 이야기나 나누며 기다려.”
“알겠습니다.”
본래 귀곡새성까지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이동 관문을 이용하는 것이다.
귀곡새성은 비먼트 제국에 있으며, 비먼트 제국은 세상에서 가장 많은 이동 관문을 보유했다.
게다가 현재 비먼트를 통치하고 있는 건 섭정 단테이니 절차상의 문제가 생길 일도 없었다.
그러나 진이 떠난 3년 동안 세상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런데, 이동 관문을 사용하는 게 더 빠르지 않나?”
진의 말에 발카스가 고개를 저었다.
우선, 세상의 모든 이동 관문은 먹통이 되었다.
“세계 전역에 퍼진 혼돈 때문입니다, 도련님. 본래 이동 관문은 눈과 비가 심할 때만 위험성이 극단적으로 커졌는데, 이제는 어디에나 있는 혼돈 입자가 그 역할을 하고 있어요.”
“아울러 전 세력이 휴전이라는 이름의 냉전에 들어서며 모든 연결점을 폐쇄하기도 했소. 어차피 혼돈 입자 때문에 사용할 수 없지만.”
또한 그르닐이 나타나기 전까지 지플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비행 함선은, 이제 꽤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이 되었다.
지플과 킨젤로는 물론이고(그들은 진의 예상대로 제국 동부와 함께 지플에 편입하였다) 황실조차 그들로부터 설계도를 받아 다수의 비행 함선을 운용하고 있는 것이다.
“콰울 님이 비행함을 완성하지 못했다면, 귀곡새성까지 육로와 해로를 이용해야 했겠군요.”
“그가 지금껏 완성한 비행함은 열 척이 넘소, 주군. 만드는 족족 이딴 건 쓰레기라며 죄다 때려 부쉈을 뿐이지. 금팽이 상단이 없었다면 티칸은 벌써 파산했을 것이오.”
“하여간 천재는 괴팍하다는 통설을 몸소 증명하는 사람이란 말이죠.”
또한 지플의 생체 골렘과 황실의 마인, 킨젤로의 명인에도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다.
대사막에서 진이 본 실험체들은 혼돈에 잠식된 상태였고, 일정한 규칙이 존재했다.
그때 진이 예상한 것처럼, 각 세력은 자신들만의 ‘혼돈 제어’를 통해 실험체들을 강화하는 중이었다.
킨젤로가 가장 높은 혼돈 제어력을 보유했고, 지플과 황실이 그 뒤를 따랐다.
다만 각 세력은 서로의 기술력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
발카스와 길리가 번갈아 이러한 내용을 설명해주었다.
“그나저나 소타 사막에서 지플의 함대를 보며 우려했던 일이 그대로 벌어졌군요. 적들도 아직 코젝이나 그르닐 급의 함선은 몇 기 추가하지 못한 게 그나마 다행인가 싶습니다.”
타 세력과 달리, 룬칸델은 노획한 비행 함선만 몇 기 보유했다고 알려졌다.
함선 제작자들을 납치한 사실을 칠색조가 확인하기는 했으나 핵심 인력은 확보하지 못했다.
설령 핵심 인력과 설계도 전체를 확보했다 할지라도 그걸 제작할 공학자를 구하는 건 다른 문제고 말이다.
혼돈 제어에 대해서도 전혀 진척이 없었다.
끔찍한 생체 골렘과 개조 인간이 난무하는 가운데 여전히 순수한 기사만을 양성하는 건 물론 칭송받을 일이나, 룬칸델이 시대에 뒤처지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예언자가 안배해둔 것들이 있을 테지. 이미 가문이 예언자에게 장악된 상태라면, 단지 숨기고 있을 뿐일 터…….’
소타 사막에서 구한 설계도와 시공간 장치의 부품은 3년 전이나 지금이나 티칸이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룬칸델은 진이 부재한 사이 단 한 번도 티칸을 노리지 않았다.
‘기술로 인한 격차가 정말 심각한 수준이라면, 어머니는 나와의 약속을 어기더라도 내 동료들을 추궁해보았을 것이다.’
진은 설계도와 기계의 완성을 모두 명왕족 형제들을 통해 완성하겠다고 했으나, 티칸에 계속 콰울의 연구 재료들이 수급되고 있었으니 로사가 마음만 먹으면 눈치를 채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티칸을 압박한 적이 없다는 것은 어머니가 괜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혹은…… 어머니가 아니라 예언자가.’
각 세력의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한 이후, 룬칸델의 대외적 위상은 지플과 킨젤로에 이어 세 번째로 밀려난 상태다.
세인들의 인식은 분명 그랬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룬칸델을 멸문할 날만 남은 시한부 가문이라 평하기까지 했다.
“그런 평가가 사실이라면 지플이 휴전이고 뭐고 더 강하게 룬칸델을 압박했을 것 같군요.”
“그렇습니다, 도련님. 거대 세력들은 여전히 가문과의 심대한 마찰을 피하고 있습니다.”
“아버지와 예언자의 존재를 의식하고 있을 테니까.”
시론의 원정대는 여전히 소식이 없었다.
적어도 티칸이 파악한 바로는 그랬다.
“검의 정원이 나에 관한 소식들을 통제하기 시작한 게 반년 전이라고 했지?”
“예, 도련님. 그전까지는 도련님이 이룬 업적과 폐관 수련에 대한 행보를 주기적으로 기사화했습니다. 차기 가주의 위상을 가문의 일원과 대중 모두에게 각인시키는 느낌이었죠. 이제는 가문에 소속되지 않은 소식지들조차 도련님에 관한 기사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진이 티칸으로 오기 직전, 동료들이 룬칸델이 진을 위협하는 경우를 걱정한 이유였다.
단지 언론 통제만 있던 게 아니었다. 반년 전부터 룬칸델은 검의 정원이 있는 도시 ‘칼론’을 전체 봉쇄한 채 가문 수뇌부의 활동을 모조리 감추고 있었다.
그래서 추락한 조슈아 룬칸델이 복권되었다는 소문이 도는 중이고 말이다. 혹은, 로사가 시론이 부재한 사이 권좌를 찬탈했다는 소문이.
“우리가 파악한바, 주군이 떠난 후 칼론 인근에서는 총 7회의 폭발과 지진이 감지되었소. 그게 내전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로 인한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
“어머니의 마성화로 인한 폭주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티칸이 파악한 게 7회라면, 분명 그보다 훨씬 많았을 겁니다.”
이야기만 들어서는 검의 정원의 현 상태를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로사가 폭주해서 지휘가 위태롭거나 내전이 번진 상태라면 타 세력이 가만두지 않았을 거고, 기술의 격차가 심각했다면 티칸을 건드렸을 것이며, 조슈아가 복권되었다면 벌써 전면에 드러났어야 했다.
그중 어떤 일도 벌어지지 않고 있었다. 그게 오히려 진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최악의 경우는 이것이다.
예언자는 이미 가문을 장악했고 그 힘은 타 세력이 두려워할 수준이며, 지금껏 룬칸델이 티칸을 보호, 방치한 이유는 오직 진이 가져올 ‘새로운 정보’를 확인하고 추가하기 위함일 뿐이라는 가정.
“……미안하오. 주군이 오기 전에 우리가 더 많은 정보를 수집했어야 하는데.”
“세상이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빠르게 변했습니다. 그 안에 죽거나 크게 다친 사람 없이 모든 동료들이 버텨준 것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한 일입니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발카스 경. 모두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었으니.”
정말로, 진은 격변하는 세계 속에서 동료 전원이 무사한 게 기적처럼 느껴졌다.
“아무튼, 가문에 대해서는 직접 가보기 전까지 모든 판단을 유보하는 게 좋겠습니다. 상황에 따라 어머니에게 약조 받은 남은 6개월 동안 더 성과를 올리든, 곧장 돌아가든 해야겠군요. 스마리온 프로치라는 급한 불부터 끄고 말이죠.”
거기까지 대화가 이어지자 콰울이 기체 점검을 완료했다고 알렸다.
그를 따라 티칸의 중층에 마련된 함선 건조장과 출격장으로 향하며, 진은 연신 감탄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규모는 소타 사막의 건조장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누구든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콰울 님이 제작하고 있는 함선들은 당시 지플의 기술력을 월등히 상회하고 있다는 걸.’
수만 개의 톱니바퀴, 아름다워 보일 정도로 정교하게 동작하고 있는 기계들. 그 가운데 제단처럼 마련된 널찍한 공간에, 콰울이 때려 부수지 않은 첫 번째 역작이 유려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코젝이나 그르닐, 기타 양산함처럼 지금껏 세상에 알려진 대형함이 아니었다.
“소형함이군요.”
“그래. 탑승 가능 인원은 다섯 명, 탑재 화기는 황실의 양산형 용창을 개량한 주포 하나가 전부다.”
때문에 콰울은 비행함의 화력이 허접하다는 듯 말했으나 용창은 검황성전 이전까지만 해도 제국 최강의 전쟁 병기였다.
그 용창의 양산형을 성능 저하 없이 축소하고, 소형함에 장착하는 건 세상에 오직 콰울밖에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애초에 ‘소형함’을 제작하는 일도 콰울만이 가능했다.
“하지만 내장된 보호 아티팩트의 성능은 엔야의 용화차단막에 준하는 수준이지. 발레리아와 이 몸이 만든, 현시점 마법과 마법 공학의 결정판과 같은 아티팩트다.”
설명하던 콰울의 눈시울이 일순 붉어졌다.
이걸 만들기까지 얼마나 많은 마법과 마법 공학의 벽을 깨부수었던가……. 완성의 순간엔, 그 발레리아조차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콰울 님. 여기 손수건…….”
“흥, 집어치워. 눈에 담뱃재가 들어갔을 뿐이다. 아무튼, 이 비행함의 정식 명칭은. 파장 추적 동기형 공간도약함인데. 한 마디로 쉽게 정의하면.”
“……설마 순간 이동이 가능한 함선이라는 말입니까?”
“그렇다. 이제는 구시대의 상징이 된 이동 관문의 모든 단점을 극복한 물건이기도 하지. 그만큼 거대한 동력이 필요하다는 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지만.”
콰울의 신뢰도와 별개로 직접 체험하기 전에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그만큼 충격적인 내용이었으니까.
“발레리아와 내가 붙인 이 녀석의 이름은, 붉은부엉이.”
아무래도 발레리아 혼자 붙인 이름 같았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설명서는 안에 놓여 있으니 예외적인 사태가 발생하면 확인하고. 타 봐라!”
진과 길리, 발카스가 얼떨떨한 얼굴로 붉은부엉이의 선실로 올랐다.
“따로 조작하지 않아도 되는 겁니까?”
“도착, 복귀 좌표는 귀곡새성과 티칸으로 설정해뒀다. 출격장이 열리면 선실 중앙에 있는 단추만 누르면 돼. 눈 깜짝할 새에 귀곡새성 앞일 거다. 그리고 투명화는 아직 개발 중이니, 도착하면 우선 외부 노출부터 신경을 써라.”
“투명화라고요?”
“언제 개발될지 몰라. 아무튼 행여 붉은부엉이가 파손되기라도 하는 날엔, 나와 발레리아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너를 죽일 것이라는 것도 명심하고.”
그드드드득……!
콰울이 출격장을 개방하자 끝도 없이 펼쳐진 하늘과 바다가 보였다.
이어 진이 조심스레 선실 중앙의 단추를 누르자 붉은부엉이가 마력에 휩싸이며 잠시 진동하는 모습이 이어졌고, 붉은부엉이는 폭발적인 가속력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마치 예비 기수 시절 해적왕 코스모스의 질서 7호가 그랬던 것처럼, 혹은 그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그 터무니없는 가속력에 진과 동료들은 잠시 넋이 나갔고, 일순 머리가 멍해지며 시야가 어두워지는 걸 느꼈다.
몇 초쯤 후 다시 눈을 떴을 때.
진과 동료들은 선실의 창 너머로 보이는 귀곡새성의 스산한 풍경에 눈동자를 껌뻑였다.
“……정말? 이게 진짜라고?”
눈으로 보고도, 직접 체험하고도 한동안은 도저히 현실이라고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